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물을 빼앗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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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버
작품등록일 :
2021.06.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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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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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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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DUMMY

난 바닥에 칼을 콱 꽂았다. 바닥이 박살나며 칼이 박혔다.

그 모습을 본 녀석도 창을 바닥에 박았다. 내가 한 것과 마찬가지로 바닥이 부서지며 창이 박혔다.

녀석도 싸우지 않겠단 표시로 받아 들였고 녀석은 내 생각이 맞다는 듯 팔짱을 꼈다.녀석이 바닥에 박아넣은 창을 잠시 바라보다가 녀석과 시선을 마주쳤다.


"재밌으니까 죽기 싫다? 그게 네 입에서 나올 소리냐?"

"그럼 넌 왜 사는데?"


나?

흠. 그러게.

나도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 거긴 하니까 별로 다를건 없군.

그래도 인정하기에는 너무 좀... 가오가 안 살잖아.


"어머니의 부탁이 있거든."

"어머니? 설마? 아니지?"


녀석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삐뚜름하게 바라봤다.

조금 짜증나긴 하는데 일단 짧게 대답했다.


"맞아."

"하. 그녀를 어머니라 부른다고?"

"어머니가 원하니까."

"미친 새끼."


이 새끼가?

난 칼자루를 콱 잡으며 나지막하게 으르렁댔다.


"뒤질래?"


내 반응에 녀석은 바로 다시 창에 손을 얹으며 꼬리를 내렸다.


"아니. 그건 아니고."


난 녀석을 노려보다가 다시 칼자루를 놨고 놈은 그제서야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창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부탁이 뭔데?"

"알면?"

"아니 뭐, 그냥?"


녀석은 우물쭈물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냥 모를련다."


누구 맘대로?

난 한발 빼려는 녀석의 모습이 짜증났다. 이건 뭐 그냥 본능적인 혐오감이라 감정 통제가 힘들다.

어쨌든 난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나 좀 도와라."

"뭐?"


질색하며 대답하는 녀석.

녀석의 질색하는 표정이 왜 이렇게 기분 좋지?

난 멋있게 웃어주며 물었다.


"왜? 싫어?"


녀석은 못 볼거라도 본 마냥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좋겠냐? 지금도 네 얼굴 보고 있는 거 진짜 힘든데."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그럼 왜?"

"나만 뺑이치는게 억울해서?"


놈은 할말을 잃은 듯 했다. 멍하니 날 보다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하. 내가 약해서 참는다. 그래서 뭘 하면 돼?"

"일단 쟤들 좀 끌어내자."


난 철창 안을 가리켰고 녀석은 내 어깨너머로 간수와 노예들을 바라봤다. 간수와 노예들은 벙찐 표정으로 우리 둘을 향해 눈만 굴리고 있었다.


---


철창 안에는 밖으로 나와 있던 노예를 제외하고도 더 많은 수의 노예가 남아 있었다.안으로 들어가면 문이 또 있었는데 그게 2층과 3층으로 이어져 있는 구조였다. 2층과 3층은 생활적인 부분은 전혀 없고 간수들의 근무방과 감옥만이 빼곡하게 있었다.

난 간수를 시켜 그 노예들을 모두 빼오게 했다.

그 감시를 이번에 만난 위엘에게 위임하고 밖으로 나왔다. 경매장 내부는 켈링턴이 완벽히 통제했는지 한쪽에는 경비병들과 노예 상인들이, 또 다른 한쪽에는 노예를 구입하러 온 바이어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곳에 특출나게 눈에 띄는 몇몇이 끙끙 거리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보고 있자니 켈링턴이 다가오며 말했다.


"본보기요."

"말을 안 듣던?"

"당연한거 아뇨."


난 다가가 그들을 대강 살펴봤다.


"쯧쯧. 좀 살살하지 그랬냐. 척 봐도 곱게 자라오신 분들인데."


내가 말을 부드럽게 해서 용기가 생겼음일까. 끙끙 거리던 귀족 중 한 놈이 나에게 소리쳤다.


"이 발칙한 반역자 놈들! 내가 누군지... 쿠엑."


그놈의 뺨을 사정없이 때려버리고 난 무표정하게 다시 켈링턴을 돌아봤다.

켈링턴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그 귀족을 바라보며 나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


"제대로 안하냐?"

"미안하오."


