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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벨 흡입하는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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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박무창
작품등록일 :
2021.05.20 11:39
최근연재일 :
2021.07.30 06:3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9,346
추천수 :
325
글자수 :
348,774

작성
21.05.21 10:34
조회
647
추천
32
글자
13쪽

2화

DUMMY

다음 날, 카닌은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마을을 나서려 했다.

왕국의 수도인 트란실에 가서 오크를 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이없는 광경에 걸음을 떼지 못하고 수레 위를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오크를 실은 수레는 거적으로 덮여 있었지만, 굴곡이 뚜렷하여 언뜻 봐도 흉흉한 인상이 들었다.

흘린 피도 적지 않아 비릿한 냄새 또한 무시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런 곳에 사람이, 그것도 나이 찬 여성이 드러누워 있었다.

오크의 사체 위라는 것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죽은 오크의 배를 베개 삼아서 말이다.

카닌이 레비아의 횡포를 못 참고 그녀가 자는 사이에 그녀를 내다 버리려 한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레비아 스스로 수레에 올라타 있었던 것이다.


“레비아? 거긴 왜 올라가 있어?”

“도시에 가는 거 아니냐? 나도 데려가라.”

“아니! 가던가 말던가는 상관없고, 내려서 걸으라고! 오크만 해도 무거워죽겠단 말이야!”

“걷기 귀찮다. 한숨 잘 테니 도착하면 깨워라.”


‘진짜로 버리고 올까?’


“하~아, 됐다. 그냥 운동한다고 생각하지 뭐.”


제멋대로인 그녀 때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카닌이었지만, 한숨 한 번 내쉬고는 묵묵히 수레를 끌었다.

오늘도 날씨는 맑고 화창하다.

먹구름이 조금 낀 것 같지만, 금방 지나갈 구름이었다.

카닌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런 감상을 하며 마음을 추슬러 보았다.


“재수 없는 날씨군.”


카닌의 감상과는 반대로, 레비아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렇게 읊조리며 카닌의 기분을 잡쳐주었다.


@@@


마을에서 트란실까지는 세 고개를 넘어야 하기에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몇 번이고 오간 카닌에게는 이미 익숙한 길이었다.


‘그러고 보니...’


카닌은 문득 두 달쯤 전에 이 길에서 레비아를 만난 일을 떠올렸다.

어째서 그렇게 상처 입었는지.

어디서 왔는지.

자신과 만나기 전에는 무엇을 했는지.

레비아는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엇하나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카닌은 레비아라는 이름 이외에는 무엇하나 알지 못했다.

서운하냐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말하지 않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녀가 가끔 보이는 수심 가득한 표정이 신경 쓰일 뿐이었다.


점심쯤 되어서야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 성문에서 카닌은 경비에게 신분증을 내밀고, 수레를 덮은 거적을 조금 들춰내는 것으로 방문 목적을 밝혔다.

검문이 까다롭지는 않았기에 그 이상 번거로운 일은 없었다.


카닌은 별 일없이 성문을 지났고, 성문을 지나자마자 갑자기 수레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카닌은 무심결에 뒤돌아보았고, 그곳에는 수레에서 내려 엉덩이를 터는 레비아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까지군. 앞으로는 볼 일 없을 테니 그리 알아라.”

“뭐?!”


레비아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한 뒤, 카닌에게 등을 돌렸다.


“잠깐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일이 생겼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말에 카닌은 할 말을 잃었고, 레비아는 그런 카닌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나갔다.

항상 제멋대로인 그녀다운 행동이었다.

카닌은 당혹감이 앞서고 적지 않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카닌에게 그녀를 잡을 구실은 없다.

카닌은 홧김에 품 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레비아에게 던졌다.

그녀의 뒤통수를 향해 던진 주머니를 레비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잡아챘다.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레비아는 등 뒤로 손을 흔들어 보이며 그녀다운 감사를 표했다.

그것이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


레비아와 헤어진 뒤, 카닌은 곧장 삼촌이 운영하는 정육점으로 향했다.

카닌이 수레를 끌며 걷는 대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을 행인들이었겠지만, 카닌을 보고는 하나같이 표정을 구겼다.


“저것 봐. 저 녀석...”

“저게 그 고스트 타운에서 왔다는...”

“헌터도 아닌데 계속 몬스터를 잡아 온다고 그랬지? 그게 말이 돼?”

