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정부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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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yku
작품등록일 :
2021.05.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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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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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야마시타 골드

DUMMY

2년 반 동안 정사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누가 봐도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키는 작은 편이지만 당당하고 씀씀이도 크고 호탕한 분이었다.


나는 그와 함께 근처 가까운 한국식당으로 갔다.


배가 고프지 않은 나는 음료를 시켰고, 그는 짬뽕과 공깃밥을 시켰다.


음식이 나오기 전 나는 그에게 물었다.


“사장님 무슨 일이세요? 그동안 왜 이렇게 많이 변하셨어요?”


식당에 들어와 보니 그의 옷에 얼룩이 가득했고, 얼굴과 머리카락에는 개기름이 번질거렸으며 수염이 덥수룩했다.


“정서야, 사실은 내가 말이야.”


그는 안경을 벗고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너를 못 본 2년 반 동안 한국에서 운영하던 원단사업을 정리했었지. 내가 30 년가량을 그 사업을 했으니 지겹기도 했지만 돈은 꽤 벌었었어. 애들 엄마랑은 헤어졌어도, 애들 둘 다 공부 시키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으니 말이야. 후에 사업정리를 모두 하고 보니 내 수중에 대략 18억 정도가 남더라고.”


정사장은 갑자기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른 나라도 많이 다녀봤는데 이상하게 필리핀이 좋더라고, 그래서 여기서 사업을 한번 해보고 싶었고 말이야.”


“네 그러셨군요, 사장님.”


정사장은 말을 이어갔다.


“그 전에 필리핀 왔다 갔다 하며 알게 된 박흥구 회장이라는 사람이 있어. 관광객 상대로 쇼핑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이었지. 손님들이 그 쇼핑센터를 많이 찾았고, 원래부터 돈이 꽤 있는 사람이라 나는 그의 회사의 지분을 20프로 인수하는 조건으로 10억을 투자했어.”


“네? 거기 혹시 마닐라의 운강 쇼핑센터라는 곳 아닌가요?”


규모가 제법 있는 쇼핑센터였기에 나도 알고 있던 곳이라 슬쩍 넘겨짚듯 물었는데, 그는 맞장구를 치듯 대답했다.


“응. 맞아. 그런데 말이야······.”


정사장은 한숨을 쉬며 이어서 말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어. 내가 박회장에게 돈을 주었을 때엔 벌써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넘긴 상태 였어. 그 새끼가 그걸 숨기고 나에게 다시 지분을 판 거지. 그래서 한국 경찰에 고소하고 보니, 나 말고도 같은 수법으로 6명이 더 당했더라!”


정사장은 그때 당했던 기분이 살아났는지 흥분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 박흥구 회장. 아니 사기꾼 개자식이 베트남으로 도망갔다는 소식이 들려서 그놈을 잡으러 다니느라,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를 돌면서 6개월의 시간을 보냈어. 그러는 동안 경비를 1억 가까이 쓰고도 결국은 그 놈을 못 찾았어.”


“아이고······.”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찾다.


그사이 그는 아주 울적해진 얼굴이 되어 있었다.


“테리야, 나 소주 한 병 시켜도 되니?”


아직 오전인데 정사장은 지나온 그 과거가 참으로 괴로운 모양이었다.


“그 새끼 찾으러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인지 몸이 너무 아팠어. 그래서 한국에 가서 검사를 하니까 대장에 조그만 혹이 발견됐어. 다행이 암 초기라 수술을 받아서 치료는 잘 되었어.”


“네. 근데 지금은 몸이 괜찮으세요? 술 드셔도 괜찮으세요?”


이틀이나 밥을 못 먹은 그가 빈속에 소주를 마시려고 하니 나는 그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응. 지금은 몸이 괜찮아졌어. 다행히 몸이 다 나아서 필리핀에 다시 들어왔지. 그게 작년 9월이야. 무슨 사업을 다시 할까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에 맥심 카지노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의 소개로 ‘알렌’이란 필리핀 사람을 만났어. 그 친구는 바카라 베팅을 보통 30만 페소(780만원)정도를 하는데, 기회가 오면 100만 페소(2.600만원)도 과감하게 베팅을 하더라고.”


