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건 호의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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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oos_
작품등록일 :
2021.05.2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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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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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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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맹수

DUMMY

사제와 수녀, 그 두명이 라바리스 외곽에 천천히 발걸음을 걷고 있었다.

원래는 눈에 띄지 않았겠지만, 라바리스 외곽에서 사제와 수녀가 각각 대검과 도끼창을 들고 있는 것은 보기가 힘들었기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이목을 집중했다.


"에스탈리아, 이곳에 암살자들이 있는게 확실한가?"


"지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에이단이 주변을 경계하며 그녀에게 물어보자, 에스탈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몰려오는 시선은 그렇게 반갑지 않았다.


암살자들에게 이목을 끈다는 것은,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였고, 주민들의 시선은 암살자들의 살기를 가려주었기 때문이였다.


"이곳 근처 술집에 수상한 무리를 확인했습니다, 무장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살기가 느껴졌나보군."


에스탈리아의 말에 에이단이 답했다.


미묘하게 흐르는 섬칫한 공기의 흐름을 에스탈리아는 잡아낸 것이였다.


사실 거주지라고 보기에는 애매했으나, 단서를 잡아내기에는 충분했다.


"수인의 감은 역시 무시하지 못하겠군."


에이단은 에스탈리아가 다시 한번 인외의 존재인 것을 깨달았다.

숱한 전장을 넘어온 그도, 암살자가 내뿜는 살기는 감지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기운을 감추고 사람을 죽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미묘한 살기를 감지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에스탈리아는 달랐다.

짐승의 촉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금방 잡아냈다.


"이쪽입니다."


에스탈리아는 한 술집을 가르켰다.

허름해보이는 그 술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고,

코 끝을 찌르는 악취는 주인이 위생을 전혀 신경쓰지 않은 것 같았다.


"저곳인가, 딱히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데."


에이단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에스탈리아는 말없이 그 술집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에이단은 사제의 후드를 걷어내며 한숨을 푹 들이쉬고는 에스탈리아를 따라들어갔다.


"뉘쇼."


그곳에는 치아가 몇군데 없는 바텐더가 불친절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에스탈리아는 그 바텐더의 말을 무시하며 주변의 냄새를 맡고는 에이단에게 말했다.


"피 냄새가 납니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짚었나 보네."


에스탈리아의 말을 들은 에이단은 바에 손을 가져다 대며, 바텐더를 응시했다.

그의 서글한 미소는 바텐더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뭘 원하는거요?"


"자매의 말을 못들었나? 이곳에서 피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뭐 짐승새끼도 아니고, 냄새를 맡고 지랄이쇼."


그 바텐더는 자신의 침을 잔에 내뱉으며 걸레같은 손수건으로 잔을 닦기 시작했다.


에이단은 고개를 한차례 돌리고는 다시 한번 바텐더를 응시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사람이 죽지 않았나?"


그의 말에 바텐더는 당황했지만,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며,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며 에이단에게 말했다.


"날 뭘로 보는거요? 술을 시킬 거 아니면 나가쇼!"


바텐더의 단호한 대답에 에이단은 바에 올린 손을 치웠다.


에이단은 이미 볼일을 다 보았는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바텐더에게 말했다.


"짐승 새끼라 하셨지만, 아쉽게도 틀렸네."


"뭐?"


에이단의 말에 바텐더는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때, 에스탈리아가 한 남성의 팔을 들고오더니, 에이단에게 웃으며 말했다.


"찾은 것 같네요."


바텐더는 에스탈리아가 들고 있는 팔을 보며 크게 당황했다.


깔끔하게 절단 되어있는, 남성의 팔은 어디 뒷골목에 버려졌었는지, 상당히 지저분해져 있었다.


에이단이 바텐더의 시야를 가린 사이에, 에스탈리아는 피 냄새를 추적해,

시체가 있는 곳까지 간 것이였다.


"당신들, 정체가 뭐야?"


바텐더가 다리를 떨며 말하자, 에이단은 서서히 바의 안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그의 얼굴에 다가가고는 귀에다가 대고 속삭였다.


"알 필요가 없네."


그의 말을 들은 바텐더는 더더욱 당황했다.

당황한 바텐더를 뒤로 한채로, 에이단은 술집을 빠져나왔다.


에스탈리아 역시, 팔을 코에다가 가져다대고는 냄새를 기억했는지 바텐더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남성의 팔을 바에 올려놓고는 에이단을 따라갔다.


술집을 빠져나온 두사람, 에스탈리아는 바텐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제대로 찌푸리며 에이단에게 얘기했다.


"죽이시지 그랬습니까, 해충같은 녀석입니다."


"이래봬도, 그는 민간인이네 우리같은 외교사절단이 타국의 민간인을 죽이면 쓰나."


에이단 역시 그 바텐더가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수확이 있어 기쁜 얼굴을 짓고 있었다.


에스탈리아는 그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는 금화 한닢을 보고는 후드를 더더욱 눌러쓰며 말했다.


"그러면 절도는 괜찮습니까?"


그녀의 농담이 섞인 질문에, 에이단은 다시 한번 서글서글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빌리는 건 괜찮지 않나?"


에이단은 에스탈리아에게 그 금화를 건네주었다.

그녀는 에이단에게 받은 금화를 한번 맡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 말고, 짙은 냄새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익숙한가?"


"제가 가져온 시체의 팔에서 난 냄새,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에스탈리아의 말에 에이단은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대검을 점검하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앞장서게."


.................


사제와 수녀가, 밤길을 거닐고 있었다.


정오부터 시작된 조사는 어느덧 하늘이 달로 바뀌어져 있었다.


