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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벨 흡입하는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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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박무창
작품등록일 :
2021.05.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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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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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아델의 예언은 빗나가는 일이 없고, 보고 온 것처럼 명확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정확한 일시를 알 수 없다는 것 정도였다.

지금 일 수도 있고 내일일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도 언제 일어날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풍경이나 경치의 변화, 일이 일어난 순서 등으로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건 의지가 되는 일이었다.

특히 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트란실의 영주인 빈센트 라슈는 매일같이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렇기에 아델에게 의지하는 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으리라.

들으면 들을수록 의존하게 되는 목소리였다.

라슈가 아델의 예언으로 트란실의 위기를 피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민들은 나보다 성녀를 더 따르는 게 아닐까?’


아델은 누구에게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나 아델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반면 자신은 어떠한가?

한 소녀의 말에 기대어 영지 전체의 일을 결정한다.


“초라하지 않은가.”


라슈는 자신을 그렇게 평가하고 아델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만약 아델이 날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면, 트란실의 모든 영민이 날 죽이러 오겠지.’


그리고 있을 리 없는 망상 때문에 불안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민이 있어 보이시군요.”


눈치 빠른 제롬은 라슈의 그런 빈틈을 파고들었다.

식사자리에 초대받아 그렇게 떠본 것이었다.

누구나 고민 한두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라슈는 제롬이 가신들도 눈치채지 못한 자신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렸다고 여겼다.


“그래 보이는가?”


제롬이 라슈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라슈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제롬에게 털어놓았고, 제롬은 라슈가 듣고 싶을 말을 해주며 신뢰를 다졌다.


“사실 최근 꺼림칙한 정보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신뢰를 다진 제롬이 흘린 이야기는 라슈를 부추기기 충분했다.

성녀의 예언은 사실 악마들의 속삭임이었고, 아델은 마녀에 지나지 않는다.

아델은 성녀가 아니라 악마들의 앞잡이였다.

제롬은 그런 의혹을 심어준 것이었다.

언젠가 아델을 납치했을 때, 납치가 아닌 그녀의 배신으로 꾸밀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아델이 트란실에 다시 돌아온 지금, 제롬이 심어둔 의혹은 그 역할을 다하게 되었다.


“확실합니다. 병사들이 갑자기 전부 죽었는데 성녀만 상처 하나 없이 무사하더군요. 분명 미리 사육해둔 몬스터를 사용한 것이 분명합니다.”


제롬이 병사들을 죽이고 교회를 불태웠다는 진실 따위는 상관없었다.

라슈가 그렇게 믿고 싶고 상황이 알맞게 흘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 역시 그 여자는 마녀였군. 당장 잡아서 처형하게!”


라슈는 그제 서야 골칫거리를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


포만감을 얻고 기분 좋게 침대에 드러누운 카닌은 푹신한 이불을 덮고서 그대로 숙면을 취하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구역질이 느껴졌기에 다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무언가가 목구멍을 기어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길고 가느다란 그것은 카닌의 입을 열고서 침대에 쏟아졌다.


“우에에엑!”


카닌은 입가를 닦으며 자신이 토해낸 것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비늘을 가진 작은 도마뱀이었다.

위액 범벅으로 몸을 웅크린 도마뱀은 지금 막 알에서 깨어난 것처럼 연약해 보였다.


뱃속에서 도마뱀이 나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기겁할 만한 일이었지만, 카닌은 그 도마뱀의 정체를 짐작했기에 태연하게 있을 수 있었다.


“혹시 레비아야?”


도마뱀은 조심히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그 작은 몸을 열심히 움직여 카닌의 몸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장아장.

꼼지락꼼지락.

열심히 기어가는 모습이 귀여워 카닌은 말없이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이윽고 카닌의 어깻죽지까지 올라온 도마뱀은 갑자기 몸을 회전하더니 꼬리를 이용해 카닌의 얼굴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채찍처럼 꼬리를 휘두르며 카닌을 공격하는 도마뱀은 한방으로는 기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연이어 카닌의 얼굴을 공격했다.


“야, 그만해!”


카닌은 아프진 않았지만, 얼굴을 맞으니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민초! 민초! 그놈의 민초! 그만 좀 먹으라고 내가 얼마나 울분을 터뜨리며 호소했는지 아느냐! 아니, 네 녀석은 모르겠지. 그 할망구하고 시시덕거리느라 내 말 따윈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 미안해. 그게 왠지 통쾌해서 나도 모르게...”

“나는 진짜 죽는 줄 알았단 말이다. 코에서는 콧물이 멈추지 않았고 목은 얼어붙어서 갈라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속은 게워내고 게워낸 끝에 뇌수까지 전부 쏟아내는 줄 알았단 말이다.”