“저 새끼 분명 미친 놈이 확실하다니까...”

“혹시 모르지 저 녀석도 몬스터일지.”


몬스터의 출몰로 아무도 살지 않게 된 마을은 종종 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조차 남지 않고 페허가 된 곳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성벽에 보호받고, 헌터들이 몬스터를 사냥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세계다.

그런 세계에서 일반인이 혼자 살아가며 꾸준히 몬스터를 가져오는 일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카닌의 마을이 멸망했을 때 사람들은 카닌을 그저 불쌍한 고아라 생각했고, 그런 그가 몬스터의 시체를 들고 와도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다.

헌터가 아니라도 우연히 자연사한 몬스터의 사체를 발견해 주워오는 일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행운은 충분히 의심받을만한 일이 된다.


몇 년 동안 꾸준히 몬스터의 시체를 수레에 실어 오는 카닌을 사람들은 자연스레 의심 어린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과거 몇 번인가, 몬스터가 인간으로 둔갑하여 인간 사회에 숨어든 전례도 있었기에 어쩌면 그가 몬스터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생겨났다.

카닌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구태여 자신을 향한 의심을 풀지는 않았다.

그건 어떻게 보면 낙천적이고, 어떻게 보면 어리석은 이유였다.


‘역시 고독한 영웅은 멋있어.’


신분증을 보이면 의심이 풀릴지 모른다.

그러나 카닌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저 소문만으로 자신을 폄하는 사람들이다.

일일이 세워서 결백을 주장하는 일 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저들이 무시하는 만큼 자신도 무시하면 그만인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면 이렇듯 우스갯소리도 가능해진다.


‘그래, 혼자가 편해.’


그러나 마음의 한편에서는 메마른 웃음을 삼키는 카닌이었다.


@@@


“카닌,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런 건 헌터 자격증을 따고 난 뒤에 하라고 했잖니.”


덴버는 가게 뒤로 수레를 끌고 온 카닌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운 거예요.”

“또 그렇게 거짓말만... 딱히 형을 대신해서 아버지 행세할 생각은 없다만, 걱정하는 내 입장도 좀 생각해 주렴.”

“네~네~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위험한 일은 안 할게요.”

“하~아, 제발 시늉이라도 좀 성의껏 해주면 안 되겠니? 에휴, 그래, 어디 오늘은 뭘 족쳐놨나 볼까?”


그렇게 말하며 덴버는 수레를 덮고 있는 거적을 치웠고, 오크의 사체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이건 오크?! 게다가 이 정도 크기를... ”


몬스터가 등급에 따라 난이도가 나누어지고, E급 몬스터인 오크는 일반 성인 남성 10명 정도 있으면 토벌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몬스터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장비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변변한 장비 없이는 10명이 있던, 20명이 있던 그저 몰살당할 뿐이다.

때문에 일반인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헌터 자격증이 없이 이루어지는 모든 몬스터 사냥을 금지하고 있었다.


매일 몬스터의 고기를 사들이며 헌터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덴버였지만, 각성석도 부여받지 않은 16살의 남자아이가 헌터용 장비도 없이 E급 몬스터를 잡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삼촌? 왜 그러세요?”

“아, 아니다. 그, 그래. 주웠다고 했지. 값은...”


덴버는 주워왔다는 카닌의 말을 믿기로 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오크의 전신에 새겨진 상처 또한 평범한 인간이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날붙이 같은 것으로 몇천 번은 벤 상처이다.

일반인은 오크에게 한 방만 제대로 맞아도 전신의 뼈가 으스러져 죽는다.

카닌이 오크를 잡아 온 것이라면 오크의 공격을 전부 피하며 헌터 장비가 아닌 날붙이로 몇천 번을 베었다는 말이 된다.

덴버는 그것이 인간에게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오크는 분명 고블린 무리라도 만난 게 분명해.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그렇게 확신한 덴버는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


오크를 팔고 번 돈은 은화 30닢으로, 성인 한 사람이 한 달 정도는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돈이었다.

돈에 여유가 생긴 카닌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제 식료품을 사서 돌아가자.

카닌은 수레를 끌면서 머릿속으로는 생활에 들어갈 돈과 저축할 수 있는 돈을 계산하며 걸었다,

그러나 무기상점 앞을 지나게 되자 발걸음이 멈추게 되었다.


