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폐인, 여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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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6.05 11:06
최근연재일 :
2021.06.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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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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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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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9화. 슈퍼 루키. (7)

DUMMY

내가 구매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붉은 알림창이 나타났다.


[구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아차. 신력을 올리는 걸 까먹었네.


퍼즐 팡의 구매 조건은 신력 15 이상.

나는 가지고 있던 능력치 포인트 10개를 모두 신력에 몰아주었다. 그러자 눈 앞에 알림창이 나타났다.


[신력이 6에서 16으로 올라갑니다.]

[신력이 높아져 신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어 신물의 힘을 개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걸로 [퍼즐 팡] 구매조건은 클리어.

나는 조건이 충족되자마자 [퍼즐 팡] 구매 버튼을 눌렀다.


[퍼즐 팡의 가격은 5,500 증표입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Y/N]


Yes.


내가 동의하자 [슬라이스 슬라이스] 아이콘이 있던 자리 옆에 [퍼즐 팡] 아이콘이 생겨났다.


나는 [퍼즐 팡] 아이콘을 눌러 게임을 실행 시켜 보았다. 그러자 화면엔 네 가지 색깔의 햄스터들이 나와 발랄하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어서오세요~ 이 곳은 퍼즐의 세계~ 우리들을 모아서 터트려봐요~~~ 퍼즐~ 팡!"


...뭐냐 이 노래는.


내 어께에서 [퍼즐 팡]을 지켜보던 캐시는 햄스터들을 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맛있어 보이는 애들이 춤을 추네요..?"


"...나중에 츄르 사줄테니까 먹는건 참아줘.."


짧막한 오프닝 노래가 끝나자 화면엔 퍼즐 팡 이라는 로고와 함께 Game Start 버튼이 반짝 반짝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난 Game Start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이 게임이 무슨 게임인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이거 옛날에 유행했던 아뉘팡 짝퉁이잖아.


내가 스마트폰을 갖게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당시 모바일 게임계에는 아뉘팡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3개의 캐릭터를 모으면 터지는 단순함.

이 단순함에 한국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뉘팡에 매료되었었다.


진짜 그땐 다들 아뉘팡에 미쳐있었지.

하트가 부족하다고 모르는 사람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건 기본. 심지어 전여친이나 교수님한테까지 하트를 구걸하는 정신 나간 인간들까지.


여하튼 [퍼즐 팡]이 아뉘팡을 모티브로 만든 게임이라면 전투적인 능력은 없을 확률이 높았다.


누가 뭐래도 퍼즐 장르는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평화의 상징 같은 거니까. 아마 점수에 따라 버프 같은 걸 주는 게임이 아니려나?


나는 [퍼즐 팡]의 능력을 추측하며 Game Start 버튼을 터치했다.


그러자 게임 대신 카메라 기능이 활성되었다.


[퍼즐 팡을 사용할 타겟을 촬영하세요.]


어라..? 아뉘팡 같은 퍼즐 게임 아니었어?

타겟이 왜 필요해?


나는 일단 시키는대로 근처 아파트를 촬영해보았다.


찰칵.


[타겟으로 20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선택하셨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Y/N]


Yes.


내가 Yes를 누르자 아파트는 정육면체의 투명한 유리벽에 둘러 싸였다. 그리고 <갤럭시 G> 화면엔 4개의 색깔을 가진 햄스터의 얼굴들이 퍼즐처럼 나타났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색깔이 같은 햄스터 3마리를 합쳐보세요.]


음.. 아직까진 평범한 퍼즐 게임이랑 비슷한데..


나는 일단 시키는대로 퍼즐 상단에 있는 햄스터 3마리를 합쳐보았다. 그러자 햄스터들은 꺅 소리를 내며 펑하고 사라졌다.


익살맞은 햄스터들의 사망모션이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


콰앙!!!!!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타겟이 된 아파트 20층의 창문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쉬이이..


캐시와 나는 20층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거.. 내가 한 거 겠지..?"


"그럴걸요..?"


퍼즐을 맞췄을 뿐인데 폭탄이 터지다니..