에스탈리아의 밤눈이 좋기 때문에, 에이단은 휘파람을 불며, 그녀를 앞세워 걸어갔다.


그녀는 주변의 냄새를 맡아가며, 뚜렷하게 보이는 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무언가가 에스탈리아의 감을 자극했다.


"사제님, 느껴지시나요?"


"아니, 하지만 자매가 그렇게 얘기하니."


에이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 어두운 수도의 외곽에서 무언가를 감지하기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선명하게, 살을 에는듯한 한기가 전신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에스탈리아는 자신의 도끼창을 꺼내고는 에이단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행동에 스슥하는 인기척이 나더니, 순식간에 몇몇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습할 줄 알았는데."


에이단이 모습을 드러낸 암살자들에게 말하자,


검은 복장의 암살자 중 한명이 에이단을 향해 혀를 차면서 얘기했다.


달빛에 비춰지는 녹안과 은은히 빛나는 은발의 암살자는 위험한 냄새를 풀풀 풍겼다.


"기습으로 통하는 녀석과 통하지 않는 녀석은 구분할 수 있어."


그리고는 에스탈리아를 가르키며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렸다.


"저 망할 수녀는, 감이 너무 좋군."


에스탈리아는 암살자의 말에도 끄떡없이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천천히 자신이 느끼는 인기척을 살펴보고는 에이단에게 속삭였다.


"우측에 10명, 좌측에 10명, 후방에 5명정도."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에스탈리아의 말에 에이단은 자신의 검집에 손을 대었다.

그녀는 도끼창을 한번 휘두르며, 자신을 노려본 암살자에게 겨누었다.


암살자들은 에스탈리아의 행동에 자신의 품속에 검을 꺼내들었다.

하나같이 짧은 단검이였지만, 찔린다면 충분히 목숨을 노릴 수가 있었다.


"팔에 칼이 달린 사람을 보이지 않습니다."


에스탈리아는 짧은 순간의 달빛에 번쩍이는 날붙이들을 보고는, 에이단에게 말했다.

자신과 교전했던, 그 무지막지한 암살자는 그곳에 없었다.


"이미 시작됐어."


은발의 암살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단검과 함께 자세를 취했다.

달빛이 그들을 비추며, 서서히 암살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2

5명, 적어보이는 인원수여도, 한명 한명이 확실한 실력자였다.

에이단은 자신들을 둘러싼 암살자들을 보고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파란색을 내뿜던 달빛은, 언제부터인지 선혈과도 같은 빨간색으로 변색되어 있었다.


"오늘 밤은 길겠군."


에이단의 말과 함께, 암살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에스탈리아는 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자신의 키만한 도끼창을 크게 휘둘렀다.

위협을 느낀 암살자들은 자신의 발걸음을 멈추었다.


큰 풍압과 함께, 암살자중 몇몇은 불어오는 먼지를 막기위해 얼굴을 가렸다.


엄청난 괴력에, 은발의 암살자는 자신의 복면을 내리며 감탄했다.

입가가 찢어진 그의 상처가 벌어지며, 은발의 암살자는 입을 벌리고 얘기했다.


"이거, 자세히 보니 두목이 얘기한 그 수녀잖아?"


"..."


에스탈리아는 한번 휘두른 도끼창을 거두었다.


스무 명의 암살자의 접근을 한번 휘두른 것으로 막은 그녀는, 가만히 은발의 암살자를 노려보았다.


다른 암살자는 둘째치더라도, 자신의 앞에 있는 그 은발의 암살자는 위험했다.


"에이단님."


"왜 그러나."


"언제까지 구경하실 겁니까?"


에스탈리아는 살짝 자신의 뒤를 쳐다보았다.


에이단은 자신의 검에 손을 대지도 않은 채로, 팔짱을 끼고 에스탈리아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에이단은 팔짱을 낀채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신벌의 대행자는 자네이지 않나? 나는 아직 권한이 없네."


"별 이상한 변명을 대시네요."


"자네가 죽으면 고려해보지."


에이단의 서늘한 웃음에 에스탈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결정한 그의 대답은 변하지 않을 것이였다.

그리고 그의 말에는 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전력의 보존'


그들의 말을 들은 은발의 암살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에이단을 향해 말했다.


"여자를 앞세워고 뒤에 숨어있는건가?"


"뭐 그래도 상관없지 없어서 말이지."


에이단은 에스탈리아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상황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였다.


제일로 중요한건, 자신의 전력을 보존해두는 것이였다.

그들이 말하는, 암살자들의 수장의 전력을 알 수 없기 때문이였다.


"후회할텐데."


은발의 암살자는 다시 한번 복면을 쓰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살기가 넘실대고 있는 이 상황은 에이단에게 익숙했다.


이제는 암살자에게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였다.

전투가 자신의 앞에 기다렸다.


"지옥으로 인도해라."


에이단은 에스탈리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스탈리아는 자신의 후드를 벗어재끼며,

도끼창의 자루를 짧게 잡았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중한 그녀의 자세,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와 더해지며, 에스탈리아의 도끼창이 서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기묘한 기류가 흐르는 그녀의 도끼날은 점점 파래지기 시작했다.

은발의 암살자는 후드를 벗은 에스탈리아의 모습을 보고는 슬며시 웃었다.


"호랑이가 이곳에 있었군."


눈에 노란 불빛을 번쩍이며, 먹잇감을 노리는 한마리의 맹수.

그 모습을 본 암살자들은 자신의 발이 얼어붙었다.

명백히 느껴지는 살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였다.


"신에게 기도하기 위해, 꼬리도 자르고, 자신의 귀도 잘랐네."


에이단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와는 다른, 격이다른 맹수.

에스탈리아가 밤을 거닐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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