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페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1.05.17 23:04
최근연재일 :
2021.08.03 12:35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782
추천수 :
81
글자수 :
201,882

작성
21.06.15 09:00
조회
23
추천
1
글자
9쪽

22 신화와 만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협곡 입구에 다다르자 피 냄새가 쏟아졌다. 스켈드는 고작 피 냄새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두려웠다. 천천히 입구에 도착하자 도적의 시체가 있었다. 머리가 거칠게 뜯기고 내장이 줄줄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스켈드가 절규했다. 싸울의 살인에 명예는 없었다. 명예 없는 사내였다면 살리지 않는 것을. 스켈드가 허공에 외쳤다.

”보십쇼. 당신이, 당신이 데려온 자는 한낱 늑대가 아니었습니다. 괴물이었단 말입니다!“

숲 멀리에서 도적들이 두려움에 비명 지르는 소리가 이따금 들렸고 빠르게 침묵이 도래했다.

스켈드가 괴로움에 무릎을 꿇고 귀를 틀어막았다. 저건 그저 피에 굶주린 괴물일 뿐이다. 오딘이시여, 토르시여, 티르시여! 이것이 당신들이 원하는 겁니까? 스켈드가 다시금 비명을 지르곤 바닥에 고개를 파묻었다. 스켈드의 비명이 끝나고 기나긴 침묵이 도래했다.

스켈드의 머리 위에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놀란 스켈드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파란 비늘로 뒤덮인 용이 존재했다. 마치 뱀과 같은 형상을 취했고 흰 수염이 보였다. 날개는 없었고 대신 손에 파란 구슬을 쥐고 있었다. 스켈드가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이 애타게 찾던 용임을 깨달았다. 용이 말했다.

”난 오랜 약속의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나를 원망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거라. 허나 벌어진 일은 막을 수 없다. 뢰크도 그렇게 말했겠지.“

”당신입니까? 다 죽어가는 싸울을 데려다준 게?“

용이 끄덕였다.

”명예 없는 자란 걸 알고 있었습니까?“

용이 고개를 저었다. 스켈드가 화를 내며 말했다.

”만약 저런 자인 걸 알았어도 살렸을 겁니까?“

”나에게 인간의 선악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약속을 이행할 뿐이지. 그 누구도 제대로 기억 못 하지만 말이야. 그러나“

용이 싸울이 지나간 곳을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 일은 결코 인간만의 일이 아니다. 난 모든 걸 돕지 않는다. 허나 북부에 크나큰 위협이 도래했음을 알릴 전령을 보낼 수 있겠지.“

스켈드가 말했다.

”그 전령이 누구입니까?“

”바로 너다.“

스켈드가 침묵하자 용이 말했다.

”너에게 꿈이 있지. 나를 이용해 북부를 통합하겠다는 거대한 꿈 말이야. 여자임에도 감당키 어려운 꿈이었음에도, 너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찾아냈다.“

”당신이 찾아온 것이죠.“

”너의 그 노력이 있었기에 이렇게 직접 대면한 것이다. 자 너를 부르는 이들에게 가자꾸나.“

용이 손을 뻗자 스켈드의 몸이 서서히 날아올랐다. 스켈드가 물었다.

”저를 부르는 이가 누구입니까?“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들이 사는 곳의 이름은 하나뿐이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아스가르드.“

바람이 불자 스켈드가 눈을 감았다. 한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바람에 추위가 서리지 않았다. 온몸을 감싸는 공기는 따뜻하고 감미로웠다. 귀한 포도주와 온갖 양념을 뿌려 구운 고기 냄새도 났다.

