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건 호의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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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oos_
작품등록일 :
2021.05.24 13:43
최근연재일 :
2023.10.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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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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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움직이는 암살자

DUMMY

일리아나가 멀어져가는 레세를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갸냘픈 시선이 자꾸만 뒤로가자, 세이는 일리아나를 톡하고 한 번 건드리고는 말했다.


"아쉬운가 보네."


그의 질문에, 일리아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간만에 만난 엘프와, 처음으로 보는, 드워프와의 이별은 참으로 아쉽게 다가왔다.


살면서 한번도 여행을 떠난 본적이 없은 일리아나에게, 레세에서의 여정은 정말로 즐거우면서도 서글펐다.


"그나저나, 이엘이 마녀의 몸을 지배했을 때 어디있었어?"


"네?"


"이엘이 그러더라고, 우리 마녀가 응답이 없었다고."


세이는 조타륜을 살살 놓았다.


안개장막은 많이 옅어졌기에, 어느정도는 여유가 있었다.


일리아나는 잠시동안 고민하더니, 세이에게 대답했다.


"꿈을 꾸고 있었어요."


"무슨 꿈?"


"어머니와, 제 동생, 함께 집에 있던 꿈이요."


모리건 호를 밀어주는 바람이 일리아나를 스쳐지나갔다.


그녀의 금빛 머리칼이 흩날리며, 그녀의 표정을 가려주었다.


하지만 세이는 그 찰나의 순간에서 일리아나의 미묘한 표정을 보았다.


기쁨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이 가득한 그 표정은 세이의 입을 굳게 다물게 했다.


잠시간의 침묵, 일리아나는 가까스레 자신의 눈물을 감추며 고개를 돌렸다.


세이는 그런 일리아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한번 더 물었다.


"즐거웠나?"


"네."


그의 질문에 일리아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그만큼,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 하고 있었다.


비록 노예였을지라도, 어머니와 함께 보냈던 그 즐거웠던 시간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것이다.


"나도 그랬어, 어머니랑 함께 보낸 그 세월이."


"..."


"아버지가 이따금씩 들어왔을 때, 그 기쁨, 그리고 연락이 되지 않을 때의 그 초조함,

그 모든 것을 어머니와 같이 느꼈지."


세이 역시 과거를 회상했다.

괴로운 과거였지만, 이상하리 만큼 즐거웠었다.

그건 일리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지금 바다를 나가서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 보물 사냥꾼이 된것도, 마녀를 만난 것도."


세이는 천천히 조타륜을 잡았다.

일리아나는 세이에게 다가가 그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저도요."


생각보다, 그 둘은 공통점이 많았다.

그렇기에 통하는 점이 있었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잘 이해했다.


..........................


"아버지, 제가 왔습니다."


녹스가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


휘황찬란한 금빛의 섬광이 뿜어져 나오는 알현실은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 분위기속에서 위엄있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람이 있었다.


로스제국의 황제, 하이네스 덴젤


그는 자신의 희어버린 수염을 한번씩 만져보며 아들의 보고를 천천히 들었다.


사령술에 관한 이야기 하며, 로스제국을 위협하는 적들, 그리고 일리아나에 대한 일까지 샅샅이.


녹스의 보고를 들은 덴젤은 서서히 이마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 내용이 가면 갈수록, 덴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 것이였다.


하지만 그의 심기를 가장 거슬리게 한 것은 일리아나에 대한 내용이였다.


"아들아, 그래서 일리아나는 어떻게 되었다고?"


"..."


덴젤의 물음에 녹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압도적인 공포가 녹스의 주변에 스멀스멀 올라왔기 때문이였다.


그 진중한 분위기에서 그 누구도 쉽사리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아들아, 일리아나는 너도 알다시피, 은인의 자식이다."


"알고 있습니다."


"너가 그녀를 흠모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덴젤의 말에 녹스는 크게 당황했다.


아버지에게는, 일리아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황제는 그 특유의 눈치가 있었다.


"너의 정보망도, 결국에는 나의 정보망이라는 걸 알아두어라."


덴젤은 자신의 옥좌에 일어나, 그대로 녹스에게로 걸어갔다.

녹스는 얼어붙으며, 가만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하겠지, 녹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도, 너도, 그 엘프에게 한눈에 반해버린다는 것 말이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

녹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말할 다음의 말씀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일리아나를 지켜라, 가서 적들을 섬멸해라."


덴젤의 말에 녹스는 자신의 일으켜 세웠다.

마음속 한곳이 불타오르며, 그는 주먹을 가슴에 쥐며 답해주었다.


"알겠습니다."


"내가 그리 했듯이, 너도 그리해라."


덴젤은 멀어져가는 녹스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


"확답을 얻으셨군요."


에이단이 알현실의 바로 앞에서 녹스에게 말을 걸었다.

녹스는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는 에이단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께서 승인했으니 이제 당신들이 나서줄 차례입니다."


"당연하죠, 신께서는 약속을 중요시 여깁니다."


에이단은 두손을 모아 기도를 드린 후, 녹스와 함께 걸어갔다.

그 둘의 모습은 어디간 어색하면서도, 친근한 분위기를 뿜어대었다.


"로스제국내의 위협이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만."


