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건 호의 마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moos_
작품등록일 :
2021.05.24 13:43
최근연재일 :
2023.10.23 10:00
연재수 :
305 회
조회수 :
30,511
추천수 :
1,075
글자수 :
1,464,613

작성
21.07.11 10:00
조회
122
추천
6
글자
11쪽

세른의 과거 1 (자매)

DUMMY

새가 지저귀는 세른의 숲,


자그마한 호수에 검은 후드를 푹 눌러쓴 채로 나엘이 누워있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나뭇잎이 살랑이는 나무 아래에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들려오는 새소리를 자장가 삼아 편히 잠을 자고 있었다.


나무의 앞의 호수는 여러 작은 물고기들이 신나게 헤엄을 치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 나엘의 옆에서 은발의 이엘은 호수에 낚싯대를 담그며 휘파람을 휘휘 불고 있었다.

이엘의 복장은 나엘과 정반대로, 하얀색의 후드와 약간 주홍빛으로 감도는 가죽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마치 잘 꾸며진 드레스와도 같이, 윤기가 넘치는 이엘의 갑옷은 아름다웠다.


나엘에게 슬며시 떨어지는 나뭇잎, 그 나뭇잎은 그녀의 코에 다가가더니 간질이기 시작했다.


나엘은 크게 재채기를 하고는 코를 쓰윽 닦았다.

이엘은 재채기를 하며 일어나는 나엘에게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이제 일어난거야?"


이엘의 상냥한 목소리에 나엘은 기지개를 피고는, 나엘이 낚싯대를 담근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기는 많이 잡았어?"


"아니, 한마리도."


이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음 지었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미소에 나엘은 웃으며 이엘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너는 옛날부터 낚시를 못했잖아."


"여기 호수의 고기가 많이 없는 거야, 봐봐 작은 물고기 밖에 없잖아?"


"이엘, 분명히 네가 말하는 걸 들었는데, 여기 고기가 잘 잡힌다고 했지 않았어?"


나엘의 말에 이엘은 헛기침을 하고는, 저 멀리 있는 드라이어드들의 마을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 꼬마랑 같이 잡았을 때는 잘 잡혔는데..."


나엘은 이엘이 말한 꼬마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물었다.


"꼬마?"


"응, 최근에 내가 데려온 꼬마 몰라?"


"주로 밤에서 혼자 있는데 어떻게 알겠어?"


나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엘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엘은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는 "그런가"라고 말하며 인상을 찌푸린 나엘에게 웃음 지어보였다.


나엘은 나무옆에 세워둔 자신의 활을 집고선 이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엘은 나엘이 손을 내밀자, 낚싯대를 접고는 그녀와 같이 마을로 휘파람을 불며 나아갔다.


그들이 마을로 들어설 때쯤, 신나는 노래소리가 마을안에 울려퍼지며, 마치 그들이 오는 것을 축복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엘은 그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지, 쭈볏쭈볏 거리며 천천히 걸어갔고,

이엘은 드라이어드들이 부르는 노래를 흥얼 거리며 손을 펼친 채로 신나게 발을 구르며 나아갔다.


그때 이엘은 한 꼬마 드라이어드를 발견하고는 멈춰서더니, 곧장 나엘에게 그를 보여주었다.


"애야! 나랑 같이 물고기를 잡았던 꼬마!"


나엘은 이엘이 소개시켜준 꼬마를 쳐다보았다.

녹색 머리칼의 귀여운 외모를 지닌 꼬마는 마치 작은 엘프를 본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 꼬마는 손을 모으고는 나엘에게 말했다.


"올리에요..."


그의 작은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 나엘은, 고개를 올리에게 낮춰주고는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다.


"나는 나엘이라고 해, 밤에 돌아다녀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엘님이 말해줘서 알고있어요."


올리가 귀엽게 미소를 띄우며 대답하자, 나엘은 따라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이엘 역시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도 그렇게까지 사람을 안 좋아하는 건 아닌데 말이지."


그때 이엘의 뒤에서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인기척을 느낀 이엘은 순식간에 뒤를 돌아보고는 화색을 띄우며 말했다.


"투르드!"


투르드는 이엘의 외침에 당황하며 손으로 입을 가르켰다.

그러자 이엘은 아차 싶었는지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투르드에게 말했다.


