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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회귀자가 불사자를 죽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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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룩스미아
작품등록일 :
2021.05.17 20:37
최근연재일 :
2021.05.20 20:15
연재수 :
3 회
조회수 :
75
추천수 :
2
글자수 :
11,060

작성
21.05.1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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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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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시간을 보는 소녀

DUMMY

전쟁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양의 불행을 낳는다.

'길티 플레저'는 그 불행들이 고이고 고여 결국 썩어버린 도시였다.


─ 타닥.


부랑자와 오물이 뒤덮은 길을 밝은 표정의 소녀가 달려나가고 있었다.

소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어느 허름한 공방의 앞.

익숙한 손놀림으로 잠금장치를 해제한 그녀는 우당탕거리며 안으로 향했다.

기다란 은빛 머리카락이 그녀의 뒤로 나풀댔다.


“오우지 할아범!"


대답이 없자 한 차례 더 소리를 지른다.


"오우지 할아범!"


안쪽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이 빌어먹을 말괄량이가! 내가 멋대로 들어오지 말라했지!”

“아니 글쎄! 내가 오늘 뭘 봤는지 알아?”


말을 하려던 소녀는 말을 멈추고, 눈앞에 나타난 노인을 바라보았다.

짜리몽땅하지만 다부진 몸, 완연하게 회색으로 물든 수염.

그 끝에는 위스키 방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소녀는 소리를 빽 질렀다.


“뭐야, 또 술 마시고 있었어? 몸도 안 좋으면서 무슨 술이야!”


오우지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뭘.”

“···진짜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렇지."


소녀의 시선이 노인의 머리 위를 향한다.

이 세상에서 그녀만 볼 수 있는 숫자는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 43일 11시간 3분 3초 남았네. 이제 2초. 1초."


소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할아범 죽으면 나 심심해서 어떡해?”

“정 아쉬우면 불사의 마녀라도 데리고 오던가.”

“치. 나도 콱 따라 죽어버릴까.”


오우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농담은 그만 하고 할 거 없으면 작업이나 도와. 죽을 때가 돼서 그런가, 영 속도가 안 나네.”

“농담 아닌데.”


툴툴대면서도 소녀는 안쪽의 작업실로 향했다.

온갖 기계 부품들과 도면이 널부러진 바닥을 익숙하게 헤쳐나가던 그녀는 작업대 앞에서 멈춰섰다.


“그런데 웬 작업? 죽기 전까진 계속 놀 거라면서.”


오우지는 작업도구를 집으며 대답했다.


“손님이 오기로 해서.”

“이 낡고 허름하고 망해가는 공방에 손님? 누군데?”

"야...이 자식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주름진 옆얼굴을 응시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작업을 도와주긴커녕, 계속 방해할 기세였다.

오우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오랜 인연이라고 해야되나.”

“흐응. 오랜 인연?“


작업대 위에 올려진 ‘미완성품’을 본 소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랜 인연께선 다리 한 짝이 없으신 가봐?”


그녀는 의족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헤엑. 비싼 부품들이 죄다 들어갔잖아. 얼마나 대단한 인연이길래 이렇게 공을 들여?”

“이리 내...!"


오우지는 손을 뻗어 소녀의 손에서 의족을 가로채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날래게 피하는 바람에 실패.

노인은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여하튼 마주칠 일은 없겠지만···. 녀석을 만나면 네 눈에 대한 이야기는 함구해. 절대로.”


소녀는 빙글 웃으며 작업대에 의족을 도로 내려놓았다.


“왜 내 눈에 대해서 말하면 안 돼? 뭐 잡아먹기라도 하나?”


오우지는 대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소녀는 답답한 표정으로 삿대질을 했다.


“곤란한 질문이 나올 떄마다 입 다무는 버릇....그거 진짜 고쳐야 돼.”

“남은 43일 동안 힘껏 노력해보지.”

“53년 311일 1시간 3분 11초 동안 고치지 못한 걸 퍽이나 43일동안 고치겠다. 기대도 안해."


소녀는 작업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작업을 도와줄 생각은 터럭만큼도 없어 보인다.

오우지를 지루하게 바라보던 소녀는 갑작스레 몸을 일으켰다.


"아 맞다! 내가 아까 오는 길에 뭘 봤냐면···."

“제기랄. 내가 작업할 때 말 걸지 말라고 했지."

"미안 미안. 아무튼 그래서 내가 뭘 봤냐면!"

"....."

“북부인 남자.”

"....북부인? 확실해?"

"봐봐. 내가 놀랄 거라 했지?"


오우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소녀는 눈치 채지 못한 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살면서 북부인은 처음 봤잖아. 진짜 이야기책에 나오는 것처럼 키가 엄청 크고 머리가 검더라.”


오우지는 망치를 집었다.

하지만 손이 떨리는 바람에 다시 내려놓았다.


“뭘 입고 있었지? 기억이 나니?”

"얼핏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무슨 사제복 같은 걸 입고 있었....”


소녀는 말을 멈췄다.

그녀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설마. 설마! 오랜 지인이 그 북부인이야? 와, 대박. 할아범 북부인이랑도 아는 사이였어?”

