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물을 빼앗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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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버
작품등록일 :
2021.06.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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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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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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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화

DUMMY

"미친 놈들이! 마법사를 이렇게 썼다고?"


후작은 테이블을 쾅 내려쳤다.


"덕분에 실제 전투에는 투입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후작의 참모 중 한명이 말했지만 후작은 그를 흘끗 보고는 다시 시선을 탁자로 돌렸다.


"그들을 투입하는 것 보다 빠른 진격이 더 중요할거라 생각한거다. 화가 나는건 그게 정확하게 우리 약점을 찔렀다는 것이고. 새로 온 지휘관이 누구지?"

"델란드 오버무어 라고 합니다."


후작은 제국의 군인들을 떠올려 보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프로필."

"알려진게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황제가 임명했다고..."

"귀족들이 반발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애송이일까?"


후작은 기대를 담아 중얼거렸지만 가능성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때 문이 부서질 듯 벌컥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전령은 예를 갖추기도 전에 말을 꺼냈다.


"제국군이 나타났습니다."


참모들은 모두 분연히 일어섰다.

후작은 이를 악물었다.


"올 것이 왔나. 모두 움직여라. 일단 방어태세를 갖춰야 한다. 성벽에 병사들 올리고 예비대 대기시켜. 피난 가지 못한 백성들은 부역에 동원한다. 반발하면 본보기로 즉결처형해. 일단 움직여."


참모들은 바쁘게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후작은 참모들의 움직임을 보고 자신도 움직이려다 문득 떠올랐다.


"갈란달에서 연락 없었나?"


참모 중 한명이 뛰어나가다 말고 후작을 돌아봤다.


"네? 갈란달이면, 용병단 말입니까?"

"그래."

"...계약 하셨습니까?"

"음."


후작은 떠올렸다. 이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음을.

계약은 독단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영지로 돌아오자마자 최후통첩 이야기를 듣고 수도에 갔다 왔으니 따로 자세히 이야기 할 시간이 없었다.

참모는 후작의 표정을 보다 후작이 기다리던 대답을 했다.


"연락은 없었습니다."

"그래."


후작은 아쉬웠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갈란달 용병단이 합류 했을 것이다. 가용가능한 전력이 늘어나고 더 확실하게, 더 적은 피해로 제국을 막아낼 수 있었을테지.

하지만 지금 그들은 없다. 왕국만의 힘으로 제국을 막아내야 한다.

못 할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간신히 막아내는건 의미가 없다. 톡쳐도 넘어질 것 같으면 제국은 다른 군단을 더 동원하면 그만이다. 다른 군단을 더 동원하더라도 힘들 것 같다라는 인식. 그것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갈란달 용병단이 필요한 것이다.


"버티면 올 것이다. 계약은 했으니 그들이 신뢰를 져버리지는 않아."

다만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나 후작 자신이 예상했던 시간은 한달이었고 제국은 그것을 1주일로 줄여버렸다.

뒤통수를 거하게 때려버렸다는 것.

후작은 실제로는 맞지 않은 뒤통수가 얼얼하게 느껴졌다.


"망할. 군단에 마법사가 합류하지 않은 것이 이런 이유였나?"


후작은 욕설을 내뱉으며 창밖을 보았다.

창밖에는 찬란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


제국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발텀 성에서 제국 군의 모습을 발견하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공격을 시작했다. 준비는 그 전에 했었다는 듯이 바로 사다리를 들고 달려와 걸었고 화살은 하늘을 뒤덮을 듯이 날아왔다.


"이런 미친 놈들. 이게 말이 되나?"


성벽 아래에 숨어 화살을 피하며 병사들은 악을 썼다. 수비를 하던 자신들보다 공격을 해오는 저들이 더 준비가 잘되어 있는게 너무 어이없게 느껴졌다.


"궁수들은 뭘 하는거야?"

"저기 자빠져 있잖아."


물어본 병사가 돌아보자 이미 화살을 맞고 꿈틀 거리는 병사들이 보였다.

병사는 저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저렇게 될 미래가 보여서 불안했다.

이윽고 화살비가 그쳤다.

당연한 수순이다. 화살을 영원히 쏠수는 없을테니까.

병사들은 성벽을 올라오는 적 병사들을 공격하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고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저, 저건 뭐야?"

"어. 어. 저게 뭐야?"


엄청나게 거대한 공성추였다.

높이만 거의 성벽에 닿을 정도로 거대했고 성문을 직접 타격할 추는 단 한번에 성문을 뚫어 버릴 듯이 날카롭고 거대했으며 단단해 보였다.

