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로 취직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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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4
작품등록일 :
2021.05.22 03:27
최근연재일 :
2021.06.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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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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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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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678

작성
21.06.1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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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23> 케인(3).

DUMMY

새벽의 차가운 적막 속에서 모두가 숨죽인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 총구는 어깨에 붕대 감은 군인을 향해있었고 빨간 두건을 한 남자의 총구는 소년을 향해있었다.

게다가 흩어져 있던 군인들 역시도 내게 총구를 겨누며 다가오고 있었다.


“웬만하면 그 총 좀 내려놓지?”


동료들의 합세에 용기를 얻었는지 붕대 감은 놈이 실실 쪼개며 입을 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네발로 기던 그놈이 맞나 싶었다.


“내려 놓으면?”


내가 묻자 오히려 빨간 두건 쓴 놈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날카로운 눈매에 유난히도 입이 작은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둘 중 한 놈은 살려주지.”


놈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쓰러져있는 소년을 쳐다보았다.

소년은 이미 고개를 떨군 채 살 의지조차 없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주변에는 이미 여섯 구의 시체가 있었고 그나마 살아있는 사람들도 일곱 정도였다.

나머지는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일어나 걷는 게 고작일 소년이 열 명의 군인으로부터 도망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이미 포위망이 좁혀져 여덟 개의 총구가 나를 향해있었는데 제아무리 뛰어난 회피모드라도 이 짧은 거리에서 이 많은 총알을 피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혹시 지금 고민하는거냐?”


빨간 두건 쓴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내가 오히려 반문하자 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너 휴머노이드 아니야?”

“맞지.”

“그럼 당연히 니가 대신 죽고 얘를 살려야 되는거 아니야?”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기도 했다.

내가 휴머노이드라는 가정하에 행동한다면 인간을 먼저 살리는게 맞다.

하지만 하나 간과한 점이 있다.

이놈은 정작 지가 악당인지를 모른다.


“내가 죽고 나면 니가 약속을 지킨다고 어떻게 장담하지?”

“휴머노이드 주제에 제법 머리굴리네.”

“니가 제법 멍청한 거지. 둘 다 살려준다고 해도 고민해볼텐데 둘 중 하나라니... 얼마나 욕심 가득한 제안이냐?”


내가 비아냥거리듯 묻자 놈의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놈은 소년을 죽이지 못한다.

소년을 죽이게 되면 뭐가 되었든 난 놈들의 대장 격인 붕대 감은 놈을 무조건 죽일테니까.

나는 붕대 감은 놈을 향해 총구를 향하며 한 걸음 다가갔다.

놈의 발끝이 내 발끝과 닿을 법한 거리였다.


“미,미쳤네 이새끼가!?”


내 돌발적인 행동에 순간 놈은 물론 주변에 있던 군인들까지 움찔거렸다.

놈은 쎈척 욕을 내뱉으면서도 고개를 최대한 젖히며 총구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나는 놈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안은 내가 한다.”


순간 놈이 입을 열려고 하자 나는 놈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주둥이만 열어봐. 그대로 총알 박아 줄라니까.”


놈은 내 표정을 읽었는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내 말은 진심이었다.

어차피 이놈들 페이스대로 끌려가다간 둘 다 죽는다.

그럴 바에야 모험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놈을 겪었다.

살기 위해서라면 네발로도 기는 놈이다.

그런 놈이 이런 상황에서 자기 목숨을 두고 도박을 할 리가 없다.

그리고 내 도박수는 제대로 먹혔다.


“내가 하는 말 그대로 전해. 토시 하나라도 틀리면 바로 총알 날아간다. 알겠어?”


나는 놈의 눈을 똑똑히 쳐다보며 말했다.

놈은 이미 공포에 질린 듯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사람들을 풀어줘.”


내 말이 끝나자 놈의 눈이 커졌다.

나는 다시 권총을 장전하며 똑똑히 말했다.


“지.금.당.장.”


철컥!


“사,사람들을 풀어줘!!!”


순간 놈이 절규하듯 소리 질렀다.

빨간 두건의 남자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냉정함을 되찾았는지 되물었다.


“대장, 제 정신입니까?”


꽤 먼 거리임에도 그의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내가 붕대 감은 놈을 쳐다보자 놈은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눈을 질끈 감고 다시 크게 소리 질렀다.


“내 말 안들려!? 잔말 말고 어서 풀어주라고! 나 죽일거야!?”


그제서야 빨간 두건의 남자는 고민에 빠진듯했다.

원래 배짱 싸움에선 잃을 게 많은 놈이 불리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놈이 그렇다.

더군다나 지 목숨이 제일 중한 놈이라면 더더욱.


“휴우...”


빨간 두건을 쓴 남자는 한숨을 푹쉬더니 내 쪽을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쏴.”

“뭐?”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붕대 감은 놈이 벌떡 일어나서 물었다.


“이새끼가 뭐라는 거야? 어서 풀어주라고 새꺄!”


하지만 두건 쓴 남자는 침착했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대장, 꼴사납게 굴지 말고 그냥 죽자.”


내가 들어도 충격적인데 이 놈은 오죽하랴.

놈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게 변해서는 거침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부하 참 잘뒀네. 안그래?”


내가 도발하자 놈은 드디어 폭발했다.


“이런 씨발!!! 최동혁 이 새끼가 미쳐가지고! 너 돌았냐?”


놈은 최동혁을 향해 하나 남은 멀쩡한 손으로 삿대질을 하며 소리 질렀다.


