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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벨 흡입하는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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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창
작품등록일 :
2021.05.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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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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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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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8화

DUMMY

「천사는 내가 처리했으니 안심하도록.」


한 줄기 빛도 없는 동굴을 홀로 나아가던 카닌의 머릿속에 담담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레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닌은 그 목소리에 안도감이 들었다.

카닌에게 흡수되고 자신의 안위를 밝힌 레비아였지만, 한동안 침묵했기에 카닌은 다소 불안해하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레비아는 대뜸 그렇게 말한 것이다.


“갑자기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잖아. 천사란 건 네가 옛날에 집어삼켰다던 그 천사?”


「응. 아무래도 나한테 잡아먹히고도 계속 내 몸속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널 되살려낼 때 레비아탄 스킬 하고 같이 옮겨간 거겠지. 아마 가만뒀으면 도와주는 척하다가 네 뒤통수를 쳤을 거다.」


“음~ 그래서 그 천사는 어쨌는데?”


「먹었다.」


“그걸 왜 먹어?”


「가장 효율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이러면 나중에 네 녀석 몸에서 나갈 때도 도움이 될 거다.」


나간다.

그 말은 레비아의 소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너... 되살아 날 수 있는 거야?”


「당연하지 않느냐. 악마는 육체를 잃어도 영혼만 남아있으면 얼마든지 부활한다. 솔직히 지금 네 녀석의 위장에 있는 혈액만 가지고도 충분히 부활할 수 있다.」


“그럼, 왜 안 나오고 있는 건데?”


「저 앞에 빛이 보이느냐?」


“어?”


카닌은 그제서야 동굴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둡고 축축한 동굴 밖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카닌은 그 빛에 이끌리는 것처럼 걸음이 빨라졌다.

온몸이 눈 부신 햇살과 상쾌한 공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굴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순간 몸에 이변이 생겼다.

눈높이가 내려가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감각을 느낀 것이다.


동굴 밖은 숲이었다.

카닌은 잎사귀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자신의 팔다리를 내려다보았다.

근육이 조금 있어서 다소 투박하지만 그래도 밭일하는 아주머니들보다는 가늘고 새하얀 팔다리가 보였다.


“뭐야, 근손실? 내 근육 다 어디 갔어?”


카닌은 지옥에 오기 전인 16세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아, 역시 그랬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악마는 지옥에서 나갈 수 없다. 햇볕에 닿는 것으로 눈 녹듯이 사라지니 말이다. 그리고 그건 네가 흡수한 피나 영혼도 마찬가지다. 지금 네 모습을 보면 자명하겠지. 아마 내가 성급하게 네 녀석 몸에서 나왔다면 육체는 소멸하고 영혼만 남아서 지옥으로 떨어졌을 거다.」


모처럼 영웅이 될 힘을 얻었는데, 그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허무함에 낙담한 카닌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우울한 표정이 되었다.

보다 못한 레비아가 카닌을 어르기 시작했다.


「너무 그렇게 풀 죽지 마라. 레벨은 다시 1이 됐지만, 종의 승격이나 취득한 스킬은 그대로 인 것 같으니 몬스터라도 잡으면 금방 다시 성장할 수 있을 거다. 게다가 원죄 스킬도 있고, 종족 스킬도 그럭저럭 쓸만한 것이니 금방 성장할 수 있을 게다.」


“응? 종족 스킬은 뭐야?”


「잠깐 기다려라. 볼 수 있게 해주마.」


잠시 후 카닌의 시야 한쪽에 정보가 게시되었다.


-상태: 정상

-종족: 뱀파이어

-칭호: 시원의 뱀파이어.

-스킬: 인내, 레비아탄, 판별의 눈.

-개체값

LV: 1

HP: 2000

MP: 80

체력: A

근력: D

내구력: F

순발력: A

정신력: A


「보이느냐?」


“어. 보여.”


「그럼, 판별의 눈이라는 스킬에 의식을 집중해 봐라.」


카닌은 레비아가 지시하는 대로 판별의 눈이라는 글자에 의식을 집중해 보았다.

그러자 다른 글자들은 지워지고 판별의 눈이라는 스킬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판별의 눈: 대상을 분석하여 정보화한다. 대상의 레벨과 개체값, 소유 스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오! 이거 꽤 편리하네.”


「그렇지? 베리알의 영혼에 내장된 것을 슬쩍 해두었다. 앞으로는 저 스킬을 써서 스스로 확인해 보면 된다.」


카닌은 레비아의 말대로 의식만으로 스킬을 써서 다시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자 판별의 눈에 대한 정보가 사라지고 다시 처음에 본 화면이 시야에 나타났다.


“근데 슬쩍 했다는 게 무슨 뜻이야?”


「동굴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베리알의 영혼에서 스킬을 추출했다는 뜻이다.」


“그런 게 돼?”


「그냥 찾아서 보고 뜯어내면 되는 일이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오~ 그럼, 이제 레비아탄 스킬 쓸 때마다 스킬 생기는 거야? 아니지. 지옥에서 이미 대량으로 흡수했으니까...”