나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퍼즐 팡]은 진동을 울리며 다음 튜토리얼을 재촉했다.


[잘하셨어요!]

[그럼 햄스터 4마리를 합쳐볼까요?]


3마리가 저정도인데 4마리를 합치면 대체..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퍼즐 중단부에 있던 햄스터 4마리를 합쳐보았다.


그러자..


콰과광!!!!!


아파트 10층을 시작으로 십자 모양의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위 아래로 퍼지며 아파트 창문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쨍강!! 쨍강!! 쨍강!! 쨍강!!


현실이었다면 뉴스에 대서특필 됐을 만한 대폭발이 끝이나자, 깨끗했던 아파트는 여기 저기 잔뜩 금이 간 폐 아파트로 변해있었다.


캐시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퍼즐 팡]의 위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주인님.. 생전에 무슨.."


나는 또 생전 업적에 대해 물어보려 하는 캐시를 진정시켰다.


"캐시, 아직 물어볼 타이밍이 아니야."


"예? 왜요..?"


"왜냐면 아직 안 끝났거든."


보통 이런 류의 게임은 퍼즐 캐릭터가 5단 합체까지 가능하다. 그렇다는건 [퍼즐 팡] 역시..


[잘하셨어요.]

[그럼 햄스터 5마리를 합쳐볼까요?]


역시나!


나는 더 강한 폭발이 있다는 사실에 기쁨보다는 겁이 덜컥 났다. 4개가 저 정도인데 5개는 핵폭발이라도 일어나는거 아니냐.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햄스터 5마리를 합쳐보았다.


그러자..


삐이이..


순간, 백색소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투콰아아아아아앙!!!!


귀를 찢을 듯한 소음과 함께 내가 올라와 있던 건물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휘청거렸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그와 동시에 주변 건물의 유리창들은 모조리 조각조각 부서저 깨져버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폭발 자체는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던 정육면체의 유리벽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만약 저 유리벽이 없었다면, 이 일대는 핵폭탄을 맞은 것 마냥 쑥대밭이 됐으리라.


쿠구구구..


강렬했던 5개짜리 폭발이 끝이나고..

타겟이었던 아파트는 붉게 달아오른 철골만이 남아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후.. 이제 끝인가.


강렬했던 튜토리얼을 끝내고 한숨 돌리려던 그때, 내 손에 <갤럭시 G>의 진동이 느껴졌다.


[잘하셨어요.]

[그럼 피버타임을 즐겨볼까요?]

[햄스터들을 터치하여 폭발의 예술성을 느껴보아요!]


...아직도 남았어?


에라 모르겠다.


나는 <접착 장갑>을 벗어 귀에 찰싹 붙여 소음을 차단했다.


"캐시, 귀 막아."


"주인님..? 아직 뭔가 더 남은건가요..?"


"그런가봐. 엄청 시끄러울거야."


"아..알겠어요!"


나는 캐시가 귀를 막은 걸 확인한 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빠르게 햄스터들을 터트렸다. 그러자 철골만 남은 타겟 아파트에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쾅!! 쾅!! 투광쾅 쾅 쾅!!!!

콰광 쾅 쾅 쾅!!!


...


그렇게 광란의 피버타임이 끝이 나고..

타겟 아파트의 철골 마저 완전히 소멸된 뒤에서야 [퍼즐 팡]의 튜토리얼이 마무리 되었다.


[튜토리얼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규칙을 설명드리겠습니다.]


튜토리얼이 끝남과 동시에 화면엔 기다란 알림창이 나타났다.


----------

[퍼즐팡 사용 설명서]


1. 타겟은 무생명체, 생명체 어떤 것이든 상관 없습니다.


2. 타겟은 딱 1개만 고를 수 있습니다.


3. 타겟으로 설정 된 상대는 1분간 결계에 갇히게 됩니다. 결계에 갇힌 상대는 외부의 공격엔 무적이 됩니다.


4. 폭발의 파괴력은 결계 밖으론 영향을 끼치지 않으나, 진동으로 인한 간접 피해는 일으킬 수 있습니다.