"나무의 왕, 여기엔 어쩐일로?"


나엘은 쭈볏쭈볏 서있는 올리의 등을 살며시 밀어내며 집으로 보내고는,

투르드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무의 왕."


투르드는 나엘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며, 밤에 있었던 일을 들으러 왔다고 애기했다.

나엘은 별 것 없었다는 듯이, 쨍쨍하게 비춰지는 햇빛을 가리고는 말했다.


"별일 없었지, 오늘도 밤에 태어나는 드라이어드는 없었어."


투르드는 나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손을 한번씩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침울해 하는 투르드에게 이엘은 저 멀리 해맑게 걸어가는 올리를 바라보며 애기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 드라이어드들이 잘 살아남고 있지 않나요?"


나엘도 그 말에 동감하는지 영목이 감싸고 있는 마을을 둘러보고는 투르드에게 애기했다.


"마을을 만든다는 이엘의 의견은 정말로 좋았던 것 같아."


그녀들의 말에 투르드는 자신의 영목을 쳐다보았다.

굳건하게 마을의 중앙에서 버티고 있는 큰 영목은 드라이어드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었다.


자신의 영목을 보는 것을 멈춘 투르드는 다시 한번 더 이엘과 나엘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정말로, 드라이어드들을 데려와줘서 고맙네."


"나무에서 태어난 드라이어드들은, 갓 태어난 직후가 제일로 위험하니깐."


나엘은 투르드의 감사 인사를 사양하며, 자신도 이 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애기했다.


이엘 또한 자신에게 붙은 이명을 만족하며 말했다.


"낮의 감시자와 밤의 감시자, 정말로 이게 우리 천직일수도 있어 언니."


"설마 고향에서 하던 일을 비스무리 하게 될 줄은 몰랐지."


나엘도 자신의 상황이 웃긴듯 이엘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투르드는 서로 웃고 떠드는 둘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띄우고는 둘에게 말했다.


"영목 안에서 쉬어도 괜찮으니, 따라오지 않겠나?"


이엘과 나엘은 투르드의 제안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하며 그대로 그를 따라갔다.


..........


영목의 안, 최상층에 있는 왕의 알현실


드레아가 흰색의 사제복을 펄럭이는 채로, 철제로 된 컵에다가 차가운 물을 붓고는 나뭇잎을 띄웠다.


그리고는 그 물컵을 천천히 원탁의 위에다가 가져다 올렸다.


이엘은 그 물을 받고서는 드레아에게 고맙다고 얘기했다.

드레아는 이엘의 감사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로 원탁의 의자에 앉았다.


나엘은 그런 드레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드레아를 보고 웃고있는 이엘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투르드가 시큰둥한 드레아에게 한마디 했다.


"드레아, 기분 좀 풀게, 항상 자매들이 오면 그렇게 퉁명스럽나?"


"조금이지만 사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럽니다."


드레아는 나엘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엘은 그런 드레아의 눈빛을 무시하며 그가 가져온 물을 홀짝였다.


이엘은 둘의 분위기에 안절부절 하며 드레아와 나엘의 눈치를 봤다.

그 둘의 피 튀기는 신경전에 투르드 역시 긴장했는지 나엘의 어깨와 드레아의 어깨를 한번씩 두드리고는 말했다.


"그만들 하게, 간만에 원탁에 모였지 않나?"


투르드가 둘을 말리자, 이엘 역시 나엘에게 그만하라고 부탁했다.


"언니, 드레아씨랑 사이가 안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도 투르드가 자리를 마련했으니 그만해주면 안돼?"


이엘의 간절한 부탁에, 나엘은 끼던 팔짱을 풀고는 드레아가 있는 곳 정반대의 방향을 쳐다보았다.


드레아 역시 투르드의 부탁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턱을 괸채로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투르드와 이엘은 그 둘의 모습에 어쩔줄 몰라 서로 웃고는 얘기하기 시작했다.

둘이 웃고 떠드는 소리,

여전히 나엘과 드레아는 쳐다도 보지 않은채로 그 둘의 대화를 듣기 시작했다.


별 것 아닌 사소한 대화였지만 그 둘은 서로 웃으며 즐겁다는 듯이 시간을 보냈다.