「그건 다 날아갔다. 미안하게 됐군. 미리 빼두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야. 나도 뒤늦게 생각나서 건진 건 이게 전부였다. 뭐, 어차피 스킬이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고, 적성이 안 맞으면 이번처럼 이식할 수도 없으니까. 그냥 그렇게 편리한 게 아니라는 것만 알면 된다. 종족스킬이나 확인하자꾸나. 벰파이어라는 종족명에 의식을 집중해 봐라.」


레비아의 말대로 카닌은 자신의 종족명에 ‘판별의 눈’ 스킬을 써보았다.


○벰파이어: 질투의 죄악에서 파생된 언데드 몬스터.

-종족스킬: 흡혈, 혈귀재생, 안개화, 매료. 혈류조작.


“설명이 왜 이렇게 짧아?”


「아직 세상에 인식된 게 없어서 그런 거겠지. 시원에 벰파이어라는 칭호를 보니 네가 시조 격이 되는 모양이다. 이번엔 종족 스킬을 확인해 봐라.」


○흡혈: 송곳니를 통해 혈액을 빨아들여 위장에 보관한다.

○혈귀재생: 부상을 입었을 경우 위장에 내장된 혈액을 사용하여 육체를 수복한다. 흡수한 영혼을 사용하여 MP를 회복할 수도 있다.

○안개화: MP를 사용하여 육체를 안개로 변화시킨다.

○매료: 대상에게 무조건적인 호감을 얻는다. 상시발동.

○혈류조작: MP를 사용하여 혈액을 다룰 수 있다.


“어째 혈귀재생 이외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게다가 대체로 생존에 특화되어 있고...”


「죽음에 대한 위험이 없다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나 보군.」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스킬이라고 하면 좀 더 멋있는 거 있잖아. 아까 그 검은 창 날리는 것처럼.”


「그건 스킬이 아니라 마법이다. 아마 네 녀석도 배우면 쓸 수는 있을 거다.」


“어? 정말? 그럼, 나도 가르쳐줘!”.


레비아의 말에 카닌은 기대에 찬 표정이 되었다.


「난 마법은 전혀 모른다. 게다가 그건 악마들에게는 초급 마법인 것 같지만 현재 인류는 마법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으니 배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레비아는 그런 카닌의 기대를 단번에 무너뜨려 주었다.


“내 기대 돌려줘...”


@@@


카닌은 레비아의 목소리에 안내받으며 트란실로 향했다.

먼저 돌아간 아델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레비아의 말에 의하면 지옥과 연결된 이 동굴은 트란실에서 반나절 정도 떨어져 있으며, 카닌이 살던 마을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숲은 한적하며 청량했다.

들리는 것은 새들의 노래와 벌레의 날갯짓, 그리고 바람에 춤추는 잎사귀 소리가 전부였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매일같이 숲을 돌아다녔던 카닌에게는 다소 익숙한 풍경이었을 테지만, 불타는 지옥에서 올라온 직후여서 그런지 새삼 더 정겹게 느껴졌다.

그렇게 카닌은 자연의 경치와 살아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기분 좋게 숲속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중 인기척을 느끼고 시선을 옮겼다.


처음에는 트롤이라고 생각했다.

숲속을 걸으면서 트롤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나 인분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는 이유로 간과하고 있었다.

실제로 카닌은 과거 몇 번인가 트롤에게서 도망친 적이 있었기에 부릴 수 있는 여유였다.


그러나 카닌이 조우한 것은 트롤이 아닌 노파와 젊은 청년이었다.

혈연관계인지 두 사람의 머리 색은 같은 녹색 기반이었으며, 복장도 똑같은 도복 차림이다.

카닌은 두 사람에게 ‘판별의 눈’ 스킬을 사용해보았다.

별생각 없이 학습한 내용을 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은 행동이었다.

청년의 레벨은 15로 아마 각성석을 받은 지 1년 정도 되어 보였다.

나이는 아마 10대 후반 정도, 올곧은 눈에 갸름한 얼굴을 한 성실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반면, 노파의 정보는 카닌을 적지 않게 당황하게 했다.


-상태: 정상

-종족: 인간

-칭호: 극의에 달한 자

-스킬: 인내, 정신통일, 가속, 금강, 기합.

-개체값

LV: 80

HP: 1790

MP: 135

체력: B

근력: A

내구력: C

순발력: B

정신력: B


머리칼이 새고, 등도 굽은 이 노파가 현재 10명밖에 안 되는 70레벨 이상의 헌터 중 한 명이었다.


두 사람도 홀로 숲을 걷고 있는 카닌을 보고 다소 놀란 눈치였다.

성년도 안 지나 보이는 소년이 몬스터가 사는 숲을 홀로 걷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 반응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청년은 놀라기는 했지만 카닌에게 도움의 손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노파는 다짜고짜 카닌의 안면에 주먹을 내지른 것이었다.


