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폐인, 여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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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6.05 11:06
최근연재일 :
2021.06.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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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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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2화. 잘못된 만남. (1)

DUMMY

"현석아!! 우리 왔다!!"


가족들은 현관에 들어와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아 X됐다.


딱히 숨을 곳이 없던 나는 쇼파 밑 빈 공간에 몸을 숨겼다. 그와 동시에 제일 먼저 신발을 벗어 던진 동생이 거실로 들어왔다.


"오빠!! 현관에 캐리어 좀 들어줘! 겁나 무거워!"


동생은 내가 대답이 없자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오빠!!! 이현석!!! 내 말 안들리냐!!! 너 자냐!?"


이후로도 몇 번은 더 소리를 치더니 그래도 대답이 없자 동생은 캐리어를 내팽겨치고 거실로 들어왔다.


"이현석!! 일어나!!"


벌컥!


동생은 내 방문을 열어 재꼈다. 당연하게도 내 방엔 내가 있을리가 없었다.


"야!! 일어나.. 엥? 방에 없네?"


동생은 그럼 여기 밖에 없다는 듯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똥 줄 끊고 나와!! 캐리어 겁나 무겁.. 어라? 여기도 없어?"


역시나 화장실에서도 나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 변태 새끼! 내 방에 있는거 아냐!?"


지X. 니 방 쪽으론 내가 바라보지도 않는다.


벌컥!!


"에..? 여기도 없으면 어디간거야."


자기 방에도 내가 없자 동생은 부모님 방까지 열어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도 내가 없자 동생은 부모님이 계시는 현관으로 달려왔다.


"엄마!! 아빠!! 현석이 집 나갔어!!"


동생의 외침에 현관에 있던 아빠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집 앞에 바람 쐬러 나갔나 보지."


여유로운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당황한 기색으로 거실에 들어왔다.


"여보!! 현석이가 집 밖에 나가는거 봤어요!? 얘는 굶어 죽더라도 집 밖에는 안 나가는 애잖아요!"


아니 엄마.. 나 그 정돈 아닌데..


엄마는 다급히 거실을 둘러보더니 내 스마트폰을 보고는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여보!!! 큰일 났어요 큰일!!!"


엄마의 호들갑에 거실로 달려온 동생은 내 스마트폰을 보더니 똑같이 비명을 질렀다.


"엄마, 뭘 봤길래 그렇게... 꺄아악!! 아빠!!! 빨리 와봐!!"


현관에서 낑낑거리며 캐리어를 정리하던 아빠는 두 여자의 성화에 하던 일을 멈추고 거실로 향했다.


"둘 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여보!! 저것 좀 봐요!!"


"응? 저건 현석이 스마트폰 아니야. 이게 왜?"


"여보!! 당신은 현석이가 스마트폰 놓고 다니는거 봤어요!?"


"에이. 집 밖에 나가면서 잠깐 두고 갔겠지 뭘 그런거 가지고."


"아니야 아빠!! 오빠는 스마트폰 없으면 숨도 못 쉬어!! 설마 이현석, 어디서 막 뛰어내리고 그런건 아니겠지!?"


동생의 급발진에 엄마는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아이고 현석아! 우리 현석이 어떡해!!"


그러자 동생도 같이 주저 앉아 불난집에 기름을 뿌려댔다.


"으아앙 오빠!! 우리 오빠 불쌍해서 어떡해!!"


하.. 겨우 스마트폰 두고 사라졌다고 사람을 죽은 사람 취급하다니. 우리집 사람들에게 난 대체 어떤 이미지 였던 걸까.


아빠는 분위기가 과열되자 슬슬 중재에 들어갔다.


"여보! 현지야! 둘 다 뚝! 우리 현석이 그렇게 못난 놈 아니야. 일단 1시간만 기다렸다가 집에 안 오면 경찰에 신고해보자."


"흑흑.. 알겠어요 여보."


"흑흑.. 알았어 아빠."


아뇨 아빠. 전 절대 반대에요!


경찰이라니.


다 큰 아들 잠깐 안보인다고 경찰을 부른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하.. 우리집 사람들은 다 좋은데 너무 극단적이야.


만약에라도 경찰이 오면 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질게 분명했다.


어떻게든 막아야 돼.


하지만 어떻게?


안그래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설상가상 주저 앉아있던 동생의 눈동자가 쇼파 아래쪽을 향해 굴러왔다.


아.. 안 돼 제발. 보지마.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하던가.


나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동생의 눈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3. 2. 1.


인간이 상식을 벗어난 상황을 인지하는데 걸리는 시간 3초.


"끼에에엑!!!!"


3초 뒤, 동생은 망령들이 내는 소리를 내더니 후다닥 아빠 등 뒤로 도망갔다.


"현지야. 갑자기 왜 그래!?"


"아..아아아아 아빠!!! 쇼파 밑에!! 쇼파 밑에 사람이 있어!!!!"


"쇼파 밑에? 히이이익!!!!"


동생의 말에 쇼파 밑을 바라본 엄마는 기겁을 하더니 호다닥 아빠 뒤로 도망갔다.