5. 게임은 1분간 플레이 가능하며 하루에 1번만 플레이 가능합니다.

---------


아.. 하루에 1번, 1분만 쓸 수 있는거구나.


난 이제서야 [퍼즐 팡]의 위력이 왜 이렇게 강했는지 납득 할 수 있었다. [슬라이스 슬라이스]가 평타라면, [퍼즐 팡]은 필살기 같은 게임이었네.


내가 설명서를 다 읽자, 튜토리얼의 마지막 메세지가 나타났다.


[튜토리얼은 게임 횟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오늘 플레이 가능한 횟수 1회.]


강렬했던 튜토리얼을 마친 나는 캐시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캐시, 이 정도면 숙주 망령을 잡을 수 있을까?"


캐시는 나의 질문에 고민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해요! 제 아무리 숙주 망령이래도 저런걸 맞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거에요!"


"그럼 시간 끌거 없이 지금 잡으러 갈까?"


"좋아요!"


나는 <도약의 신발>을 사용해서 숙주 망령이 있는 공사장으로 날아갔다.


****


아리엘이 퍼즐 팡을 습득 할 무렵.

최유진은 여전히 반항도 못하는 숙주 망령을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짝!!! 짝!!! 짝!!! 짝!!!


어째서!! 이렇게나 때렸는데도 상처 하나 안 나는거냐고!!


"흐아..흐아..흐아.."


최유진은 땀에 젖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박현도가 그녀를 몰아세웠다.


"쉴 시간이 어디있습니까. 잠깐이라도 손을 놓으면 숙주 망령은 금방 몸이 재생된다고 말씀 드렸을텐데요?"


최유진은 편안히 앉아서 자신을 구경하고 있는 박현도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 저 x새끼.. 지가 적당히 패놓고 나한테 막타만 치게 해도 되는거잖아? 쫌팽이 자식, 아까의 일로 삐져서 일부로 이러는게 틀림 없다.


아니 임무창 좀 보자는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지 추측이 틀릴수도 있는거잖아. 확실히 확인해보자는게 그렇게 자존심 상할 일이냔 말이다.


어휴, 내가 참아야지. 사회생활 진짜 X같다 X같애.


최유진이 속으로 박현도의 욕을 하며 채찍질을 재개하려던 그때.


콰앙!!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려왔다.

난데 없는 폭발음에 숙주 망령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끼에에에.."


이에 박현도는 재빨리 신물의 출력을 높여 숙주 망령을 진정시켰다.


부르르릉!!


"끼잉."


숙주 망령을 진정시킨 박현도는 피식 웃으며 폭발이 일어난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후후.. 밖에 분들이 살아남으려고 온갖 짓을 다 하시나 보군요."


박현도는 아파트의 폭발이 공사장 밖의 9계급 신들이 발악을 한 것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최유진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9계급 신들이 한 게 맞을까요? 그렇다기엔 위력이.."


"후후. 아마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이었겠죠. 그 아가씨가 했던 것 처럼."


박현도는 손가락을 찍 그으며 아리엘 흉내를 냈다.


그래. 박현도 말 따나 별 일 아니겠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채찍질을 하려던 그때.


콰광광!!!


콰작작작!!!


방금 폭발이 일어났던 아파트에서 십자 모양의 폭발이 일어나더니 아파트 전체가 파괴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큰 폭발음에 숙주 망령의 정신이 빠르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엑!!!!!!"


박현도는 황급히 신물의 출력을 높여 숙주 망령을 진정시키고는 굳은 얼굴로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저건 9계급 신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설마 신역 안에 8계급 이상의 신이 침입한건가?

분명 지부장님이 상급 신의 개입을 막았을텐데.


매사 여유롭던 박현도마저 불길함을 느끼고 있던 그때,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번 폭발은 앞선 폭발과는 결이 달랐다.


삐이이..


귓가를 울리는 백색소음.

위험을 감지한 박현도는 숙주 망령에게 걸어둔 매혹이 풀리지 않게 공사장에 소환해 둔 외제차의 엔진을 최대한 공회전 시켰다.


하지만..


