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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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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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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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로또의 미소 (23)

DUMMY

제 6열 38 33 45 44


229 4 5 9 11 23 38

230 5 11 14 29 32 33

231 5 10 19 31 44 45

232 8 9 10 12 24 44


“여섯 번째 열은 33 38 45 44인데 그 중 38 45 44 패턴을 찾았더니 그렇게 나왔습니다.”

“야, 이거 중구난방이네.”

“그래서 여섯 번째는 복불복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정리를 해 보지.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정한 다섯 개의 숫자가 4 6 13 17 28이고 마지막 여섯 번째가 문젠데.”

“결국 생각 끝에 다음숫자 중 45를 초과하는 숫자가 포함 된 것은 일단 지웠습니다.”


제 6열 38 33 45 44


<메가밀리언즈>

234 11 12 28 29 45 35

235 5 15 27 44 47 7

236 9 13 21 23 41 17

514 3 27 31 45 47 3

515 11 12 21 39 44 1

516 4 5 9 26 42 20

<파워볼>

77 8 39 43 45 49 13

78 1 4 20 25 44 5

79 3 12 19 35 42 21

434 10 15 27 43 45 31

435 23 36 42 44 46 33

436 7 8 14 17 32 15

847 8 15 16 45 51 11

848 24 36 44 46 53 18

849 9 12 16 23 43 37


“가만 그렇게 무조건 버릴 것만은 아닌 것 같아. 여기 지운 것을 보니까 30번 대도 있고 40번대 중 45보다 작은 숫자가 있는 것도 있어. 그런데 40번은 어떻게 정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기에 여섯 번째엔 40번대가 많이 나온 것을 보고 그냥 제일 앞 숫자인 40을 선택한 거죠.”

“그건 박과장 감이네. 그런가?”

“그렇죠. 그런데 지금까지 전 감으로 해 본 적이 없어. 좀 찜찜합니다.”

웅창은 그냥 박과장의 선택을 밀어 붙일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어딘지 성의가 없는 것 같아 마지막 번호에 대한 검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잠깐 있어봐.”

“저, 팀장님.”

“응?”

“우리 점심이나 먹고 하죠.”

시계를 보니 어느새 12시를 넘어 오후 1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벌서 시간이 이렇게 됐나?”

“저도 조금 전에 알았습니다.”

그제야 웅창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날을 꼬박 샌 재학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난 한번 뭐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게 탈이야. 박과장 밤샌 것을 깜박했네.”

“아닌 게 아니라 이제 정말 노곤하네요.”

“점심 먹고 박과장은 눈 좀 붙여. 그동안에 난 여섯 번째 숫자를 만들어 볼 게.”

“그래도 되겠습니까?”

“되고 안 되고 가 어디 있어? 여긴 박과장 집인데.”

“그래도 어른 일하시는데 젊은 놈이 누워 있기가 좀.”

“아유 괜찮아. 별 소릴 다하네.”

“그럼 전 나가서 점심 준비하겠습니다.”

재학이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웅창은 노트북을 열고 엑셀 시트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여섯 번째 열 자료 중 제일 마지막 번호들만 추출했다.


메가 회차 1st 2nd 3rd 4th 5th 6th 파워 회차 1st 2nd 3rd 4th 5th 6th

135 11 19 25 34 47 10 79 3 12 19 35 42 21

236 9 13 21 23 41 17 436 7 8 14 17 32 15

516 4 5 9 26 42 20 544 4 17 34 48 52 10

574 7 16 20 40 52 8 560 12 30 41 45 52 35

589 5 26 35 43 50 4

714 13 15 25 26 46 28

748 22 23 26 44 47 12

832 6 7 36 51 53 17

849 9 12 16 23 43 37


그런 다음 각 숫자의 개수를 계산했다.

번호 1 2 3 4 5 6 7 8 9 합계

횟수 0 0 1 3 2 1 3 2 3 15

번호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횟수 2 1 4 2 1 2 2 4 0 2 20

번호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횟수 2 2 1 3 0 2 4 0 1 0 15

번호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횟수 1 0 1 0 2 3 1 1 0 0 9

번호 40 41 42 43 44 45

횟수 1 2 2 2 1 1 9


‘40번 대의 출현빈도가 안정적이긴 하군.’

