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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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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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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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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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 (5)

DUMMY

그 다음날, 아직 유나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이른 아침에 로레나는 식빵을 프라이팬에 구어 딸기잼을 발라 먹고 있는 용기를 조용히 따로 불렀다.


“할 말이 뭔데?”


용기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로레나가 기다리고 있는 뒷편의 정원으로 나왔다. 로레나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저씨나 연화가 쓰는 무공을 배우고 싶어. 그러니 나도 훈련 시켜줘.”

“흠...”


용기는 로레나의 의도를 이미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도 기꺼이 그녀를 무공의 고수로 만들어 줄 의향이 있었다. 요괴들을 상대할려면 당장 한 손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아까웠다.


“너 말야. 사격 실력이 엄청나던데. 그쪽 방향을 살려 보는 건 어때?”

“소총이 그놈들에게 아무 소용 없다는 건 아저씨도 이미 봐서 알잖아? 20mm 이상 아니면 어림도 없어. 총알이 20mm 이상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


군 의무복무기간을 마치고 병장으로 제대하기는 했지만, 총보다는 삽을 더 많이 쥐고 다녀야만 했던 용기가 그딴 것을 알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쉽게 이야기 해서 그건 더이상 총이 아니라 거의 대포에 가깝다는 이야기야. 사람이 들고 뛸 수 있는 무게의 총이 아니야. 게다가 반동도 엄청나서 총을 고정시키지 않으면 적중 확률도 떨어져. 즉, 그런 총을 잡은 사수는 움직일 수가 없어. 그러므로 눈에 보이지도 않게 빠르게 움직이는 요괴들 앞에서는 목숨이 열 개여도 모자른 상황에 처하게 되지.”


그제서야 용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 그럼 일단 할 줄 아는 동작 몇 개만 보여줘. 네가 지닌 기운의 성질을 파악해야 하니까. 군 출신이니까 호신술이나 총검술 정도는 알 테지? 그런 거 몇 개 보여 주면 돼.”


그러자 로레나는 자신은 군에서 복싱을 배워 단련 했다며 쉐도우 복싱을 용기 앞에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용기는 한쪽으로 물러나 뒷뜰의 한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수영장의 턱에 앉아 로레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로레나의 주먹이 허공을 빠르게 가르며 날카로운 바람의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복싱을 꽤 오랫동안 해 온 것처럼, 매우 자연스럽게 쉐도우 복싱을 펼쳐냈다.


로레나는 남자 같은 짧은 머리 길이에 계란형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눈은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날카롭고 강렬한 눈빛을 담고 있었고, 오똑한 코와 항상 일자형으로 굳게 닫혀 다물어져 있는 입술이 그녀의 강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녀는 용기가 보기에도 확실히 굉장한 미인이었다.


군사 훈련으로 인해 피부는 검게 그을리고 화장이나 피부 관리에는 별 신경을 안쓰는지 얼굴 여기저기에 피부가 트고 거칠어 보였지만, 그런 것들이 그녀가 원래 간직하고 있는 미모를 가릴 수는 없었다.


키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컸고, 상반신은 짧았으며 길고 늘씬한 다리가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의 레깅스를 통해서 전부 드러나고 있었다. 무산소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한 몸매에, 필요한 부분의 근육 훈련만 집중적으로 한 것처럼 보이는 팔과 종아리에 있는 근육들이 눈에 띄었다.


물론 로레나의 미모가 그가 신계에서 본 아그로나 신 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건 아그로나 신이 워낙 동화속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인간이 견주기 힘든 환상적인 미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으니 비교 대상으로는 적당치 않았다.


분명한 건 로레나도 화장하고 차려 입으면 남들이 따라 오기 힘든 절정의 미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흠. 수(水)의 기운이로군.’


얼마 지나지 않아 용기는 그녀의 기운이 오행중에 수, 즉 물의 기운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자, 스승님들 중에 유일하게 수(水)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무공을 사용하는 소천 스승을 떠올렸다.


물론 백음 스승도 수(水)의 기운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녀는 워낙 오행의 기운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에 어떤 한 기운을 대표하는 무공 고수를 머리 속으로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지는 않았다. 게다가 백음 스승의 무공들은 전부 오의(奧義)를 깨닫기가 어려운 것들 뿐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에 용기는 소천 스승의 무공도 로레나에게 아주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천 스승의 무공인 개방을 대표하는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이나 타구봉법(打狗棒法)은 수(水)의 기운이긴 해도 그건 힘차게 흘러가는 강물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마치 홍수로 불어난 흙탕색의 범람하는 강물이 자신의 길을 막는 모든 것을 부셔버릴 기세로 강렬하게 흘러가는 기운. 그게 바로 개방 무공의 특색이었다.


그에 반해 로레나의 기운은 세차지만 부드러웠고 자신의 길을 막는 것을 굳이 파괴하려 않지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 계속 흘러가는 기운. 뭐라 그럴까?


