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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벨 흡입하는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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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박무창
작품등록일 :
2021.05.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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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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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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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DUMMY

지상으로 올라온 몬스터가 인류에게 위협적이었던 건 이미 과거의 일이다.

당시 검과 마법만으로 대항하던 인류는 몬스터의 압도적인 힘에 패배하고 지상의 반절 이상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몬스터가 출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지에서 영웅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초월적인 능력으로 겨우 인류를 존속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과거 인류를 지탱해 준 영웅들을 대신하여 헌터라는 직업이 생겨났다.

한 마법사가 오랜 연구 끝에 발명한 각성석은 일반인에게도 레벨을 부여하여 하루아침에 숙련된 병사 못지않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각성석을 부여받은 자들은 헌터라 불리며 몬스터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헌터가 각광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난 영웅들이 더 좋아.’


신이 내린 열두 가지 시련을 이겨낸 알케이.

전설 속의 황금 양털을 찾아낸 제아스.

배 한 척으로 수백 마리의 몬스터와 싸워 이기고 대륙을 지켜낸 리슨.


이름도 없는 마을의 평범한 소년인 카닌은 그들의 업적을 읽을 때마다 흥분에 밤잠을 설치고, 잠들기 전까지 영웅이 된 자신의 모험을 상상했다.

그러나 카닌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꿈을 마냥 좋게 볼 수 없었다.

꿈속에서도 영웅이 되어 활약하는 아들을 보며 건강하게 자라주는 고마움과 동시에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 전부가 아들을 영웅으로 칭송하게 되더라도 어머니인 그녀에게는 아들의 안전이 훨씬 중요했으니 말이다.


“여보, 카닌 말이에요. 커서도 저러지는 않겠죠?”

“뭘 그렇게 걱정하고 그래. 아직 어린 애잖아.”

“당신도 참! 나중에 헌터라도 되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냥 우리처럼 농사나 지으면서 평화롭게 살면 될 텐데....”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철들면 달라질 거야.”


아이는 성장하면서 변한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느끼고, 받아들이며 어른이 되는 것이다.

어렸을 적의 꿈을 이룬 아이가 몇 없듯이, 카닌의 부모는 카닌이 성장하면 그 꿈도 퇴색될 것이라 여겼다.


카닌은 매일 같이 부모님을 도와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꾸준히 목검을 휘두르며 단련했다.

해가 지면 지붕 위에 올라가 달빛 아래에서 책을 읽었다.

마치 지금이 자기 인생의 절정이라는 듯 매일같이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

하지만 카닌의 성장이 이야기 속 영웅들처럼 극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농민의 빈약한 식단은 카닌의 근육을 제대로 성장시켜주지 못하였고, 기억력도 좋지 못하여 아무리 공부해도 다음 날이면 대부분 잊어버리고 말았다.

노력의 결과는 항상 미비했다.

그리고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일은 좌절만을 낳는다.

카닌도 그런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찬란히 빛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포기하고 싶어져도 눈만 감으면 그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영웅담이 카닌을 멈추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근력을 얻지 못하면 체력이라도 기르자.

한 번에 못 외우면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자.

그렇게 무식하게 노력할 줄밖에 몰랐던 카닌은 하루하루를 악착같이 정진하였고, 어느새 16세가 되었다.


@@@


떠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한 소년이 파도치는 갈대밭을 가로지른다.

검은 머리에 왜소한 체격을 가진 그 소년은 일반적인 마을 소년으로 보였다.

소년은 낡은 수레를 끌고 있었다.

자신의 몸집보다도 더 커 보이는 수레였지만, 소년은 힘든 기색도 없이 나아갔다.


“이쯤이려나?”


소년, 카닌은 수레를 세우고 나아가 무릎까지 자란 갈대를 묶어서 고리를 만들었다.

고리는 발이 걸려 넘어지기 좋게 적당히 크고 튼튼하게 묶였다.

그다음엔 여섯 발자국 나아가 땅에다 말뚝을 박아넣고, 튀어나온 말뚝을 나이프로 날카롭게 깎아내면 준비는 끝난다.


준비를 마친 카닌은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어 망원경처럼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원 안에는 갈대숲 너머에 홀로 서성이는 존재가 보인다.

며칠 전부터 카닌이 노리던 녀석이다.

자연스레 카닌의 입가에 호가 그려졌다.


E급 몬스터. 오크.

가죽은 값싼 의류로 쓰이고, 고기는 식용으로 쓰이며, 고환은 정력제로 쓰인다.

오크는 성인 남자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몸집에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리가 짧고 발굽이 좁아서 움직임은 둔한 편이다.


카닌은 머릿속에서 몬스터 도감을 펼쳐보며 오크에 관한 내용을 되새겼다.

동시에 훼손시켜선 안 되는 부위도 떠올렸다.


