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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벨 흡입하는 뱀파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박무창
작품등록일 :
2021.05.20 11:39
최근연재일 :
2021.07.30 06:3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9,427
추천수 :
328
글자수 :
348,774

작성
21.06.14 06:30
조회
92
추천
3
글자
14쪽

26화

DUMMY

‘괜찮을 거야. 아직 시간은 남아있어.’


카닌은 그렇게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응을 늦출 생각은 아니다.

지성이 느껴지지 않는 탁한 눈으로 생살과 피를 탐하며 방황하는 아델의 모습이 뇌리에 스쳤다.

절대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갑자기요?”


카닌은 아델에게 상황을 설명할까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괜한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아직 괜찮다.

신부를 불러와서 해주를 부탁하기만 하면 된다.


“신부를 좀 불러올게요. 어디 가지 말고 있어 주세요. 게이트.”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카닌은 그렇게 설명이 되지 않는 해명을 남긴 채 스킬로 사라졌다.

혼자 남겨진 아델은 카닌의 태도에 더 불안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한데 카닌은 그것을 설명해주지 않으려 한다.

아델은 답답함에 목구멍이 막막해지는 것 같았다.


“어라? 그러고 보니...”


아델은 평소처럼 예언을 떠올리려 했다.

그러나 남은 예언은 없었다.

아델이 꿈에서 본 모든 예언은 이미 일어난 상태였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그녀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뜻이 아닐까?

불안감에 이어 두려움이 느껴지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델은 자신도 모르게 양팔을 껴안고 떨기 시작했다.

카닌이 없다.

자신을 지켜줄 영웅이.

그 사실만으로 아델은 지난날의 악몽을 떠올리고 공포가 다시금 정신을 좀먹는 감각에 시달려야 했다.


똑! 똑!


그런 와중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문밖에 서 있을 인물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카닌일 리는 없다.

그가 굳이 문으로 다닐 리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물색 머리의 악마?

그 악마라면 구태여 노크 따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누군지 모르겠고, 카닌을 찾아왔다면 그가 없는 지금 아델이 문을 열어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쾅! 쾅!


점잔 떨던 노크는 성난 재촉으로 변하였다.

혼자라는 사실이 공포를 부풀린다.

자신에게 분노하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시민들이 떠올랐다.

처형대 위의 광경이 뇌리를 스친다.


‘그만. 그만. 그만!’


타인과의 접촉이라는 사소한 일이 아델에게는 이미 트라우마가 되어 극도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델은 부엌의 한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경련하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카닌이 곧 와줄 거야.’


그리고 여느 때처럼 그를 기다렸다.


빠각!


나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부서졌다.

아델은 숨소리조차 참으며 자신의 존재를 억눌렀다.


“카닌 나와!”


난입자는 그렇게 소리치며 집에 들어왔고, 자신의 화를 못 이긴 채 씩씩거리며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여성의 것으로 들리는 목소리에 아델은 아주 조금이지만 공포가 누그러졌다.

용기를 내어 빼꼼 난입자의 얼굴을 확인해보았다.


긴 붉은 머리에 마법 계열 헌터로 보이는 복장을 한 여성이었다.

나이는 20대 정도일까?

드세 보이는 눈매에 매력적인 각선미, 그리고 창백한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아델의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여성은 갑자기 부엌으로 고개를 돌렸다.

놀란 아델은 재빨리 다시 움츠러들어 몸을 숨겼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여성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당장 나와!”


잠시 망설이던 아델은 상대를 자극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양손을 머리 위에 들고 항복할 의사를 밝힌다.


“성녀? 아니, 마녀였지.”

“누구시죠?”

“올가 스칼렛. 트란실 소속의 헌터다. 카닌은 어디 있지?”

“지금은 나가고 없어요.”

“제길! 제길! 제길! 아~! 빡쳐!”


카닌이 없다는 말에 올가는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소파며 테이블이며 의자며 그녀는 주먹과 발이 닿는 대로 때려 부수었다.


“당장 그놈을 불러와!”

“기다리세요. 아마 금방 올 거예요.”

“불러오라고! 어디 있는지 알 거 아니야!”


난폭하게 뻗어진 손이 아델의 멱살을 잡아챘다.

아델은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올가에게서 눈을 피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리세요! 그렇게 화낸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


아델의 올곧은 눈이 올가의 적색 눈을 담아냈다.

떨면서도 굴복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눈빛은 올가의 기세를 누그러뜨릴 정도였다.

올가는 분풀이라도 하듯 거칠게 아델을 밀어냈다.


“잘 들어. 그 자식이 안 오면 널 트란실로 끌고 갈 거야. 지금 트란실이 어떤지 알고 있겠지?”