“나가.”

“응?”

“렌.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소녀, 렌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데?"

"왜고 뭐고. 빨리 나가서 집으로 돌아가. 당분간 이쪽에는 얼씬도 하지 말고."


하지만 렌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이미 늦은 모양인데?”


쿵쿵.

공방의 문이 흔들렸다.


* * *


북부인 남자는 키가 아주 컸다.

손은 나무등걸처럼 거칠었으며, 어깨는 바위처럼 두텁고 강인했다.

검은 머리가 구불진 등은 짐승의 것처럼 억셌다.

사제복보다는 사슬갑옷이 더 어울리는 외양이다.


쿵.


남자가 한발짝 내딛자 공방 바닥이 위태롭게 비명을 질렀다.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소리.

오우지는 그가 저 널찍한 사제복 안에 수많은 쇠붙이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잠시 공방을 빙 둘러본 후, 바짝 굳어버린 노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오우지.”

“쿤···.”


한편 렌은 한껏 커다래진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쿵쿵 뛰었다.


"...말도 안 돼."


소녀의 눈은 대상의 과거와 미래를 읽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이제부터 남은 시간을.


밑줄은 살아온 시간.

윗줄은 남은 시간.


모든 사람은 전부 두 줄의 숫자를 가지고 있었다.

어릴 적, 먼 발치에서 본 위대하신 국왕 폐하도.

거리에 누워 있는 주정뱅이도.

귀족. 기사. 용병. 상인. 농부. 걸인. 깡패. 창녀.


전부.


하지만 저 북부인 남자는···.


"...이상하잖아."


렌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밑줄, 그러니까 살아온 시간부터 기묘하다.

남자는 아무리 잘 쳐줘도 이십대 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밑줄의 수치는 50년을 훌쩍 뛰어넘어 있었다.


동안이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치다.


하지만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은 윗줄이었다.


그의 남은 수명은 ‘???’로 표기되어 있었다.


‘···대박.'


강렬한 호기심이 렌의 눈동자 안에서 일렁였다.


소녀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북부인의 코앞에 떡하니 선 소녀는 손을 척 내밀었다.

오우지는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반가워요. 레니야르센이라고 해요. 편하게 렌이라고 불러도 좋아요.”

“···.”

“오우지 영감의 공방 조수로 일하고···엥?”


쿤은 대꾸하지 않고, 미묘하게 절뚝이는 걸음걸이로 렌을 지나쳐갔다.

장담하는데 렌이 남자에게 이런 취급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명백한 무시에 소녀의 귀가 새빨개진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따라붙었다.


"저기요! 사람이 말하잖아요."


눈치가 빠른 소녀는 불편한 다리가 왼쪽이라는 사실을 캐치했다.


“저기요!”

“···..”

“아니 사람이 말하면 대꾸를 해야지.”

“···.”

“야! 안 멈춰?”


'길티 플레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거칠다.

렌은 이곳을 싫어하고 부정했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이곳의 주민이었다.


"이게 진짜!"


렌은 남자의 의족으로 추정되는 발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하지만 북부인 남자는 보지도 않고 한 발짝 옆으로 걸었다.

결과적으로 렌의 발차기는 크게 빗나갔고, 그녀는 바닥으로 볼썽 사납게 자빠지는 신세가 됐다.


우당탕.

쿤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오우지. 공방에 광대를 들이는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군.”

“갸아악!”


렌은 씩씩대며 일어났다.

오우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 저! 저게 뭐라는 거야!"

"과격하지만 심성이 나쁜 아이는 아닐세. 너무 짓궂게 굴지 말게나."

"관심 없어. 물건은?"


검은 눈동자는 소란에도 불구하고 무심했다.

오우지는 난처한 기색으로 작업실을 가리켰다.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예정보다 자네가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아직 완성 전이라네.”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음···5시간이면 완성이 될 것 같은데.”

“여기서 기다리지.”

“마음대로 하게.”


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쿤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우지는 렌에게 손짓했다.


“렌. 손님이 기다리는데 좀 거들어주지 그러냐?”


렌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은빛 머리카락이 사납게 펄럭였다.


“나한테 지금 작업을 맡기면 폭발하는 의족을 만들고 말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씩씩대다가 쿤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우지는 걱정스럽게 그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렌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분노의 지분이 크지만, 호기심도 만만찮다.

그녀의 눈이 저런 모양을 할 때는 항상 사단이 일어났다.


"...."


노인은 쿤을 싫어하진 않았다.

허나 손녀딸 같은 아이와 얽히게 두기엔 꺼림칙하다.


“···그럼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던가. 괜히 손님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싫어!"


똥고집은.


오우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작업실로 들어갔다.

어차피 작업은 막바지다. 쉼없이 박차를 가한다면 3시간만에 완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른 완성품을 건네, 쿤을 공방에서 내보내는 편이 최선인 듯했다.


‘설마 그 사이에 무슨 일이야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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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불사자를 죽이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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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1.05.20 18 0 12쪽
» 시간을 보는 소녀 21.05.18 20 0 10쪽
1 후레자식 +1 21.05.17 38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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