"여보!! 진짜 있어요!! 쇼파 밑에 사람이 있다구요!!"


이 쯤 되자 아빠도 상황의 심각함을 느꼈는지 집 현관에 숨겨둔 호신용 야구배트를 꺼내왔다.


아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배트를 들고선 천천히 쇼파로 다가왔다.


하.. 이젠 어쩔수가 없다.


캐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내게 사념을 보내왔다.


'주인님! 도망치셔야 돼요! 아버님이 배트를 들고 접근 중이시라구요!"


'도망을 왜 쳐. 여긴 우리집이야.'


'그럼 어쩌시게요!?'


'사실대로 말할거야.'


'사실대로요!?'


그래. 사실대로 말해야지 별 수 있겠는가.

어설픈 거짓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어차피 계속 가족들을 속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4박 5일 동안 게임하다 죽었더니 여신이 되었다는 말을 믿어 줄지는 모르겠지만은..


"나갈게요! 나갈테니까 몽둥이는 좀 치워주시겠어요?"


나는 잔뜩 흥분한 가족들을 진정시키고는 엉금엉금 쇼파 밑에서 기어나왔다.


아빠는 여전히 부들거리는 손으로 배트를 들고선 나를 위협했다.


"다..당신 뭐야? 도둑이야!?"


"저.. 그게 사실은.."


아빠, 나 현석이에요 현석이.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만 벙긋거릴 뿐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당신의 이름은 아리엘입니다.]


아니..! 내 이름이 아리엘인건 알겠는데 한 번만 옛날 이름 쓰겠다고!!


저 현석이에요!!


[당신의 이름은 아리엘입니다.]


아 나. 미쳐버리겠네!!


그럼 이름 말고 말을 돌려서 해보자.


아빠, 나 아빠 아들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아 이번엔 또 왜!?


내가 계속 벙긋거리기만 하자 캐시가 다급하게 사념을 보내왔다.


'주인님! 주인님께선 지금 금제에 걸리신거에요! 인간에게 신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구요!'


금제라고?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내가 나라고 밝히는 것도 금지시키면 어쩌란 말인가.


아빠도 인내심의 한계가 온 것인지 배트를 들이밀며 역정을 부렸다.


"아가씨! 입만 벙긋 거리지 말고 뭐라고 말을 좀 해봐요!"


아.. 모르겠다 이젠.


나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거짓말을 지어냈다.


"아버님, 저는 현석씨 여자친구 아리엘이라고 해요. 잘 부탁 드립니다."


나의 폭탄 발언에 가족들은 입을 벌린 채 멘붕에 빠져버렸다.


아빠는 충격에 말까지 더듬거리며 내게 질문했다.


"혀..현석이 여자친구? 여..여자 친구가 왜 우리집에.. 현석이는 어디 갔어요..?


...어차피 쓰레기 같은 내 이미지.

여기에 하나 더 얹는다고 별 일 있겠는가.


나는 최대한 피해자인척 하며 순진한 눈망울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저는요.. 오빠가 오늘 집 비었다고 놀러 오라해서 왔어요.. 그런데 오빠가 가족 분들 오시는 거 보고 도망가는 바람에.. 흑.. 전 무서워서 쇼파 밑에 숨은거에요.."


내 말에 아빠 뒤에 숨어 있던 여동생은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현석 이 새끼 지 혼자 살려고 도망간거야? 완전 쓰레기 새끼 아니야?"


엄마는 거친 말을 쓰는 동생에게 핀잔을 주었다.


"현지야. 오빠한테 새끼가 뭐니. 쓰레기라고만 해야지!"


엄마.. 어쨌든 쓰레기인건 마찬가지잖아..


그 때, 동생은 내가 입고 있던 옷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요! 그거 혹시 제 옷 아니에요!?"


아.. 쓸대 없이 눈치만 더럽게 빨라가지고는.


그래. 어차피 쓰레기가 된거 아주 소각용 쓰레기가 되버리지 뭐.


나는 아련하게 옷을 매만지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망울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집에 오자마자 현석 오빠가 거칠게 옷을 찢어버리는 바람에.. 나중에 깨끗하게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


"어우.. 이게 무슨일이야.."


털석.


"여보! 괜찮아!?"


엄마는 연이은 폭탄 발언에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동생은 도끼눈을 뜨고는 있지도 않은 오빠를 향해 쌍욕을 날렸다.


"이현석 이 미친 개 변태새끼!! 아.. 설마, 그..새언니? 우리 망할 오빠 새끼가 강제로 그런거에요!? 강제는 아니죠? 제발 강제는 아니여야해요.."


야 이 씨. 아무리 쓰레기라도 강간범은 에바지.


나는 최대한 나 자신과의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해보았다.


"아..아뇨. 서로 좋아서 그런거에요. 절 사랑하니까 그랬을거라고 믿어요 저는.."


"그 새끼는 사랑하면 옷부터 찢어버린데요? 그럼 맨날 맨날 사랑할때마다 옷을 찢어버린거에요?"