“우와! 신형이다!”


라미아 비늘 갑옷.

금화 60닢.


금화 한 닢이 은화 백 닢이니 오늘 판 오크를 앞으로 200번 더 팔면 살 수 있는 장비다.

그러나 돈 문제 이전에 헌터 자격증이 없으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저 갑옷을 입고 활약하는 것은 카닌에게는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카닌은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 갑옷의 자태에 매료되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구경하는 것은 공짜다.

카닌은 하다못해 갑옷을 보며 안목을 기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점원이 갑옷을 가져가면서 끝나버렸다.

아무래도 갑옷이 팔린 모양이었다.


“내 갑옷...”


점원이 들었다면 돈도 없는 주제에 무슨 헛소리냐고 했겠지만, 카닌에게 있어서 그 갑옷은 이미 첫사랑과도 같았다.

대화도 한 번 안 했는데 결혼해서 함께 늙어가는 미래까지 생각할 정도로 카닌은 그 갑옷이 마음에 들었었다.

카닌은 실연의 슬픔에 잠시 고개를 숙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짤랑이는 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열리고 갑옷의 구매자가 나왔다.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 갸름한 외모에 장신의 은발 남성이었다.

카닌은 그를 알고 있었다.


“제롬...”

“응? 아, 너도 내 팬인가?”


제롬 안드로스, 트란실 헌터 길드의 길드장이다.

30살의 젊은 나이에 길드장을 맡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현재 그의 레벨은 71로, 왕국을 통틀어서 10명 밖에 없는 70레벨 이상의 헌터 중 한 명이었다.

제롬은 언행이 가벼워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레벨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카닌은 몸이 위축되는 것 같았다.


“항상 저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카닌은 고개를 숙였다.

제롬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인상을 가졌던 간에 카닌에게는 선배이고, 본받아야 할 대상이었다.


“하하하. 그래, 너도 열심히 하면 나처럼 될 수 있을 거야. 아니, 그건 좀 힘드려나?”


제롬은 카닌의 인사에 웃음을 터뜨리며 카닌의 머리를 두어 번 토닥였다.

다시 가게 문이 열리며 안에서 두 여인이 나왔다.

그들은 가게 문이 닫히기도 전에 제롬에게 안겨들었고, 제롬은 양팔에 두 여성을 끼고서 카닌을 지나쳐갔다.


“아는 사이야?”

“응? 아, 팬인가 봐. 조금 성가셔도 어쩌겠어. 내 인기가 워낙에 대단한걸.”

“어머, 재수 없어라~ 근데 진짜라서 더 재수 없어.”

“하하하. 그것도 어쩔 수 없지.”

“훗훗, 그렇게 잘 나가니까 오늘도 실컷 노는 거지? 그리고 나 슬슬 새 드레스 가지고 싶은데~”

“나는 가방이 좋겠네.”

“미안, 오늘은 일이 있어서. 이제 슬슬 가 봐야 해.”

“칫.”

“그러면서 또 다른 여자 만나러 가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거 아니야~ 다음에 놀아줄게. 너무 토라지지 마.”


멀어져가는 제롬을 보며 카닌은 자신의 가슴 속에 거무칙칙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거무칙칙한 응어리가 안 좋은 감정인 줄은 안다.

알면서도 생겨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보다 우월한 자에게 질투심을 느낀 것일까?

제롬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게 열등감이 생긴 걸까?

저런 게 현실일까 싶은 실망감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닌은 그저 그 감정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애써 억누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집에 가기 전에 성당에 잠깐 들렀다 가자.’


카닌은 아델을 만나면 착잡해진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았다.

일반인에게는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었지만, 카닌에게는 친구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전보다 어깨를 조금 늘어뜨린 카닌이었지만, 성당에서 자신을 반겨주는 아델을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성당으로 향하던 카닌은 하늘 높이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발견했다.


‘어디서 불이라도 났나?’


카닌은 영웅처럼 달려가 화재 진압을 도울까 생각했지만, 괜히 방해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그만두었다.

카닌은 그저 잠시 연기를 바라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러나 성당에 가까워질수록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특정할 수 있게 되었다.

카닌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그럴 리가 없어.’


가슴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불안을 주체하지 못한 카닌은 이내 수레를 내팽개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카닌이 걱정한 대로 연기는 아델이 사는 성당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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