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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벨 흡입하는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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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박무창
작품등록일 :
2021.05.20 11:39
최근연재일 :
2021.07.30 06:3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9,345
추천수 :
325
글자수 :
348,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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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06:40
조회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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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3쪽

6화

DUMMY

날개 달린 청년, 베리알과 카닌의 눈이 마주쳤다.

등골이 얼어붙는 것 같은 위압감에 카닌은 숨이 잠기고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귀환석을 던질 수 있던 것은 충분히 칭찬할만한 일이었다.

깨어진 귀환석은 빛을 발함과 동시에 근처에 있는 자를 지정된 곳으로 전송했다.


@@@


눈 부신 빛이 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델의 시야가 회복되었다.

아델은 저 멀리 자리 잡은 트란실의 성문을 보며 안도했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다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쁘지 않을 리 없었다.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친구의 일은 유감이지만, 우선 돌아가요. 카닌?”


그러나 아델의 말에는 아무런 대꾸도 돌아오지 않았다.

지옥에서 돌아온 것은 아델뿐이었던 것이다.


“어째서... 분명 그와 함께 있는 미래를 보았는데...”


아델은 예언과 다른 현재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아, 안 돼. 이럴 순 없어. 당신이 없으면 내 운명은 누가 바꿔준단 말이에요!”


아델은 그렇게 울분을 터뜨리며 호소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귀환석으로 인해 아델이 사라졌지만, 베리알은 개의치 않았다.

다시 레비아를 보내 납치하면 될 뿐이었다.

수명이라는 개념이 없는 악마이기에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베리알은 오히려 아델보다 카닌에게 눈길이 갔다.


“판별의 눈.”


베리알이 조용히 읊조리자 스킬이 발동했다.

그리고 곧바로 베리알의 시야에 카닌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상태: 정상

-종족: 뱀파이어

-칭호: 시원의 뱀파이어.

-스킬: 궥궣, 귖귪긏긄.

-개체값

LV: 궣

HP: 2000

MP: 궥궣

체력: A

근력: 궣

내구력: 귖

순발력: A

정신력: 긚


그러나 그 정보는 군데군데가 깨져 있는 상태다.

상위 악마인 베리알에게는 오랜만에 겪는 일이었다.


‘정신력은 A급 이상이겠군.’


정신력은 말 그대로 정신적인 힘을 말하는 것이며 높을수록 정신에 관여하는 스킬과 마법에 저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마법의 위력에도 관여하기에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헌터들은 대체로 정신력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MP는 두 자릿수인가? 99라고 쳐도 상당히 적은 양이군. 물리 전투형이라고 봐도 좋겠어. 근데 어째서 레벨이 한 자릿수지? 최대 9라고 잡아도 내 스킬을 저항했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스킬의 영향인가?’


판별의 눈을 통해 안 사실은 베리알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게다가 상대는 미지의 종족이기에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스킬로 나타나지 않는 종족 고유의 능력이 어떻게 작용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가령 코카트리스라는 몬스터에게 판별의 눈을 사용했을 때, 스킬창에 아무것도 표기되지 않았다고 해서 코카트리스가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물리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자가 없는 거의 모든 코카트리스는 석화의 숨결을 내뿜는다.

뱀이 독니를 숨기고 있듯이 종족 본래의 능력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방심할 수 없겠군.’


베리알의 현재 레벨은 110이었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접촉하려 했다.


“그대는 정체가 뭔가?”


감정을 죽인 베리알의 목소리가 카닌을 엄습한다.

압도적인 레벨 차이.

저 남자 앞에서 자신은 날벌레 수준밖에 안 된다고 카닌의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나 괴물의 비늘을 본 카닌은 도주할 생각을 내려놓게 되었다.

친애를 자아내는 연한 파랑.

그 색이 눈에 들어온 것으로 카닌은 결의하게 되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어준 그녀를 구하자고 말이다.


“카닌. 인류의 영웅이 될 남자다.”


의지를 굳힌 카닌은 공포를 억누르고, 평소의 심정을 되찾으며 소설 속 영웅들의 명대사를 내뱉어 보았다.

다소 엉뚱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한 일을 한 것이다.

마음을 굳힌 카닌에게 지금 상황은 오크를 상대했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상대와 목숨을 걸고 싸운다.

이미 시작된 사투에서 공포심은 족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평소처럼 떨쳐냈을 뿐이었다.


“인류의 영웅이라...”


