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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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알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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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3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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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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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DUMMY

평소와는 다르게 힘차게 목소리를 높이고서는 그러지 않아도 차가운 얼굴에 얼음까지 두른 것처럼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배에 올라탔지만 이설화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게다가 변덕을 부릴 거면 혼자 해결하지 왜 나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이설화는 평소의 헌터 협회를 생각했을 때를 상정하고 킬라간과 말을 나눴다. 그렇기에 저들의 평판이 떨어질 때까지 쉴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이렇게 빨리 대책을 세울 줄은 상상 못 했다.


게다가 명목상으로는 헌터 협회의 일도 아니고 전사단의 일이건만 이틀 동안 연락이 안 되자 전사단과는 상관없이 곧장 자신에게 연락해서 게이트 탐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기에 더욱더 놀랐다.


‘평소에는 그렇게 늦장을 부리더니 이럴 때는 아주 빠릿빠릿하네. 그래도 목적의 절반은 달성한 것 같은데 다음부터가 문제네.’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외신 기자들마저도 천호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왔다. 하지만 그들이 건진 것은 사흘 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다는 말뿐이었기에 한껏 사기가 저하된 전사단의 표정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원탁회의로부터 보도 지침을 받은 이들이 아직 그들의 실패를 대대적으로 퍼트리진 않았지만, 의욕만 앞세운 그들의 실패를 대대적으로 퍼트리고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울 준비를 차근차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설화에게는 그들의 대응이 중요하지 않았다.


킬라간과 한배를 탄 이상 그가 조용히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다.


‘한배를 탔다고 말하기에는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무임승차에 가깝지만 어쩔 수 없겠지. 이미 코가 꿰였어.’


처음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도구의 영향력이 옅어질 테니 헌터 협회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길 기다리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킬라간이 엘프를 족족 잡아 죽이며 세계의 적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적당히 다른 곳에서 놀다가 가끔 들러 잡힌 엘프를 확인하는 정도로 타협했다.


물론 킬라간은 헛심을 쓰게 만들다가 테오린 뒤에 있는 하이 엘프까지 잡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이설화는 그와 적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자의로는 물론이거니와 타의로라도 그와 적대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는 중이기에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가 문제라는 말이지. 엘프 살해범의 정체가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괴수라는 점을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괴수가 튀어나와 엘프를 죽였다면 지금처럼 미적지근하게 전사단만 나오는 정도가 아니었다. 헌터 협회는 물론이거니와 각국의 특수부대까지 모조리 괴수를 척살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킬라간이 게이트 밖으로 변덕스럽게 뛰쳐나간 것까지야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갑자기 계획이 바뀌었다는 말과 함께 무슨 일이 터져도 안전하도록 게이트 안에 들어오라는 말을 듣자 걱정이 앞섰다.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고 그러는 거지? 제발 큰일이 아니면 좋겠다.’


이설화의 걱정이 커지는 동안 사흘 동안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한 이들이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왔다.


살해범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이들이었건만 게이트 안쪽의 구조가 어떤지 대략이나마 파악해냈다고 여겼기에 그들이 얻은 정보를 전사단에게 전해주고 그대로 혼절했다.


“정보를 취합하자면 안쪽은 움직이는 미로군요. 그리고 혼절 직전의 헌터는 덩굴에 휘감겨 밖으로 내던져진다. 맞습니까?”


“저희 쪽에서 모은 정보도 비슷합니다. 루다간님의 말씀대로 죽음의 땅에서 넘어온 지역이니만큼 생명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물을 찾아볼 수 없는 데다가 묘하게 더워서 수분을 급속도로 빼앗긴다고 합니다.”


두 파벌의 리더는 서로 얻은 정보를 공유했다.


물론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전사단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틀어쥐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난관을 함께 헤쳐나가야 했기에 숨기는 것 없이 정보를 공유했다.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헌터들을 불러온다고 해도 며칠은 걸릴 테니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니 말도 안 됩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말을 듣던 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안한 이는 작게나마 헛기침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도 나누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희에게 인사하던 늙은 원숭이를 기억하십니까?”


“불쾌하지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권력욕이 충만한 원숭이죠. 그의 휘하에 있는 헌터들을 쓰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죽지 않는 데다가 물과 식량만 잔뜩 넣어준 채 안으로 밀어 넣으면 정보를 토해낼 테니 원숭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주변에 자신들을 호위하기 위해 배치된 태백 부대를 이용하자는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가 눈을 빛냈다.


“명안이십니다. 원숭이의 입을 막으면 적당히 공을 가로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사단을 희생할 필요도 없으니 일거양득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외진 곳에도 전사단의 세력을 심어두면 조금 전처럼 강하다고 건방 떠는 것들에게 목줄을 채워둘 수도 있겠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처럼 두 사람은 일을 끝내지도 않았건만 멋대로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그러고서는 먼저 제안한 이가 공을 빼앗기기 싫은지 빠르게 움직였고, 듣던 이도 그의 뒤를 따라 박 소장에게 향했다.


“전사단의 귀빈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최소한의 휴식공간마저 전사단에게 빼앗긴 채 땡볕에서 고생하는 태백 부대의 장병들과 다르게 박 소장은 기자들의 눈을 피해 차 안에서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전사단의 사람이 방문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빠르게 매무새를 가다듬고서는 훌륭한 군인의 표본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지휘관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만 괜찮으신지요.”


