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촉한대장위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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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조작가R
작품등록일 :
2021.05.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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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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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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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의 실현(2)

DUMMY

“하후유님이 이끄는 정촉호군은 이름 그대로 촉을 정벌하기 위해 조직된 병사들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며 실전 경험을 쌓아왔고, 위의 국력은 날로 향상되어 언제든 10만의 정병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서장군(장합)께서는 태조 무황제(조조)의 시절부터 전장을 누비며 활약해 온 숙장(宿將)이고 또한 맹장(猛將)입니다. 그 외에도, 곽회, 손례, 하후패, 호분 등 별처럼 많은 장수들이 그 뒤를 쫓으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나의 말을 듣고 이미 하고자 하는 말을 눈치챘음에도 그저 입꼬리를 들어 올릴 뿐, 조용히 보고 있던 죽간을 읽는 것에 집중하였다. 표정의 변화로 보아 듣고 계시는 것은 분명하기에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주변이 온통 산뿐인 촉과는 달리, 우리는 기름진 중원과 하북을 차지하여 해마다 비축된 군량으로 나라의 창고가 부족할 정도이니, 그 국력은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아는 아버지는 결코 공명에게 뒤지지 않는 지략을 지니셨는데, 어찌하여 주변의 멸시를 당하면서도, 항시 그자와의 일전을 피하시는 겁니까.”


내 말이 끝나고 아버지는 답을 주지 않았기에 정적이 이어졌다. 일전에도 아버지는 나의 이런 물음에 답을 주지 않았었다. 그때는 잠시 기다리다 동생을 핑계로 자리를 떠났으나, 오늘은 물러나지 않고 답을 들을 각오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답을 듣기 위해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죽간을 읽는 것에 집중하였다. 마치 나의 질문은 처음부터 듣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한 시진(2시간)이 흐르자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바꿔 다른 질문을 한 이후, 답을 유도해볼까? 아니다. 그런 얕은 수가 통할리 없었다. 금세 다시 입을 닫으실 것이다.


답을 주실 때까지 질문을 계속해볼까? 그럼 자리를 피해 버리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답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니 하책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해주실 때까지 이곳에 머물며 식음을 전폐할까? 그렇게 하면 분명 어머니(장춘화)가 움직일 것이다. 어머니가 움직인다면 아버지는 분명 피곤해질 것이다. 이것은 가능성이 있다.


나는 마지막 수단을 택하였다.


역시 아버지는 생각대로 계속해서 나를 못 본 체하셨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고, 내가 식사를 거르고 아직도 이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어머니가 이곳에 행차하셨다.


어머니가 와서 왜 이러고 있는지 물으시기에, 연유를 말씀드리자 혀를 차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어째서 아이에게 답을 주지 않으십니까?”


“그냥 답을 주세요. 아이가 궁금해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그것에도 답하지 않았다. 몇 차례 질문을 던지던 어머니는 기분이 상하시어 자리를 떠났다.


어머니가 분노하면 아버지가 입을 열 것이라 예상했던 나의 계책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나는 오기(傲氣)가 생겨 포기하지 않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해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끝내 버틴다면 아버지도 입을 열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은 자정에 이르러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는 허기지고 기운이 없어 눈을 깜빡이며 졸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잠이 들어버렸다.


이후 몇 시진이 지난 지 알 수 없으나, 눈을 떠 주변을 살펴보니 이제 동이 막 트려 하고 있었고, 나에게는 이불이 덮혀져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죽간을 읽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아무리 내가 여기서 버텨도 아버지가 입을 열지 않으실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입을 열 방법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으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답하지 않는 연유라도 말해주거나, 한마디 단서라도 준다면 대화를 시도하여 어떻게든 답을 받아볼 요량이었으나, 저렇게 입을 열지 않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크게 한숨을 내쉬자 아버지는 그제야 입을 여셨다.


“이제야 공명의 마음을 이해했느냐?”