물론 40번 대는 다섯 개밖에 없어 그럴 수도 있지만 중간 중간에 0이 끼어있는 다른 번호 대에 비해 훨씬 안정된 빈도를 나타낸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럼 박과장 말대로 40번 대가 맞는 건가?’

그때 밖에서 재학의 목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식사하세요.”

“어, 그래. 금방 나갈 게.”

웅창은 파일을 저장하고 주방으로 갔다.

“박과장.”

“네.”

“그냥 40번으로 가자.”

“팀장님도 그것이 끌리시는가 보군요?”

“그 보다 내가 조금 전 통계를 내 봤는데.”

“통계요?”

“응. 여섯 번째 열 데이터 중 제일 마지막회 번호만 추려서 해 봤는데 다른 번호 대는 안 나온 것도 있고 해서 예측이 힘들더군. 그런데 40번 대는 아주 안정적이었어. 그 중에 40번하고 44번 45번이 한 차례씩 나왔고 41번 42번 43번이 두 차례씩 나왔어.”

“전 거기까진 미처 파악 못했습니다.”

“그래서 난 그걸 이렇게 해석했어. 몇 개 안되는 데이터에서 두 번씩 나온 번호가 또 나온 다는 건 확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지.”

“그건 그렇죠.”

“결론은 40 44 45 중 하나인데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그것이 어렵단 말야.”

“팀장님 그냥 40번으로 가죠. 내일이 토요일인데 만약 틀린다고 해도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다시 도전하죠 뭐.”

“독두씨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마음에 들지 않는 독두이었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준 직감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웅창은 독두에게 전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기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고 그가 했던 소행 또한 괘씸하여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쯤 이번 주 번호 추출하고 있겠죠.”

“하긴. 그동안 당첨지역을 보니까 수지에서 나온 적은 없었어.”

“팀장님 다 드셨습니까?”

“응.”

재학이 김치와 반찬들을 냉장고에 넣는 사이 웅창은 빈 그릇들을 싱크대로 옮겼다.

“그냥 두세요.”

“한 끼 얻어먹었는데 나도 밥값은 해야지.”

싱크대로 빈 그릇들을 옮긴 웅창은 설거지를 하려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때 그것을 본 재학은 황급히 웅창을 말렸다.

“아이고 팀장님 뭐 하십니까?”

“아냐 부인이 출장 갔다면서. 올라오면 피곤할 거야.”

“글쎄 그냥 놔두세요. 이따가 제가 할 테니까.”

재학은 웅창을 주방에서 밀어냈다.

작은 실랑이가 끝나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웅창과 재학은 여섯 번째 번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팀장님 그냥 40번으로 가죠.”

“박과장은 40번이 마음에 드는가 보군.”

“그게 아니라. 실은.”

재학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실은 뭐?”

“아무튼 그냥 40번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웅창은 재학이 뭔가 감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저토록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확신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이렇게 해. 이번에 세 개를 만드는 거야. 다섯 개 숫자는 그대로 두고 여섯 번째 숫자만 40번 44번 45번으로 각각 넣어보는 거지.”

“그러면 되겠군요. 그렇게 간단한 걸 왜 고민했을까요?”

“박과장도 저점 늙어간다는 얘기야.”

“저 아직 젊습니다.”

재학은 웃으며 방에서 로또 용지 두 장과 수성 펜 두 자루를 들고 나왔다. 숫자 여섯 개 마킹을 끝내고 그것을 바라보는 웅창의 마음엔 또 다시 감회 같은 것이 느껴졌다,

“박과장 참, 이상하네.”

“뭐가요?”

재학은 마킹을 끝낸 용지를 반으로 접으며 웅창을 바라보았다.

“실은 오늘 아침 박과장 전화 받고 오는데 이상하게 감회가 느껴지듯이 속에서 울컥 하는 거야.”

“그래요?”

“응. 그런데 지금 이걸 보고 있으니까 또 그러네.”

“혹시 그거 예감 아닐까요? 무슨 계시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

“전 이번에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

“네. 사실 그동안 이렇게 마킹하고 나서 이렇게 기분 좋은 적이 없었습니다.”

재학의 말을 듣고 용지를 보는 웅창의 마음은 덤덤했다.

“아무리 봐도 모양도 좋고 뭔가 꼭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드는데요?”

“만약 같은 번호로 다섯 개 모두 찍으면 어떻게 될까?”

“그럼 다섯 배를 주겠죠. 그야말로 배팅이나 다름없죠.”

“로또에도 그런 게 있나?”