“물론입니다.”


빠른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권력을 향한 욕심이 덕지덕지 묻어났기에 그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게이트 안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서 도움을 받으러 왔습니다. 부대에 헌터가 있다면 저희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태석이라는 튼튼한 동아줄이 끊어진 만큼 새로운 동아줄을 찾고 있던 박 소장에게 두 사람은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 역시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본론으로 이어갔다.


“안에서 살해범을 탐색하던 이들이 녹초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안에 위협은 없지만 물을 보충할 곳이 없다더군요. 낮은 등급의 헌터라도 물과 식량만 많으면 깊은 곳까지 탐색할 수 있다는 말이니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박 소장은 장병들을 소모품으로 여겼다.


소모품이 상할 염려도 없다면 새로운 동아줄을 잡기 위해 얼마든지 투입할 수 있다고 여겼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몇 명이나 필요하십니까?”


“지금은 다섯 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안에서 나오는 헌터들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선별하는 대로 선착장으로 보내겠습니다.”


그러자 박 소장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금 전과는 다르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성과를 거두신다면 전사단에 자리를 마련해놓겠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힘 좀 쓰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참석하셨을 때 실망하시진 않을 것입니다.”


평생 권력을 좇던 만큼 박 소장 역시 범상치 않은 이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전후 사정을 볼 것도 없이 승낙했다. 게다가 자신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보상을 이야기하자 박 소장은 허리를 깊이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요청을 들어주신 만큼 저희가 감사하죠. 그럼 실례.”


두 사람이 떠나자 박 소장은 곧장 여재철을 호출했다.


“전사단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인원을 차출하도록.”


“못합니다.”


“명령 불복종인가?”


명령 불복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자 여재철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빨리 가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박 소장은 새로운 동아줄을 잡기 위해 압박했고, 여재철은 말이 안 통한다고 여기는 만큼 짧게 대답하고서는 짙은 한숨과 함께 되돌아갔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불가능합니다.”


자리로 돌아온 여재철은 박 소장의 말을 전달했고, 지휘관들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


이전에 지성우를 추천했던 지휘관마저 고개를 저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제안이었지만 여재철은 한숨을 짙게 내뱉으며 손을 저었다.


“내가 막아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어. 박 소장님이 언제 줄을 댔는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넘어갔더군. 일단 말이라도 해보게. 안 나오면 내가 책임지지.”


그가 책임진다는 말에 지휘관들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원성을 모두 뒤집어쓸 수 있다고 여겼기에 질문하는 이들은 조심스러웠지만, 정대현에게는 기회나 다름없었기에 병사들을 보내는 것보다는 간부가 가야 한다며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정대현이 배웅을 받으며 게이트로 진입하는 동안, 가볍게 발을 굴러 몸을 날린 킬라간은 강원도의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낼 수 있는 속력에 비하면 그리 멀리 간 것도 아니라 지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킬라간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진지한 얼굴로 고민을 이어갔다.


‘헌터 협회 앞에 게이트를 만들어야겠어. 이거랑 비슷하게 만들면 얼추 낚이겠지.’


그 생각과 함께 킬라간은 눈앞에 있는 게이트를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평범한 D등급 게이트였지만 킬라간은 게이트가 뿜어내는 마력의 양이나 파장을 기억해내기 위해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러다가도 제 기억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기에 검지 손톱으로 약지 손톱을 긁어 파장과 양을 적어두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제는 헌터 협회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지.’


헌터 협회에 다녀온 이설화나 리펑산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내쳤던 걸음을 되돌리기에는 귀찮았기에 돌아갈 생각은 선택지에 넣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곰곰이 고민하던 킬라간은 엄청나게 좋은 생각을 떠올린 것처럼 눈을 번뜩였다.


‘난쟁이가 있었네. 수염이 덥수룩한 난쟁이라면 헌터 협회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 테니까 쉽게 갈 수 있겠어.’


무엇보다도 난쟁이가 사는 게이트에 갔던 적이 있는 만큼 여기저기 헤매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기에 킬라간은 대충 방향을 가늠하더니 하늘로 뛰어오르고 나서야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덴버 상공에 거친 마력의 파동이 휘몰아쳤지만 너무나도 높은 곳이기에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킬라간은 조용한 주변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고, 귀찮은 일을 피하고자 조용히 검은모루 부족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안쪽에는 망치질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킬라간은 개의치 않고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두꺼운 팔로 열심히 망치질을 하는 바톨레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작업할 때는 방해하지 말라고······!!”


부리부리한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데다가 시원하게 욕을 내뱉기 위해 벌어졌던 입이 더욱더 벌어지며 턱이 빠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킬라간은 가볍게 건드렸건만 너무나도 커다란 반응을 보이자 조용히 하라는 것처럼 제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무슨 일로 오셨소?”


킬라간의 손짓을 보고 나서도 시간을 제법 잡아먹고 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힌 바톨레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나랑 어디 좀 가자.”


근래에 잘못한 것도 없건만 갑자기 자신을 호출하자 바톨레의 고개가 갸웃거렸지만 이어진 말에 조금 전보다 더 크게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헌터 협회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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