반면, 베리알은 카닌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인간이 아닌 종족이 자신을 인간의 영웅이 될 남자라고 밝혔다.

그 사실로 베리알은 한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100레벨이 되어 특정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일어나는 종의 승격.


‘그렇다면 판별의 눈을 저항한 것도 있을 수 있겠군.’


베리알은 카닌을 저울에 올려놓고 그 가치를 판가름해 보았다.


“짐의 밑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나? 자네가 만족할 만한 부와 영광을 약속하지.”


그리고 카닌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자신과 레비아에게 겁먹고 달아난 제롬이나 성에 깔려 죽은 병사들보다는 카닌이 훨씬 가치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베리알은 카닌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애써 무표정을 연기하고 있지만, 더없이 만족스럽고 흐뭇해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베리알은 카닌이 제롬과 마찬가지로 흔쾌히 승낙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악수를 위해 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카닌은 베리알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말을 내뱉었다.


“네가 주는 것보다 너한테 뺏는 쪽이 더 가치 있어 보이는데? 그리고 개처럼 주는 걸 기다리는 걸 영웅이라고 하진 않을 거 아니야?”


과거 영웅들도 겪었던 적의 회유.

카닌은 언젠가 자신도 그런 상황을 겪지 않을까 생각하며 미리 멋져 보이는 대사를 준비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이 나름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카닌의 언동은 영웅보다는 광대로 보일 정도로 어리석어 보이는 언행이었다.

자신이 여기서 죽는다면 레비아와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

조금만 생각해봐도 괜한 허세나 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했다.

어느 정도 교섭하려 하는 쪽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베리알은 현재 카닌을 크게 적대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델이 납치된 일을 생각해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만약 레비아와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고, 마을 사람들을 되돌릴 수단까지 얻는다 해도, 베리알이 제롬에게 한 것처럼 성녀를 납치해오라고 한다면 카닌은 그를 적대할 수밖에 없다.

근거 없는 말에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들 가운데 오직 아델만이 그를 반겨주었다.

그런 그녀를 배신하는 건 카닌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그건 정말 아쉽군.”


팍!


허공에 머물러 있던 베리알의 손이 오므라들더니 주먹이 되었고, 한순간 카닌의 상체가 터져나갔다.

머리와 가슴을 잃은 몸통은 그대로 무너져내리듯 지면에 쓰러지고, 쓰러진 병에서 포도주가 흘러나오듯이 카닌의 피가 바닥을 적셨다.

베리알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손을 닦으며 레비아에게 걸어갔다.

어느새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 레비아는 부상과 피로로 무거워진 몸을 무너진 벽에 기대고 있었다.


“자, 이제 설명해 보실까? 저 녀석과는 무슨 관계지?”


베리알도 오늘 레비아가 한 행동이 부자연스럽다는 것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스를 붓기 전까지는 대화로 속을 캐내 볼 생각이었다.

무슨 불만이 있는지.

무슨 생각으로 자신과 싸우려 했는지.

그런 와중에 카닌이 나타나 아델이 탈취되었다.

아무리 봐도 관련성이 의심되는 일이었다.


“훗, 글쎄, 난 모르겠는데.”

“그대가 시치미 뗀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안 들을 거면서 뭐하러 물어본 건지, 원.”

“그런가... 말할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베리알의 손이 레비아의 머리를 향해 뻗어왔다.

그 손에 잡혀 끌려가면 영혼이 갈려 나가는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아직 레비아의 배신이 계약한 당사자에게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녀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고문에 못 이겨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레비아는 영혼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죽을 바에야 그냥 빨리 인정하고 사라질까?’


레비아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베리알의 손아귀를 체념한 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팔은 누군가에게 잡혀 제지당했다.

손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고 한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카닌이었다.

베리알의 손목을 잡은 카닌은 그대로 몸을 돌리더니 어깨너머로 호를 그리며 베리알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실로 깔끔한 업어치기였다.


“크억!”


갑작스러운 공격에 허를 찔린 베리알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


고통은 없었지만, 수치심에 치가 떨렸다.

그렇기에 베리알은 그답지 않은 흐트러진 음색이 되어 말하였다.


“업화!”


베리알의 두 눈이 번뜩이고 카닌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푸른 불꽃 속에서 카닌은 순식간에 숯덩이로 변하였다.

그러나 승기를 잡았음에도 베리알은 카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몸이 되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커먼 숯을 털어내고 드러난 백골에서 혈액과 근육이 흘러내리며 다시금 육체를 수복시킨다.