“명훈 형님, 저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미친 건 형님이구요.”

“뭐?”

“명색이 우리 대장이란 사람이 그렇게 줏대 없어서야 어디 쓰겠습니까? 쪽팔려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네요.”

“이,이새끼가!”

“야, 휴머노이드.”


최동혁은 명훈의 말을 무시한채 나를 불렀다.

내가 놈을 쳐다보자 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여봐. 어서.”


뒤집은 줄만 알았던 상황이 다시 역전되었다.

이 멍청한 놈은 모르겠지만 최동혁 역시 이 상황에서 내가 그놈들의 대장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내 비장의 패는 사라졌다.

그렇다면...


순간 나는 명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놈은 내가 죽이기라도 하는 줄 알고 한손을 높이 쳐들고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런 놈의 목덜미를 잡아 들어 올렸다.


두두두두!


순간 여기저기서 총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날 맞추지는 못했다.

그랬다간 놈들의 대장이 맞을 테니까.


“그만! 그만쏴! 이새끼들아!”


최동혁의 손이 올라가자 그제서야 총소리가 멈췄다.

목덜미를 잡힌 명훈은 눈물을 찔끔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안 죽여 새꺄!”

“아,안죽여?”


나는 그런 명훈을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새로운 미션을 줄게.”


명훈은 목덜미를 잡힌채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내 대답을 기다렸다.


“땅에 닿는 순간 죽는다.”


순간 명훈의 눈이 커졌지만 난 이미 달리고 있었다.

명훈을 방패막이 삼아 한손으로 들고 전속력으로 달리자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모든 건 내가 인간이 아니라 휴머노이드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80키로에 육박하는 명훈의 몸도 내 손에는 그저 2-3kg짜리 아령하나 정도 든 느낌밖엔 없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그제서야 최동혁은 흥분한 듯 나를 보며 소리쳤다.

뭐 어쩌겠는가.

두 미친놈이 배짱 싸움을 하면 더 미친놈이 이길 수밖에 없다.

지금 더 미친 놈은 누가 봐도 나였다.

나는 미친 듯 달리면서 말했다.


“누가 먼저 쏘는지 한번 보자고!”


그렇게 우리의 치킨 게임은 시작되었다.



#


JW빌딩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로에서 거대한 트럭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금발의 여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그 새벽에도 썬그라스를 낀 한 남자가 보조석 앞 창문쪽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있었다.


“저기 누워있는 건물이 그 JW빌딩 맞아요?”

운전대를 잡은 클라라가 물었다.


“호오! 저 큰 걸 정말 쓰러뜨렸군.”


보조석에 앉은 케인은 대단할 것 없다는 듯 영혼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나저나 우리가 만나기로 한 휴머노이드는 어디에 있는거에요?”


클라라가 재촉하자 그제서야 케인은 주머니에서 구형 레이더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곳에는 빨갛게 빛나는 한 점이 있었다.


“여기... 응?”


순간 케인의 표정이 굳었다.


“왜요? 뭐 문제 있어요?”


클라라가 묻자 케인이 말했다.


“차 돌려.”

"네?"

"접선지가 바뀌었다."


클라라는 아무 말없이 핸들을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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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 불편한 진실(1). 21.06.20 14 2 9쪽
30 <29> 위험한 임무(3). 21.06.19 20 1 8쪽
29 <28> 위험한 임무(2). 21.06.18 20 1 9쪽
28 <27> 위험한 임무(1). 21.06.17 23 2 7쪽
27 <26> 케인(6). 21.06.16 26 1 7쪽
26 <25> 케인(5). 21.06.15 32 1 7쪽
25 <24> 케인(4). 21.06.14 28 1 8쪽
» <23> 케인(3). 21.06.13 42 1 8쪽
23 <22> 케인(2). 21.06.12 45 1 10쪽
22 <21> 케인(1). 21.06.12 28 1 8쪽
21 <20> 로스트 월드(3). 21.06.10 42 2 12쪽
20 <19>로스트 월드(2). 21.06.09 24 2 11쪽
19 <18> 로스트 월드(1). 21.06.08 48 3 8쪽
18 <17> 앤의 기억. 21.06.07 47 4 9쪽
17 <16> 위험한 시험(3). 21.06.06 58 3 9쪽
16 <15> 위험한 시험(2). 21.06.05 53 2 10쪽
15 <14> 위험한 시험 (1). 21.06.04 52 2 7쪽
14 <13> 재회(2). 21.06.03 53 2 9쪽
13 <12> 재회(1). 21.06.02 59 2 9쪽
12 <11> 그의 계획(5). 21.06.01 34 2 11쪽
11 <10> 그의 계획(4). 21.05.31 64 2 14쪽
10 <9> 그의 계획(3). 21.05.30 65 4 12쪽
9 <8> 그의 계획(2). 21.05.29 74 2 12쪽
8 <7> 그의 계획(1). 21.05.28 64 3 11쪽
7 <6> 출근 첫 날(5). 21.05.27 55 3 10쪽
6 <5> 출근 첫 날(4). 21.05.26 69 3 9쪽
5 <4> 출근 첫 날(3). 21.05.25 80 4 10쪽
4 <3> 출근 첫 날(2). 21.05.24 84 6 8쪽
3 <2> 출근 첫 날(1). 21.05.23 122 5 12쪽
2 <1> 나쁜 소식. 21.05.22 159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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