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의 세계정복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이강민
작품등록일 :
2021.05.15 20:28
최근연재일 :
2022.04.10 21:33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64,067
추천수 :
4,604
글자수 :
637,738

작성
21.07.14 20:08
조회
2,189
추천
42
글자
12쪽

58화 - 제1차 조명전쟁

DUMMY

약 2개월 정도 대마도에 머무르며 지형을 확실히 바꿔놓은 홍위는 피곤한 몸과 정신을 부여잡고 간신히 한양으로 돌아왔다.


대마도에 정신이 팔려 진짜 중요한 전쟁을 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양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


-----


“준비되었소, 중전?”


“네, 전하.”


중전이 하얀 속옷 한 겹만 입고 앉아있었다. 바닥에는 기름칠을 한 넓은 곰가죽 한 장이 깔려있고 그 위에 두꺼운 면포로 세 겹을 깔아두었다. 방은 불을 때서 뜨거웠다.


홍위와 중전은 작은 상을 두고 마주 앉았는데 그 위에는 붉은 액체 한 사발과 작은 환약 다섯 개, 그리고 깨끗한 물 한 사발이 있었다.


“우선 환약을 일단 모두 드시오. 지난 석달 간 먹었던 약재와 비슷한 것이지만, 몇 배로 압축한 것이오. 그리고 산삼을 구해서 넣은 것이지. 만약 우리가 하려는 일이 아니었다면 너무 과한 약력으로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을 정도의 약이오.”


“산삼까지 넣으시다니 너무 과합니다, 전하.”


역시 중전은 겸손했다. 왕비라면 그정도는 당연한듯 받아도 되었지만, 전쟁을 앞둔 조선의 상황을 알고 안그래도 적던 소비를 더 줄인 중전이었다.


“지난 석달 간 많은 고기와 채소 그리고 밥을 먹은 이유가 있소. 중전의 풍채가 지금은 넉넉하지만, 그 풍채를 모두 소모해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할 것이오. 절대 쉽지 않은 일이오. 나를 완벽히 믿어야만 성공할 수 있소.”


홍위의 말에 중전은 밝게 웃었다.


“저는 전하를 믿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진 홍위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고맙소, 중전.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많았을 것인데 지금까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나를 믿어주었는데···”


“소첩은 전하의 처입니다. 이미 한 몸이고 한 운명을 같이하는데 아내가 되어 어찌 지아비를 믿지 않겠습니까?”


“그대는 역시 국모(國母)로 정말 잘 어울리오. 이렇게 용혈(龍血)을 마시고 환골탈태하여 나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가야하오.”


홍위의 칭찬에 중전의 얼굴이 붉어졌다.


“소첩이 바라는 것도 그것입니다, 전하. 사모하는 지아비와 백년해로하는 것이 소첩이 꿈꾸는 바입니다.”


“백 년은 무슨. 충분히 이백 년도 가능하지 않겠소? 불사는 아니지만 장생은 가능하니까 말이오.”


중전은 홍위가 준비해준 환약을 모두 삼키고 물을 들이켰다. 이를 본 홍위가 고개를 돌려 등 뒤의 궁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짐이 준비하라 한 것들은 어찌되었느냐?”


제조상궁(提調尙宮)이 머리를 조아렸다.


“네, 전하. 두꺼운 대나무를 잘라서 긴 통을 만든 후, 아래쪽 마디에는 작은 구멍 여러 개를 뚫고 위쪽 마디는 잘라냈습니다. 그 속에 종이를 넣었습니다. 종이 위로 깨끗히 씻어 뜨거운 불에 볶아낸 모래 1홉, 강가에서 가져와 씻고 삶아낸 자갈 1홉, 다시 종이를 깔고 그 위에 숯을 쌓았습니다. 그 통에 부어 걸러낸 물을 다시 한 번 끓여서 삶아낸 자기에 담아두었습니다.”


상궁의 자세한 보고에 홍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맞춤형 레트로바이러스를 먹고 몸이 아플 중전에게 최대한 깨끗한 물을 항상 주어야했다.


“수라는?”