"아.. 아뇨. 사실 그 날이 처음이었는데.. 저도 당황스럽고 오빠도 당황해서 그랬겠죠..?"


아차!


옷을 찢은건 그날이 처음이라 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 날이 처음'이라는 말이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물은 엎어진 뒤였다.


"와 미친.. 그럼 처음 사랑한 날에 옷을 찢은거에요!? 이 새끼 완전 또라이 새끼 아니야!!"


나는 다시 변명을 하려 했으나 엄마가 나서 동생을 제지했다.


"현지야 잠깐만 나와봐. 저기.. 아리엘..씨? 우리 현석이가 그럴리가 없는데.. 혹시나 해서.. 미안하지만 올 해 나이가..?"


하.. 엄마.


물론 키도 작게 만들고 피부도 잡티 없이 깨끗하게 만들었으니 충분히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지 설마 아들이 미성년자랑 놀아났겠냐고!


하지만 가족들이 생각하는 나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쓰레기였는지 모두들 숨조차 쉬지 않고 내 대답을 기다렸다.


"저는.."


꿀꺽.


어찌나들 긴장하셨는지 가족들의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나에게도 들려왔다.


"성인이에요. 올 해로 21살이 되었어요."


"휴우.."


성인이라는 말에 가족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그럼 저에 대한 오해는 풀리신건가요?"


나의 질문에 아빠는 들고 있던 야구배트를 내려놓았다.


"허허허, 아리엘씨. 아들 여자친구분한테 참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빠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내게 화해의 악수를 건넸다.


나는 최대한 죄송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살며시 아빠의 손을 잡았다.


"아뇨. 애초에 숨어 있던 제 잘못이죠.. 저야 말로 실례가 많았어요.."


"아잇. 새언니가 무슨 잘못이 있어요! 무책임하게 도망간 오빠가 잘못했죠!


엄마는 아빠가 잡은 내 손을 포개어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못 난 아들이랑 사귀어줘서 고마워요. 현석이 이 놈은 집에 오면 따끔하게 혼내둘게요."


"아뇨.. 안 그러셔도.."


"아니에요. 자기 여자친구를 두고 도망간 놈은 혼 쭐이 나야죠! 제가 아주 박살을 내놓을게요!"


아니야 엄마.. 진짜 안 그래도 된다고..


어쨌든 '이현석'이라는 공공의 적이 생긴 덕분에 우리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내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자 가족들은 우르르 현관까지 따라와 배웅해주었다.


"우리 현석이는 복도 많지. 다음에 놀러오면 맛있는거 해 줄게요. 또 와요!"


"예 어머님~."


"허허허 다음에 또 봐요~."


"예 아버님~."


"언니, 다음에 또 놀러오면 나랑 같이 나가요! 언니 짱 예뻐서 자랑하고 싶어요!"


"하하, 고마워요. 이 옷은 깨끗이 빨아서 택배로 보내드릴게요!"


"아뇨 아뇨 천천히 돌려주셔도 돼요!"


"감사해요. 저 그럼 가보겠습니다~."


"잘 가요~."


철컥.


띡 띡. 띠리리.


문이 닫히자 난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어떻게든 잘 넘어간거 같네.


하지만 내가 나간 뒤에 가족들이 무슨 작당을 꾸밀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캐시가 인간들에게 안 보인다는 점을 이용해 캐시를 스파이로 활용했다.


집안에 남아 있던 캐시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사념으로 보내주었다.


'엄마, 저 사람 진짜 오빠 여친 맞을까? 저런 예쁜 여자가 오빠를 뭘 보고 만나?'


'그러게 말이다. 내 아들이지만 여자애가 너무 아깝더라.'


'허허허. 이쁜 며느리 들어오면 좋지 뭘 그래.'


'여보! 지금 웃을때에요!? 현석이 이놈 돌아오면 어떻게 할거에욧!?'


'글쎄.. 핸드폰이라도 정지 시켜야 하나..'


'핸드폰 정지로 되겠어요!? 이참에 현석이 스파르타 기숙학원 보낼거에요! 나이도 있는데 공무원이라도 되야 할거 아니에요!'


'엄마 엄마! 내 생각에는..'


으아.. 듣기 싫다.


나는 날 어떻게 혼내면 좋을지 회의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캐시를 불러들였다.


'이만하면 됐어. 돌아와. 캐시.'


나의 명령에 캐시는 유령처럼 현관 문을 관통하고 나왔다.


"주인님, 고생 많으셨어요."


"하.. 고생은 무슨. 캐시, 혹시 내 얼굴을 원래대로 돌릴 수는 없는거야?"


나의 질문에 캐시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죄송해요. 한 번 사용한 특전은 취소 할 수 없어요."


"신물 중에서 외모를 바꾸는 신물도 있을 거 아냐."


"신물은 현계에선 사용할 수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아 그랬지. 하.. 난감하네. 하다 못해 내 정체를 솔직하게 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나의 혼잣말에 캐시는 민첩하게 내 어께 위로 올라와 귓가에 속삭였다.


"주인님, 그거라면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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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게임 폐인, 신으로 강림하다. (1) 21.06.05 149 5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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