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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작품등록일 :
2021.06.05 22:28
최근연재일 :
2021.11.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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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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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알바(1)

DUMMY

“으···음···. 잘 잤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어 살던 나는 항상 어깨에 돌덩이를 얹고 사는 느낌이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고 그때뿐이었기에, 항상 피곤하고 무기력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도 그런 일을 겪고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는 거로 봐서 나에게 좋은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아마 지금 여기 누워있는 이놈들 때문이겠지.

오늘은 퇴근길에 로또나 한번 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심코 핸드폰의 시계를 보았다.


AM 03:00


“어?!!”


이미 12시부터 시작되는 나의 편의점 야간 알바 시간은 이미 지나있었다. 그리고 부재중 13통과 읽지 않은 깨톡 20개.


-삼봉아, 출근 안 하니?”

-삼봉아, 전화 받아라- 무슨 일 있냐?”

-삼봉아, 오늘 하루 쉬는 거니? 쉬고 싶으면 미리 말을 하고 쉬어야지 갑자기 출근을 안 하면 어떻게 하니-? 일단 전화 좀 받아봐-“

-삼봉아, 그만두는 거냐? 그럼 미리 말을 하고 그만둬야지- 갑자기 이렇게 출근을 안 하면 어떻게 하라고!!”

- 야-!! 빨리 전화 안 받아?! 내가 친동생처럼 생각해서 편하게 대해주니까 니가 이따위로 해? 어?!”

- 야 이 XX-!! ······”

······..


깨똑을 다 읽지도 못했다. 아니, 더 읽어볼 필요가 없었기에 나는 서둘러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라라라라란 따따-


“야! 삼봉이, 이XX! 지금 장난치나! 너 뭐 하자는 거냐?!”

“아···. 사장님, 죄송합니다. 늦잠 자가지구요···. 지금 일어나···”

“됐고! 니가 쉬고 싶은 날 쉬고, 일하고 싶으면 일하는 거니? 그냥 쭉 쉬어-“

“사장님,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아니- 다른 사람 뽑았으니까, 출근할 필요 없어. 끊는다-‘

“사장님!!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


한숨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왔다. 전화를 움켜쥔 채 천장과 땅을 번갈아 보며 나를 자책하고 있는 와중에 누워있는 마왕과 용사가 눈에 들어왔다. 세상 편하게 자고 있는 것 같은 둘을 본 순간 내 가슴속 깊은 속에서 솟구치는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이 씨···이것들 때문에···”


나는 누워있는 그들에게 발길질했다.


“으···. 음··· 무슨 일이냐···. 삼봉···”


나의 발길질에 마왕이 먼저 눈을 떴다.


“니놈들 때문에 알바 잘렸잖아!!”


내가 소리친 것 때문일까. 마왕은 자세를 고쳐 앉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짤려? 나 때문인가?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니놈들 때문이지 뭐 때문이겠냐!!”

“우리 때문이라니? 다친 건가? 그러니까 내가 뒤에 있으라고 한 거 아닌가! 왜 가까이 와서는···”


마왕의 변명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놈이···. 니가 은행에서 그냥 돈만 제대로 줬어도···왜 사람 맘을 흔들어 놔서···”

“흠···. 나는 돈을 주려 했는데···이 용사 놈이 방해한 것이다! 삼봉, 너도 보지 않았는가?!”


마침 나와 마왕의 대화 때문인지 눈을 뜬 용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마왕은 일제히 막 일어난 용사를 째려보았다. 나는 용사가 조금이라도 미안한 표정을 지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도 당당한 자세로 용사는 우리를 향해 호통쳤다.


“삼봉! 나는 니가 항상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다. 나에게는 그럴 의무가 있다! 그것이 잘못이라 한다면 내 얼마든지 감내하마!!”

“아놔···. 그래···니가 무슨 잘못이겠니···. 됐고. 나 알바 짤렸다. 이제 라면 살 돈이고 뭐고 없으니까 니 들이 알아서 사 먹어라!”


내가 더 이상 라면을 줄 수 없다는 말에 마왕이 먼저 반응했다.


“내가 이번에는 확실하게 돈을 구해다 주마 다시 가자꾸나. 삼봉!”


마왕의 말에 용사가 이를 저지하며 나섰다.


“안된다.! 악마의 유혹에 귀를 기울이지 마라, 삼봉! 올바른 일이라면 아무리 힘들지라도 내 너와 함께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함께 헤쳐나가자꾸나.!’

“용사 이놈! 니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냐! 언제까지 삼봉에게 신세만 질 것이냐! 염치가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이런 마왕 같은 놈을 봤나! 나 하나 좋자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자는 것이냐! 과연 니가 마왕이라 불리는 데에는······.”