"암살자들, 당신의 수녀들이 싸웠던 존재들을 대신 상대해주시면 됩니다."


그들은 복도를 걸어가며, 자신들이 약속했던 것에 대해 말했다.

사실 녹스는 에이단과 협력한다는 것이 그렇게 탐탁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적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높았다.


"엘프들의 고향은 저희쪽이 처리 안해도 괜찮습니까?"


에이단의 물음에 녹스는 고개를 저었다.


"브릭이 먼저 출발했습니다."


에이단은 브릭이라는 말을 듣자,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번 일만 해결하게 된다면, 로스제국의 동맹을 돈독히 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2번째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든든한 뒷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희들도 최선의 방법으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에이다는 발걸음을 멈춰세우며 말했다.


이곳에서 에스탈리아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는 자리에 멈춰 선 것이였다.


"그럼 루나를 황자님의 호위로 붙여두겠습니다.'


"그건 괜찮은데..."


"걱정하지마세요, 그녀는 생각보다 상냥합니다."


에이단이 작별인사를 건네자, 녹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갈 길을 갔다.


그때 루나가 나타나 에이단에게 말을 걸었다.


"사제님, 일은 잘 마무리 되셨는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러면 우리도 할 일을 해야겠지?"


에이단이 웃으며 말하자,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수염이 살랑거리자, 에이단은 그녀의 수염을 한번 잡고는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 수염은 관리 해, 나는 괜찮지만, 로스 제국내에서 그리 좋게 보는 사람들이 없거든."


"넵."


루나는 황급하게 자신의 수염을 감추고는 에이단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띄우며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황자님의 호위를 부탁하지, 나는 에스탈리아와 함께 그 암살자를 알아보고 있겠어."


"황자님은..."


"먼저 가셨네 빨리 따라가는게 좋을꺼야."


에이단은 저 멀리 녹스의 등을 가르키며 말했다.

루나는 헐레벌떡 녹스를 향해 뛰어갔고, 에이단은 그런 그녀를 보고 흐뭇해 했다.


"보기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에스탈리아."


에이단은 어느새 자신의 뒤로 다가온 에스탈리아를 눈치채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루나는 최근에 만난 자매중에는 가장 활달해서 말이야."


그의 말에 에스탈리아 역시 인정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에이단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럼 저희도 움직여야 겠습니다, 암살자들의 근거지를 알아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군."


에스탈리아의 말을 들은 에이단은 자신의 사제복의 후드를 뒤집어 쓰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에스탈리아 역시, 자신의 후드를 깊게 눌러 쓴채로, 에이단과 함께 저벅저벅 걸어갔다.


....................


로스제국 수도 라바리스 외곽, 부유한 중앙 구획과는 다르게 외곽의 지역은 빈민촌으로 넘쳐났다.


모든 국가가 그렇듯이, 빈부의 격차는 항상 해소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신분이 결정되어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자연스레 가난 이들은 원래 그렇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 외곽의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며 살아갔다.


그 빈민가에서도, 술집은 항상 존재했다.


또한 그 술집에서도, 정보는 항상 따라왔다.


딸랑!


술집의 문이 열리며, 방울이 울렸다.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이빨이 몇개 빠진 바텐더는 컵을 닦고 있던 혀를 낼름거리며 손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뉘슈."


처음보는 손님에 바텐더는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 이런 술집에는 단골만 오기 때문에, 낯선 이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요새 중앙은 어떤가."


검은색의 복장의 한 남자가 중후한 목소리를 풍기며, 바텐더에게 물어보자.

험상궃은 덩치가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주인장이 뭐냐고 묻지않았나?"


험상궃은 덩치는, 지금 앞의 남자를 때려눕힐려는지, 자신의 손을 풀었다.

바텐더가 고용한 보디가드일지는 몰라도, 그 덩치는 싸울 준비가 가득하고 있었다.


"귀찮게 굴지마라."


쓱!


살을 에는 엄청난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덩치의 팔과 목이 떨어져 나갔다.

순식간에 피가 튀자, 바텐더는 더더욱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누군가 했더니, 암살자였군."


남자를 감쌌던 후드가 벗겨지며, 하얀색의 두피가 드러났다.

그의 팔에는 검이 박혀져 있었으며, 그 검에는 방금전의 덩치의 피가 묻어져 있었다.


"지금 급한 상황이라, 우리 형제들이 기다리고 있거든."


"밖에도 있나, 몇 명정도지?"


바텐더가 자신의 바에 침을 뱉고는 그대로 수건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그러자 그 암살자는 그 바에 손바닥을 내리치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50."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


바텐더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작은 나무상자를 꺼냈다.

바텐더에게 나무상자를 넘겨받은 암살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금화를 20닢건네주었다.


빈민촌에게 있어서 금화 20닢은 엄청나게 큰 액수였다.


1년동안 먹고 살 수 있는, 거액을 받은 바텐더는 자연스레 흉측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기왕이면 저 망할 덩치 시체좀 치우고 가주지 그래?"


"당신이 고용한게 아니였나?"


"그냥 술 주정뱅이야, 짐승밥이든 태워서 없애든 알아서 해."


암살자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술집을 나섰다.

바텐더는 쳇하는 소리와 함께, 금화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는 자신의 술집의 문을 닫았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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