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아일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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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설탕
작품등록일 :
2021.05.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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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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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오프닝 - 메르힌과 친구들에 대해

DUMMY

> 메르힌과 친구들의 전열. 아르크씨.


메르힌과 친구들. 파티장은 메르힌이었네. 메르힌과 나는 친구 사이였네. 오랜 친구지.


메르힌씨가 먼저 만들자고 한건가요?


아니. 만들자고 한 건 나였네. 이건 메르힌의 관한 이야기를 잠시 해야겠군.


메르힌, 성까지 포함하면 아크라이트 메르힌은 백마도사였네. 다들 백마도사라고 하면 고상하게 치료소에서 책이나 달달 외우며 마법같이 치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적어도 이 때의 백마도사는 옆에는 총탄이 날아오고. 위에는 흑마도사들이 쏘아올린 거대한 메테오가 날아오는 와중에. 병사들은 끔찍하게 울부짖고 재수없이 엮인 시민들이 없어진 다리를 찾는 동안, 붉게 물든 하얀 의복을 입은체 목숨을 걸고 피아 구분 없이 치료하던 직업이었어.


예시를 들어주지. 이샤라이나 3차 침공에서 수도 마운티아는 공격받고 있었는데, 공격받고 있다는 건 그저 단어가 아니었어. 위에서는 끔찍한 모터소리가 울려퍼지고. 용기사들은 드래곤이 아닌 집과 시민들을 박살내고. 도시에는 진화할 가망이 없는 화마가 닥치는 와중에 백마도사 협회는 수도 마운티아 중간에 있었는데. 화마의 중간에 있었고.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은 거기에도 폭격을 쏴대고 있는게.


그게 '공격받고 있다'였네. 다친 용기사. 다친 흑마도사. 숨이 가쁜 시민들이 가득한 그곳은 공격 받고 있었지. 마운티아 군은 철수를 명령했지만, 백마도사 협회는 끝까지 버텼어.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치료받고 있던 꼬맹이가 나중에 마운티아 30대 총리되는 일도 없었을 거고. 마운티아 시장도 없었을거고. 이샤라이나 교황도 다른 사람이었을테고. 용기사의 수장도 바뀌었을테고. 수많은 가능성들이 사라졌겠지.


백마도사란 직업은 그런 직업이었네.


그리고 메르힌은 아주 희귀한. 은퇴한 백마도사였어.


왜 희귀하나요?


대부분 죽기 전까지 일하다가 죽어서 은퇴하니 말이네. 그렇다고 메르힌이 겁쟁이였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반대네.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대단한 일을 했으니.


마나회랑이 다 타버려서 마나를 사용하지 못 할 때까지 홀로 수백명의 병사와 시민들을 구했다고 했어. 본인한테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백마도사 협회장이 직접 와서 자고 있는 메르힌을 집으로 옮겨주며 들은 거지.


난 얼마나 심각하냐고 물었었네. 내가 마법은 잘 몰라서 마나회랑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가 없더라고.


그러자 그 사람이 친절하게 설명 해주더군. 물을 마나라고 하고. 관을 마나회랑이라고 하면. 관 곳곳이 망가져서 누수가 생긴거라고.


누수가 생기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는데. 잠시 망설이더니. 그냥 마법을 안 쓰는 게 좋다고 하더군. 너무 궁금해서 혹시 요로결석보다 아프냐고 했는데, 그것보다 조금 더 아프고 훨씬 더 건강에 안 좋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메르힌이 이렇게 되어서 유감이라고 전해줬네. 나중에 깨어난다면, 은퇴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해 주길 부탁하더군. 연금도 가능한한 많이 맞춰줄테니 잘 말해달라고. 소중한 가족을 이렇게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했는데.


난 메르힌이 집에 맨날 안 오길래 그냥 빌붙어 살던 친구였네. 메르힌은 가족이 없었으니 그래도 됐는데, 그래서 머리가 좀 복잡해졌네. 어제 메르힌이 좋아하는 푸딩을 다 처먹었는데. 다시 살려면 1주일은 기다려야 하는데 화내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지만 오해는 방치하면 더 커지니. 오해부터 없애기로 했네.


"저는 그. 메르힌의 가족은 아닌데요. 친구입니다. 메르힌의 가족분들은 없어요. 전부 죽었습니다."