트란실의 분위기를 모르는 올가는 그렇게 소리쳤다.

참고로 현재 트란실에서는 아델을 마녀로 몰아간 제롬과 영주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레비아가 제롬으로 변하여 모든 걸 실토한 것으로 상황은 급변한 것이다.

영주는 자신의 위신을 위하여 모든 걸 제롬의 탓으로 돌렸고,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은 모욕죄로 감옥에 넣었다.

아델을 욕하던 시민들은 회개하기 위해 교회에 쇄도했다.

헌터들은 길드에도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여 트란실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아델을 잡아간다면 아마 올가 쪽이 죄인으로 몰릴 것이다.

현재 트란실이 어떤 분위기인지 모르는 것은 아델도 마찬가지였기에 트라우마로 남은 공포가 다시금 자극되었다.


아델은 미래를 보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더욱 두려웠다.

다시금 공포가 아델을 짓눌렀다.


‘안 돼. 그만! 이제 싫어.’


아델은 겁에 질려 자지러지듯 움츠렸고, 올가는 예상 이상으로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에 되려 당황하게 되었다.


“머...뭐야, 갑자기 왜 그래?”


사납고 거칠어 보이는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정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머리를 움켜쥐고, 경련하듯 떠는 아델을 보고서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야! 노... 농담이야. 그런다고 우냐...? 그만 울라니까! 아, 진짜...”


협박하려다 상대를 공황상태로 만들어버린 것에 죄책감을 느낀 올가는 그녀를 달래지 못해 난처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카닌이 돌아왔다.


난장판이 된 집구석, 떨며 눈물을 흘리는 아델, 그리고 낯선 얼굴의 여성.

카닌은 곧장 상황을 이해하고, 올가의 안면에 발차기를 날렸다.


“쿠흐엑!”


괴상한 비명과 함께 의식이 날아간 올가는 흰자위를 드러낸 채 쓰러졌다.

카닌은 그녀를 곧장 밧줄로 구속했다.


“카아니이인!”


아델은 카닌이 돌아오자 안도감에 더 크게 울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카닌의 옆에는 노년의 신부가 있었지만, 아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하였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카닌의 가슴에 문질러댔다.


“이분이신가요?”

“아, 네. 서둘러 부탁드립니다.”

“그럼, 어디...”


카닌은 아델을 침실로 데려갔고, 신부는 가져온 가방을 열었다.


@@@


카닌은 트란실을 피해서 켈린이 사는 마을로 게이트를 연결했고, 그곳에서 신부를 모셔왔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신부에게서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신부는 아델을 침대에 눕히고서 그녀를 진찰하기 시작했다.

맥을 짚고, 은으로 된 식기를 그녀의 입에 넣기도 했다.

시커멓게 변한 식기를 보고 신부는 곧장 진단을 내렸다.


“하~아, 또 이건가? 아, 죄송합니다. 며칠 전에도 똑같은 저주를 해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반나절 정도 걸리기는 하겠지만, 아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카닌은 그 말에 겨우 안도하게 되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건 다른 저주하고 달라요. 아마 해가 저물 때쯤이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을 겁니다.”


신부의 말에 카닌은 안도감을 느끼고 긴 날숨을 흘렸다.


“후~우. 그러게요... 진짜... 다행이에요.”

“카닌, 이제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침대에 누워있던 아델은 카닌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이제 숨길 필요가 없다고 여긴 카닌은 뺨을 긁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델이 언데드 상태여서요. 놀랠까 봐 일부러 말씀 안 드렸는데,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괜찮으니까 안심하셔도 될 거예요.”


카닌은 신부의 앞이기도 하여 자신이 원인이었다는 말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나중에 사과하도록 하자.

그렇게 가슴의 한편에 메모해두었다.


“다음에는 미리 좀 설명해 주세요. 놀랬잖아요.”

“죄송해요.”


신부는 가방에서 향과 소금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침대 주변에 펼쳐 정화의식을 하려는 것이었다.


콰아앙!


그러나 그 순간 문이 부서지며 한 여성이 날아들었다.


“헥토파스칼 킥!!!”

“크헉!”


날아차기로 문을 부수며 들어온 올가.

그러나 그 발차기는 카닌이 아닌 신부에게 적중하였다.

올가의 눈먼 공격에 복부를 맞은 신부는 몸이 반으로 접힌 채 튕겨나갔고, 낡은 목제 벽을 뚫고서 집 밖으로 날아갔다.


“신부니이이이이임!!!”

“어? 뭐지? 뭔가 쳤는데? 아이씨! 상관 없어! 뒤져라! 카닌!”


절규하는 카닌과 대조적으로 올가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카닌과 싸우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야이, 미친년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시끄러!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잠자코 뒤지기나 해!”