그 답을 들은 순간 깨달은 바가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크게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공명과 싸우지 않는 이유를 알겠느냐?”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네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리고 네가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그에게 여지를 남긴다면 그는 그것이 마치 모래알처럼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답을 유도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내가 먼저 나서서 그에게 기회를 주기를 바라는 것이냐? 급한 것은 답을 요구하는 쪽이다. 이것에 먼저 반응하여 입을 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공명은, 아니 서촉은 그 무황제조차 무너트리지 못했던 자들이 모인 곳이다. 함부로 그들을 가늠하지 말거라. 그리고 결코 그들에게 작은 여지도 주지 말거라. 만약 여지를 주면 그들은 분명 집요하게 그것을 쫓아 결국 너에게 답을 강요할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등골에 오한이 온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만약 저들이 그 작은 여지를 파고들어 종국에 답을 요구해 온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그 말에 아버지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쉰 이후 말했다.


“그래도 버텨야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버텨라. 내가 오늘 보니 네 인내심이 나 못지않은 것 같으니, 그렇게 버티다 보면 적들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의 걱정을 알아차리셨는지, 아버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결국 저들의 강요를 피할 수 없게 되거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싸워라. 너는 이렇게 어린 나이에도 공명의 마음을 이해할 정도로 지혜로우니, 분명 기책(奇策)을 세워, 저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야, 넌 분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나셨다.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적들은 목에 칼을 들이밀고 나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나는 물러날 곳이 없다. 아버지의 말처럼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것뿐이다.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나의 야심도, 일족의 명운도, 그리고 목숨을 잃은 이후에도 역사에 패배자로 기록되어 후세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성공하면 무엇하나 잃지 않아도 된다. 하늘의 권위에 도전하며 천자의 자리에 오를 것이고, 일족은 왕으로 봉해질 것이다. 역사에서는 적들을 물리친 최후의 승자로 기억될 것이다.


당장의 오명과 수치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승리의 달콤함에 씻겨나갈 것이니, 당장의 손실과 굴욕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 또한 승리한 이후 되찾고 갚아주면 될 것이다.


결심을 굳힌 사마사는 회남을 지키던 부하에게 서신을 보내었고, 견홍을 병주로 보냈다.


....


“누가 이자를 들이라 하였는가?”


부하를 본 손권은 차갑게 말하였으나, 곧 부하와 함께 온 양축이 나서서 말했다.


“양국의 이익을 위해,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러 왔다 하기에 신(臣)이 감히 폐하의 허락을 받지 않고 데려왔습니다. 만약 이자가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을 논한다면 즉시 저의 목도 함께 베십시오.”


손권은 곧 코웃음을 치고 턱을 괴고 몸을 눕히며 그에게 말했다.


“어디 한번 들어보도록 하지.”


부하는 곧 비장한 얼굴로 한발 앞으로 나와 엎드려 절하고, 이마를 바닥에 찧어가며 말했다.


“폐하, 위국의 황도인 업성이 촉군에게 포위당했으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구원의 손을 내밀어주십시오!!”


예상 밖의 행동에 당황한 손권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희가 줄곧 우리와 적대해 온 것을 잊은 것인가? 멸망이 목전에 와서 사리분별이 안 되는 모양이구나. 업성이 함락되고 나면 우리는 크게 기뻐하며 북진하여 염원했던 회수 일대와 청,서주 지역을 차지할 것이고, 누구도 감히 이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네놈들을 돕겠는가?”


“폐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오와 위는 지금껏 서로 적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폐하 기억하십시오. 폐하께서 형주를 차지하시고도, 촉을 치지 않고 남겨두셨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하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손권은 웃으며 말했다.


“흥, 우리가 촉을 공격하게 하기 위해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옛이야기까지 꺼내는구나, 그래 봐야 소용없다. 천하가 2개로 나뉘든 3개로 나뉘든 우리가 장강을 끼고 있는 한 누구도 우리를 쉽게 무너트릴 수없다. 이미 너희와 수없이 싸우며 그것을 증명하였는데, 이제와 그런 이야기로 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가?”


손권은 자세를 고쳐 앉아 부하에게 호통쳤으나, 부하는 기죽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익주에도 장강이 흐르고 있음을 잊으셨습니까? 또한 그들도 애타게 형주를 원했음을 잊으셨습니까? 그들은 위를 무너트리기 위해 과거의 원한을 잊고 폐하와 손잡았지만, 이미 그것을 주도하였던 공명은 죽어 없고, 무도(無道)하기 그지없는 위연이 군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제 위를 멸하게 된다면, 곧바로 과거의 원한을 씻으려 할 것입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는 언제나 통용되는 것임을 어찌 모르십니까?”