말을 다 하고 나니 착각... 은 아니지만, 굳이 말 안 해줘도 되는 걸 말했다는 걸 알아차렸네. 덕분에 안 그래도 죽상이었던 협회장이 울기 시작했지. 너무 서럽게 울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어. 너무 당황해서 나도 눈물이 나올 뻔했네.


눈물이 나올 뻔 했다고요?


나랑 메르힌은 소꿉친구였어. 메르힌이 3살때는 아버지가 영웅이 될거라면서 집을 떠나고 안 돌아왔고. 14살에는 어머니가 돌아갔지. 나랑은 3살부터 친구였으니. 그 때 메르힌이 부모님이 없다는 걸로 나올 눈물셈은 고갈되어버렸지. 어쩌겠나? 시대가 시대였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는 살아 계셨긴 했었지만, 메르힌은 인정하지 않았어. 죽어있다고 생각했네.


인정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건 알았거든. 하지만 죽어있다고 생각한거지.


아무튼. 그건 당장 중요하지 않으니 넘기고. 난 적어도 협회장처럼 꺼이꺼이 울면서 우리집 티슈를 다 쓸 정도의 충격은 이미 지나간지 너무 오래됐지. 슬픈 것보단 가끔 어색한거였어. 왜 없더라? 그런 생각이 드는 단계였거든. 그런 생각을 하던 나의 손을 협회장이 붙잡고 우리 메르힌.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하더군. 얼떨결에 이렇게 말했네.


"평생 책임지겠습니다."


아무튼 메르힌은 그렇게 돌아왔네. 젊은 나이에 영웅이 되었지만 남은 생은 고통으로 살아야 하는 퇴역 군인의 이야기가 떠오르더군. 영웅이 되었지만 직장을 잃은 백마도사. 마법을 잘 못쓰는 백마도사. 아니면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백마도사.


뭘 생각해도 가망이 없더군. 그래서 푸딩을 먹으며 고민했네.


그 고민을 1주일째가 되서야 메르힌이 깨어났네. 푸딩을 사고 집에서 돌아오니 평소처럼 간식 보관소를 뒤지면서 "아르크 이 개새끼! 내 푸딩!" 하면서 두들겨 패더군. 정겨움이 3초 정도 들고 역시 인생은 혼자 사는 게 더 좋은 게 아닐까 30분간 생각했네. 덕분에 내가 오래간만에 내 돈 주고... 물론 메르힌 연금이었지만. 아무튼 용돈 받아서 산 푸딩을 메르힌이 다 먹었어! 협회장이 엉엉 울었을때보다 더 슬펐네.


뭐. 그렇게 정상으로 돌아왔지. 겉으로는.


속으로는 아니었어.


> 인터뷰 - 메르힌의 동료였던 은퇴한 백마도사


"죽으면 더 편해질 것 같아." 오래간만에 만난 메르힌이 빵을 먹으면서 그렇게 말했었어요.


"옆에서는 아직도 총성이 들리고. 새벽에는 몸에 불이 붙은 것 같아서 욕조에 몸을 담구다가 생각한건데. 굳이 살 필요가 있나 싶어."


"게다가 이젠 아무것도 못 하는걸."


농담이었다고 해서 웃어줬는데. 아마 아니었을거에요.


> 다시 아르크씨.


그 이후부터 메르힌은 천천히 죽어간다는 표현이 어울렀네. 시들어가는 거지. 인생의 대부분을 빼앗긴 거와 다름없으니 말이네.


곰곰히 생각하니 신기하더군. 여기 앞에 있는 메르힌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살리고, 자기 자신은 반쯤 망가졌음에도 지금도 더 사람들을 살리지 못하여 저렇게 시들어가는데. 매번 전쟁을 시작하던 지도자들은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정의를 위한 일이라고 떠드는 걸 생각하면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지 않나? 다른 세상이었으면 재미있었겠지만 똑같은 하늘위에서 살고 있어서 비극이었지.


그런데 여명의 시대인데 이런 비극적인 분위기가 유지되는 걸 나도 원하진 않았네. 바깥에는 하이 컬러로 태양빛이 내리쬐는 수도 마운티아와 끼얏호우~ 소리 지르는 날틀 조종사가 가득한 세상이었는데 우울한 방안에서 푸딩만 먹으면서 죽어가고 싶진 않았어.


