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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다
작품등록일 :
2021.05.15 23:17
최근연재일 :
2021.06.21 22:12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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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수 :
13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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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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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입양

DUMMY

* * *


병원, 최후가 입원한 병실.


최후는 병원 침대에 상체를 세우고 앉은 채, 다시 한번 속성력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았다.


“수아! 풍아! 지아! 화아!”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하아. 도대체 왜 갑자기 대답이 없는 거야?”


최후는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고 동시에 네 개의 서로 다른 에너지를 손바닥 위로 불러냈다.


- 웅, 웅, 웅, 웅


최후는 네 개의 작은 불빛이 손바닥 위로 두둥실 떠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에너지들은 훨씬 더 내 말을 잘 들어. 넷을 같이 불러냈는데 터지지도 않고...'


최후는 속성력이 대답을 안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속성력을 전보다 훨씬 쉽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라진 건가? 아니면 원래 없었던 건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자 최후는 혹시 내가 착각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지난 1년간 대화했던 각각의 음성이 너무나 생생했다.


항상 노인네처럼 허허거리며 할아버지처럼 자신을 챙겨주던 지아.


차가운 말투지만 항상 자신을 걱정하던, 처음부터 엄마가 생각났던 수아.


맨날 꼬마라고 놀리지만, 말투와는 달리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화아.


그리고 친구 같지만,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풍아.


최후는 다시 한번 차례대로 속성력을 불러보았다.


“수아.”


“풍아.”


“지아.”


“화아.”


최후가 하나씩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 몸속에서 에너지의 꿈틀거림이 전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최후는 넷의 존재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 * *


“아이는 어떻습니까?”


파비앙은 조금 전까지 최후를 진료했던 의사에게 물었다.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살짝 긁힌 것 외에는 작은 상처도 없습니다.”


“과거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머리 쪽에 이상은 없습니까?”


“머리에 직접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밖에서 혼자 생활한 것 같다고 하셨죠?”


“예.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게 사실이라면 버려진 것···. 아니 부모와 헤어진 것에 대한 현실도피, 즉, 방어기제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의사의 말을 들은 파비앙은 우선 외상이 없다는 말에 안심했다.


'현실도피니, 방어기제니 하는 것은 얘기를 더 해보고 판단해야겠지...'


이때 의사의 주머니에서 호출음이 들려왔다.


- 삐이, 삐이, 삐이


“전 그럼 다른 응급 환자가 있어서 가 봐야겠습니다.”


“예. 그럼 가 보시죠.”


의사가 급하게 가고 난 후, 파비앙은 복도를 걸으며 중얼거렸다.


“1년 동안 밖에서 혼자 지냈다고 했지. 1년 전이라... 잠깐. 뭔가 생각이 날 것도 같은데...”


파비앙은 타고 온 차량을 운전하며 사무실로 돌아가는 중 기억이 떠올랐다.


“맞다. 작년 이맘때쯤 비슷한 나이의 동양인 아이가 몬스터에게 죽은 사고가 있었는데...”


1년 전, 뉴욕 외곽에 던전 폭발이 있었다. 당시 근처를 지나던 차량에 동양인 소년이 타고 있었다. 몬스터에게 공격받은 차량이 폭발했고 연고를 찾을 수 없었던 동양인 소년은 화장되었다.


“한 번 알아볼 필요가...”


- 빠앙.


뒤에서 울리는 경적에 차를 출발시켰다.


“이놈의 도시는 이 새벽에 차들이 다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네.”


파비앙이 투덜거리며 타임스퀘어 광장을 운전해 빠져나갔다. 그 옆으로는 타임스퀘어 광장의 대형 사이니지를 통해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 미국에서 최초로 생성된 4등급 던전의 2차 공략이 내일 시작 됩니다. 이틀 전 정보 수집을 위해 들어간 1차 선발대 중 아직 귀환한 헌터는 없습니다. 오늘까지도 선발대가 나오지 않으면 내일 아침 바로 2차 공략을 위한 던전 진입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 * *


파비앙은 그날 사고에 대한 뒤처리로 사무실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 일하는 내내 최후가 눈에 밟혔다. 결국, 아침 해가 뜨자마자 최후를 보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잘 지냈니? 특별히 아픈 곳은 없고?”


병실에 들어온 파비앙을 빤히 바라보던 최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저는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없어요.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왜 여기 있는지? 나는 왜 기억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죠?”