투콰아아아아아앙!!!!!!


"끼에에에에엑!!!!!"


지축을 울리는 강렬한 폭발에 결국 숙주 망령은 최면에서 완전히 깨어나버리고 말았다.


정신이 돌아온 숙주 망령은 지금껏 자신을 옭아매었던 박현도를 향해 튀어올랐다!


"끼에에엑!!!"


신력에 거의 모든 스탯을 몰빵한 박현도의 민첩은 6. 숙주 망령의 공격을 피하기엔 터무니 없이 민첩이 부족했다.


하지만 걱정 할 것 없다.

숙주 망령이 다가오는 것 보다 더 빠르게 다시 매혹을 걸면 그만이니까!


"엔진 최대 출력!!"


박현도의 명령에 공사장에 있던 모든 외제차들이 거칠게 포효했다.


부와아아아아앙!!!!


매혹의 마력이 담긴 엔진 소리에 숙주 망령이 주춤하던 그때.


쾅!! 쾅!! 투광쾅 쾅 쾅!!!!

콰광 쾅 쾅 쾅!!!


어떤 정신 나간 신이 철골만 남은 아파트에 미친듯 폭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또라이가 저런 짓을..!?


덕분에 외제차의 엔진 소리는 묻히게 되고..

다시 정신을 차린 숙주 망령은 그대로 튀어 올라 박현도의 옆구리를 촥하고 베어버렸다.


셔츠가 잘려 살이 드러난 박현도의 옆구리에선 붉은 피와 함께 주변의 살갗이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숙주 망령은 한 번의 상흔만으론 갈증을 해소 할 수 없었는지 이번엔 박현도의 얼굴을 찢어버리려 달라들었다.


허나, 8계급의 신인 박현도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럼블기니 소환!!"


쿵!!


박현도는 급히 숙주 망령의 머리 위로 외제차를 소환해 녀석을 깔아뭉갰다.


"끼에에엑!!!"


숙주 망령은 외제차에 깔려 빠져나오기 위해 버둥거렸다. 전투의 흐름을 되찾은 박현도는 다시 한 번 외제차를 소환해 숙주 망령을 완벽히 제압하려 했다.


그러나..


"크윽!!!"


박현도는 엄습해오는 옆구리의 통증에 한 쪽 무릎을 꿇고는 상처를 확인해보았다. 그의 옆구리는 이미 망령의 거무죽죽한 피부처럼 변해있었다.


8계급의 신이라 해도 감염 속도가 더딜 뿐. 숙주 망령의 손톱에 베여버린 이상, 박현도가 망령으로 변하는건 시간 문제나 다름 없었다.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신역을 빠져나가 해독 능력을 가진 신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현도는 임무 대상자가 아니었기에 언제든 신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내가 죽게 생겼는데 임무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생명의 위기를 느낀 박현도는 망설임 없이 최유진에게 작별을 고했다.


"최 인턴, 나 먼저 퇴근 할테니까 마무리 부탁해."


"대리님!! 대리님이 가시면 저는..!?"


박현도는 최유진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바로 신역 밖으로 나가버렸다.


박현도가 사라지자, 최유진은 충만했던 자신감이 사라지고 다른 9계급 신들이 맛 보았던 무력감을 똑같이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 최유진이 여유로울 수 있었던 건 다 박현도의 존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현도가 없는 최유진은 그저 다른 9계급 신들과 같은 희생양에 불과했다.


부산 9계급 최강?

강림 1년 만에 Sin에 스카웃 된 천재?


그딴건 숙주 망령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는 타이틀이었다.


최유진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아리엘이 뚫어놓은 구멍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숙주 망령은 이미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외제차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두다다다다!!!


숙주 망령은 살벌한 기세로 땅을 박차며 최유진을 뒤쫓았다. 그러고는 누런 이를 드러내고선 기다란 혀를 꾸물텅거렸다.


"끼에에엑!!"


최유진은 추격해오는 숙주 망령을 보고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3m는 되는 덩치에 6개의 팔, 그리고 에일리언의 머리를 갖다 붙인 것 같은 얼굴까지..