그래서 모험가를 하기로 했지. 적당한 임무나 받으며 아일란트를 유랑하면서 살면 구석에서 시들고 있는 메르힌이 햇빛을 좀 받아 다시 활기를 되찾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 그 날부로 모험가 연맹으로 가서 신청서를 쓰고. 구성원에 내 이름과 메르힌의 이름을 적은 다음. 집에 돌아와서 메르힌에게 보여줬네.


메르힌은 보고. 싸늘한 표정으로 "뭐야. 사채 쓰고 왔어? 그런데 왜 내 이름을 적은거야? 보증이라도 서 달라는 건 아니지?"


"비슷한 것 같은데."


종이를 읽어보더니. "모험가?"


"모험가."


"뭐하는 직업인데?"


"낭만이 넘치고." 뒷골목에서 자다가 쥐와 고양이의 혈투를 봤네. 낭만 넘쳤지.


"스릴이 넘치고." 틀린 말은 아니야. 넘치기만 하네. 줄일 순 없어.


"돈도 많이 벌고." 지금 내가 돈이 많아보이나? 돈 많았으면 와인따러 갔어! 인터뷰가 아니라.


"아무튼 뭐. 그런 직업이래. 여행하면서 적당히 의뢰만 받으면 되지 않을까?" 물론 적당한 의뢰는 하나도 못 받았네.


"돈?" 그렇지만 메르힌은 다른 거에 꽃혔더군.


"응. 많은 돈. 유적을 털거나 회사 사장한테 의뢰를 받으면..."


"많은 돈!"


"그.. 그래. 많은 돈."


"좋아! 당장 하자! 파티 이름 내가 정해도 되지?"


"그러던가. 파티 리더는?"


"메르힌."


"그러면 파티 목적은?"


"돈!"


"아주 확고한 목표네. 파티 이름은?"


"메르힌과 친구들!"


직후 눈빛이 반짝이는 메르힌과 마운티아에서 창설 신청서를 내고 다음 날에는 메르힌 연금을 탈탈 털어 낚시대 하나와, 중갑옷 하나와. 방패 하나를 샀네. 메르힌은 자기가 평소에 입고 있던 하얀색과 붉은색이 섞인 옷이랑 스태프를 하나 들었지.


그 다음 모험가 연맹에 구인 구직 홍보물을 냈네. 대충 붙여져 있는 수많은 홍모물 사이에 메르힌이 크래파스로 그린, 나와 메르힌이 그려져 있는 걸 붙였지.


게다가 첫 임무도 받았어. 마운티아 중부 지역으로 날아가서. 거기 있는 카리샤 연합 회사 소유의 금광을 점유하고 있는 고블린들을 내쫒는 임무였는데, 고블린은 4대 종족에 미포함이니, 그냥 적당한 방법으로 내쫒으라는 주석도 있었지.


마지막으로 기다렸네. 우리는 구인 구직에 스티커 2개가 붙은 걸 보고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렸어. 2명 정도 오면 4명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신규 파티원을 메르힌의 단골 술집에서 기다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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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2 22.04.14 22 0 108쪽
55 55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1 22.03.31 19 0 113쪽
54 54화 - RESTORE_GHOST - EP-2 늘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도시에 대해서 22.03.17 22 0 95쪽
53 53화 - RESTORE_GHOST - EP-1 복원 지점으로의 도착, 그리고 시작 22.03.04 24 0 60쪽
52 52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에피소드 4. 22.02.20 48 0 113쪽
51 51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직면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29 24 0 75쪽
50 50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16 19 0 81쪽
49 49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을 잃은 사람 21.12.31 20 0 67쪽
48 48화 - 그거, 당연히 말이 되죠! 21.12.17 23 0 57쪽
47 47화 - 그거 말 - 되네요 +2 21.12.07 24 0 75쪽
46 46화 - 그거 말 - 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21.11.20 23 0 87쪽
45 45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3 21.11.10 21 0 73쪽
44 44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2 21.10.23 22 0 46쪽
43 43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1 21.10.14 24 0 35쪽
42 42화 - 그거 말... - 이 되도록 해야 하는 사람들 21.10.01 20 0 52쪽
41 41화 - 그거 말... - 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 PART2 21.09.15 27 0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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