후작은 성벽에 올라 저 거대한 공성추가 생겨나듯이 나타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나?"


후작의 혼잣말에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참모들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후작은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저런 것은 본 적도 없다. 아니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눈 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후작은 멍하니 다가오려 하는 공성추를 바라보았다.


"휘유. 존나 크네."


여유로운 목소리.

후작은 이렇게 심각한 와중에 누가 이렇게 말하는지 궁금해졌다.

시선을 돌렸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는 인물이 보였다.


"리클레인 바야르 단장!"

"안녕하십니까 후작님. 오랜만이죠?"


후작은 반가웠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용병단장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리가 없었지만 웬지 그라면 방법이 있을거 같았다.


"언제 오셨소? 용병단은?"

"아. 애들은 좀 늦게 올겁니다. 대장 하나랑 먼저 와 있었거든요."


후작은 좀 많이 실망했다. 티를 낼 순 없었지만.


"워낙에 크니까 속도도 느리군요. 오려면 시간 좀 걸리겠습니다."

"아? 아. 그렇소. 저걸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르겠소."

"뭐 별거 있습니까?"

"방법이 있소?"

"나가서 시원하게 한판 붙죠."

"뭐요?"


---


후작은 결국 제국군과의 회전을 선택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저것이 다가오면 성문이 박살나고 제국군이 밀려들 것이다. 그렇게 밀려드는 제국군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일이 잘 풀려서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국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조금만 더 때리면 되겠는데?

왕국으로서는 이것이 최악인 것이다. 압도적은 아니더라도 강건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번째, 세번째 침략이 있을 수 있고 협상 테이블은 엎어진다.

후작은 회전이라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물론 회전을 하는 것도 불리한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성문이 박살난 채로 제국에 얕보이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최악보단 차악이랄까.


"대장."

"오. 왔냐?"


켈링턴이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왔다.

알아보긴 힘들지만 처음 우리를 맞았던 경비대장이었다.

얼마나 맞았는지 눈과 입술은 퉁퉁 부었고 팔 다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어 켈링턴이 이끄는대로 대롱대롱 매달려 왔다.

그 뒤로 녀석의 부하들이 벙찐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적당히 하지 그랬냐?"

"3일을 굶었는데 적당히가 되겠소?"

"그렇긴 해."

"나...나르, 어쩌케 하르... 생가..."


경비대장은 불안한 듯이 나와 켈링턴을 올려다봤다.

그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별거 없어. 그냥 가장 좋은 자리에서 놀아보자고."

"제, 제이르, 아페서... 사운다는 말..."

"그렇지."

"사... 사려줘."

"안 죽어."

"주거... 주근다고."

"내가 감옥에 있었다는 거 후작에게 말해도 넌 죽어."


경비대장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살고 싶으면 이 싸움에서 살아남아 보라고. 끝까지 도망 안 치면 우릴 가뒀던 건 불문에 부칠테니."

"시, 시바..."


빡!

개새끼가 욕을 하고 지랄이야. 뒤질라고.

경비대장은 뒤통수를 얻어맞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짜지마. 뒤진다?"

"읍!"


경비대장을 침묵 시키고 켈링턴을 돌아봤다.


"준비 끝났소."

"좋아."


성문이 열렸다.

선두는 우리와 알랜드의 부대. 덤으로 경비대장의 부대도 끼어 있지만 그건 덤이고.

성문이 열리자마자 제국군들이 오와 열을 맞춰 걸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날붙이 들이 햇빛을 받아 번쩍였고 발걸음 소리는 절도있게 저벅 저벅 저벅 하며 울려왔다.

과연 제국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질서정연하고 강인한 모습.

왕국군은 제국군의 그런 모습을 보며 기가 질리는 듯 했다.

이럴때일 수록 밀리면 안된다.


"흠. 창."


켈링턴이 창을 건넸다.

받아 들었는데 묵직한 느낌이 좀...?

뭔가 이상했다.


"길이가... 왜 이러냐?"


던지기 용으로 제작되지 않은, 길이만 3m에 달하는 보병용 장창.

돌아보자 어깨를 으쓱하는 켈링턴.


"던질건데?"

"던지쇼."

"이걸?"

"못하오?"

"놀리냐?"

"그래서 못하오? 못하면 주쇼. 내가 하지."


다른 놈은 몰라도 이 놈 앞에서 못 한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

아마도 영원히.


"으라챠!"


