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의 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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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
작품등록일 :
2021.05.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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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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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3화

DUMMY

淸風 之 軍師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3화





원창은 성 안의 대장간과 공방에 기별하여 화살 만들 준비를 하게 했다.


대장간에서는 풀무로 불을 지펴 쇳물을 만들었다.


수 십개의 주물들이 쇳물을 머금었다가 촉으로 굳혀 토해내길 반복했다.


공방 창고에서는 말려 둔 대나무를 모조리 꺼냈다.


성 안 사람들의 가구나 여러 물품을 만들기 위해 비축해 둔 것이었다.


공방의 장인들은 대나무를 숯불에 구워 화살대를 만들었다.


진혼은 원창과 함께 대장간과 공방을 돌며 하루에 만들 수 있는 화살 수를 헤아렸다.




“부레풀(화살에 깃털을 붙일 때 사용하는 풀)은 넉넉한데, 깃털이 부족합니다.”




원창이 장부를 넘기며 진혼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공방의 창고를 돌아보며 나오는 길이었다.




“적호군에게 사냥을 다녀오라 일러두겠습니다.”




진혼이 허리춤의 호리병을 귀에 대고 흔들며 말했다.


고주가 거의 바닥이 난 듯 병 안의 소리가 얄팍했다.




“아! 그런데 어제 저녁부터 좌장군이 보이지 않던데.


혹시 좌장군 못 보셨습니까?”




진혼이 묻자 원창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 기둥과 씨름 중 일 겁니다.”








화풍성 관영 내 마당.


마당 한쪽에 세워져 있는 목합주 앞에 문진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과 저고리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주변에는 부러진 목검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는 고개를 들어 목합주를 바라보았다.


가장자리의 곳곳이 부서져 가운데에 든 검은 쇠심이 드러나 있었다.




‘비적(鈚躍)’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뒷덜미를 낚아챈 듯이


문진의 몸이 한순간에 뒤로 이동했다.


문진은 그 상태로 검을 들어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비적(鈚躍) 반(反)’




일시적인 순간이었다.


목합주로부터 물러나는 문진의 앞으로 또 다른 문진의 모습이 나타났다.


새로이 나타난 문진은 목합주를 향해 돌진했다.




카앙!




목검이 쇠심에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문진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채 자신의 동작을 곱씹었다.




비적을 연속으로 사용하여 방향을 바꾸는 것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았다.


허나 방향을 바꾸면 본래 검에 실려 있던 비적의 힘이 줄어들었다.


변화를 주면 줄수록 검격의 위력이 떨어진다.


방책을 찾아야 했다.




문진을 땀을 식히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이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강 위의 나룻배처럼 유유히 밀려가고 있었다.








“바람이 곧······ 만나겠구나.”


진혼이 하늘의 구름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이고, 잠시만 지나가겠습니다.”




공방의 인부 하나가 달구지를 매단 소의 고삐를 끌고 지나가며 말했다.


달구지에는 대나무를 구울 때 쓸 숯이 가득 실려 있었다.


진혼과 원창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자리를 내어 주었고,


달구지는 두 사람 사이로 지나갔다.


두 사람은 공방에 머물며 화살을 만드는 것을 살피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진행이 빠르네요. 다들 손이 날랜 듯 합니다.”




진혼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회풍성 공방의 장인들은 태한 북쪽 지역 최고의 금(金)손이라 불립니다.


화살 만드는 거야 일도 아니죠.”




원창은 공방의 장인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진혼의 말에 대꾸했다.




진혼과 원창은 공방에 필요한 물자들을 확인한 뒤 공방을 나섰다.


두 사람이 공방의 대문을 넘기 무섭게 정연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온 힘을 다해 말을 치며 달려왔는지 말이 입에서 뜨거운 입김을 품었다.


정연은 말에서 내려 무표정한 얼굴로 군례를 올렸다.




“또 무슨 일인데?”




원창이 귀찮다는 얼굴로 정연에게 물었다.




“녹둔골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녹둔골? 혼족 사람이 왔다고?”




원창이 정연과 진혼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혼족이라면 변방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진혼도 아는 무리였다.




“예. 성주님을 급히 찾습니다.”


“나를?”


“지난 밤, 녹둔골이 원평군의 습격을 받았답니다.”


“!”




진혼과 원창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정연은 두 사람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관영 내 별실에 들여 놓았습니다.”


“일단 그 사람을 만나보자.”




원창과 진혼은 정연을 따라 서둘러 관영으로 향했다.


관영 내 별실 안에는 피투성의 갑옷을 입은 란쿠가 원탁 앞에 앉아 있었다.


원창과 진혼이 들어서자 란쿠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찌된 일인가? 부상을 입은 건가?”


란쿠의 피투성인 모습을 본 원창이 다급하게 물었다.




“아닙니다. 적의 말을 빼앗는 중에 작은 싸움이 있었는데,


그때 묻은 적군의 피입니다.


혹시 회풍성의 성주님이십니까?”


“그렇네. 내가 회풍성의 성주 원창일세.”


“인사드립니다. 저는 혼족의 란쿠라고 합니다.”