“수랏간에서 전하께서 주문하신 모든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살찐 닭 열 마리를 산삼, 마늘, 대추, 황기, 파와 함께 푹 삶았으며 그 살을 잘게 찢어 부드럽게 해 두었습니다. 항상 따듯하게 만들어 두었으니 언제든지 중전마마께서 드실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아플 때 영양의 보충은 중요했다.


“어의는 준비가 되었는가?”


제조상궁 옆에 서 있던 어의와 의녀들이 고개를 숙였다.


“물론입니다, 전하. 열을 내리를 약재와 약을 항상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빙고(內氷庫)를 개방해주신 덕분에 필요한 얼음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용혈을 먹고 환골탈태 할 때에는 몸에서 열이 매우 높아진다. 용혈과 같이 먹은 약재 덕분에 큰 위험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몸의 열을 내릴 준비를 항상하고 있으라.”


“네, 전하.”


“얼음이 필요하면 짐이 직접 만들 수도 있으니 걱정말고.”


그래도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홍위 본인은 여의주들이 있으니 어떻게해서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철혈군단병의 경우 유전자 조작 자체가 미세한 부분이었고 그들 중 몇 명이 부작용으로 죽어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중전은 절대 해를 입어서는 안되었다.


어려울 때 끝까지 홍위를 믿어준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모든 전쟁이 끝나고 조선이 단단한 반석 위에 오르게 된 이후 홍위는 그녀와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이었다. 그렇기 위해 그녀는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했다.


그래야 그녀에게서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었다.


중전이 붉은 ‘용혈’을 들이켰다. 많지도 않았지만 단 한방울도 남기면 안되었다. 오직 그녀를 위한 ‘용혈’이었으니까 말이다.


-----


홍위는 레트로바이러스를 섭취하고 열이 오르기 시작한 중전과 같이 있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전쟁이라는 큰 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하, 명나라에서 칙사를 보냈습니다.”


“칙사라··· 놈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가?”


“그것은 아닌 듯 합니다. 환관도 문관도 아닌 무관을 보내왔습니다. 그들을 호위하는 병사는 기병으로 1백이고 모두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홍위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역시··· 선전포고인가?”


“아마도 그렇겠지요?”


과연 그러했다. 영은문은 이미 부쉈기에 홍위가 칙사를 맞이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금위에 호위 받으며 대전으로 온 명나라의 장수는 제법 기개가 있었다.


“조선왕을 참칭한 노산군는 천하의 오직 유일한 천자이신 대명의 황제폐하께서 내리시는 칙서를 받으십시오.”


“그대는 제법 용감하군. 감히 그딴 태도를 보였다가 죽을 걱정은 하지 않는가?”


홍위의 물음에 명나라 장수는 허리를 꼿꼿히 세웠다.


“아무리 무도해도 사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나를 죽인다면 그대는 정말 야만스러운 동이의 오랑캐라 불리지 않겠습니까?”


역관이 덜덜 떨며 통역했다.


“기개를 좋군. 그래, 어디 명나라에서 뭐라 하는지 읽어나보지.”


홍위는 칙서를 펼쳤다.


아니나다를까 매우 날카롭고 공격적인 글이 써 있었다. 남경을 습격하고 십수만 명을 죽인 죄를 물었다. 그리고 용서를 받고 싶다면 여의주를 모두 넘기고 머리를 조아리면 먼 북방에 유배하는 것으로 죄를 묻겠다고 써있었다.


“하! 정말 너희 황제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나보군. 말 그대로 짐에게 여의주가 있는데 아직도 너희의 승리를 점치는 것인가?”


“만약 황제폐하의 명을 어기신다면 대명제국의 백만대군이 조선으로 밀고 들어올 것입니다. 이 땅에 남아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 그럼 나도 똑같이 대답해주지. 명나라가 당장 항복을 하지 않는다면 너희 황제는 토목의 변과 같은 치욕을 다시 겪을 것이다.”


대전이 잠시 소란스러워질 정도의 발언이었다. 명나라 장수는 이를 악물었다.