눈을 뜨자 바닥에 무지개가 보였다. 그녀가 조심스레 무지개에 발을 올렸다. 금방이라도 사라질듯한 무지개가 그녀를 허공에 띄워주었다. 스켈드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신들의 다리 비프로스트!“

하늘은 어느 때보다 맑았다. 기이하게도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방이 밝았다. 빛에 감싸일수록 몸에 힘이 넘쳤다. 용은 스켈드를 데리고 걸어갔다. 가장 먼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성벽이 둘을 반겼다. 어디에도 문은 보이지 않았다. 스켈드가 성벽에 가까이 다가가자 갑작스레 벽이 사라졌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뒤로 돌아서자 성벽은 그대로 존재했다. 신비로운 일뿐이로다.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걷자 이번엔 어디선가 술 냄새와 음악이 들려왔다. 스켈드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으나 용이 그곳을 향해 방향을 틀며 말했다.

”저들과 만나려면 연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겠구나.“

용은 연회장에서 음식과 술을 가져와 스켈드에게 줬다. 스켈드는 지금 켈란드에 난리가 날 지경인데 연회를 즐길 때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 신이라면 어떤 뜻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조용히 기다렸다.

큰 웃음소리가 들린 뒤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머리에 철 투구를 썼는데 처음 보는 뼈로 다듬은 둥근 두 개의 뿔이 보였다. 그의 머릿결은 고결한 태양의 빛과 같은 황금색이었다. 허리춤에서 긴 손잡이를 가진 해머가 눈에 들어왔다. 눈동자도 감미로운 금빛이었고 숨겨진 총명함이 번쩍였다. 그의 몸은 지금껏 만난 사람 중 가장 건장했고 키도 훤칠했다. 묘하게 낯익은 인상이었다. 스켈드는 어째서인지 낯익은지 자신에게 되물었다. 황금의 사내가 스켈드를 보고선 근엄한 표정을 짓고 다가왔다. 그러자 용이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연회는 어떻나?“

”언제나처럼 즐겁기 그지없지. 이 처녀는 누구냐.“

”자네들이 부른 스켈드라네.“

이름을 듣자 스켈드가 일어나 정중히 인사하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위대한 아스 신이시여.“

사내가 끄덕이며 악수를 권했다. 스켈드가 손을 잡자 사내가 말했다.

”손아귀의 힘이 있구나. 손가락 마디에도 힘이 넘쳐. 전사로서 기질이 있구나. 자, 내 손을 으스러뜨릴 각오로. 그래 양손을 써도 좋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보거라.“

스켈드는 자신을 시험하는 신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스켈드는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양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자연스레 온몸에도 힘이 들어갔다. 사내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사내가 스켈드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됐다. 타고나길 여인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장사로서 태어났구나. 마음에 드는구나. 자 이 술을 마시거라.“

그가 허공에 손을 뻗자 사람보다 큰 뿔잔이 나타났다. 그는 가볍게 검지와 약지를 이용해 들고 있었다. 잔을 건네받자 스켈드가 휘청였다. 선명한 금빛 술이 철렁이며 그녀의 얼굴에 쏟아졌다. 달콤한 향이 그녀를 적셨다. 놀란 사내가 뿔잔을 잡아주며 말했다.

”이런, 내가 힘을 많이 빼냈구나. 천천히 들이키거라. 이게 바로 아스 신의 총애다.“

극상의 달콤함이 스켈드의 입안으로 쏟아졌다. 술잔이 빌수록 스켈드는 혼자서도 술잔을 들고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술잔을 반쯤 비우자 알코올 기운이 온몸에 뻗었다. 입안은 향긋한 냄새로 가득 찼고 배도 빵빵해졌다. 그러나 스켈드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북부의 기골 넘치는 바이킹이라면 상대가 주는 술과 음식은 모두 먹고도 배고파야 하는 법.

스켈드가 최선을 다했고 뿔잔의 안쪽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넘치는 배부름과 알코올에 압도되어 해롱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사내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의 몸으로 여기까지 마시다니 대단하구나. 이제 좀 쉬거라.“

사내가 뿔잔을 도로 가져가 남은 술을 마셨다. 스켈드가 휘청이며 말했다.

”아스 신이시여 당신은 누구십니까?“

”투노르, 또는 도나르라 불리지.“

용이 피식 웃었다. 정신을 못 차린 스켈드는 익숙하면서 낯선 느낌을 받았다. 곧 눈을 깜빡이기 시작하자 도나르가 말했다.