‘저 수박만한 불알만큼은 꼭 챙겨가자.’


E급 몬스터 앞에서 카닌은 생존이 아니라 사타구니 사이에서 흔들리는 고환의 크기를 재고 있었던 것이다.

몬스터는 각 등급에 따라서 난이도가 달라진다.

일반 성인 한 명이 겨우 쓰러뜨릴 수 있는 F급부터 등급이 하나 올라갈 때마다 필요한 성인 남성의 수는 10배로 늘어난다.

E급 몬스터인 오크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는 일반 성인 남성 10명이 필요한 것이다.


“에휴... 헌터가 되면 좀 더 쉽게 사냥했을 텐데...”


헌터 시험은 17살부터 볼 수 있었기에 카닌은 아직 일반인에 불과했다.

일반인이 아무리 단련했다 하더라도 레벨이 없는 이상 몬스터의 사냥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카닌은 돌팔매를 돌려 돌을 던졌고, 멀리 떨어진 오크의 미간에 정확히 명중시켰다.

갑작스러운 돌팔매질에 분노한 오크는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을 비웃는 인간을 찾아냈다.

오크는 카닌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멧돼지처럼 발로 땅을 골라 돌진할 준비를 했다.


“왜 그렇게 흥분해? 발정이라도 났냐?”

“꾸히히히잇!”


카닌의 도발에 제대로 걸려든 오크는 그대로 카닌을 향해 돌진했다.

지면을 울리며 덮쳐오는 몬스터 앞에서 카닌은 아무렇지도 않게 허리춤에 찬 낫을 꺼내 들었다.

벼를 벨 때나 쓰는 농기구가 카닌이 지닌 유일한 무기였다.


오크는 가소로운 인간 따위 묵사발을 내주겠다는 듯이 양팔을 겨누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갈대숲에 들어서자마자 카닌이 만들어둔 고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카닌이 정성스레 깎아둔 말뚝에 가슴을 찔렸다.


쿠우우웅.


넘어진 오크의 왼쪽 가슴을 중심으로 피가 퍼져나간다.

카닌은 승리를 기뻐하며 오크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아직 자축하기에는 일렀었다.


“구훅. 구훅. 꾸후이익!”


오크가 다시 일어난 것이었다.

오크는 가슴에서 피를 흘리고는 있지만 카닌의 계획과 달리 심장을 관통당하지는 않았다.

오크의 가죽이 생각보다 두꺼웠고, 카닌이 깎아둔 말뚝이 예상보다 날카롭지 못한 것이었다.

핏발선 오크의 두 눈이 카닌을 담아내자 그 빛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어... 이게 아닌데...”


계획이 틀어지자 카닌은 조금 당황하는 듯 보였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고 달려드는 오크와 마주했다.

오크의 오른손 주먹이 카닌을 후려치기 위해 뻗어진다.

그 묵직한 주먹은 왜소한 카닌에게는 스치기만 해도 살점을 깎아낼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러나 카닌은 재빠르게 자세를 낮추어 오크의 주먹을 피하였고, 튕기듯이 달려가 낫으로 오크의 골반을 베고 지나갔다.


카닌이 들고 있는 것이 헌터 장비였거나, 그에게 레벨이 있었더라면 이 시점에서 승부가 갈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딘 낫으로는 오크의 가죽에 생채기만 새길 뿐이었다.

오크에게 입힌 상처를 확인한 카닌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장 낫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할만하지.”


@@@


밤늦은 시간에서야 집에 도착한 카닌은 오크가 실린 수레를 창고에 넣어두고 적당히 거적으로 덮어놓았다.

어차피 이곳에 도둑은 없다.

작은 마을에 듬성듬성 위치한 집 그 어느 곳에도 연기가 피어오르거나 불빛이 보이는 곳조차 없었다.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서 잘 만들어진 석상이 서 있을 뿐이었다.


5년 전 카닌이 삼촌의 일을 돕기 위해 마을을 나가 있는 사이 마을에 몬스터가 출몰한 적이 있었다.

몬스터의 이름은 메두사로 어째서인지 사람들을 돌로 만들기만 하고 사라졌다.

카닌 말고도 마을에 닥친 재앙을 피한 사람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메두사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며 마을을 떠나갔다.

지금 마을에 남아있는 것은 카닌을 포함하여 단 두 명뿐이다.


카닌이 현관에 들어서자 소파에 누워있는 두 번째 마을 주민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어서 와라. 늦었구나.”


들을 때마다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말이었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전혀 다른 인물이다.


“배고프니 빨리 밥 차려라.”

“저기... 레비아, 약속대로 한 달이 지났는데... 이제 슬슬 나가주면 안 될까?”

“아직 상처가 덜 나았다. 빨리 밥이나 줘라.”

“멀쩡하게 걸어 다녔잖아. 저번 달에도 그렇게...”

