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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벨 흡입하는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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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박무창
작품등록일 :
2021.05.20 11:39
최근연재일 :
2021.07.30 06:3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9,422
추천수 :
328
글자수 :
348,774

작성
21.06.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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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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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4쪽

24화

DUMMY

“핫, 저 녀석. 자연스럽게 날 두고 가는군.”


홀로 남겨진 레비아는 헛웃음을 토하며 그렇게 말했다.


“뭐, 됐다. 적당히 술집에서 요깃거리나 하고 가야겠군.”


카닌과 아델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개가 가셨다.


처형장에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분노하던 시민들은 카닌의 등장에 얼어붙고, 카닌이 사라진 지금 그 분노의 대상이었던 아델 또한 남아있지 않았기에 사고가 정지한 듯 보였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소리쳤다.


“병사들은 뭐한 거야!”


그 한마디로 시민들의 분노가 향할 길이 제시되었다.


“나랏돈 받아먹었으면 그만큼 일하라고!”

“세금 도둑들 같으니라고!”


언성을 높이기 시작한 시민들.

병사들은 무기를 들어 그들을 제압하려 했고, 그렇게 마찰은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 상황을 뒤로하며 레비아는 걸음을 옮겼다.


닭꼬치, 돼지 통구이, 그릴 생선.

나중에 들리기 위해 점찍어 두었던 가게가 몇 군데 있었다.

요리를 기대하는 레비아의 걸음은 가벼웠다.


“아, 그렇지.”


그러던 중 카닌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카닌이 켈린의 집에서 그녀에게 저녁을 대접받았을 때였다.

민초로 오염된 요리를 강제로 맛봐야 했던 레비아의 분노를 풀기 위해 카닌은 그녀가 만족할 만큼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었다.

트란실의 고급식당을 원하는 만큼 순회할 생각에 레비아는 나름 이번 일이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현재 지켜지기 어려워졌다.

카닌은 현재 마녀의 수하인 몬스터로 알려져 있다.

그런 카닌이 트란실을 돌아다닐 수 있을 리 없었으니 말이다.


“흐~음, 어쩔 수 없지. 고급스러운 만찬을 위해서다.”


레비아는 술집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


@@@


불이 꺼진 병원의 복도.

그 끝에 있는 1인실에는 전신에 붕대를 감은 제롬이 누워있었다.

카닌에게 얻어맞은 제롬은 머리를 포함한 전신골절이었다.

중상이기는 했지만 아마 포션을 마시기만 해도 금세 나았을 터였다.

그러나 포션은 하루에 일정량 이상 마시면 언데드 상태가 될 수도 있기에 이렇게 병원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통증에 잠이 깬 제롬은 눈동자만 굴려 병실을 돌아보았다.

혼자 있는 병실은 어째선지 적막하게 느껴졌다.

비서도, 그의 여자들도, 부길드장도 제롬이 입원했다는 말에 찾아와 주기는 했지만, 상투적인 말만 나누고서 떠나갔고, 끝까지 남아주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제롬은 어째서인지 잠도 오지 않았다.


“아파 보이는군.”


그때 병실 구석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억에 있는 목소리였다.

제롬은 곧장 그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려 했고, 떠오른 얼굴에 경악하며 발버둥 쳤다.


“척 봐도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은데, 가만히 있지 그러냐.”

“레이아한.”


제롬은 망가진 턱으로 그 이름을 말하려 했지만, 제대로 발음되지 않았다.


“뭐냐. 죽은 사람이라도 보는 눈이군. 뭐, 됐다. 조금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다. 아, 대답은 네, 아니요만으로도 좋다. 잘만 대답하면 살려줄 테니까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된다.”


레비아는 구태여 강압적인 협박을 하지는 않았다.

굳이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아도 되어 보였다.

제롬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얼굴이 되어있었기에 뭐든지 술술 말해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성녀의 소문은 네가 퍼뜨린 것이냐?”

“에.”

“카닌의 정체를 퍼뜨린 것도.”

“에.”

“병사들까지 움직인 걸 보니 영주도 꼬득인 것 같다만, 맞느냐?”

“에.”

“그럼, 네가 오해였다고 말하면 전부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겠군.”

“...”


레비아의 말대로 제롬이 기자회견을 열어 그렇게 발표하면 아마 카닌의 수배도 풀리고, 아델의 혐의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제롬의 위신도 곤두박질치게 된다.

어쩌면 길드장 자리를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


“왜 대답이 없지?”

“...에.”


일단 살고 보자.

그렇게 생각한 제롬은 우선 레비아를 구슬리기 위해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군. 알았다. 그럼.”


그렇게 말을 마친 레비아의 얼굴에 비늘이 돋아나며 파충류의 형태로 변해갔다.