“우왓!”


주름진 얼굴이 가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렵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카닌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피하고 그대로 수풀로 달아났다.


“어서 자세를 잡아라! 저건 몬스터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이런 어리석은 녀석! 못 봤느냐!”


‘뭐야! 저 할머니 왜 저래!’


「그러게 말이다. 판별의 눈 스킬도 없는데 잘도 네 정체를 간파했구나.」


‘뭔 소리야! 내가 왜 몬스터야!’


「벌써 잊었느냐? 너는 이미 벰파이어다. 인간들에게 있어선 충분히 적대할 몬스터지.」


‘몬스터라니... 아니, 내가 몬스터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내가 몬스터라니!!!’


영웅을 목표로 하는 카닌에게 그 말은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이제 카닌은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 때마다 이렇게 공격당할 것이 분명했다.

멀어져 가는 영웅의 길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정체가 발각된 이유에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충격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카닌은 일단 양손을 머리 위에 들고 조심히 수풀에서 나왔다.


“저기... 뭘 잘 못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말씀하신 것처럼 몬스터가 아니에요. 그러니 부디 적의를 거둬주시면 안 될까요?”


노파의 행동을 노망으로 밀고 가서 청년의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한 행동이었다.

카닌의 예상대로 청년은 카닌을 감쌌다.

양팔을 벌리고 노파의 앞을 가로막아준 것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노파의 한 마디로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녀석의 발밑을 봐라.”


노파의 말에 청년의 시선이 카닌의 발밑으로 향했다.

그러자 청년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하며 카닌에게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 그림자가 없어!”

“그림자?”


카닌은 그 말에 자신의 발밑을 확인해 보았다.

청년의 말대로 카닌의 발밑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그림자가 사라져있었다.


‘이건 또 왜 이래?’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종의 승격을 할 때, 악마하고 섞여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죽어라 뛰는 게 좋을 거다.」


@@@


“거기서라!”

“서면 죽일 거잖아!”


정체가 들통난 카닌은 그 즉시 전력으로 달렸다.

나무 사이를 지나고, 바위를 뛰어넘으면서 살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줄행랑을 멈추지 않았다.

안쓰러워 보일 정도 생에 집착하며 도망치는 카닌.

그러나 노파는 그런 카닌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안광을 번뜩이며 쫓아갔다.

인간을 초월한 각력으로 땅에 균열을 만들며 질주하는 노파를 보면 누구든 기겁하게 될 것이다.


「생각해봤는데 말이다.」


그러던 중 레비아가 명안이 있다는 듯이 카닌에게 말을 걸어왔고, 카닌은 동아줄이 될 레비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냥 빨리 죽는 게 편할 거 같다.」


그러나 그것은 썩은 동아줄이었다.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기운 빠지는 소리 하지 마!’


“네 이놈! 당당히 싸우지 못할까!”


그렇게 소리치며 노파는 황소만한 바위를 집어 던졌다.

노파의 손을 떠난 바위는 새보다도 빠른 속도로 카닌을 향해 날아왔지만, 카닌은 그것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직감적으로 피해냈다.


「베리알하고 싸울 때도 봤지만, 참 기묘한 재주를 가졌군.」


‘쓰잘데기 없는 감상 늘어놓지 말고, 제발 좋은 수나 좀 떠올려 보라고! 내가 죽으면 너도 죽을 거 아니야!’


「글쎄다, 아무리 나라도 레벨이 79나 차이 나는 상대에게 이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군. 오히려 지금까지 살아남은 네 녀석이 나보다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레비아의 말대로 카닌은 벌써 몇 시간째 노파의 공격을 피하며 도주해왔다.

분명 노파가 카닌보다 압도적으로 빨랐으며 강하고 튼튼했다.

그러나 카닌은 노파의 공격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접근해 오면 방향을 틀어서 빠져나가고, 멀리서 바위나 통나무를 던지면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피해냈다.


‘저렇게 요란을 떠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


죽음과 마주하는 순간 생물의 감각은 극도로 예리해진다.

자연 속에서 초식 동물이 육식동물보다 훨씬 예민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각성석도 없이 몬스터와 싸워 온 카닌은 그러한 극한의 경지를 수시로 경험했기에 그만큼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단련되어있었다.

게다가 카닌은 지금 인간의 상위 종인 벰파이어가 된 상태다.

종족 특유의 신체 능력이 카닌을 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게 했기에 79라는 레벨 차이를 두고서도 목숨만은 연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도망칠 수만은 없다.


“이제 그만해주시면 안 될까요? 보시는 것처럼 저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아요. 그냥 놓아줘도 무해 하다고요.”


카닌은 다시 한번 양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항복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노파는 다시금 바위를 들어 올린다.

아무래도 카닌이 뭐라 하던 놓아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카닌은 다시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리려 했다.


「기뻐해라. 명안이 떠올랐다.」


그러던 중 자신감 넘치는 레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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