나.. 저런 괴물이랑 싸우고 있던거야..?


최유진은 박현도가 없는 지금에서야 숙주 망령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실감하고 있었다.


"오지마.. 오지마..! 오지마!!!"


"끼에에에엑!!!"


"꺄아아아악!!!"


숙주 망령은 공포에 넋이 나간 최유진을 먹기 위해 기다란 팔을 뻗었다.


덥석!!!


"꺄아아악!!! 이거 놔!!! 이거 놔!!!!!"


6개의 팔에 속박된 최유진은 죽기 살기로 발버둥을 쳤다. 그럴수록 숙주 망령의 악력은 점점 더 강해져 왔다.


결국 숙주 망령의 끔찍한 이빨 근처까지 도달한 최유진은 체면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아이처럼 울며 목숨을 구걸했다.


"살려주세요!!! 아무나 제발 도와주세요!!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그렇게 목숨을 구걸하던 최유진은 저 멀리에서 날아오는 하얀 소녀를 발견했다.


저 여자는.. 가림막을 찢었던 그..?

죽지 않았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했지만.. 어떻게 여기에..?


아니지. 지금은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누가 되었든 날 살려주기만 하면 그걸로 된 거 아니겠는가.


최유진은 팔을 흔들며 아리엘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하늘에서 날아오던 아리엘은 눈을 가늘게 뜨고 구조 요청을 하는 신이 누군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너무 거리가 멀어 정확히 누구인지는 판별할 수 없었다.


박현도랑 최유진이 영입하려고 했던 9계급 신들 중 한 명인가?


아리엘은 일단 누군진 몰라도 구해보자는 생각에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촤악!!!


푸른 검기가 날아와 최유진을 잡고 있던 숙주 망령의 6팔을 모두 잘라내버렸다!


털석.


숙주 망령의 팔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최유진은 몸을 감싸고 있던 손가락들을 밀쳐내고 소녀에게로 달려갔다.


"고마워요!!!"


반면, 공사장에 착지한 아리엘은 최유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안색이 나빠졌다.


아.. 그때 최유진이 끌고 간 9계급 신일까봐 구해준 거였는데.. 하필 최유진이었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죽게 둘 걸.


최유진은 그런 아리엘의 마음도 모르고 신나게 달려가 그녀의 등 뒤에 숨었다.


"정말 고마워요! 이번에 당신이 절 구해줬으니 저번에 빚은 없는 일로 칠게요!"


"예? 제가 당신한테 빚이 있다구요?"


"잊으셨어요? 제가 당신을 대리님께 데려다 드렸잖아요! 그때 제가 당신의 목숨을 구한거나 마찬가지죠!"


아리엘은 되도 않는 최유진의 논리에 인상을 팍 찌그렸다.


"개소리말고 당신네 잘난 대리님한테나 가세요."


"그게.. 대리님이 먼저 도망치시는 바람에.."


뭐? 박현도가 도망을 갔다고?

그 자식, 숙주 망령도 못 잡는 주제에 여길 왜 온거야?


그 말을 들은 캐시도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8계급 신이 숙주 망령한테 지다니.. 개망신도 그런 개망신이 없네요."


우리가 대화를 나누던 사이, 6개의 팔을 모두 재생시킨 숙주 망령은 분노에 찬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악!!!!!!!!!!!"


아리엘은 화가 끝까지 난 숙주 망령에게 검지 손가락을 펴 최유진을 콕콕 가리켰다.


제발 얘 부터 죽여.


하지만 숙주 망령의 분노는 자신의 팔을 잘라낸 아리엘을 향하고 있었다.


두다다다다다!!!


숙주 망령은 거칠게 땅을 박차며 무서운 기세로 아리엘에게 달려왔다.


...어쩔 수 없네. 최유진을 처리해주길 바랬는데.


아리엘은 숙주 망령이 접근하기 전에 [퍼즐 팡]을 실행시켰다. 그리곤 숙주 망령을 타겟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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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슈퍼 루키. (9) +1 21.06.25 44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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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슈퍼 루키 (1) 21.06.06 93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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