”이 친구 너무 힘들어하는군. 로스크바 이리 오거라.“

도나르의 부름을 받고 쾌활한 웃음과 함께 붉은 머리를 흩날리는 미녀가 찾아왔다. 스켈드보다 키가 작았음에도 그녀는 날렵했다. 도나르가 로스크바에게 말했다.

”손님이 쉴 방으로 안내해주거라.“

말을 끝낸 도나르가 팔을 번쩍 들자 하늘에서 염소 두 마리가 이끄는 전차가 나타났다. 그는 전차에 타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로스크바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위대한 천둥이시여. 어머 어머 술을 많이 드셨나 봐요. 어떤 걸 드셨나요? 도나르님께서 직접 빗은 갈색 술인가요? 아니면 발할라의 전사들이 마시는 꿀술이었나요? 전 둘 다 마셔봤거든요.“

사방의 빛이 빠르게 움직였다. 스켈드가 어디를 걷는 거지? 라고 생각한 순간 로스크바가 말했다.

”이제 알았는데 몸에서 향기가 나요. 보통 냄새가 아닌데, 이거 사과 냄새네요? 세상에 이런 영예를 얻으신 분인 줄 모르고, 토르께선 항상 이러신다니까요? 머릿속에 돌덩어리가 들어가셔서 그런가? 종종 말씀해주시는 걸 잊죠. 제가 말이 많고 눈치 백 단에 현명하기까지 하니 망정이죠.“

스켈드가 가볍게 기침하자 주변이 환해졌다. 어느새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로스크바가 말했다.

”일어나시면 로스크바라고 어디서든 외쳐주세요. 제가 찾아갈게요. 기억 안 나시면 가장 예쁘고 빠르면서 현명한 아가씨. 라고 말해주셔도 되고요. 그럼 잘 주무세요.“

스켈드의 의식이 서서히 잠기운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잠들지 않은 정신 일부가 머릿속에서 혀가 풀린 양 중얼거렸다.

”또너르! 그래! 쩐뚱! 뽁뿡! 또르님이셨어!“

스켈드가 기나긴 잠에 빠졌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싸울 페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자분들께 올리는 인사. +2 21.08.04 38 0 -
57 5 후일담-고통 完 21.08.03 22 1 13쪽
56 4 후일담-고통 1 21.08.02 13 1 7쪽
55 3 후일담-로키의 전조 21.07.30 16 1 12쪽
54 2 후일담-방패 처녀의 여행 21.07.29 18 1 9쪽
53 1 후일담-생존자 21.07.28 17 1 5쪽
52 52 대지를 적시다. 21.07.27 14 1 6쪽
51 51 으깨기 21.07.26 12 1 7쪽
50 50 줄기 거인 21.07.23 13 1 7쪽
49 49 꼬챙이 21.07.22 12 0 7쪽
48 48 사투 21.07.21 16 1 8쪽
47 47 시작 21.07.20 12 0 7쪽
46 46 연어 21.07.19 12 1 8쪽
45 45 죽기까지 21.07.16 12 1 8쪽
44 44 붉은 도끼 21.07.15 14 1 9쪽
43 43 고심 21.07.14 13 1 8쪽
42 42 9일 21.07.13 14 1 8쪽
41 41 불 21.07.12 13 1 7쪽
40 40 살리 21.07.09 16 1 7쪽
39 39 교란 21.07.08 15 1 8쪽
38 38 숲에서 21.07.07 18 1 8쪽
37 37 구전 21.07.06 17 1 7쪽
36 36 결합 21.07.05 15 1 7쪽
35 35 정상에서 21.07.02 16 1 8쪽
34 34 산으로 21.07.01 16 0 7쪽
33 33 판결 21.06.30 15 0 10쪽
32 32 결투 재판2 21.06.29 20 0 8쪽
31 31 결투 재판 21.06.28 18 0 7쪽
30 30 이사즈리미르 21.06.25 14 1 9쪽
29 29 헤이무스 21.06.24 16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