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조회수 :
85,119
추천수 :
2,917
글자수 :
936,046

작성
21.07.09 19:25
조회
473
추천
16
글자
11쪽

첸시 그리고 세상 (2)

DUMMY

“아무 문제가 없었다?”


50번째 회귀엔 스태프만 다칠 뻔했다고 끝나고 에르피아가 대세로 거론이 되었다.


그전까지는 뭘하다가 날 이 지경까지 망가지게 만들었을까.


“재밌네··· 재밌어, 진짜 색다르다고.”


연말 가요축제의 날이 되고 전과 다른 분위기로 어색하게 웃고 있는 새하얀에게 다가갔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여전히···.’


선명한 색, 여전히 태양처럼 반짝이는 반짝이, 자신의 멤버들과 달리 선명한 편인 에르피아 멤버들까지.


그는 내게 완벽한 탈출구였다.


“저기.”

“네?”

“저희 동갑인데 친구 해요.”

“아, 그럼요. 근데 이름이···?”

“첸시. 첸시라고 불러요.”


어리숙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는 하얀을 보자 힘이 들어갔다.


너 때문에 이렇게 바뀐 거라고.


이번엔 안 놓칠 거라고.


그는 힘이 들어간 손이 아픈지 빼내려 했다.


“아, 네. 새하얀입니다. 근데 왜 저랑 친구를···?”

“···니까.”

“네?”


못 알아들은 건지 귀를 가까이 대는 하얀에게 내 진심을 말하기로 했다.


망가져 버릴 대로 망가져 버린 탓일까.


내가 그와 달리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게 뭐?


그게 이상한 건가?


50번이나 회귀를 해서 이렇게 된 거니까 전부 네 탓이잖아?


“인기 많잖아요. 그쪽.”

“난 그쪽 이용하고 싶어서 그래요.”


이때까지 했던 말 중에 이것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이 없었다.


너 때문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


온갖 추악한 감정과 고장 나버린 나의 머리가 육체가 원망하면서 탈출구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 갈망해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야만!’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두 분 다 외국인이었지만, 어머니가 한국인이라고 그래서 나의··· 한국어가 유창하다고.


그리고 난 속이기 싫으니 네게 진실을 말한다는 거짓말을 섞었다.


‘50번째 회귀로 인해 한국어가 유창하다고 할 순 없잖아?’


그러니 이번만큼은 식물인간이어도 살아만 있어 달라고.


고장 난 것처럼 삐걱거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하얀이 도망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잘 가요. 다음에 또 만나면 좋겠네요.”


그렇게 도망가봤자 어차피 날 피할 순 없었다.


이번엔 내가 주인공의 곁에 있을 테니까.





“너 최근에 이상해, 데뷔하더니 사람이 바뀐 것처럼.”


엔넷 촬영 중에 리더의 지적에 나는 내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은 행동들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세상은 참 쉬운 것 하나가 없다는 걸.


그건 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내가 원해서 하는 행동인 줄 알아? 전부 내가 원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고.’


이를 아득 갈았다.


정말로 나도 내가 뭘 원하는 건지도 이제 모르겠는데, 당신들이 뭘 알아?


“이 새X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 또 제멋대로!”


몰래 연락할 수 있는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꾸만 틀어진다.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닌데, 난 그냥 살고 싶었을 뿐인데.


“··· 나보고 어쩌라고.”


이 세상이 날 위해 굴러가지 않는데, 더 어쩌라는 거야.


이 변화에 내가 할 수 있는 반경이 너무나도 좁은데, 더 어쩌라는 거냐고.


“하, 하! 하아아······.”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바스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차분하게 가라앉는 내 기분과 머릿속이 편안해진다.


아, 이게 내가 보던 주인공들의 피폐해진 머릿속이구나.


이래서 사람을 죽일 때도 평온할 수가 있구나.


“아··· 하하하.”


새하얀을 어떻게든 살려야겠다.


그가 원하는 대로만 되면 그를 그렇게 살리면 내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살려··· 살리자, 어떻게든 살려. 돌릴 수 있는 정도로만.”


색깔들이 가득했던 눈앞에 세상이 스스로 흑백으로 물들었다.


그 순간이 기뻤다면 난 이미 미쳤을지도 모르겠다.


“새하얀···.”


원망스러운 당신이 나의 세상으로 보내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 * *



눈을 뜨자마자 소름이 끼쳐 몸을 떨었다.


미쳐도 이렇게 미친놈이었던가?


선명하다 했더니 저런 캐릭터일 줄은 몰랐다.


“꽤 재밌는 이야기였죠?”

“이게 재밌어 보여?!”


천연덕스럽게 별일이 아니라며 웃는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남자의 멱살을 잡아챘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몸이 오싹했다.