“안 나았다. 계속 그러면 두 달 동안 납치되었다고 신고한다. 처신 잘하라고.”

“저 악마 같은 년...”

“훗, 꼭 틀린 말도 아니군.”


약 두 달 전, 카닌은 여느 때처럼 사냥한 몬스터를 팔고 돌아오던 길에 한 여성과 만났다.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 웨이브 진 하늘색 단발에 금색 눈을 가진 여성은 상처투성이 몸으로 길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카닌은 영웅 심리로 그녀를 집에 데려왔고, 성심성의껏 보살펴주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여성은 의식을 되찾고, 곧장 떠나려 했지만, 카닌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만이라도 이곳에 머물도록 설득했다.

여성, 레비아는 그 설득에 못 이겨 한 달만 신세 지기로 한 것이었다.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과 혼자가 아닌 저녁 식탁에 들뜬 카닌이었지만, 레비아의 엄청난 식성에 지금껏 모아둔 돈이 바닥을 드러내게 되자,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게 되었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법 없다고 배우긴 했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아직 멀었냐. 배고파서 현기증 난다.”

“부엌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채! 잠깐. 야, 레비아! 여기 숨겨둔 훈육 어디 갔어?”

“먹었다.”

“10kg 짜리 훈육을 혼자 다 처먹으면 어떻게 해!”

“뭐, 어떠냐. 고기야 다시 사냥하면 되는 거 아니냐.”

“네가 하라고 임마!”

“아~ 상처가 쑤신다~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상처가 쑤신다~”


레비아의 계속되는 횡포에 카닌은 이를 갈면서 과거의 영웅들은 어떻게 대처했을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 어떤 영웅도 빈대 붙어사는 여자로 고민하지는 않았다.

카닌은 하는 수 없이 오늘 잡은 오크 고기로 스프를 끓였다.


“오크인가. 이 녀석은 고환이 제일 맛있는데 안 보이는구나.”

“절대 안 돼! 그것까지 먹으면 우리 굶어야 한다고.”

“쳇. 그럼, 어쩔 수 없지.”


누군가와 식사하는 것도,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며 대화하는 것도 싫지 않은 일이었다.

같이 있는 동안은 외로움을 잊게 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생활고에 쫓기기는 해도 혼자서 먹을 때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지는 식탁이었다.

레비아와의 식사는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먹던 저녁을 떠올리게 해주었던 것이다.


카닌은 아직도 영웅이 된 자신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헌터 자격증을 딸 것이다.

헌터 자격증이 생기면 각성석을 부여받아 자신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몬스터를 잡아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각성석은 기사가 되는 것으로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카닌은 이야기 속 영웅들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여행하다 보면 분명 마을 사람들을 원래대로 만들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과를 마친 카닌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오늘도 변함없이 어렸을 적부터 꿈꾸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잠들었다.

언젠가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꿈을 꾸면서 말이다.


@@@


“앞으로 몇 년간은 풍년이 계속될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안도하셔선 안 됩니다. 풍년이 지난 뒤에 곧바로 극심한 흉년이 이어질 거예요. 곡식을 저장해두지 않으면 기근에 시달리게 되겠지요.”


수면 위에 이는 물결처럼 퍼지는 소녀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을 넘긴 소녀의 말에는 영주조차 아무런 이견 없이 따를 뿐이었다.

그건 소녀의 말이 반드시 일어나는 예언이었기 때문이다.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소녀의 말은 절대적으로 이루어질 운명이다.

소녀의 이름은 아델.

트라실의 대성당에 신의 계시를 전하는 성녀이다.

아름다운 금발에 신이 조각한 것 같은 외모를 지닌 소녀였지만, 표정은 항상 무표정인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런 아델도 어느 한 인물 앞에서만은 그 나이 때에 어울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서 와요. 카닌.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제가 쿠키를 구웠는데 드셔보시겠어요?”


성당에서 아델을 지키는 병사들도, 그녀를 가르치는 사제도, 시중을 드는 수녀들도, 그 누구도 보지 못한 아델의 표정 변화가 고기를 납품하러 오는 소년의 행동 하나하나에 너무도 쉽게 드러난 것이었다.

국가의 중진 중 한 명인 그녀가 평민인 카닌에게만 이토록 마음을 허락하는 이유는 어쩌면 신의 계시와 연관된 것인지도 모른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은연중에 그런 소문이 퍼졌고, 그랬기에 성당을 지키는 병사들은 카닌의 출입을 제한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델이 카닌을 반기는 이유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아델은 성녀라고 불리지만 사실 신앙심 따위는 없었다.

다른 신자들처럼 존경하지도, 사랑하지도, 따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증오하고, 혐오하며, 경시한다.

그녀가 믿고 기다리는 건 오직 한 남자뿐이었다.


“카닌.”


아델은 그만이 자신을 이 역겨운 운명에서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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