······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여유도 없었다. 나는 투닥거리고 있는 그들을 지나 책상으로 자리를 옮겨 노트북을 켰다.


“삼봉, 뭐냐- 그건?”


마왕과의 말싸움에 지친 건지 용사가 나의 노트북을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이거 노트북이라는 거다. 이걸로 일자리 알아보고 하거든. 왜 관심 있냐?”

“일자리라···.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라면을 사는 그런 구조가 맞느냐?”

“호-오. 그래. 맞아.”

“흐···. 음···그럼 어떤 일이 있는지 좀 보자꾸나.···.”


나는 그를 위해 적당한 알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보자···. 보자···우리 용사님이 일할만한 곳이···전에 일해 본 적 있나?”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모험가였다. 오직 오크 관련 의뢰만 맡는 괴짜로 유명했지···”

“닥쳐······. 어, 여기 김밥 지옥 있네. 초보자 환영. 됐네, 여기 가깝고 좋네. 내일 이력서 들고 가보자.”


용사는 나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 나보고 지옥에서 일하라는 건가? 그곳은 마왕에게 더 어울리는 곳 아닌가?’

“그냥 음식점 이름일 뿐이니까 시끄럽고, 자 이리로 와서 이력서 써봐.”


내가 용사와 둘이서만 말하는 게 불편했던지, 마왕도


“삼봉- 나에게도 뭔가 일을 주지 않겠는가-?”

“오- 그래 마왕 너도? 그래 보자···여기 옷 가게는 어때? 악마는 구라다를 입는다, 좋네.”


나는 그들의 이력서와 나의 이력서를 만들고 난 뒤 아침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직접 이력서를 들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이른 아침부터 가는 성실함을 보여준다면 분명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마왕하고 용사. 밖에서는 너네 들 이제 밖에서는 이름으로 부를 거니까 그렇게 알고들 있고, 절대- 절대로 밖에서 너네 정체가 밝혀지거나 하면 안 돼-“


용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에게 물었다.


“왜 그러냐 삼봉. 우리의 정체를 숨기라니. 마왕이야 구린 놈이니 그렇다고 하지만 나는 용사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밝힐 수 있다.”

“용사 아보기. 너 용사인 거 밝혀지면 끌려가서 고문받고 막 그런다- 그래도 되겠냐?”

“음? 아 그런···”


어디론가 끌려간다는 말에 조용해진 용사와 마왕. 나는 그 둘을 데리고 김밥 지옥에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다.


딸-랑-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아 저···손님이 아니라 알바 때문에 왔는데요···사장님이···”

“아- 제가 사장인데요. 근데 우리 한 명만 뽑는데···”


나는 손가락으로 용사를 가리키며 사장님에게 말했다.


“저희 둘은 지나가는 길에 따라온 거고요- 이 친구가 지원하는 겁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이쪽으로 와서 잠깐 얘기 좀 해요- 이름이···.”


용사가 자신만만하게 답하며 사장님을 따라갔다.


“나는 아보기 얀 카지미어다. 나이는 23살. 스리랑카에서 왔다.”


멀어져 가는 그들을 보며 나는 옆에 있던 마왕에게 속삭였다.


“마왕. 저기 저 사장이라는 사람한테 환술 걸어서, 용사 저놈이 여기서 일할 수 있게 해봐-“

“음? 그래도 되겠는가? 나중에라도 용사가 알면 시끄러워질 텐데···.”

“상관없어- 내가 시켰다고 그래- 너 라면 안 필요해?”


잠시 후 마왕이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삼봉. 용사 저놈은 여기서 평생 일할 수 있을 거다.”

“오- 잘했다. 그럼 이제 다른 데로 가자.”


***


마왕의 능력 덕분에 나는 어른슐리 레스토랑에, 마왕은 옷 가게에 손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내일부터는 셋 모두 알바를 하러 간다는 기쁨에, 나는 마지막 남은 라면을 꺼내 들어 그들에게 끓여 주었다.


“삼봉- 너는 안 먹는가?”


용사가 옆에서 책을 보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라면은 너네 둘이 먹어라- 나는 좀 있다 밥이나 먹을란다-“


나의 대답에 라면을 먹던 마왕이 잠깐 먹던 것을 멈추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용사, 네놈 때문에 삼봉이가 같이 안 먹는 것 아닌가.”

“뭐? 나 때문이라니. 삼봉?! 나 때문인가?”


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마왕의 발언에 놀란 눈을 하며 마왕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잠시 뜸을 들인 마왕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용사 아보기. 니가 어제 은행에서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지금 삼봉 저 친구도 같이 먹지 않았겠는가! 아까 보지 못했나? 이게 마지막 라면이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하는가! 순진한 인간을 더 이상 타락의 길로 내몰지 마라!”