제롬은 전에도 그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레비아가 카닌을 집어삼켰을 때도 그녀는 머리만 파충류의 형태로 변했었으니 말이다.


“사려훈라며!”

“뭘 말하고 싶은지 대강 알 거 같군. 걱정하지 마라. 죽지는 않을 것이다.”


잡아먹힌다.

제롬은 뇌리에 스친 생각을 맹신하며 살기 위해 다시 발버둥 쳤다.


“응?”

“에어로!”


우선 폭력 스킬로 상대를 약체화 시키고, 턱을 쓰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폭력 스킬은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기에 굳이 입에 담지 않아도 발동할 수 있었다.


이 일격으로 만들어진 소란을 누군가 눈치채 주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가 이곳에 찾아와 자신을 대신해서 그녀에게 먹히고, 그렇게 번 시간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사실 제롬은 자신의 발악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다.

누가 오던 시간을 끄는 건 고사하고, 어쩌면 이 병원째 통째로 날아갈지도 몰랐다.

그러나 제롬의 행동은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네 녀석 지금 폭력 스킬을 사용한 것이냐?”


제롬은 레비아의 동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폭력 스킬을 쓰는 게 뭐 어쨌다는 것인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게 그렇게 의외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제쳐두고 바둥거리며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에어로!”


그리고 바닥에 바람 마법을 쏘아 자신을 창밖으로 날려 보냈다.

제롬의 병실은 3층에 있었다.

몸이 온전치 못한 지금이라면 추락사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여기서 레비아에게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창밖으로 몸을 던진 제롬.

그러나 어째서인지 자신의 몸은 하강하지 않았다.

돌아가지 않는 목 대신 눈을 굴려 자신의 복부를 보았다.

제롬의 몸은 가늘고 긴 뱀의 꼬리 같은 것에 잡혀있었다.

제롬은 그대로 다시 병실로 끌려 들어갔다.

병실에는 거대한 뱀이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아... 아... 아아악!!!”


꿀꺽!


비명과 오열이 병실을 흘러나왔으나, 목 넘기는 소리와 함께 이내 잠잠해졌다.


@@@


“무슨 일이죠!”


잠시 후 소란을 눈치챈 간호사가 제롬의 병실 문을 젖혔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악몽을 좀 꾼 것뿐이야.”


그러나 침상에 누워있는 남자는 담담히 말할 뿐이었다.

간호사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조금 의아해했지만, 제롬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었기에 관여하려 하지는 않았다.


“무슨 꿈을 꾸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병실을 어지르시면 어떡해요! 나중에 전부 배상해주셔야 해요.”

“미안, 길드에 청구해줘. 청소도 내일 해주면 고맙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죄송하지만 이만 돌아가 볼게요.”


그렇게 병실을 나온 간호사는 몇 걸음 지나지 않아서 제롬이 말을 못 하는 상태라는 것을 떠올렸다.


“벌써 나았나?”


그러나 헌터인 그이니 빨리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 여길 뿐이었다.


@@@


한편, 간호사가 나가자 레비아는 스킬을 해제하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부속 스킬이라 그런지 효율이 떨어지는군.”


현재 레비아탄 스킬은 카닌이 가지고 있다.

레비아가 제롬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카닌의 몸에서 나올 때 급조한 부속 스킬 덕분이었다.


○모방: 상대의 신체 일부를 섭취하는 것으로 MP를 소모하고 그 대상으로 의태할 수 있다.


“뭐, 그래도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그것보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스킬을 해제한 레비아는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제롬이 폭력 스킬을 사용했다.

이 사실만 보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제롬이 사용한 스킬이 디아블로 스킬의 부속 스킬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디아블로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남기는 일이니 말이다.


“서두르는 게 좋겠어. 아니, 그래도 모처럼 기대한 요리를 포기할 수는... 음~”


생존과 식욕의 사이에서 고민하며 레비아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걸으면서 두 가지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방법은 없는지, 머리를 쥐어짜 보았다.


“뭐, 괜찮겠지. 지상에서 활개 칠 수 있었으면 진작에 그랬을 테니까.”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눈을 돌리기로 했다.

당면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도 여겨졌다.

그렇게 입맛을 다시며 심야 식당으로 향하려던 레비아.

그런 그녀의 손목을 누군가가 잡아챘다.


심야의 병원 복도.

공포심을 자아낼 정도로 적막한 그곳에서 레비아는 자신을 붙잡은 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보랏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는 붕대에 감싸져 그 틈새로 겨우 보일 정도였다.

제롬과 비슷할 정도로 전신에 붕대를 감고 있는 사내.

남자는 어머니를 찾은 아이처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레비아... 살아 있었어!”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레비아를 끌어안으려 했다.

그러나 발을 헛디디며 기울어진다.

레비아는 넘어지려는 그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부축해주었다.


