나사렛 몽키스패너와 갈릴리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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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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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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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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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사렛에서 생긴 일

DUMMY

허어, 나는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저 끈덕진 거미줄은 해치웠다만, 거미줄에 묶여서 괴상한 춤을 추고 있던 사람들은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땅바닥에 널부러져서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돌아가지?”


거미줄을 피해 도망치는 도중에 이 공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거미줄들에 매달린 사람들을 제외하면 어떠한 것도 없는 무채색의 공간, 나는 이곳에 갇힌게 아닌가?


“오··· 주여, 제발.”


머릿속에서는 안드레아나 요한과 같은 사도들에 대한 고민이 떠돌았었다. 그나마 이 신성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잘못했다가는 저 끔찍한 몰골 속 한 장면을 장식하는 소품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자, 몸이 갑자기 오싹해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지금도 멍한 인형처럼 신음소리를 내는 저것들과 한 공간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치고 노곤한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 다시 주위를 돌아보며 출구를 찾았다.


이 사람들도 처음부터 여기 있던 것은 아니였겠지. 그렇다면 내가 나갈 곳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나는 신성을 눈에 집중해 슈퍼맨처럼 안광을 뿜어냈다. 인간 손전등 같은 몰골일 것 같아 실소가 샜다.


신성을 담은 눈은 평소에 보지 못하는 것, 볼 수 없는 것, 그리고 보고 싶은 것을 보여줬다. 예수께서는 이것을 홀로그램처럼 사용하시는 걸 보아하니, 분명 다른 사용법도 있으리라. 하지만 지금 쓸 수 없는 능력은 그림 속의 떡이었다.


나는 그렇게 빈 공간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이 공간 속에서는 어떠한 것도 나오지 않았다. 암울해지는 순간이었다.


잘못하다가 예수께서도 못찾으시면 영원히 이곳에 갗혀서 사는 것 아닐까? 나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일단 신성을 아꼈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있는 믿음이 흐릿해지면 이 신성 또한 흐릿해진다. 나는 신성을 얻은 뒤로 내가 가진 믿음이 촛불로써 보였다. 예를 들어, 지금 그 믿음의 촛불은 흐릿해서 꺼지기 직전이었다.


나는 일단 가만히 빈 공간에 누웠다. 끔찍한 몰골의 그것들과는 제법 거리가 있어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고 일단 누웠다. 내 믿음의 촛불이 거센 바람을 피한듯, 조용히 타올랐다. 하지만 지금도 평소에 비하면 반딧불만 못했다.


바닥에 대(大)자로 뻗은 나는 주께서 보여주셨던 이적들을 생각했다.


물을 프로틴으로 만드시고··· 악귀를 맨 손으로 쫒으시며··· 신성으로 내게 축복하셨다··· 나는 평생이 지나도 잊지 못할 그 광경을 다시금 떠올렸다.


예수님의 머리 위로는 수많은 성령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내 시야를 강탈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가장 빛나는 성령은 내 손을 잡고, 나를 축복하시며 내 이름을 다시 지으셨다.


‘베드로야.’


베드로는 다시금 그때의 광경과 심상을 되살렸다. 믿음의 촛불이 점점 커져, 촛불이라기보다 모닥불이 어울릴 정도로 커졌다. 가슴으로부터 다시 신성이 온 몸을 향해 돌아갔다.


아직도 만물과 하나된 전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베드로는 그렇게 넘치는 신성을 온 몸으로 받고, 다시 입으로 뱉어내고, 뱉어진 신성은 다시 베드로에게 이끌려 돌아갔다. 베드로는 그 순환의 가운데에 있었다.


베드로는 가만히 그 속에 앉아서 계속 예수께서 벌이신 이적을, 그날의 축복을 상상했다. 그것은 신성에게 있어서 가장 뛰어난 스테로이드였다. 베드로를 중심으로 신성이 점점 커졌다.


그것은 점점 커졌다··· 계속, 끔찍한 이도교의 제물을 지나서, 이미 잿더미가 되어서 사라진 거미줄의 흔적을 넘어서, 이 허무밖에는 남지 않은 공간을 초월해서, 하나님 아버지께서 지으신 세계까지 닿았다.


그제서야 베드로는, 만물과의 일체감을 되찾았다. 그것은, 오직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내리신 축복이라. 그 사실을 베드로가 깨닫자 그의 허리에서 피와 함께 어떠한 흔적이 새겨졌다.


צרחה


그 단어는 케파, 뜻은 영웅이라. 만물을 만드신 주께서 베드로에게 건네는 상찬이었다.



선생을 따르던 무리들은 저 안개 너머의 도시를 보며 겁에 질렸다. 그들은 여태껏 수많은 기적을 일으킨 선생과 함께했다. 하지만 저 너머의 광경은 그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심적인 불안과 공포를 가져왔다.


“그만! 선생님과 제자들께서 이미 들어가셨다. 너희는 그 수많은 기적을 보고서도 아직 선생님을 믿지 못하느냐!”


다만 그 무리에는 수많은 공포와 함께 일생을 떠돈 전직 칼잽이 노인이 남아있었다. 무리를 최대한 어르고, 뛰쳐나가지 않도록 늙은 몸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이미 의지가 박약한 자들은 저들 스스로 저 안개더미로부터 멀어지려 했다.