마왕은 마지막 남은 라면을 들이키며 냉소적으로 용사에게 말했다.


“훗. 그러니 왕족들이 다 너에게서 등을 돌렸지.”

“뭐 임마! 마왕 이놈이···”


그들은 라면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용사가 마왕의 한 손으로 멱살을 움켜잡고 다른 손을 뒤로 빼어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이런 마왕 놈이, 이제 네놈은 내가 본래 힘을 쓰지 않아도 처치할 수 있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이 입만 살아서는···”


멱살을 잡힌 마왕도 이에 질세라 용사에게 소리를 쳐댔다.


“어쭈-?! 쳐봐! 쳐봐! 쳐보라고! 임마!”

“어이구···. 이걸 그냥 확!”


우당탕-!


“앗···라면이···”


둘의 몸싸움으로 인해 라면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 라면은 옆에 있던 나와 책에 튀어버렸고, 이내 책에서 이상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야- 문 열어!!”


덜컹-!

타앗-


놀란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으로 책을 집어 던졌다.


파--앗!

(뭉게)..(뭉게)..(꿈틀)···.(꿈틀)···


이번에 올라오는 연기는 한가지의 색이 아니었다. 노란색 흰색 등 여러 개의 색이 섞여 있어 정확히 몇 개인지 알기조차 힘들었다.


“삼봉! 저게 뭐냐!”


용사는 아마 처음 보는 광경일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소환되었으니.


“어- 저거 책에서 뭔가 또 나오려나 본데? 뭔지는 나도 모르지- 마왕, 너는 뭐 아는 거 없나?”

“나도 모른다. 모습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쓔-웅- 파-앗! 팟! 팟-······!


책에서 피어 올라오던 연기가 더 이상 형체를 갖추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 저게 왜 흩어져 버리냐···.”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스러웠다. 분명 마왕과 용사는 책의 바로 위쪽에서 나타났는데 이번 것은 그와는 달랐기 때문에 잠시 멍하게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삼봉- 이만 들어가자 밤이라 쌀쌀하구나-“


용사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마왕이 이를 비웃으며 답했다.


“나약한 놈··· 그러니 저들도 멀리 가버린 거지···.”

“마왕, 이 녀석이···”


나는 순간적으로 지나간 마왕의 말이 신경 쓰였다.


“잠깐만. 마왕. 뭐라고? 멀리 갔다고?”

“음? 아 그래. 다른 곳으로 간 거겠지. 여기 있기 싫었나 보구나.”

“그럼 어디서 나타날지 선택할 수 있는 거였나? 그런데 너는 왜 여기에 나타난 거냐?”


마왕이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 그때 말이지. 허공에 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몸도 움직일 수 있었지. 그래서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겠다 생각했고, 마침 니가 보이길래 나는 그곳에서 나타났을 뿐이다.”

“헐···. 그럼 용사 너는?”

“나도 비슷했다. 나는 그저 마왕이 있길래 따라온 것뿐이다.”


용사의 답에 이어서 마왕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고는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삼봉. 신경 쓰지 마라. 저들은 그냥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나도 마왕을 따라 옥상에 내던진 책을 다시 주워들고 내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느낌이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쉽게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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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선녀와 거북이 21.11.24 10 1 11쪽
45 토끼와 선녀 21.11.23 12 1 12쪽
44 삼봉퇴마사 사무소 21.11.22 14 1 11쪽
43 캠핑(4) 21.11.21 12 1 11쪽
42 캠핑(3) 21.11.20 12 1 12쪽
41 캠핑(2) 21.11.19 11 1 12쪽
40 캠핑(1) 21.11.18 16 1 11쪽
39 표창장 21.11.17 15 1 11쪽
38 반포자이 34B 발코니 확장형 21.11.16 21 1 11쪽
37 부산신항(2) 21.11.15 15 1 12쪽
36 부산신항(1) 21.11.14 25 1 12쪽
35 찾았다 21.11.13 19 1 11쪽
34 검은사제 둘(2) 21.11.12 13 1 12쪽
33 검은사제 둘(1) 21.08.14 15 1 11쪽
32 굿굿 베리굿(2) 21.08.12 12 1 12쪽
31 굿굿 베리굿(1) 21.08.10 12 1 11쪽
30 남포동(2) 21.08.07 11 1 12쪽
29 남포동(1) 21.08.05 13 1 11쪽
28 놀이공원(3) 21.08.03 14 1 12쪽
27 놀이공원(2) 21.07.31 13 1 12쪽
26 놀이공원(1) 21.07.29 14 1 11쪽
25 벤시(3) 21.07.27 12 1 11쪽
24 벤시(2) 21.07.24 16 1 11쪽
23 벤시(1) 21.07.22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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