이딴 걸 내게 보여줘?


난 그냥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어라, 당신이 원한 내용은 이런 것이 아니었나요? 첸시 캐릭터··· 당신이 정했잖아요?”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뭐길래···!”


대체 뭐길래, 내가 정하지도 않은 캐릭터를 나보고 정했다고 하는 거냐고.


“··· 어째서 당신에게 이렇게 많은 기회를 주는 걸까요.”


평범한 얼굴이 구겨진다. 날 보는 눈은 경멸과 증오, 분노, 슬픔까지 뒤섞여있었다.


“어차피 당신은 다 잊어버릴 것이 뻔한 것을.”


손을 휘적이는 순간 보이는 대기실에 앉아있는 자신이 보였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날 대기실로 보낸 걸 보면 뻔하지.


“대답해주기 싫다는 거잖아···.”


빌어먹게도 무대는 얼마 안 남았고, 내가 쓰러지지도 않았던 건지 다들 신경 쓰지 않았다.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앉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X발···.”


생방송이 직전에 보내주긴 해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것보다 보고 온 것들을 이해하기도 전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젠 첸시를 어떻게 봐야 하지?


내가··· 저렇게 만들었다는 거잖아.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존재의 말대로라면, 그런 거라면 내가··· 첸시를 저렇게 만들었다는 거였다.


빌어먹게도.



* * *



“생방송 직전이네요. 그렇죠?”


싱긋 웃는 첸시의 얼굴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자연스러운 미소를 유지할 수가 있을까.


그것도 그렇게 망가졌는데···?


“식은땀을 흘리는 것 같은데···.”


손을 뻗는 첸시를 보며 화들짝 몸을 뒤로 뺀다.


아직 그 기억을 본 여운이 남아서 그가 내게 터치하지 않길 바랐다.


너무 싫어하는 티를 냈나 싶어서 당황스럽게 첸시를 보는데, 첸시의 표정이 한순간 안 좋아지는 모습을 봐버렸다.


“아···.”


망했다. 라는 뒷말을 숨기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숨 막히는 정적에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던 첸시의 입이 열렸다.


“··· 거부하네, 아직도 생각이 안 바뀌었나 보네요.”


웃는 얼굴과 달리 서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첸시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저런 놈을 친구로 둬야 할까?


어차피 그 많은 회귀에 내가 새하얀이 아니었으니 그가 친구가 아니어도 바뀔 수도 있는 미래지 않을까?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워요. 하얀.”

“··· 내가 알아서 할게요.”


너무 많이 흘리는 식은땀에 멤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던 걸까.


화장이 지워지지 않도록 키친타월로 땀을 닦아낸다.


“나만 믿어.”


자기 멤버들이랑 있지도 않고 폭풍전야의 리더 경수가 땀을 닦는데, 옆에서 속삭인 말이었다.


대체 뭐 하려고 지금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지금도 정신없는데, 여기서 뭘 더하려고.


“오늘 1등 할 수 있지?”

“선배님이 있으신데,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믿어, 난 죄짓고 못 사는 성격이다?”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경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생방송에 앉을 무대 옆에 앉을 자리들이 보였다.


카메라 돌리긴 편하겠다.


“상대가 하는 무대를 저희는 옆면만 보겠네요.”


카메라가 출연진을 계속 찍고 있을 테니까 찌푸리거나 하품만 해도 멱살 잡히듯이 욕먹게 될 거다.


그러기엔 지금 내 기분은 몹시 나쁘다는 안 좋은 소식이 있고.


“촬영 곧 시작합니다.”


빨간불이 들어오고 우리 앞에 많은 팬이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겠지.


웃자, 웃어야만 해.


‘에르피아가 뜨는 것만 생각해.’


그게 첸시도 원하는 길이고 나도 원하는 길이니.


“‘킹덤 전쟁’ 마지막 방송이 다가왔네요, 여러분들의 아이돌을 위한 투표는 어렵지 않습니다.”

“생방송으로 보고 있는 시청자분들께서는 #0X0X로 번호나 그룹명을 써서 보내주시면 되지만, 투표는 딱 한 팀뿐이라는 걸 명심하세요!”


싱그러운 미소로 숨을 고르는 배우의 표정이 커다란 전광판에 뜨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보이는 전광판엔 1위부터 5위까지 순위가 보였고, 그건 내 돌이 지는 걸 보고만 있지 않을 팬들의 눈이 돌게 만들기 좋았다.


“현장 투표를 하실 분들께서는 지급한 기기를 잘 가지고 있으셨다가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무대에만 1번을 누르시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재미가 없겠죠.”

“여러분들에게는 0번이라는 숫자가 있습니다. 대신 그 숫자는 딱 한 번 누를 수가 있죠.”