“그 정도 베팅할 능력되면 돈이 좀 있는 사람이네요.”


“그렇지! 그 사람과 밥도 같이 먹고 골프도 치고 하면서 친분을 좀 쌓게 되었어. 그리고 어느 날 내가 통역으로 데리고 다니는 후배와 같이 알렌을 커피숍에 만났어.”


나는 그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


“커피숍에서 알렌이 ‘나 누구 닮지 않았어요?’라고 묻는 거야. 그래서 내가 속으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렌이 하는 말이 자신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숨겨진 사생아라는 거야. 그러니까 혼외자식이라는 거지! 이 말을 꼭 비밀로 지켜달라고 하더군.”


나는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일며 말했다.


“아, 그래요? 마르코스 전 대통령요? 6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20년 넘게 장기 집권하면서 온갖 부정부패 저지르다 쫓겨난 그 대통령을 말하는 거죠?”


“응. 그래 그 페르난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


“사생아라고 하면 자신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아들이긴 한데, 엄마는 이멜다 영부인이 아니라는 말이네요?”


때마침 음식과 소주가 나왔다. 정사장은 짬뽕을 먹기 전에 소주를 연거푸 두 잔을 마시더니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 맞아. 내가 그 사람을 만났······. 크흠! 크흠!”


그는 사례가 들린 듯 연거푸 헛기침을 했다.


“사장님, 식사부터 먼저 하세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일단 그는 밥부터 챙겨 먹여할 상황이었다.


그는 많이 배고팠는지 짬뽕의 면과 해물을 다 먹고 공깃밥까지 순식간에 깨끗이 비웠다. 하지만 그는 설정우처럼 게걸스럽게 먹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정사장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옛날에 내가 마르코스를 뉴스에서 많이 봤잖아! 알렌은 마크코스 대통령의 젊었을 때와 똑같이 생겼어. 그때는 필리핀이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고, 마르코스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과도 친하고 해서 마르코스가 뉴스에 자주 나왔었어. 근데, 알렌이 마르코스 대통령 젊었을 때의 얼굴을 완전히 빼다 박은거야. 마르코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올백 머리 스타일 까지!”


정사장은 알렌이 마르코스 대통령과 닮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듯 테이블을 탁- 치면서 말했다.


“그 정도로 두 사람이 많이 닮았나 보네요?”


나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사진으로 보긴 했지만, 정사장이 그렇게 강조를 하니 실제 알렌이란 사람이 그와 어느 정도 빼다 박았는지 참 궁금해졌다. 정사장은 말을 이어갔다.


“그 자리에서 알렌이 보여 줄게 있다면서 차에 가서 뭘 가지고 왔는데, 그건 황금빛 꽃 자수가 들어간 보자기였어.”


정사장은 소주를 한잔 마시고 말했다.


“그 보자기를 푸니깐 오래되었지만 검은 빛깔이 보이는 고급스런 나무 상자 하나가 있더라고······. 그런데 그 상자 왼쪽엔 필리핀 국장 마크가 새겨져 있고 오른쪽엔 필리핀 대통령 궁인 ‘말라카냥’ 마크가 새겨져 있는 거야.”


“오! 그런가요?”


나는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 직감하며, 그의 말에 장단을 쳐 주었다.


정사장은 시금치를 안주 삼아 먹으며 말했다.


“상자가 꽤 컸어. 노트북 만한데 옛날 유럽 왕가에서 쓰던 그런 상자 같아 보였어. 굉장히 고풍스럽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알렌이 이 상자를 여니깐 붉은 실크로 포장되어 있는 물건을 보고 깜짝 놀랐지!”


정사장은 크게 손짓을 하며 설명을 이었다.


“상자 안에는 오래된 ‘국채’와 천을 바탕으로 먹물로 그려진 오래된 지도, 그리고 동굴에서 찍은 엄청난 양의 금괴와 각종 보물 사진이 그 안에 있는 거야!”