“미안. 내가 좀 심했어.”

“좀? 지금 좀이라고 했느냐? 그걸 지금 좀이라고?”

“아니, 미안. 내가 많이 잘못했어.”

“사과 한마디로 용서할 줄 아느냐! 내가 네 녀석의 안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살의를 억눌렀는지 아느냔 말이다!”

“미안해. 사과의 뜻으로 나중에 트란실에서 유명한 맛집에 데려가 줄게.”

“호~오. 방금 한 말은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 네 녀석도 알다시피 악마는 계약에 목숨을 건다. 정확히 한 달 안에 내 입맛을 만족시킬 요리를 대령하도록.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거둬갈 것이다.”


목숨을 거둬간다는 다소 흉흉한 발언을 했지만, 그저 그녀가 만족할 만큼 맛집 순회를 하면 그만인 이야기였다.

기간도 한 달이나 되니 넉넉하다고 볼 수 있다.

금전적으로 보면 몇 달 분의 생활비가 날아갈지도 모르겠지만, 뱀파이어가 되어 레벨을 마음껏 올릴 수 있는 카닌이라면 금세 메꿀 수 있을 것이다.


“알았어. 약속할게.”

“좋다. 잊지 말도록.”


카닌은 레비아의 기분을 풀어준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어깨 위에 있는 그녀를 손바닥 위에 옮기며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근데 꼴이 그게 뭐냐?”

“흥! 내 꼴이 어때서 그러냐? 다소 작아지긴 했지만 괜찮다. 조금 무리하긴 했지. 그러나 이 몸은 용족이니 금방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카닌은 판별의 눈 스킬을 사용하여 레비아의 정보를 확인했다.


-상태: 정상

-종족: 씨드래곤(유아)

-칭호: 없음.

-스킬: 레비아탄, 재생. 판별의 눈.

-개체값

LV: 1

HP: 1100

MP: 1000

체력: A

근력: A

내구력: A

순발력: B

정신력: A


“뭐야, 개체값 랭크가 왜 이렇게 높아?”


확실히 그녀의 개체값은 카닌을 웃돌고 있었다.


“용족이니 이 정돈 보통이다. 그럼, 난 적당히 레벨이나 올리고 오마.”


레비아의 등에 생선의 지느러미 같은 날개가 돋아났다.

투명한 망토처럼도 보이는 날개를 한 번 펄럭인 레비아는 허공을 헤엄치듯 날아가 창가로 이동했다.


“야, 어디 가?”

“아침까진 돌아오마.”


레비아는 앞발로 창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카닌에게 갑작스레 위화감이 느껴졌다.


‘잠깐, 방금 스킬이...’


그리고 자신의 스킬란을 확인해보았다.

이윽고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카닌은 다급히 레비아를 붙잡으려 했다.


“야! 레비아탄 스킬이 없잖아!”

“잠깐 빌리마.”


마치 태연히 동생의 옷을 입고 나가는 누이처럼 레비아는 그렇게 짧게 말하고는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카닌은 그녀의 제멋대로인 모습에 짧게 한숨을 내뱉고, 다시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이미 떠나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침에는 돌아온다고 했으니 한숨 자고 일어나면 돌아와 있을 것이다.

카닌은 그렇게 자신을 안심시키며 잠들려 했다.


‘잠깐, 그 녀석 설마 당하는 거 아니겠지? 아니지. 그래 보여도 나름대로 전투경험은 많아 보였고 개체값도 높았으니까...’


카닌은 그토록 편안하게 느껴졌던 잠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덫 같은데 걸리진 않겠지...’


레비아가. 아니, 레비아가 가져간 스킬이 걱정되어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지금이라도 따라갈까?’


이내 카닌은 레비아를 따라가려 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녀의 위치는 추적 가능합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에도 스킬의 회수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때 카닌에게 스킬의 발동을 알려주었을 때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정이 배제되고, 사무적인 말투였지만 분명 레비아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밤바람과 함께 사라진 뒤다.

그렇다면 이 목소리의 주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카닌은 한 가지 가능성을 두고 그 대상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설마 천사?”


@@@


레비아를 속이고 그녀를 악마로 타락시킨 천사는 레비아 자신이 먹었다고 말했었다.

카닌을 되살려 내는 과정에서 레비아에게서 빠져나와 카닌에게 기생하기도 했었지만, 카닌이 레비아를 흡수하게 되면서 카닌의 몸속에서 둘은 다시 만났고, 레비아는 몸에 들어온 세균을 제거하려는 듯이 다시 천사를 집어삼켰었다.


“그 천사가 어떻게...”