‘아! 그래 마치 잔잔한 파도가 해변가에 있는 바위에 가볍게 부딪쳐 살짝 물보라를 일으킨 후에 다시 자연스럽게 바다로 돌아가는 것 같아.’


잠시 후, 용기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로레나에게 쉐도우 복싱을 멈춰도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용기는 로레나를 가부좌로 앉혀 놓고 등 뒤에서 자신의 기운을 그녀에게 전달하며 일단 운기조식과 운기행공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점심은 연화가 준비했다.


그녀가 준비한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열간면’이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면 음식중에 하나로 뽑히는, 그렇지만 그중에서 근래에 개발된 면 종류로 구분되는, 전통 음식에서 살짝 벗어나는 면 요리였다.


연화는 면을 먼저 삶고, 그 면을 일단 식힌 후, 다시 프라이팬에 살짝 볶았다. 그렇게 준비된 면 위에 간장, 굴소스, 갈아진 땅콩, 갈아진 참깨, 소금, 설탕, 고추기름, 참기름을 넣고 비벼 요리를 완성 시켰다.


용기, 유나, 로레나는 열간면을 한 입 떠서 먹어 보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 맛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맛있지? 나도 요리는 잘 못해. 뭐 관심도 없고. 하지만 이거 하나는 진짜 맛있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어.”


모두 연화가 만든 열간면이 담고 있는 맛에 취해 한동안 말없이 먹기만 했다.


유나는 말할 것도 없이 두 그릇을 먹었고, 용기도 간만에 배부르게 두 그릇이나 먹었다. 로레나는 어느새 세 그릇째를 떠먹고 있었다.


“너 어제 스나이퍼는 배가 부르면 신경이 둔해진다는 둥 어쩌고저쩌고 하지 않았냐?”


용기가 끊임없이 열간면을 입속에 집어 넣고 있는 로레나를 신기하게 보며 말했다.


“맛있게 식사하는 사람에게 그게 무슨 실례야?!”


연화가 째려보며 말했다.


“언니 많이 먹어. 많이 준비 했어.”


아닌게 아니라 연화는 대략 12인분 정도 되는 면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우리처럼 필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군인들은 먹을 수 있을 때 배불리 먹어 두는게 좋아. 연화가 이거 진짜 맛있어.”


로레나가 한 입 가득 찬 면발 사이로 간신히 말했다.


용기는 더이상 할 말을 잃은 채 로레나가 네번째 그릇까지 해치우는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기만 했다.


점심 후 숨을 제대로 쉬기가 힘들 정도까지 열간면으로 배를 채운 로레나와 유나는 식곤증이 일어 낮잠을 자기 위해 방으로 올라갔다.


“아저씨는 나랑 어디 좀 가자. 도복 챙겨 입어.”


소화도 할겸 녹차를 마시고 있는 용기에게 연화가 다가와 말했다.


“어딜? 그리고 우리 둘 다 가면 여기는 누가 지켜?”

“괜찮아. 통신 단검이랑 내 마에리치 반지를 로레나 언니에게 줬어. 아침에 아저씨가 운기행공 가르친 후에 신기하게도 반지나 단검에 기를 불어넣는 것 정도는 벌써 할 줄 알더라구.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우리에게 금방 알려 줄 거야.”


아닌게 아니라 용기는 로레나의 특출한 재능에 감탄하고 있던 터였다. 반나절 가르쳤을 뿐인데 미약하지만 혼자서 단전의 기를 뽑아 운용할 수 있다니 자신보다 몇 십배 빠른 진도였다.


“뭐...그건 그렇다고 해도...도대체 어딜 가자는 거야? 그리고 굳이 도복까지 입어야 돼?”

“잔말 말고 일단 따라와.”


잠시 후, 용기는 유피테르 위에 올라타고 앞장서 날아가고 있는 연화를 뒤따르고 있었다.


[그녀석은 아직도 반응이 없어?]


연화의 전음이었다.


[응.]


그녀가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용기의 유피테르 검이었다.


용기를 20미터에 달하는 거인으로 변신 시키며 무공을 넘어선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드러냈던 유피테르는 그 이후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용기가 검을 통해 검강을 사용하거나 비행을 하는 데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지만, 자아를 가지고 주위에 뇌전을 흩날리던 검이 조용하게 수동적으로 변해 버렸다. 심지어 용기가 바보라고 놀려도 성깔을 부리지 않은 것을 보면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물론 용기도 유피테르에게 어색하고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연화에 들은 대로라면 그 검은 분명 자신을 잡아 먹으려고 했다. 무엇이 그것을 발동 시켰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 목적인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그래서 용기도 특별히 비행할 이유가 없으면 유피테르를 당분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유피테르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연화가 용기를 데리고 간 곳은 '해리슨' 이라는 작은 도시의 중심가였다.


작은 차도를 중앙에 놓고 약 백미터 거리에 많은 상점들이 들어선 그 거리는 원래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지역 주민들이 외식을 하는 장소로 저녁 시간에는 주차 장소를 찾는 차들로 꽤나 붐비는 곳이였다.