“있겠죠. 옛날에 회사 다닐 때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로또를 사면서 번호를 찍었는데 점원이 잘못해서 5개가 모두 같은 번호로 찍혔지 뭡니까? 그런데 그 번호가 5등에 당첨된 거예요. 그걸 마트에 가져갔더니 5천원어치 찍어 주던데요?”

“만약 이것이 그렇게 되면 그동안 허탕 친 거 한꺼번에 보상 받는 거지. 제발 잘 되면 좋겠는데.”

“팀장님 잘 될 겁니다. 저야 딸린 식구래 봐야 집사람 밖에 더 있습니까? 그동안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잘 돼야죠.”

웅창은 한숨을 내쉬며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부인 오실시간 안됐나?”

“맞습니다.”

“그럼 나 갈 게.”

그때 재학의 핸드폰이 컬러링을 토해냈다.

“응. 나야.”

재학이 전화를 받는 동안 웅창은 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 거기 있다고? 알았어. 금방 출발할 게.”

재학은 전화를 끊고 안방으로 들어가 외출을 준비했다. 그 사이 나갈 준비를 끝내고 거실로 나온 웅창은 재학을 찾았다.

“박과장. 어디 있어?”

“잠깐만요. 팀장님.”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안방에서 나오는 재학을 본 웅창은 로또를 사려고 나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로또 사러 가려고?”

“그것도 있고 지금 집사람이 처가에 와 있다고 거기로 오랍니다.”

“처가가 어딘데?”

“군포입니다.”

“나하고는 길이 다르네.”

“차가 있으면 군포까지 같이 가면 좋은데 집사람이 출장가면서 갖고 가서요.”

“별소릴. 요즘 기름 값이 얼만데. 부인처럼 일하는 사람이 써야지. 자, 그럼 출발할까?”

“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마침 재학이 타야 할 버스가 도착해 있었다.

“박과장 버스 왔어. 어서 타.”

“네. 그럼 저 먼저 가겠습니다.”

재학은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향해 뛰었다. 겨우 버스에 올라 탄 재학은 차창 밖으로 손으로 흔들며 사라졌다. 그런데 그런 재학을 보는 웅창은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들어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내 마트에 들를 생각을 했던 웅창은 오랜만에 식구들 먹을 간식을 사야겠다는 생각에 슈퍼로 발길을 돌렸다. 슈퍼에서 간식거리와 삼겹살을 바구니에 담고 계산대 앞에 선 웅창은 마침 점원 옆에 있는 로또 판매기가 눈에 띠자 계산을 끝내고 마킹해 놓은 로또 용지를 꺼내 점원에게 건넸다. 슈퍼에서 나와 영수증을 손에 든 웅창은 남들이 보건 말건 그것을 보서 걸었다. 그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웅창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준수를 발견했다.

“아버지 이제 오세요?”

준수가 다가왔지만 웅창은 영수증이 손에 있다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다.

“응. 이제 오니?”

“네. 어? 아버지 로또 사셨어요?”

“응?”

그제야 손에 영수증이 들려 있다는 것을 안 웅창은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한번 사봤다.”

“어디 한번 봐요.”

준수는 웅창이 건넬 틈도 주지 않고 손에서 영수증을 빼냈다.

“야, 번호 좋다. 아버지 이거 꼭 대박일 것 같은 데요?”

“대박은 무슨, 로또가 아무한테나 떨어지는 거냐? 하늘이 점지해 주는 거지. 이리 내라.”

웅창은 영수증을 뺏어 안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집을 향했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준수의 넉살은 그때까지 덤덤했던 웅창의 기분을 180도 전환시켜 주었다.

“그거 이리 주세요. 무거우신 것 같은데.”

“놔둬. 네 가방도 가벼워 보이진 않는다.”

“아녜요. 이건 어깨에 메면 돼요. 이리 주세요.”

준수는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웅창의 손에 들린 슈퍼 비닐봉지를 뺏어들었다.

“녀석하고는. 요즘 학교 다니기 괜찮니?”

“괜찮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학교라는 게 늘 그렇죠.”

“아버지가 장학금 받으라는 얘긴 안 할 테니까 최소한 A나 B플러스는 되도록 해.”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학기말 시험만 잘 보면 2학기 때 장학금 받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네. 오늘 교수가 그러는데 이번 시험 준비 잘하래요. 중간시험 결과가 좋아서 이번 시험만 잘 보면 충분할 거랬어요.”