란쿠는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원창은 인사를 받은 뒤 란쿠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더운 물수건과 요깃거리를 가지고 오게 했다.




“원평군이 녹둔골을 습격했다니?


란과 혼족은 형제이며, 근척이지 않은가?”




원창이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정연에게 들은 이야기를


란쿠에게 다시 물었다.


이에 란쿠는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란쿠는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고, 원창의 표정은 돌덩이처럼 굳어졌다.


진혼은 란쿠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원평군이 혼족을 약탈하는 것은 그도 예상하지 못한 행보였다.


원평군.


그들은 선을 넘고 있었다.




“란의침란 때도 형제라 하여 해하지 않던 혼족을 공격하다니······.


원평군······ 그들이 정녕 란의 전사이긴 한 건가?”




원창이 탁자 위에 올린 주먹을 떨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란쿠가 양 손으로 원창의 주먹을 덥썩 붙잡았다.




“도와 주십시오.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가야합니다.”


“갈 수 없소.”




원창이 무어라 대답도 하기 전에 진혼이 먼저 말했다.


란쿠와 원창은 동시에 진혼을 쳐다보았다.


진혼은 별실 안 허공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가 봤자······ 이미 늦었소.”


“아니, 이미 늦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원창이 물었다.




“녀석들이 혼족 사람들을 잡아간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십니까?”




진혼은 조금 전보다 창백해진 얼굴로 원창을 바라보았다.




“제가 이곳까지 먼 길을 돌아오는 동안


녀석들의 무엇을 빼앗아 왔다고 했습니까?”


“설마······?”




원창이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혼은 이런 원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란쿠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원창과 진혼을 번갈아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성주님?


대체 이 분께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이런 씨람달!”




원창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으로 원탁을 내리쳤고, 그 충격에 원탁이 부서졌다.


란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혼에게 매달렸다.




“서······ 선생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시는 건가요?”




진혼의 신분을 모르는 란쿠는 나름대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어 물었다.


하지만 진혼은 란쿠의 시선을 피하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혹시 일부라도 살릴 수는 없는 겁니까?”




원창이 어금니를 깨문 채 진혼에게 물었다.




“모르겠소······.”


진혼은 고개를 떨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원창이 밖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정연과 무장한 병사 둘이 별실 안으로 들어왔다.


원창은 란쿠를 바라보며 정연과 병사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이자를 독방에 가두어라.”




원창의 말에 란쿠가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고, 진혼도 고개를 벌떡 들었다.


정연은 표정의 변화 없이 검을 뽑으며 병사들에게 란쿠를 붙잡으라고 명했다.




“성주님! 성주님! 어찌 이러십니까?


정녕 저희 마을을 도와주지 않으시려는 겁니까?”




란쿠가 병사들에게 붙들려 끌려가며 소리쳤다.


원창은 병사들에게 잠시 멈추라고 명한 뒤 란쿠의 귀에 대고 말했다.




“원평군은 녹둔골의 사람들을 마수들의 먹이로 삼기 위해 끌고 갔네.”




원창의 말에 란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 달려간다 한들 그들의 죽음은 막을 수 없어.


그러니 당분간 이곳에 얌전히 머무르고 있게.”




말을 마친 원창은 뒤 정연에게 데리고 나가라고 눈짓을 했다.


란쿠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병사들의 손에 끌려갔다.


병사들이 나간 뒤 원창은 엉망이 되어버린 별실 안 한쪽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진혼은 이런 원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 혼자 구하러 가겠다고 나설까봐 가두었습니다.


저 놈 마저 죽으면 끌려간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해질 것 같아서요.”


“압니다.”




원창의 말에 진혼은 부서진 탁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짧게 답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 아무런 말 없이 별실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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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1화 21.12.16 52 2 8쪽
8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0화 21.12.13 68 1 10쪽
7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9화 21.08.13 100 2 8쪽
7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8화 21.08.11 95 2 8쪽
7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7화 21.08.09 80 1 8쪽
7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6화 21.08.06 84 2 8쪽
7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5화 21.08.04 86 1 7쪽
7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4화 21.08.02 93 2 8쪽
7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3화 21.07.30 99 1 8쪽
72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2화 21.07.28 104 1 7쪽
7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1화 21.07.26 121 2 7쪽
7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0화 21.07.23 122 2 8쪽
6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9화 21.07.22 106 1 8쪽
6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8화 21.07.20 112 1 10쪽
6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7화 21.07.19 111 1 7쪽
6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6화 21.07.16 123 2 8쪽
6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5화 21.07.15 122 0 10쪽
6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4화 21.07.13 123 3 8쪽
6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3화 21.07.12 121 5 9쪽
62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2화 +2 21.07.09 161 3 9쪽
6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1화 21.07.08 131 3 9쪽
6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0화 21.07.07 137 3 8쪽
5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9화 21.07.06 135 4 8쪽
5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8화 21.07.05 134 4 8쪽
5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7화 21.07.02 141 4 8쪽
5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6화 21.07.01 155 5 10쪽
5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5화 +3 21.06.30 161 4 9쪽
5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4화 21.06.29 151 5 10쪽
»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3화 21.06.28 15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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