노인은 저들을 막기 위해서 칼을 들어도 되는지 생각했다. 비록 어깨가 안좋고, 눈이 좀 흐리긴 해도 사람 하나 다리 병신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어처피 선생께서 나오시면 고쳐주시지 않겠는가?


베드로가 보기에 정말로 현명하고, 안드레아가 보기에 기가 찬 생각을 하며 노인은 자신의 봇짐을 풀었다. 그곳에는 달과 같은 곡선을 가진 칼이 있었다.


노인은 한칼에 모든 일을 끝내기로 마음먹고, 먼 사막에서 배운대로 기수식을 취했다. 한순간에 저들의 다리가···


“그만.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그때, 흔히 보기 힘든 빨간 머리칼의 여인이 노인의 어깨를 잡았다. 노인은 놀라서 조금 튀어나온 칼을 다시 집어넣고 물었다.


“댁은 뉘쇼?”


칼은 집어넣었지만 경계심은 아직 살아있었다. 저 여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누군지 듣지 못했나요? 이 무리의 대표자에게 내 이름을 말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녀는 긴 머리와 사막에서 쓸만한 두루마리로 얼굴을 가렸지만, 몸의 곡선과 미성(美聲)이 그녀의 고귀한 신분을 짐작케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조차도 손 끝이 떨리는 저 안개 속의 무언가를 직시하듯, 꼿꼿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듣지 못했소. 그리고 수상한 사람을 저 너머로 보낼 수야 없겠구려.”


여인이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 노인은 상스럽게도, 수십년간 인사하지 못한 옛 친구가 다시 몸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내 이름을 들으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거에요. 저 하늘 위에서 빛나는 태양에 가려진 달빛이 내 이름을 주시하고 있거든요.”


여인의 손짓 한번에 주위의 사람들이 잠들었다.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노인의 코를 톡, 하고 건드렸다.


"잠시만 잠드시면 곧 일이 끝난답니다. 당신의 선생은 저 괴상한 것을 이겨낼 정도로 강하지만, 당신들은 그렇지 못하군요. 조용히 못다한 휴식을 취하셔요."


여인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인의 신형이 무너졌다. 여인은 그런 노인을 어린아이 보듯 하며 얼굴에 감긴 긴 천을 풀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노인에게 보여주지 않은 분노가 담겨져 있었다.


"신좌를 얻은 자들이 이렇게나 안하무인으로 행동해? 아무리 저 성육신이 두려워도 이건 아니야."


그녀는 손에 빛나지 못하는 달빛을 감으며 안개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항상 보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내일은 모의고사가 있는 날! 내일 시험 잘못보면 1달간 글을 못 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까지만 삼천자로 참아주시면 내일부터는 조금씩 분량을 ‘신앙’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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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7. 카리옷 사람 유다 +2 21.11.19 175 12 9쪽
25 7. 카리옷 사람 유다 +2 21.11.19 190 9 10쪽
24 7. 카리옷 사람 유다 +8 21.11.18 215 13 8쪽
23 6. 나사렛에서 생긴 일.(수정됨) +7 21.06.09 716 50 9쪽
22 6. 나사렛에서 생긴 일.(수정함) +16 21.06.07 771 50 10쪽
21 6. 나사렛에서 생긴 일(수정됨) +13 21.06.06 822 59 11쪽
20 6. 나사렛에서 생긴 일.(수정함) +11 21.06.05 874 67 10쪽
19 6. 나사렛에서 생긴 일. +12 21.06.03 966 72 10쪽
» 6. 나사렛에서 생긴 일 +8 21.06.02 961 69 7쪽
17 6. 나사렛에서 생긴 일. +24 21.06.01 1,057 92 13쪽
16 6. 나사렛에서 생긴 일. +12 21.05.31 1,137 75 7쪽
15 5. 예수와 니고데모. +21 21.05.30 1,367 85 12쪽
14 5. 예수와 니고데모. +14 21.05.29 1,425 105 10쪽
13 5. 예수와 니고데모. +67 21.05.27 1,874 142 11쪽
12 4. 유월절의 예루살렘 +34 21.05.26 2,067 163 11쪽
11 4. 유월절의 예루살렘 +36 21.05.25 2,550 150 10쪽
10 3. 세례받은 베드로 +36 21.05.24 2,518 151 7쪽
9 2. 산상수훈 +30 21.05.23 2,510 165 11쪽
8 2. 산상수훈 +43 21.05.22 2,565 158 9쪽
7 2. 산상수훈 +13 21.05.22 2,849 163 9쪽
6 2. 산상수훈 +37 21.05.20 3,192 186 10쪽
5 1. 신앙을 증거하다 +37 21.05.19 3,673 244 11쪽
4 1. 신앙을 증거하다. +23 21.05.17 4,300 215 8쪽
3 1. 신앙을 증거하다. +46 21.05.14 5,203 283 8쪽
2 1. 신앙을 증거하다. +38 21.05.14 6,398 303 7쪽
1 0. 오, 할렐루야. +65 21.05.14 6,989 30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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