살짝 흥분한 것으로 보이는 최후에게 파비앙은 차분하게 말했다.


“의사 말로는 머리를 다친 흔적은 없다고 하는구나.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기억해 낼 수 있을 거다.”


“아...”


최후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파비앙에게 물었다.


“저... 내가 아저씨를 아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건... 여기서 아저씨가 하는 말만 알아들을 수 있어요.”


“글쎄다.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만 있지는 않을 텐데.”


“한국말...”


“이름이 최후라고 했지?”


최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 난 파비앙이라고 한다.”


“파비앙...”


“그래. 앞으로 파비앙이라고 부르렴.


“예.”


“후.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우리는 어제 처음 만났단다.”


“그럼 파비앙은 내가 누군지 알아요?”


“그 부분은 이제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구나.”


최후는 그 말에 실망했는지 고개를 살짝 떨궜다.


파비앙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언뜻 예전 생각이 들었다.


‘7년 전 안느의 유산으로 잃었던 아기가 살아있었으면 이 아이 정도 컸을까??’


이런 생각과 함께 아내 안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최후에게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퇴원하면 갈 곳은 있니?”


최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당분간 보호자를 찾을 때까지는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는 것은 어떻겠니?”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생각하던 소년은 고개를 들어 파비앙의 눈동자를 뚫어질 듯이 한참을 쳐다봤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서 있는 파비앙 외에는 알아보기 힘들 만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갈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


최후는 이번에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 * *


뉴욕 퀸스의 한 2층 주택 앞에 승용차가 멈춰 섰다.


차를 타고 오는 도중 뒷좌석에 앉아 잠이 들었던 최후는 차가 서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연락을 받았는지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후. 오는 내내 자더니 이제야 깼구나.”


“예. 여기가 집인가요?”


“그렇단다. 당분간은 여기서 잘 지내보자.”


“예. 좋아요. 그런데 저기···”


- 똑똑


차 옆까지 다가온 여성이 차창을 두들겼다. 파비앙은 미소를 지으며 최후에게 말했다.


“문을 열어 줄 테니 잠시 기다리렴.”


차 밖으로 나간 파비앙은 여성과 살짝 포옹한 후 최후가 있는 쪽의 차 문을 열어 주었다.


“둘. 인사해. 후 이쪽은 내 아내 안느라고 한단다. 안느. 여기는 우리와 함께 지낼 최후.”


최후는 파비앙의 소개에 말없이 서서 안느를 보았다. 그런데 어느새 키가 큰 안느가 무릎을 굽혀 최후와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후. 만나서 반가워. 난 안느라고 해. 호호”


안느는 유창한 한국말로 최후에게 말을 했다. 낯익은 한국말에 최후는 깜짝 놀란 눈으로 파비앙과 안느를 번갈아 보았다.


“후. 안느의 엄마는 한국인이었단다.”


“예?”


“호호. 돌아가신 우리 엄마가 한국인이었단 게 그렇게 놀라운 일이니?”


“아. 그게··· 파비앙 말고는 한국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잠시 최후가 안느와 대화하는 동안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낸 파비앙이 다가와 말했다.


“둘 다 언제까지 여기서 있을 거야?”


파비앙은 말과 함께 가방을 든 채 앞서서 성큼성큼 문으로 걸어갔다. 최후는 안느가 손을 잡자 그에 이끌려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같아.’


그날 이후 최후는 파비앙과 안느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조금은 늦은 시간, 1층 거실


“안느. 후는 잠들었지?”


“응. 무슨 할 얘기가 있다는 거야? 후에 관한 얘기야?”


“그래. 지난 일주일 동안 알아봤는데 후의 신원이 확인되질 않아.”


“미국 국적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예상했던 거잖아.”


“작년 비슷한 시기에 후와 비슷한 나이의 동양인 아이가 사고로 죽었던 적이 있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데?”


“더 들어봐. 차량이 폭발하면서 사체 훼손 정도가 심한 상태라 연고를 찾을 수 없어서 그대로 화장됐어.”


“······”


“사고 후 한 달 정도 지나서 죽은 아이의 신원 확인 요청이 한국에서 들어왔었데.”


“한국? 그리고 작년 이맘때면 후가 기억을 잃어버린 시기와 비슷하잖아?”


“맞아. 이쪽 경찰에서는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한국으로 회신했고, 혹시 원한다면 당시 수사관을 연결해주겠다고도 했는데 그 후로 더는 연락이 없었데.”