“이게... 어떻게...”


수천 년을 살아온 베리알도 카닌의 경이적인 회복 능력에는 몰이해로 머리가 가득 찰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카닌 또한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육체에 치명상을 입으셨습니다. 종족스킬 혈귀재생을 발동하시겠습니까?」


그저 자신의 영혼에 직접 울리는 물음에 수락할 뿐이었다.


「스킬 혈귀재생이 발동되었습니다. 내장된 혈액 중 5L를 소모합니다.」


아무래도 흡수한 혈액을 사용하여 자신의 부상을 치료하는 스킬인 듯했다.


“성가신 걸 불러왔군. 알고 있겠지? 이건 명백한 배신행위다.”

“훗훗훗. 모른다고 말했을 터다.”

“끝까지 시치미를!”

“야, 너, 내가 안 보이냐?”


카닌은 자신을 등한시하는 베리알의 안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그 충격에 지면이 약진하며 베리알의 머리가 땅에 박혔다.

하지만 카닌은 위화감을 느끼고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가렵지도 않다만? 지금 뭘 하는 거지?”


카닌의 주먹은 베리알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것이었다.

그저 코가 살짝 눌릴 뿐이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

“마창.”


허공에 검은 창이 생성되더니 카닌을 향해 사출되었다.

카닌의 가슴이 순식간에 관통되었지만, 금세 구멍이 좁아지더니 흔적도 안 남고 완치되었다.


압도적인 회복력을 가진 카닌과 카닌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 베리알.

언뜻 보면 고착 상태로 보일지 모르지만, 정작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은 카닌 뿐이었다.

베리알의 공격은 육안으로 확인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데미지를 주고 있었기에 카닌이 흡수한 피가 바닥나면 그는 죽게 될 것이었다.

반면, 카닌의 공격은 1과 110이라는 압도적인 레벨 차이에 가로막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고 있다.

카닌은 상대에게 생채기만 입힐 수 있어도 싸울 의지를 보였겠지만, 반대로 생채기도 주지 못하는 상대에게는 한가지 수단밖에 취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카닌은 레비아를 향해 달려가더니 그녀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모든 힘을 소진한 레비아는 아무런 저항 없이 카닌의 품에 안겨 운반되었다.


“네놈은 정말이지 눈치라는 것이 없구나. 내가 그렇게 모른다고 잡아뗐는데 날 데리고 도망가면 어쩌자는 것이냐!”

“아씨! 시끄러! 잔소리 말고 빨리 귀환석이나 꺼내! 일단 살고 봐야 할 거 아니야!”

“그런 거 없다만.... 너에게 준 게 마지막이었다.”

“마창.”


카닌과 레비아가 실랑이를 하는 동안 칠흑의 창이 사출되었다.

카닌은 이번엔 공격 타이밍을 잰 것인지 옆으로 방향을 틀어 창을 회피했다.


“저 녀석 초급 마법만 쓰는 것보니 MP가 얼마 안 남은 모양이군. 그냥 확 없애버려라.”

“나도 그러곤 싶은데 공격이 안 먹힌단 말이야! 우왓! 또 온다!”


카닌이 달리는 사이 베리알은 창을 한 자루 더 만들어 내어 카닌에게 내쏘았다.

그러나 카닌은 이번에도 피해내며 다시 종횡무진 달리기 시작했다.


“음~ 그럼, 저쪽으로 달려가 봐라.”

“어디? 저기?”


레비아는 카닌의 품 안에서 어느 한 장소를 가리켰다.

성이 무너지기 전이었다면 복도 끝 정도로 보이는 위치였다.

그곳은 주변과 마찬가지로 성의 잔해밖에 안 보였다.


“저기는 왜? 아무것도 없잖아?”

“일단 가보면 안다.”


카닌은 어쩔 수 없이 레비아가 지정한 곳을 향해 달렸다.

이따금 날아오는 창을 피하며 무너진 성의 잔해 위를 달린 카닌은 겨우 레비아가 가리킨 곳에 당도했다.


“여기 맞지? 이제 어떻게 해?”

“힘내서 열심히 싸우면 된다.”


레비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작은 용으로 변하여 카닌의 품에서 날아갔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레비아의 말에 카닌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카닌은 조심히 뒤를 돌아봤다.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오는 베리알과 그가 만든 여섯 자루의 창이 카닌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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