“역시 그렇다면 두번째 칙서를 드리겠습니다.”


두번째 칙서는 깔끔했다. 정식 선전포고였다. 그리고 ‘대명의 백만대군’이 조선으로 향할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너희 황제는 짐이 당장이라도 북경으로 날아가서 그 곳에 사는 모든 이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나? 짐을 너무 자극하는 것 같지 않은가?”


“북경의 모든 백성을 죽여도 황제폐하는 건들이지도 못할 것입니다. 저희도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조선왕인 당신과 당신의 여의주가 가진 약점을 파악했으니, 충분히 싸울 수 있습니다.”


홍위는 명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여의주에 대해서 알게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자신도 잘 모르는 여의주의 진짜 약점을 명나라가 알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럼 전쟁이다.”


-----


그동안 냉전 상태였던 조선과 명나라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훗날 '제1차 조명전쟁' 또는 '임오명난'이라고 부르는 전쟁이었다. 다른 이들은 이 전쟁을 '조선의 요동정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웃긴 것은 협박은 명나라가 먼저 했고 선전포고도 먼저 선언한 것은 명나라였으며 군대를 움직인 것도 명나라가 먼저였다. 그런데 실제로 국경을 넘은 것은 조선군이 먼저인 것이었다.


지난 3년 정도 명나라와 싸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조선군은 칙사가 국경을 건너 명나라로 넘어가자마자 움직였다. 선전포고 하러 온 칙사가 조선으로 넘어오자마자 평양에 주둔하던 군대를 의주로 전방배치했다. 원래라면 적의 사신이 돌아가는 길에 확인해서 보고할 수 있는 이런 움직임은 알맞지 않았다.


군대의 움직임을 적이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쟁의 기본이었다. 그러나 홍위와 조선의 군부는 일부러 군의 움직임을 내보였다. 그래야 명나라의 착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병 1만에 보병 1만5천으로 이루어진 조선군 본군을 내보이는 것은 함정이었다. 조선군 전력의 대부분을 이루는 이 군대가 바로 미끼인 것이다.


명나라 하북 지방의 여러 군영으로 나뉘어 배치되었던 명군 50만이 적의 주력이었다. 그들은 이제 천천히 산해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조선의 본군은 이런 명군 50만을 함정으로 불러들이는 탐스러운 미끼였다.


주장은 고용지, 부장은 왕방연을 삼았고 홍위를 따르는 여러 장수들이 대거 등용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원종공신에 올랐던 이들이었다. 이 전쟁에서 공을 세워서 죄를 씻고자 했으니 그들의 기세는 날카로웠다.


평양에서 출병한 기병 1만, 보병 1만5천은 사실 요동도사 하림이 절치부심으로 준비한 병력보다 많이 적었다. 아직 천순제가 직접 명령해서 조성한 50만 대군이 북경까지 오지 못한 상황에서 요동도사는 먼저 선수를 치려 준비하고 있었다.


원래 2만 기병에 7만 보병을 가지고 있던 요동도사였다. 그의 9만 병력 중 약 5만 명은 산해관을 지키는 병력이었다. 그래서 원래 기병 1만과 보병 4만 정도는 상비병이었고 나머지 기병 1만도 산해관에 배치된 1만과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요동, 요서, 요양과 만주를 순찰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망조가 살짝 보이기 시작하는 명나라의 상황처럼 이런 모든 것은 사실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허구의 숫자였다. 연왕(燕王)이었다가 정변을 일으켜 황제가 된 영락제(永樂帝)가 살아있을 때는 산해관은 물론 요동도사의 기세가 등등했다. 상비병도 상당히 많았던 과거가 겨우 40년 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요동도사에게는 실제로 9만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2년 전쯤 조선에게 몰살당한 병력까지 보충해야 했다. 다행히 조선를 토벌하고 여의주를 빼았으며 토목의 변으로 무너졌던 황제의 위엄을 되살려는 천순제의 노력이 있었다. 천순제는 상당한 은, 군량, 소금과 무기를 요동에 보냈다.