가끔씩 나오는 재미있는 농담에 나엘과 드레아는 피식 웃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어느샌가 쨍쨍하게 빛이 나던 해는 저물고 있었고, 점점 마을에서 들려오던 노랫 소리역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드레아는 서서히 눈이 감기더니 원탁 위에 머리를 올린 채로 그대로 잠이 들기 시작했다.

나엘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활을 챙겼다.

투르드는 그대로 알현실을 빠져나가려는 나엘에게 말했다.


"나가는 건가?"


그의 물음에 나엘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얘기했다.


"그래야 나무의 왕의 벗을 찾아볼 것 아니야."


투르드는 천천히 걸어나가는 나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이미 당신들 자매라는 벗이 있는걸."


그 말에 나엘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입을 떼려고 했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는지 대답하지 않은 채로 다시 길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엘은 그 모습을 보고는 나엘에게 소리쳤다.


"다녀와, 나엘."


나엘은 이엘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투르드와 이엘을 향해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다녀올께."


........


달조차도 뜨지 않은 세른의 어두운 밤,


나엘은 마을을 빠져나가 한 나무의 위에서 앉아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이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칠흑과도 같은 밤이였지만,


수 많은 밤을 누비던 나엘에게 있어서 그 밤은 자신의 안방과도 같은 편안함을 주었다.


나엘은 나무의 위에서 그날 오후에 있었던 투르드와 이엘의 대화와 농담을 떠올리며, 한번씩 웃었다.


바스락,


오후의 추억을 떠올리던 나엘에게 평소의 숲과는 다른 이질적인 소리가 났다.

그 이질적인 소리에 나엘은 급하게 자신의 활을 챙기며 나무의 아래로 내려갔다.

점점 커지는 발 소리와 같은 소리는 저절로 나엘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빠득


나엘이 순간적으로 밟은 나뭇가지의 소리,

그녀는 그 소리에 아차 싶었는지, 급하게 활을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조준했다.


하지만 그 이질적인 소리를 낸 존재는 나엘이 만든 소리에 도망치는지 점점 발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나엘은 멀어져가는 발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경계하며 빠르게 달려나갔다.

그때 보이는 자신과도 같은 발자국,


분명히 사람과 같은 형태의 발자국이였지만, 자신과는 다르게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5개의 발가락과 발이 찍혀있는 자국은 나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 발자국을 따라 쿵쾅대는 심장을 잡고 나아가는 나엘,


발자국이 끊어진 곳에는,

나엘 자신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드래곤이 천체를 감싸고 있는 듯한 문양,


그 오래된 유적에 나엘은 그대로 멈춰섰다. 그리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디서 많이 본 문양인데..."


그때 나엘의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한이름이 스쳐지나갔다.


앨리스


나엘은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활을 거두고는 소리쳤다.


"앨리스 님?"


하지만 그녀의 외침에 숲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밤의 침묵은 그대로 나엘의 입을 닫게 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리건 호의 마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번 회차는 엔딩입니다. +2 23.10.23 66 0 -
공지 돌아왔습니다+ 연재 공지 +1 23.05.12 93 0 -
공지 이해를 돕기위한, 31화까지의 항해경로 21.06.22 160 0 -
공지 첫 연재작품입니다 (수정중) (엔딩 이후로도 수정 지속) 21.05.24 189 0 -
305 떠나는 자 (완) +4 23.10.23 91 2 12쪽
304 살아남은 자 23.10.22 62 2 13쪽
303 최후의 전장 10 23.10.21 60 1 12쪽
302 최후의 전장 9 23.10.20 61 1 12쪽
301 최후의 전장 8 23.10.19 48 2 11쪽
300 최후의 전장 7 23.10.18 55 2 11쪽
299 최후의 전장 6 23.10.17 44 2 13쪽
298 최후의 전장 5 23.10.16 96 2 11쪽
297 최후의 전장 4 23.10.15 73 2 10쪽
296 최후의 전장 3 23.10.14 50 2 12쪽
295 최후의 전장 2 23.10.13 61 2 12쪽
294 최후의 전장 1 23.10.12 85 2 12쪽
293 관문전투 3일차 (5) 23.10.11 80 2 10쪽
292 관문 전투 3일차 (4) 23.10.10 47 1 11쪽
291 관문 전투 3일차 (3) 23.10.09 63 1 12쪽
290 관문 전투 3일차 (2) 23.10.08 6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