이 말을 할 때 정사장은 조금 전의 힘없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흥분된 어조로 계속 말했다.


“그런 것들이 그 상자 안에 있었어요? 근데 국채가 정확히 뭐죠 사장님?”


나는 얼추 국채의 뜻을 알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확인하는 차원에서 물었다.


“국채는 국가에서 발행하고, 보증을 서고 파는 채권이야. 한마디로 국가가 발행하는 자기앞 수표 같은 거지, 이자까지 주는······.”


경제용어에 문외한인 나에게 정사장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알렌이 보여준 그 상자 안에는 1985년도 필리핀 정부에서 발행된 일천만 페소짜리 국채가 200장이 있었던 거야”


20억 페소면 한화로는 520억 가량 되는 금액이었다.


“오-. 그 알렌이라는 사람은 상당한 재력가였군요.”


“일단 나의 얘기를 좀 들어봐. 알렌이 상자를 양손으로 감싸며 하는 말이, 아버지가 하와이에 망명가기 일주일전, 나를 대통령 궁에 불러 이걸 손에 꼭, 쥐어 주면서 집안에 제일 깊은 곳에 숨기고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보여주지도 말아라.”


그는 내용이 좀 긴지 물을 한잔 마시고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지금 이런 시대에 이 상자가 존재 한다는 게 알려지면 너도 위험해지니 몇 년 후에 시국이 안정이 되면 열어 보아라. 이렇게 말했어.”


“그 정도로 상자가 엄청 중요한 것이었나 보군요.”


“그래. 그 당시는 마르코스와 이멜다가 잘 살고 있던 필리핀을 다 말아 먹었다는 분위기라 ‘피플파워’ 라는 국민혁명이 일어났었지. 상당히 살벌했던 시절이었지. 알렌은 그 서슬 퍼런 시절에 그의 아버지의 말에 따라 집 창고 안에 땅을 파서 깊숙이 그 상자를 보관하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미국으로 유학 가서 대학 공부를 마치고, 직장 다니다 작년에 필리핀에 귀국을 했어. 올해 초에서야 아버지가 주었던 상자가 생각나서 땅을 파고난 후 이 상자를 다시 찾은 거야.”


“그렇게 되었던 거군요.”


“알렌이 하는 말이 자신도 난생 처음 보는 국채와 엄청난 양의 금괴 사진, 그리고 오래된 일본 지도, 아버지 에게 상자를 받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믿을 만한 친구에게 보여 주었는데, 그 친구에게 그걸 보자마자, 자기 입을 막고 거의 기절할 만큼 놀랐다 하더라고.”


정사장은 알렌의 친구처럼 입을 막으며 기절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고는 표정을 풀면서 옆머리를 긁적였다.


“정서야, 근데 소주 한 병이랑 탕수육 작은 거 하나만 더 시켜주면 안되겠니?”


조심스레 물어보는 정사장의 모습이 안타까워 나는 흔쾌히 그가 원하는 대로 주문을 했다.


정사장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 알렌의 친구가 흥분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인지 호흡을 몇 차례 거듭하고는 말했어. '야마시타 골드' 라는 것을 말이야.”


나는 그 제서야 깜짝 놀랐다. 나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필리핀 역사에 있어 전설의 보물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야마시타 골드’였던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일본은 수 천년된 보물과 금괴를 아시아 12개국에서 약탈을 해서 일본으로 운송하기 전에 필리핀에 그것들을 한꺼번에 모아 두었다.


이후, 그것들을 본국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미국 등 연합군에 의해 운송하지 못하고 후일을 도모하며 필리핀 곳곳에 숨겨 놓은 것이었다.


나는 그가 종전에 말한 내용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그 천으로 된 지도가 야마시타 골드의 숨겨진 보물 지도라도 된다는 뜻인가요?”


정사장은 말없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이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만약 이것이 진짜 사실이라면 금방 세계적인 탑 뉴스가 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1경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세계 최고의 보물인 것이다.