손권은 그의 발언에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하며 말했다.


“이 손중모가 위연 따위를 두려워할 것 같은가!! 오의 수군은 여전히 건제하고 장강은 우리의 핏줄이나 다름없다!! 위연이 아니라 관우가 다시 살아 돌아오더라도 감히 우리를 위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봐라!! 당장 이놈의 목을 베어 사마사에게 보내주어라!!”


그의 말에 손권의 근위병들이 부하에게 다가왔으나, 부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그 관우를 잡았던 여몽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이릉에서 촉군을 불태웠던 육손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폐하!!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이제 위연이 위를 멸하고 남하한다면 누가 있어 오를 지킬 것입니까!! 수많은 위의 장수와 병사들이 모두 머지않아 촉군의 산하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면 어떻게 그것을 막으려 하십니까!! 적벽에서 적에 맞설 때 폐하께서는 고작 서른의 나이였고, 형주의 관우를 토벌할 때는 마흔의 나이였으나, 지금은 일흔이 되어가고 계십니다!! 폐하께서 돌아가시면 손오가 감히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러한 간단한 이치조차 모르십니까!!”


그의 절박한 절규를 듣던 손권은 손을 뻗어 끌려나가던 것을 멈추게 하였다.


그리고 그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손권은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우리가 움직이면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적어도 본래 우리의 땅이 되었어야 할 회수 일대와 서주 정도는 받아야 하겠다.”


그러자 부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


“완현의 군사를 움직여, 홍농군과 동관을 공격해 주십시오. 그리하면 폐하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장고의 시간을 가진 손권은 곧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먼저 회남으로 군을 진군시켜, 그곳을 장악한 이후, 약속을 이행할 것이다.”


부하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앞에 엎드려 일어날 줄을 몰랐다.


작가의말

댓글, 추천, 선호작 등록 감사합니다.


늦었습니다 ㅠㅠ 24시를 넘겨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꼭 시간을 지키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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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후기 +36 21.10.11 1,730 70 3쪽
107 외전 - The Last Dance(4) +6 21.10.10 1,589 56 16쪽
106 외전 - The Last Dance(3) +5 21.10.09 1,334 47 11쪽
105 외전 - The Last Dance(2) +2 21.10.07 1,400 49 11쪽
104 외전 - The Last Dance(1) +8 21.10.06 1,571 49 16쪽
103 에필로그 +13 21.10.04 1,904 67 6쪽
102 의지의 실현(6) +11 21.10.04 1,551 57 13쪽
101 의지의 실현(5) +3 21.10.02 1,360 47 15쪽
100 의지의 실현(4) +6 21.10.01 1,288 48 11쪽
99 의지의 실현(3) +4 21.09.30 1,360 44 12쪽
» 의지의 실현(2) +7 21.09.29 1,356 46 12쪽
97 의지의 실현(1) +3 21.09.27 1,340 53 10쪽
96 대장의 의미(7) +9 21.09.26 1,339 54 10쪽
95 대장의 의미(6) +4 21.09.17 1,412 45 11쪽
94 대장의 의미(5) +5 21.09.17 1,339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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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대장의 의미(3) +13 21.09.12 1,467 53 12쪽
91 대장의 의미(2) +4 21.09.11 1,467 52 13쪽
90 대장의 의미(1) +6 21.09.09 1,449 58 10쪽
89 선택(2) +5 21.09.08 1,389 55 13쪽
88 선택(1) +3 21.09.05 1,510 47 11쪽
87 기회(3) +8 21.09.04 1,426 52 9쪽
86 기회(2) +1 21.09.02 1,446 47 10쪽
85 기회(1) +1 21.09.01 1,498 48 11쪽
84 촉한대장위연 +3 21.08.27 1,698 54 9쪽
83 각자의 길(6) +8 21.08.26 1,503 61 15쪽
82 각자의 길(5) +3 21.08.25 1,485 5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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