“그게 뭔 소리야! 너하고 말 섞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시치미 때지마! 네가 날 망할 몬스터로 만들었잖아!”


그 말에 카닌은 판별의 눈으로 올가의 정보를 확인해보았다.


-상태: 카닌의 권속.

-종족: 뱀파이어

-칭호: 없음.

-스킬: 시기.

-개체값

LV: 32

HP: 1110

MP: 6750

체력: B

근력: C

내구력: E

순발력: C

정신력: B


뱀파이어라는 종종명과 카닌의 권속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왜... 어떻게...’


카닌의 머릿속에서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회상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정신을 잃은 올가에게 자신의 피를 먹인 행위.

그리고 시원의 뱀파이어 칭호의 효과.

이 두 가지 단서가 맞물려 한 가지 결과를 도출했다.


「아무래도 상대에게 피를 먹이는 것으로 번식이 가능한 모양입니다.」


@@@


카닌이 침대에 신부를 눕히고, 아델이 신성 마법으로 신부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올가는 방 한쪽에서 무릎 꿇은 채 양팔이 귀에 닿도록 손을 들고 있다.


「상대가 권속이라면 명령을 내려 다스릴 수 있습니다.」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


라키엘의 말에 카닌은 곧장 올가에게 그렇게 명령했다.

오만상을 지으며 카닌의 명령에 저항하려는 올가였지만, 카닌의 목소리에는 거스를 수 없었다.

고장 난 기계처럼 삐그덕거리며 명령을 수행했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네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 죽여주마.”

“어허, 고운 말 써라~”

“죽이히! 겠습니다. 반드시 죽이히! 겠습니다. 제, 제에에엔! 아쉽습니다. 아놔! 야이! 강아지야! 이런 미, 미... 제정신이 아닌.”


올가는 말조차 자기 뜻대로 못하자 더욱 길길이 날뛰어 갔다.


“넌 나중에 봐 줄테니까 당분간 그러고 있어.”

“제. 제에에엔! 아쉽습니다!”


카닌은 시선을 아델에게로 돌렸다.


“어때요?”

“정신이 언제 돌아올진 모르겠지만, 아마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거예요.”


치료하러 와서 치료받는 신부가 안타깝지만, 이대로 두면 아델이 위험하다.

카닌은 착잡한 심정이 되어 한숨을 뱉었다.

억지로라도 깨울까?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치료는 얼마나 걸릴까요?”

“이제 곧 끝날 거예요. 근데 저분하고는 아는 사이였나요?”


아델은 올가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올가는 욕을 못하는 게 어지간히도 고통스러웠는지 아예 거품까지 물고 있었다.


“그게... 전에 제가 실수로 저분을 다치게 해서 제 피를 먹였었거든요. 제 피에 포션 같은 효과가 있어서요. 그런데 그 후로 저처럼 뱀파이어가 된 모양이에요. 제가 가진 칭호 중에 시원의 뱀파이어라는 칭호가 있는데 이게 자신의 피를 먹인 상대를 뱀파이어로 만드는 효과가 있어서요... 하. 하. 좀 이상한 얘기죠? 아니, 그렇다고 아델도 뱀파이어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신부님께서 정신을 차리면 곧장 저주를 풀어주실 거예요. 그러면 분명 원래대로 돌아갈 거예요.”


카닌의 말로 아델은 그가 보였던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분명 아델이 걱정하지 않도록 몰래 힘쓴 것이었으리라.


뱀파이어.

엄청난 회복력을 지녔으며, 안개가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죽음을 등졌다는 인상이 강했다.

아델은 죽는 게 무서웠다.

처형대에 올라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죽을 뻔했었으니 그 공포가 뚜렷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다시는 그런 경험 따윈 하고 싶지 않다.


아델은 신부에게 신성 마법을 쓰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직 완쾌하려면 좀 더 마법을 써야 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부가 회복되어서 자신을 해주 하면 곤란했다.

아델은 확인차 물었다.


“그러니까 제가 카닌의 피를 먹었고, 시간이 지나면 뱀파이어가 된다는 말이죠.”

“네?! 아, 아니. 그렇긴 한데, 그렇게 안 되려고 신부님을 모셔온 거니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아델? 그... 치료는 끝난 건가요?”


카닌은 아델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꼈다.

가늘게 뜬 눈은 요염하게도 보였다.

살짝 달아오른 뺨은 카닌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그 미소짓는 입술로 무엇을 말해도 전부 이루어 줄 것 같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아델은 카닌의 손등을 자신에게 가져가며 말하였다.

그 손등에 교태부리듯 얼굴을 기대며.


“저한테도 당신의 피가 흐르게 해주실 순 없을까요?”


뱀파이어가 되고자 아델은 그렇게 말하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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