방청객들의 시선이 자신이 쥐고 있는 리모컨 같은 것을 본다.


0번과 1번만 있는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배우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0번은 그들의 등수를 떨어뜨릴 기회입니다. 이 팀이 못했다면 버튼을 누르세요.”

“한 사람당 100점씩 들어가지만 반대로 0번은 -200점으로 처리가 됩니다.”

“0번이 가장 많이 받은 아이돌은 안타깝게도 등수가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구조이니, 마지막까지 누가 1등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죠.”


악마 같은 PD의 마지막 변수를 꺼내 든다.


헐뜯고 싸우라고 자극적으로 뽑아서 어떻게든 누군가 우는 꼴을 찍고자 말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당신의 아이돌에게 왕관을 씌우세요, 나의 아이돌이 왕이 되는 그 순간 ‘킹덤 전쟁’ 무대가 시작됩니다.”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잘생긴 남자 배우의 입꼬리가 곡선을 띄며 올라간다.


철저히 자신이 어떻게 해야 잘생겨 보이는 건지 알고 하는 행동이었다.


“‘킹덤 전쟁’ 그 마지막의 순간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뚜벅뚜벅 멀어지는 남자 배우의 뒤로 카운트가 시작된다.


5··· 4··· 3··· 2··· 1, 카운트가 끝나자 순서가 전광판 가득 채웠고, 우리들의 등수에 이름이 새겨질 때마다 카메라에 비친다.


‘개판이네.’


그리고 보이는 우리의 등수가 보였다.


3등과 2등의 격차는 얼마 나지 않았다.


그 2등이 우리라는 점이 문제겠지.


-스콜의 무대가 시작됩니다.

-지금 당장 #0X0X로 번호나 그룹명을 보내세요!


전광판에 보이는 글자가 울렁거렸다.


무대는 잘 끝내야 하는데,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는 폭풍전야가 뭐를 할지도 봐야 한다.


‘아, 토할 것 같다.’


그러기엔 첸시의 긴 과거에 울렁거리는 속이 진정이 안 된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휘청거리며 무대에 집중했다.


내 몸이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본편 완결 후기 +3 21.09.19 237 0 -
공지 100화 기념 공지 +2 21.08.09 131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1.06.09 860 0 -
147 외전 - 최초의 회귀자 (END) +3 21.10.31 194 11 15쪽
146 외전 - 정선우(첸시)에게 주어진 기회 +2 21.10.31 113 5 14쪽
145 외전 - 은유현의 아이돌이 된 이유 +2 21.10.10 114 7 18쪽
144 외전 - 매정한의 아이돌이 된 이유 +2 21.10.04 115 7 15쪽
143 외전 - 김진의 아이돌이 된 이유 +3 21.09.27 132 9 21쪽
142 외전 - 온하나의 아이돌이 된 이유 +2 21.09.24 183 9 14쪽
141 True Ending +6 21.09.18 338 13 14쪽
140 작별 +(짧은 외전) +5 21.09.17 260 13 14쪽
139 시스템의 끝 (5) +7 21.09.16 228 11 13쪽
138 시스템의 끝 (4) +2 21.09.15 155 10 15쪽
137 시스템의 끝 (3) +1 21.09.14 165 15 14쪽
136 시스템의 끝 (2) +2 21.09.13 172 13 13쪽
135 시스템의 끝 (1) +2 21.09.12 191 12 12쪽
134 꿈을 꾸는 이유 (19) +1 21.09.11 175 12 15쪽
133 꿈을 꾸는 이유 (18) +2 21.09.10 160 14 14쪽
132 꿈을 꾸는 이유 (17) +3 21.09.09 156 13 17쪽
131 꿈을 꾸는 이유 (16) +2 21.09.08 161 12 13쪽
130 꿈을 꾸는 이유 (15) +2 21.09.07 165 14 14쪽
129 꿈을 꾸는 이유 (14) +1 21.09.06 157 11 12쪽
128 꿈을 꾸는 이유 (13) +3 21.09.05 175 12 16쪽
127 꿈을 꾸는 이유 (12) +1 21.09.04 167 10 14쪽
126 꿈을 꾸는 이유 (11) +2 21.09.03 161 11 13쪽
125 꿈을 꾸는 이유 (10) +2 21.09.02 171 9 13쪽
124 꿈을 꾸는 이유 (9) +3 21.09.01 175 12 13쪽
123 꿈을 꾸는 이유 (8) +3 21.08.31 202 13 14쪽
122 꿈을 꾸는 이유 (7) +2 21.08.30 185 14 16쪽
121 꿈을 꾸는 이유 (6) +2 21.08.29 193 1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