「그런 것보다 제 말을 들으십시오. 악을 처단하는 겁니다.」


“흠~”


카닌은 어렸을 적 읽었던 소설 속 주인공을 떠올렸다.

그 주인공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서로 자신을 따르라며 회유하는 상황에 고통스러워했었다.

천사의 말이 옳지만, 본심은 악마의 말을 따르고 싶은 주인공의 고뇌가 잘 나타나 있었기에 카닌은 그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이 겪는 상황을 그대로 경험하며 깊은 고양감과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 나쁘지 않지.’


그렇기에 천사가 자신의 머릿속에 있어도 큰 거부감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천사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악을 처단하라고 하는데, 어쩐지 카닌의 말을 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 나온 건데요?”


「아... 악을 처단하는 겁니다.」


천사는 역시 대답을 피하려 했다.


‘그러고 보니...’


카닌은 저녁 식사 때, 자신과 미각을 공유한 레비아가 구토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분명 몇 번이고 속을 게워냈다고도 했었다.

그렇다면 설마...


“저기 설마, 레비아가 토해서 나올 수 있었던 거예요?”


「...」


“뭐야? 진짜 그런 거예요? 풉! 하하하학!”


그 무언의 긍정에 카닌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명세기 천사라는 고결한 존재가 악마에게 잡아먹히고, 그 악마가 구토하는 바람에 토사물과 뒤엉켜 나왔으니 말이다.

성스럽고 기계적이며 무뚝뚝한 이미지는 망가지고, 오물에 뒤덮여 초라하고 꼴사납기 그지없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카닌만의 웃음 벨이었을지 모른다.

황폐한 마을에서 석상이 된 사람들을 상대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대화를 몇 년간 계속해온 카닌이 비뚤어진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 카닌이라는 인간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카닌이 인간의 정신머리로 태어났으면서도 천사를 비웃었고, 천사는 그 사실에 격노했다는 것이었다.


「그만... 그만! 대체 뭐가 그렇게 웃기죠?」


“아니, 그게 풉푸! 토한 냄새 날 것 같아서 하하하하.”


카닌의 배려심 없는 말에 천사는 수치심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레비아에게 먹히기 전에는 천사장을 맡기도 한 고위의 천사였다.

그러나 레비아에게 잡아먹혀서 거의 모든 힘을 빼앗기고 말았다.

자아가 남아있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사경을 넘으며 겨우 존재를 유지했었으니 말이다.

신에게 몇 번이고 감사했다.

그런데 그 기적을 이런 애송이가 비웃는다.


「이... 이, 애새끼가!!!」


천사의 고상한 가면이 벗겨지고 히스테릭한 본연의 모습이 드러났다.


“뭐야? 화났어? 아니, 근데 솔직히 조금 불쌍하긴 하네. 풉푸! 그래도 레비아가 먹은 게 없어서 그렇게 냄새나진 않으려나? 하하하! 아, 미안, 계속 웃음이 나오네.”


그러나 카닌은 말까지 놓고 천사를 조롱했다.


「두고 봐! 울며 빌게 만들어 줄 테니까!」


천사는 곧장 카닌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으려 했다.

기억과 감정을 엉망진창으로 주물러서 정신적인 고통을 줄 생각이었다.

자신이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아무런 이유도 없는 좌절과 비애를 느끼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천사의 힘으로는 카닌의 정신에 어떠한 위해도 가할 수 없었다.

그만큼 카닌의 정신력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 여자는 스킬까지 빼갔는데 왜 나는 접근도 못 하는 거야?!」


레비아는 카닌에게서 스킬을 가져갈 정도로 그의 영혼에 간섭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레비아가 죽을 뻔한 카닌을 되살려내고, 자신의 힘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카닌을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레비아는 카닌과의 종속 관계를 끊어낸 상태였지만, 카닌의 영혼은 무의식적으로 주인의 간섭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종자의 규칙을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천사는 카닌에게 있어서 완전한 남이었고, 그렇기에 정신 속에서 자아를 유지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카닌도 천사와 마찬가지로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천사가 무언가를 한다는 말에 살짝 긴장했을 뿐이었는데 그것만으로 천사가 하려던 일이 저지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카닌은 천사를 더 자극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왜... 안 되는 거야!」


“그만 화내고 진정해. 웃은 건 사과할게.”


그렇기에 우선 화해를 권하기로 했다.


“그것보다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


「그... 그렇습니다. 당신에겐 아직 인간의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악마 레비아탄에게 물들기는 했지만, 정의롭고, 선량하며, 용맹한 영혼을 가졌기에 죄를 씻을 기회를 내리겠습니다.」


다시 평정을 되찾은 천사는 목소리에서 감정을 지우고 퉁명스럽게 말하며 담담히 현혹한다.

마법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말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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