창의 무게 중심이 뒤에 잡혀 있고 더럽게 무거우며 길어서 던지기 힘들지만 그냥. 무식하게. 힘으로! 던졌다.

창은 날아가 제국 병사 셋을 꿰며 땅에 박혔다.


"크헉!"

"뭐냐?"

"발리스타다!"

"아냐. 저 앞에 어떤 놈이 던진거야."

"헛소리 하지마. 이걸 어떻게 던진다는..."

"진짜야."


제국군은 혼란에 빠졌고 아까의 질서정연한 모습은 사라졌다. 장교들은 오와 열을 다시 맞추느라 고생하고 있었고 병사들은 통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 했다.


"흠."


켈링턴은 그 모습을 보다가 자신도 보병용 창을 그러잡고 던졌다.


"으라챠챠챠!"

"또 온다!"

"피해!"


병사들은 아까와는 다르게 민첩하게 움직여 켈링턴의 창을 주시했고 결국 아무도 꿰지 못하고 땅에 박혔다.


"크크. 병신."

"처음부터 맞출 생각 없었소."

"아아. 그래. 그러시겠지."

"흥."


켈링턴은 화가 난 듯 보였다. 이두와 삼두의 근육이 꿈틀 거리는게 옷 너머로도 느껴졌다.

켈링턴은 뒤를 돌아보았다.

알랜드가 병사들을 다독이는 모습이 보였다.


"알랜드!"

"네?"

"너도 던져."


알랜드는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황당해하는 것이 보였다. 부하 앞에서 못한다고는 못하겠고 하자니 능력이 부족하다.

머뭇 거리는 모습을 보니 내가 도와야 할 듯 했다.


"알랜드까지 던질 시간 없다. 쟤들 재정비하기 전에 가야 돼."


내 말에 콧김을 한번 뿜은 켈링턴이 자신의 단창을 집어 들고 뛰쳐나갔다.


"가자. 전리품 챙길 시간이다."


---


"성난 수염."


켈링턴은 혼자 뛰쳐나와 제국 병사를 찍어내는 중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돌아보자 어딘가 묘하게 낯이 익은 듯한 제국군 장교가 창을 찔러오고 있었다.


"흡!"


날카로운 일격.

어지간한 수준이었으면 이 찌르기 한번에 죽었을 정도로 빠르고 정교했다.


"누구냐?"

"넌 날 모르겠지."


켈링턴은 뒤에서 다가오는 병사에게 창을 대충 휘둘러 공격을 쳐냈다. 그리곤 장교를 자세히 바라봤다.

누군지 모르겠다.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어. 미안. 몰라도 될거 같다. 말하지마. 앞으로도 알 필요 없을테니까."


켈링턴은 그 말을 하면서도 다가오는 병사 몇몇을 쳐냈다.


"바락토 변경백 군을 기억하나!"

"몰라. 말하지 말라고. 귀찮아."


켈링턴은 대충 창을 휘둘렀다. 장교는 깜짝 놀라 다급하게 창을 피했고 켈링턴은 오?하더니 이내 귀찮다는 듯 혀를 한번 찼다. 그리곤 뒤돌아 자신에게 다가오는 병사들을 찍어냈다.


"이 새끼가!"


장교는 등 돌린 켈링턴을 보며 무시 당했다는 생각에 격분했다. 다시는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리라 생각하며 켈링턴에게 창을 찔러갔고 켈링턴은 돌아보지도 않고 창을 쳐냈다.

창이 오른편으로 튕겨 나가며 무방비로 비어버린 전면.


"귀찮다니까?"


이게 장교가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퍼억!

켈링턴의 대충 날린 주먹 한방에 목이 꺾인 장교는 그대로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원한 가진 놈이 한 두놈이라야 기억해주지."


켈링턴은 짜증난다는 듯이 중얼 거리며 제국 병사들을 발로차고 창으로 찔렀다.

저 멀리서 대장 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켈링턴! 우물쭈물하지마! 돌파해! 시간 끌리면 뒷 열이 못 나온다."


그 목소리를 한귀로 흘리며 흙먼지가 섞인 침을 바닥에 뱉었다.

퉤!

그리고 대장에게 들리지 않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몰라서 이러고 있는게 아니우."


켈링턴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장교를 슬쩍 보았다.


"저놈 때문에 시간 끌려서 그런건데. 욕을 할래도 이름을 모르니. 쯧."

"켈링턴!"


다시 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가고 있소. 보채지 좀 마쇼! 3살배기 애요?"


켈링턴은 그렇게 외치며 다시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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