“여기 잠깐만 있어.”


연화는 용기를 도로 한 복판에 기다리게 하고는 만신창이로 부셔져 있는 커피 전문점 가게로 들어갔다.


“커피를 정말 사랑하구나.”


용기는 연화의 뒷모습을 바라 보다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은 아니었지만 꽤나 엉망진창이 되버린 도심가였다.


쓰레기 수거 트럭 한 대가 전봇대 한 개를 들이받아 그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주위에는 전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었고, 급하게 도망치느라 길거리에 아무렇게 던져놓은 차들도 여럿 보였다.


왠만한 가게들은 전부 유리창과 문이 부서져 있었고 시계 보석 상점은 깨끗하게 털려 아무런 물건도 보이지 않았다. 용기는 그 처참하게 망가진 상점을 보고 이 난리에 먹을 음식도 아니고 보석을 훔쳐가는 사람들의 뇌의 구조가 궁금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체도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보였다.


운전 중에 총을 맞아 급사한 시체도 보였고, 가게 내부에 숨어 있다가 총에 맞은 시체도 있었으며, 요괴들에 맞서 싸우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목이 날아간 경찰들의 시체들도 몇 구 보였다.


대부분 아직 부패가 진행중에 있는 시체들이어서 그런지 주위에는 시체를 파먹는 까마귀들이 눈에 여럿 보였다. 고개를 들어 건물들의 옥상쪽을 바라보니 생각보다 꽤 많은 까마귀들이 건물들의 옥상 담벼락에 줄지어 앉아 있었다.


용기는 가까운 곳에 뭔가 기척이 느껴져 신형을 살짝 움직여 그곳으로 갔다. 그곳은 유일하게 창문과 문이 깨지지 않은 채 내부를 유지하고 있는 일층에 있는 태권도장이었다.


"아...저런..."


바라보니 그곳에 코요테 두 마리가 방금 잡은 듯한 것으로 보이는 하얀색 바탕에 갈색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를 물어 뜯어 먹고 있었다.


용기는 그 고양이를 전에 본 적이 있었다.


그 태권도장은 ‘유관장’ 이라 불리우는 인상 좋은 한국인 아저씨가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그도 유관장과 한 번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유나한테 태권도를 가르키면 어떨까 해서 한 번 데리고 갔을 때 본 고양이었는데, 유관장이 도장 내부에서 기르는 얌전한 고양이라고 소개 했었다. 물론 유나가 하루만에 태권도가 재미 없다고 때려치는 바람에 그 다음부터는 유관장도 그의 싹싹한 아내도, 그리고 저 고양이도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용기는 혹시나 해서 창문 밖에서 내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인기척을 탐지해 봤다. 하지만 사람의 기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양이를 뜯어 먹던 코요테 한 마리가 용기를 발견하고는 어둠 속에서 그 특유의 음산한 붉은 눈빛을 쏘아대며 이빨을 드러내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한 껏 위로 젗혀 올리며 ‘아우우우’ 하는 크고 긴 울음소리를 쏘아 올렸다.


‘음?’


순간 여러 개의 기척들이 자신쪽으로 빠르게 몰려 들고 있음이 느껴졌다.


작가의말

오늘도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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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드러나는 어두운 욕망 (2) 22.04.16 204 9 13쪽
226 드러나는 어두운 욕망 (1) 22.04.15 212 10 13쪽
225 그대와 함께라면 (4) 22.04.14 197 9 16쪽
224 그대와 함께라면 (3) 22.04.13 194 9 12쪽
223 그대와 함께라면 (2) 22.04.12 195 9 12쪽
222 그대와 함께라면 (1) 22.04.11 197 9 11쪽
221 위기의 판테온 (2) 22.04.10 203 9 12쪽
220 위기의 판테온 (1) 22.04.09 210 9 11쪽
219 최강자들의 대결 22.04.08 205 9 15쪽
218 밝혀지는 속셈 (2) 22.04.07 206 9 11쪽
217 밝혀지는 속셈 (1) 22.04.06 199 9 12쪽
216 죽음의 안개와 함께 (2) 22.04.05 196 8 13쪽
215 죽음의 안개와 함께 (1) 22.04.04 197 9 13쪽
214 적의 약점을 찾아라 (4) 22.04.03 206 9 11쪽
213 적의 약점을 찾아라 (3) 22.04.02 203 9 11쪽
212 적의 약점을 찾아라 (2) 22.04.01 212 9 12쪽
211 적의 약점을 찾아라 (1) 22.03.31 211 9 14쪽
210 마족과의 격전 (2) 22.03.30 206 9 14쪽
209 마족과의 격전 (1) 22.03.29 205 9 15쪽
208 요계의 숨겨진 비밀 22.03.28 223 8 17쪽
207 지켜내기 위하여 (3) 22.03.27 221 9 15쪽
206 지켜내기 위하여 (2) 22.03.26 212 9 16쪽
205 지켜내기 위하여 (1) 22.03.25 22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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