“굳이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었던 거네.”


“그렇지. 그리고 오늘 확인한 내용인데, 당시에 중국인 아이 한 명을 불법체류자인 아빠가 데리고 사라진 사건이 있었어.”


“그 아이가 죽은 아이구나.”


“전후 사정이나 당시 아이와 차량에 함께 탄 성인 시체의 기록을 봐서는 그랬을 확률이 높아.”


“그럼 후는··· 그 한국에서···”


“그래서 말인데··· 지금 상황에서 후의 부모를 찾기는 힘들 것 같아. 그럼 결국 우리가 데리고 있다가 아동 보호소로 보내는 수밖에···”


파비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느가 말했다.


“우리가··· 우리가 후 입양하자. 파비.”


“안느.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


“응. 만약 우리가 보호하는 기간이 지나서도 후의 부모님을 찾지 못하면 얘기하려고 했던 거야.”


“안느. 전에도 얘기했지만 후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야.”


“아니. 후가 각성자인것은 상관없어. 나 한테는 그냥 평범한 아이야. 그날 차에서 내리는 후를 보자마자 난 7년 전 그 아이가 돌아온 줄 알았어.”


“나도 그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야. 그렇지만 후는 절대 그 아이가 아니야. 그 아이가 되어서도 안 되고. 그런 생각으로는 절대 후를 입양하면 안 돼. 안느.”


파비앙의 말을 들은 안느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파비. 나도 알고 있어. 후는··· 흑··· 흑···”


파비앙은 말 없이 휴지를 건네 주었다. 그리고 안느는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진정한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날 차에서 내려 내 손을 꼭 잡은 채 집으로 들어왔어. 그다음 기억나? 후는 옆에서 툭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종일 아무 말 없이 있었어.”


파비앙은 안느의 말을 들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파비와 나 사이에서 잠들 때까지··· 후는 끝까지 울지 않았어. 침대에 누워 눈을 꼭 감은 채 잠든 척하는 그 아이를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


“울어라. 제발 울어라. 그럼 내가 품에 안고 달래 줄 테니까. 울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테니까.”


“......”


“1년을 밖에서 지낸 아이야. 이제는 저 작은 아이가 그만 힘들어도 돼지 않을까? 우리 품에서 내 보내면 그 상처 받은 마음으로 또 어디로 가라고.”


다시 감정이 올라왔는지 멈췄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제야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던 파비앙이 울고 있는 안느를 살짝 안았다.


“미안. 난 안느가 그렇게까지 후를 생각하는 줄 몰랐어. 혹시라도 예전 그 아이의 허상과 후를 혼동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됐던 것뿐이야. 정말 미안해.”


“아니. 괜찮아. 그럼 임시 보호 기간에 후의 생각도 천천히 알아보고.”


“그래. 후도 괜찮다면 입양 절차를 밟는 것으로 하자.”


한편, 2층 최후의 방에서는,


“흑··· 흑··· 흑···”


아직 잠들지 못한 최후가 최대한 소리가 새지 않게 울고 있었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한 최후는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파비앙과 안느의 대화를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둘이 대화하는 프랑스어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화 소리만으로 둘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날 밤이 그렇게 지나갔고, 또 1년의 시간이 지난 후, 최후는 파비앙과 안느 부부에게 정식으로 입양되었다.


그리고 최후가 입양된 후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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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던전에 들어가다 21.05.29 7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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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변심, 그리고 떠나는 아이 21.05.25 71 4 13쪽
13 민간헌터기업 21.05.24 79 3 10쪽
12 대한파, 그리고 각성자 출현 +1 21.05.22 78 4 13쪽
11 몬스터, 그리고 발전소 폐쇄 21.05.20 88 4 13쪽
10 최초의 던전 21.05.19 80 3 13쪽
9 대폭발의 날 21.05.18 102 3 14쪽
8 던전 소멸 21.05.17 97 4 14쪽
7 던전 난입 +2 21.05.16 121 5 13쪽
6 트롤의 사정 21.05.16 136 5 14쪽
5 트롤을 피해 달려라 21.05.15 143 6 12쪽
4 숲속의 사막 던전 21.05.15 186 9 14쪽
3 대폭발 28년 후 (feat. Red, Blue, and Nine) 21.05.15 245 10 12쪽
2 악연의 시작 (feat. Dark and White) 21.05.15 291 15 9쪽
1 프롤로그 +1 21.05.15 362 1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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