요동도사도 황제의 압박을 받고 또한 자신이 조선에게 받은 모욕을 기억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집안청소를 해내는 동시에 북경에서 받은 군자금을 잘 사용했다. 병사라도 제법 능력이 있으면 하급 군관으로 삼았고 장수들도 명나라 전역에서 모았다. 천순제는 능력이 가장 좋다는 이들은 자신의 정벌군에 소속 시켰지만 약 10명 정도의 중간급 인재들을 요동에 보냈다.


조선과 싸움에서 선봉을 서라는 의미였다.


이렇게 2년 정도를 보낸 요동은 다시 강성해졌다.


명나라 출신으로 기병을 3만 명이나 꽉 채웠고 여진족 기병을 용병으로 하여 2만 명을 더 추가했다. 또한 2년간 훈련을 받은 진짜 상비병 6만을 준비했다. 신병도 무려 4만 명을 징병했다. 산해관을 방어하려는 보병 위주의 군대가 아니고 나가서 싸우는 공격 중심의 군대였다.


그리고 드디어 조선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조선군이 압록강을 건넜다는 소식을 들은 요동도사 하림은 요양에 배치되었던 기병 3만과 2만 보병은 물론 산해관의 병력도 차출했다. 산해관에 2만 보병만 남기고 나머지 병력을 모조리 모았다.


출병한 요동군 총병력은 11만으로 기병 4만과 보병 7만이었다.


작가의말

드디어 명나라와 조선이 맞짱을 뜹니다. 그런데 요동도사 선빵을 날린답시고 덤비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단종의 세계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시 휴재합니다. +1 22.04.25 359 0 -
공지 연재 요일 및 시간 21.06.21 3,269 0 -
111 111화 - 조선은 평화롭다 +1 22.04.10 724 16 12쪽
110 110화 - 신세계의 조선 +3 22.04.08 618 16 12쪽
109 109화 - 제2의 전국시대 +1 22.04.08 476 11 12쪽
108 108화 - 중원의 이전투구 +1 22.04.08 469 11 14쪽
107 107화 - 믈라카 술탄국의 멸망과 대월 동맹의 반항 +2 22.04.08 486 9 13쪽
106 106화 - 여송정벌 +3 22.01.16 751 23 13쪽
105 105화 - 여송정벌 +2 22.01.09 795 20 14쪽
104 104화 - 태평양을 장악하자 +4 22.01.05 798 19 12쪽
103 103화 - 하북쟁란 +4 21.12.31 798 16 12쪽
102 102화 - 하북쟁란 +2 21.12.30 799 19 12쪽
101 101화 - 푸르러지는 초원 +2 21.12.30 828 21 12쪽
100 100화 - 배달호수의 용 +3 21.12.28 869 23 14쪽
99 99화 - 북원의 최후 +4 21.12.26 894 20 12쪽
98 98화 - 초원의 저력 21.12.26 860 19 12쪽
97 97화 - 초원의 저력 +6 21.12.19 1,022 22 12쪽
96 96화 - 조선의 10만 철기 +2 21.12.12 1,132 28 12쪽
95 95화 - 조선의 10만 철기 +1 21.12.11 1,160 25 12쪽
94 94화 - 왜국의 마지막 날 +3 21.12.03 1,158 25 12쪽
93 93화 - 왜국 정복전 +2 21.12.02 1,032 23 11쪽
92 92화 - 왜국 정복전 +2 21.11.28 1,032 22 13쪽
91 91화 - 왜국 정복전 +2 21.11.21 1,126 26 12쪽
90 90화 - 중원의 5국 +4 21.11.15 1,159 33 13쪽
89 89화 - 쪼개지는 명나라 +2 21.11.14 1,183 31 14쪽
88 88화 - 쪼개지는 명나라 21.11.14 1,195 24 14쪽
87 87화 - 조선제국 +5 21.10.30 1,381 28 13쪽
86 86화 - 조선제국 +2 21.10.16 1,430 32 13쪽
85 85화 - 기반이 쌓이다 +2 21.10.10 1,426 31 13쪽
84 84화 - 조선군, 초원을 달리다 +2 21.10.04 1,390 3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