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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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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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2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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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7쪽

미령(美靈)-11

DUMMY

얼마나 지났을까? 영욱은 잠결에 들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것은 분명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였다. 오늘은 세탁기 돌리는 날도 아니었다.

‘뭐지?’

영욱은 세탁기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다용도실 문을 열었다.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보니 내일 돌리려고 했던 빨랫감들이 열심히 뒤섞이며 요동을 치고 있었고 그 속엔 조금 전 안방욕실 빨래 바구니에 있던 팬티도 섞여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때 누군가 뒤에 있는 느낌이 들어 돌아보는 순간 영욱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거기엔 또 다시 그 여자가 서 있었던 것이다.

“아!”

깜작 놀라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꿈이었구나.’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던 영욱은 혹시 하는 생각에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에 접속을 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영선이었다.

-아, 네.

-주무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시간엔 웬일로?

-꿈을 꾸다가 깼어요.

-꿈이요?

-네.

-이 시간에 깬 걸 보니 좋은 꿈은 아니었나 보네요.

-네. 자꾸 꿈에 어떤 여자가 나오는데 이젠 소름이 끼치네요.

-여자요?

-네.

-여자 예쁘던가요? ^ ^.

-그게 좀 이상해요. 몇 번 봤는데도 얼굴을 기억할 수가 없어요.

-그럼 다음에 만나면 자세히 보세요. ^ ^

순간 영욱은 남의 속도 모르고 농담을 하는 영선이 짓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만나라구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쳐요.

-어쩌면 그것도 인연일 수 있는데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 ^

새벽 시간을 영선과의 채팅으로 보낸 영욱은 이미 달아난 잠을 청하기엔 날이 밝았고 마침 달걀도 떨어지고 해서 세수를 끝내고 집을 나섰다. 처음으로 이른 시각에 나와 본 동네는 또 다른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근처에 약수터가 있는지 물통을 들고 오가는 사람들도 보였고 슈퍼는 이제 막 문을 열고 있었다.

“일찍 문 여시네요?”

영욱이 다가가며 인사를 하자 전에 보았던 주인 여자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머나, 일찍 나오셨네요?”

“달걀 좀 사려구요.”

“들어오세요.”

그런데 영욱이 달걀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는데 약수터에 다녀오는 할머니 둘이 슈퍼 앞 파라솔 밑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얘기 들었어?”

“뭘?”

“그 집에 누가 이사 왔다던데?”

“누가?”

“남잔데. 혼자 산다지 아마?”

“저걸 어째.”

“그러게 말야.

“모르니까 그렇지. 알았으면 이사 왔겠어?”

“아유.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그러게 말야. 어머나. 우리 이러다 종일 앉아있겠다. 어서 가자.”

할머니들은 물통을 들고 서둘러 단지 안으로 사라졌다.

‘그 집?’

영욱은 돌아오는 내내 할머니들이 했던 대화가 마음에 걸렸다. 혼자 산다고 했던 것이 자신과 일치하고 있었고 생각해 보니 최근 근방에서 이사 오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달걀 중탕으로 아침을 때운 영욱은 할머니들이 했던 대화가 내내 마음에 걸려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이사 오던 날 부동산 중개소 직원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주저했던 일, 슈퍼 배달원이 음료수 박스를 내려놓고 줄행랑쳤던 일, 중국집에서 배달을 거절했던 일, 그리고 오늘 아침 슈퍼 앞에서 할머니들이 주고받던 얘기 등 모두가 영욱을 의혹 속으로 이끌고 있었다. 게다가 한때는 자신이 깜박했던 것으로 알았던 TV소리와 팬티 사건도 착각이 아니었다는 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영욱은 부동산 중개소에 전화를 걸어 전에 담당했던 직원을 찾았다.

“아, 그 사람이요. 얼마 전 그만 두었습니다. 핸드폰으로 한번 해 보시죠. 명함에 있을 겁니다.”

“핸드폰으로 했는데 없는 번호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그것 참 이상하네요.”

“어떻게 연락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네. 여기에 있는 직원들은 정식으로 채용한 것이 아니라서 저희한테도 다른 연락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찾으시는데요?”

“다른 게 아니라 좀 이상한 게 있어서요.”

“이상한 거요?”

“혹시 제가 사는 131동 1116호에 대해 아시는 것 좀 있습니까?”

“글쎄요. 자세한 내용은 주로 담당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이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영욱의 의혹은 더욱 짙어만 갔다. 뭔가 찜찜하고 궁금했지만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웃들과 왕래한 적이 없는 영욱이 붙잡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하루 종일 답답한 마음으로 지내던 영욱은 갑자기 무릎을 치며 일어섰다.

‘그렇지 왜 그걸 진작 생각 못했지?’

영욱은 인터넷을 연결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등기부 열람을 했다. 거기엔 영욱의 이름 위에 전 주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전에 살았던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지영?’

자세히 보니 오지영이라는 여자가 지금 사는 아파트를 최초에 분양 받았던 사람이었다. 날짜를 보니 그 여자가 4년 좀 넘게 살다가 전 주인에게 매각한 것으로 되어 있었고 전 주인은 한 달쯤 소유했던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뿐, 영욱이 원하는 내용은 더 이상 없었다.

‘아무래도 뭔가 있어.’

갑자기 옷을 챙겨 입은 영욱은 곧바로 동사무소를 찾았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네. 이것 좀 알아 볼 수 있을까요?”

영욱은 컴퓨터로 뽑아낸 등기부등본을 내밀며 물었다.

“이 분이 어디로 이사 갔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오지영씨요?”

“네.”

“잠시 만요.”

전 주인이 한 달 밖에 살지 않고 집을 팔았다면 그 전에 살던 사람은 뭔가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만나서 물어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여기 보니까 그 분 일 년 전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네요.”

“그럼 가족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까요?”

“글쎄요.”

그때 옆에서 퇴근 준비를 하던 다른 직원이 다가와 여직원의 말을 거들었다.

“아, 그 분이요. 제가 좀 아는데 불치병에 걸려서 투병하다가 죽었는데 유산은 모두 복지기관에 기증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돈이 많은 분이었던가 보죠?”

“돈은 좀 있었나 봐요. 확실한 것은 아닌데 자기 죽을 때까지 간병해준 아줌마한테도 적지 않은 돈을 남겼다는 소문도 있었어요. 겉보기와 달리 심성은 아주 고운 분이었나 봅니다.”

“겉보기와 달랐다구요?”

“네. 제가 보기엔 밤업소 같은데 나갔던 것 같은데 굉장한 미인이었어요. 그런데 인상이 무척 차갑게 보였거든요.”

“그렇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해 허탈해진 영욱은 집에 가기가 싫었다. 그렇다고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저녁을 먹기도 어색하여 궁리 끝에 찜질방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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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미령(美靈)-23 +6 11.03.09 2,246 2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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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미령(美靈)-21 +8 11.03.08 2,600 27 7쪽
20 미령(美靈)-20 +5 11.03.07 2,594 3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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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령(美靈)-11 11.02.27 2,689 22 7쪽
10 미령(美靈)-10 11.02.27 2,860 23 7쪽
9 미령(美靈)-9 +1 11.02.26 3,033 2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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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미령(美靈)-7 11.02.24 3,071 22 7쪽
6 미령(美靈)-6 +5 11.02.23 2,990 23 7쪽
5 미령(美靈)-5 +2 11.02.23 3,057 2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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