“이제야 네가 제 구실 하려나 보다.”

“아버진. 그래도 그동안 B는 유지했어요. 다만.”

“다만.”

“그게 좀 턱걸이라서 그렇지.”

“허허. 네가 그러면 그렇지. 아무튼 이번에 한번 기대해 볼 게.”

그 사이 아파트에 도착한 웅창과 준수가 막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는 순간 이번엔 은진이 목소리가 들렸다.

“준수야 기다려.”

잠시 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진이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웬일들이냐? 엄마가 알면 자기만 빼고 우리끼리 외식하고 오는 줄 알겠다.”

“한번 그래 볼까?”

“은진이 너 그러다 엄마한테 찍힌다. 너 옛날에도 한번 그래 갖고 한동안 엄마 삐졌던 거 기억 안나?”

“그래도 재미있었잖아요.”

“누난 애들처럼. 그만둬.”

“아냐. 아빠하고 준수 넌 가만있어. 나중에 수습은 내가 할 테니까.”

그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내린 은진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

“여보.”

웅창과 준수 그리고 은진이 여기저기 둘러보는 사이 현관 문 여는 소리가 나더니 아내 지화가 들어왔다.

“어디 나갔었어?”

“쓰레기 버리러 갔었어요. 어머. 웬일들이예요? 이렇게 한꺼번에 들어오고.”

“응. 엄마. 우리 저녁 먹었어.”

“언제?”

“마침 들어오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동시에 만났지 뭐야. 그래서 이왕 만난 김에 그렇게 하자고 했지.”

“그럼 나만 빼고?”

“어머! 엄마 미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은진은 속으로 재밌어했지만 그것을 보는 웅창과 준수는 조마조마했다.

“알았어. 그럼 저녁은 나 혼자 먹어야겠네.”

지화는 말이 끝나자마자 휙 돌아서 주방으로 가버렸다.

엄마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안 은진은 빙긋이 웃으며 지화의 뒤로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

“아이고 우리 엄마 삐졌다. 호호호.”

“안 삐졌어.”

하지만 이미 말투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

“엄마. 거짓말이야. 거짓말. 그걸 믿었어?”

지화는 그제야 돌아섰다.

“정말이야?”

“응. 엄마 놀려주려고 한번 그래봤는데 역시 약발이 잘 먹히네.”

“여보.”

“응?”

그때까지 눈치만 보고 있던 웅창은 갑작스럽게 부르는 소리에 섬뜩함을 느꼈다.

“당신도 그렇지 애들이 그러면 말렸어야죠.”

“그게 말이지. 은진이가.”

“아무튼 똑같아. 똑같아.”

그제야 화가 풀린 아내의 얼굴을 본 웅창은 엉뚱한 말로 그 순간을 모면했다.

“야, 그러보니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오랜만이다. 그렇지? 준수야.”

“네? 아, 네. 그러게요. 저 씻고 올 게요.”

얼떨결에 박자를 맞춘 준수는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다.

“얼른 씻고 와요. 지금 사골 끓이고 있으니까. 금방 저녁 차릴 게요.”

“은진이 너도 씻어라.”

“호호호. 아빠 겁먹었었죠?”

“겁은 무슨. 나도 씻고 올 게.”

서둘러 안방으로 들어가는 웅창의 뒤에서 아내 지화의 어처구니없어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즐거운 집안 분위기 때문일까? 준수 덕에 덤덤함에서 벗어나서 일까? 식구들과 저녁을 먹는 웅창은 만찬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섣부르긴 하지만 어쩐지 이번엔 예감이 좋은데?’

늦은 밤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웅창은 담담하게 잠을 청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난번 네 얘기 듣고 많이 뉘우쳤다. 그땐 형제간에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 얘긴 왜 또 꺼내세요?”

“그런데 네 얘기 듣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형제간의 의리도 중요하지만 나 하나 믿고 의지했던 식구들을 책임지는 게 우선이라는 것을 그땐 몰랐다. 어쨌든 미안하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아버지 어디 가세요? 자꾸 그런 말씀을 하시게. 오랜만에 오셨는데 담배 한 대 안 피우세요?”

아버지는 웅창이 건네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녀석. 그래도 애비가 담배 좋아하는 건 잊지 않았던 게로구나.”

“아버진.”

웅창은 갑자기 눈물이 글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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