“누군가가 그걸 찾게 되면, 그 사람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겠네요.”


정사장은 말을 이어갔다.


“응. 그렇겠지? 아무튼 알렌이 말하길, 몇 달 동안 조사한 결과 이 보물 지도의 위치는 민다나오 다바오시 밑에 있는 사말 섬이라고 하더라고.”


“민다나오라면 위험한 곳이잖아요? 반군도 있고 전쟁도 많이 일어난다 하던데요.”


실제로 민다나오 섬은 무슬림들이 많이 거주를 하고 반군들이 도시 곳곳을 장악하여 각종 테러, 납치, 전쟁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정사장은 대답했다.


“현재 다바오 시장인 두테르테가 잘 관리 하고 있어서 민다나오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야 사말섬도 마찬가지고.”


“두테르테 시장은 저도 들어봤습니다. 마약하는 애들은 그냥 죽여 버리고 범죄자에 대해서 굉장히 강경하게 대응하는 그 시장이 맞죠?”


“그래 맞아. 그래서 다바오가 굉장히 안전한 도시가 되었지.”


정사장의 표정이 갑자기 진중해졌다.


“알렌이 나에게 말하는 거야!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알고 있지만 보물 채굴에 필요한 자금이 모자란다고 말이야. 그는 자신의 채권을 담보로 할 테니, 이 보물 채굴에 나의 자금을 투자 하라고 했어! 그리고 그 국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이 된다면, 지금 당장 필리핀 중앙은행에 같이 가서 진위를 확인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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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프롤로그 21.09.17 66 2 2쪽
32 #32화 그 사건의 진실 (완결) 21.09.17 74 3 19쪽
31 #31화 마지막 판결 21.09.17 55 2 13쪽
30 #30화 마지막 재판 21.09.17 54 2 9쪽
29 #29화 꿈같은 사건 21.09.17 51 2 16쪽
28 #28화 출소후 첫 재판과 변호사의 협박. 21.09.17 50 2 13쪽
27 #27화 배신의 시작 21.09.17 51 2 15쪽
26 #26화 출생의 비밀 +1 21.07.10 96 3 15쪽
25 #25화 국가 존재의 이유 +1 21.06.28 115 4 14쪽
24 #24화 출옥 후 생활 21.06.23 95 3 12쪽
23 #23화 설정우 세상으로 나오다! +2 21.06.22 101 4 14쪽
22 #22화 김구열 선장과의 첫 만남 +2 21.06.18 101 3 10쪽
21 #21화 올리브유안 변호사와의 만남 21.06.18 89 3 12쪽
20 #20화 정사장과 카지노 +2 21.06.10 111 5 12쪽
19 #19화 롤란도 멘도사 +3 21.06.02 118 4 12쪽
18 #18화 알렌의 시신과 홍콩 관광객 납치 사건의 주범 21.05.31 123 7 12쪽
17 #17화 홍콩 관광객 납치사건 21.05.28 126 6 14쪽
16 #16화 죽음의 교도소 +2 21.05.28 144 7 13쪽
15 #15화 교도소의 삶. 21.05.26 129 4 15쪽
14 #14화 그의 속임수 21.05.25 120 4 13쪽
13 #13화 야마시타 골드4 21.05.24 139 4 11쪽
12 #12화 야마시타 골드3 21.05.23 127 4 12쪽
11 #11화 야마시타 골드2 21.05.23 131 5 10쪽
» #10화 야마시타 골드 21.05.22 137 5 13쪽
9 #9화 증거품은 어디 갔을까? 21.05.21 126 5 12쪽
8 #8화 SBS 뉴스추적 21.05.21 150 5 14쪽
7 #7화 권사장과의 만남 +1 21.05.19 155 7 14쪽
6 #6화 비리의 시작? 21.05.19 159 7 11쪽
5 #5화 교도소는 지옥2 21.05.18 168 6 14쪽
4 #4화 교도소는 지옥? 21.05.17 18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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