“하~아, 그만 좀 따라다니라고 했을 거다. 마이어. 정말이지. 애도 아니고. 참.”

“죽은 줄 알았다. 디아블로님께서 네가 배신했다고 했을 땐 나도 디아블로님을 배신하려고 했었어. 근데 그러면 나 말고 다른 표류자들은 잡아 먹힐 게 뻔하고, 그래서 하다못해 레비아탄 스킬만이라도 되찾고 싶었단 말이다.”

“그건 유품으로 가질 만한 게 아니다. 디아블로도 너한테 넘겨줄 생각은 없었을 거고.”

“그래도 네가 살아있었다는 증거가... 널 떠올릴 만한 게 갖고 싶었어.”

“그래, 그래. 하여튼 부모 없이 자란 녀석들은 왜 하나 같이 나한테 들러붙는 건지 원.”

“같이 가자. 내가 어떻게든 지켜줄게.”


마이어는 불현듯 그렇게 말하며 래비아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자신의 몸이 망가지더라도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듯이 그의 팔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싫다.”


그러나 레비아는 완강한 거부의 말로 대꾸했다.


“똥오줌도 못 가리는 녀석 좀 돌봐주었더니 아주 별에 별참견을 다하는구나. 내 앞가림은 내가 한다. 넌 서둘러 표류자들 데리고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디아블로가 자리를 비웠으니 아마 전부터 눈독 들이는 녀석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다.”


그렇게 말하며 레비아는 마이어의 손을 뿌리쳤다.

너무도 쉽게 그녀를 놓친 마이어는 다시 그녀를 붙잡으려 손을 뻗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가지 말라고 소리치면 들어줄까?

아무리 비굴하게 굴어도 그녀는 멈춰주지 않을 것 같았다.


“레비아?”


그래 보였던 레비아가 갑자기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이어의 등 뒤에 무언가.

어느 한 지점에 시선이 못 박힌 채 두 눈과 입을 벌려 경악하고 있었다.

마이어는 뒤돌아 뒤를 확인했다.

복도 끝에서 한 노파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탈색된 녹색 머리에 환자복을 입은 노파.

켈린이었다.


‘여기 입원해 있었나? 설마 병원에서 덤벼들려 하진 않겠지?’


켈린 이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다고 생각한 마이어는 다시 레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떠난 뒤였다.


“젠장.”


한숨과 함께 마이어는 고개를 떨구었다.


@@@


트란실의 공동묘지.

처형장과 달리 고요한 그곳에 한 여성이 매장되고 있었다.


“올가아아아!”

“젠장! 조금만 빨리 알았더라도!”

“흐으으윽!”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의 죽음에 통곡하며 무덤에 안치되는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매장이 끝난 다음에도 한동안 그녀의 곁을 지켰다.


사인은 알 수 없었다.

카닌을 잡기 위해 광장에서 무리하게 마법을 사용한 올가는 마력 고갈로 인해 쓰러졌고, 길드의 의무실로 옮겨졌었다.


휴식을 취하면 금방 나아질 것이다.

동료들은 의사의 말에 안도했지만, 그날 저녁에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팀의 리더인 렉스는 의사를 후려쳤고, 그녀와 절친했던 실비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으며, 가장 연장자인 월터는 심란한 와중에도 렉스를 말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동료들은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였는지 묘지를 뒤로하고 떠나갔다.

렉스는 리더로서 책임이 막중했다.

실비아는 더는 이런 경험 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월터는 죽은 자신의 아내를 떠올리게 되었다.


세 사람은 일단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했고, 다음 날 점심쯤 되어서야 식당에 다시 모여 앞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


“트란실을 떠나자.”


실비아와 월터도 렉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낮에 제롬이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길드의 실책을 발표했었다.

성녀는 결백했다.

길드가 오인한 것뿐이었다.

또한 몬스터라 알려진 카닌이라는 소년도 인간으로 판명 났다.

제롬의 폭로에 시민들은 폭동을 일으켰고, 제롬은 이번 일을 사죄하며 길드장을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동료의 죽음과 트란실 길드에 대한 불신 때문에 렉스 일행은 더 이상 전과 같이 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기에 다른 도시로 이주하여 다시 시작하려 한 것이다.


트란실을 떠나기로 한 세 사람은 마지막으로 올가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려 했다.

생전에 올가가 좋아했던 꽃과 와인을 들고서 세 사람은 그녀의 무덤 앞에 섰다.


“이게 뭐야!”

“누가 이런 짓을...”

“어떤 놈이...!”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녀의 무덤은 무참히 파헤쳐져 있었다.

관에서 잠들어 있어야 할 올가도 어디론가 사라진 채다.

분노와 경악감에 휩싸인 세 사람.

그러나 무덤에서 나온 발자국을 발견하게 되면서 우선 그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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