켈링턴은 그렇게 말하고는 쉬고있던 용병 몇을 불렀다. 용병들이 인상을 팍 쓰며 다가오자 귀족들은 벌벌 떨었다. 난 인상을 쓰며 침을 한번 뱉고 통로쪽으로 이동했다.등 뒤로 퍽퍽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켈링턴."

"말하쇼."

"내가 이상한 놈 하나 주웠거든?"

"이상한 놈?"

"뭐 대충 나랑 비슷한 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 말에 켈링턴은 사못 진지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끔찍하군."

"뭐?"

"아니오."


난 켈링턴을 못마땅한 눈으로 봤지만 켈링턴은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을 받아 넘겼다. 난 콧방귀를 한번 뀌고 말했다.


"그래서 그놈에게 노예 군단 반을 맡기려 한다."

"흠. 그렇소?"

"뭐 할말 없냐?"

"대장이랑 비슷하다면서. 그럼 상관 없소."


이걸 고마워 해야 할지, 인생 그렇게 살다간 훅간다고 충고를 해야 할지.


"노예들 보고 쓸만한 애들만 쓰자."

"알았소. 그리고..."

"음?"

"아까 노예 상인놈들이 하는 말 들어 보니까 이런 시장이 전국에 몇개씩 있다하오."

"잘됐네. 빠르게 움직이자. 여기 소문 나기 전에 한 곳이라도 더 털어야 돼."


그렇게 대화 하며 이야기 하다보니 아까 봤던 광장이 나왔고 위엘이 간수를 움직여 노예들을 정렬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저놈한테 노예들 맡기고 넌 나랑 같이 순회공연 돌자."

"알았소."


난 켈링턴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노예들 앞에 섰다.


"반갑다 제군들."


내가 나오자 노예들은 나를보며 저마다 불안한 눈길을 감추지 못했다.

난 노예들을 한번 쫘악 돌아본 후 미소 지었다.

"자네들은 징집 되었다."


---


후작은 왕성 회의장으로 향했다. 경비를 서는 병사들의 눈초리가 그다지 곱지 않게 보였다.

모두 친제국파의 부하들이겠지.

후작은 나빠지는 기분을 억지로 참으며 무표정하게 걸었다. 몇몇 귀족들이 후작을 보고 인사를 해왔지만 예전처럼 살갑게 다가오는 이는 없었다. 후작은 그들에게 예의를 다해 인사를 받으며 회의장에 도착했다.

경비병들은 후작을 보고도 본체만체 했다.


"문 열게."

"늦은 자는 들이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누가?"

"모르겠습니다."

"열게."

"안됩니다."


후작은 오랜만에 피가 머리 끝까지 쏠리는 분노를 느꼈다.

여전히 안된다며 창을 잡고 굳게 지키는 병사를 보며 후작은 손을 뻗었다.


"엇?"


순식간에 창을 빼앗기고 창대에 얻어맞아 바닥에 엎어졌다. 함께 경비를 서던 병사는 깜짝놀라 대응하려 했지만 후작이 더 빨랐다. 창의 반대편 끝이 자신의 배에 박히는 것까지 확인한 병사는 바닥에 엎어졌다.

후작은 창을 집어던지고 문을 열었다.

벌컥.

웅성대던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상석에 앉아 회의를 주관하던 오르고 백작은 인상을 찌푸리며 바깥을 보다가 쓰러진 병사 둘을 확인하고 비릿한 미소를 띄웠다.


"늦으셨소 후작."

"회의 시간이 바뀐 것을 누군가 늦게 알려줘서 말이오."


후작의 말에 오르고 백작은 비웃는 표정을 지우지도 않은 채 여러 귀족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변명은 거기까지 하시고 나가 주시지요. 시간 약속 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왕국의 중대사를 논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후작은 오르고 백작의 수작에 치를 떨면서도 표정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하게 오르고 백작을 노려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싫다면?"

"경비를 부르겠습니다."

"불러 봐."


백작은 그 말에 멈칫했다.


"막무가내로 나오시겠다?"

"막무가내라... 당신이 거기 앉아 있는 것만 할까?"

"나는 여러 귀족들의 추대로..."

"왕국에서 왕족을 제외한 누가 상석에 앉는 것이 가당하단 말인가!"


오르고 백작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쩐지 후작의 기백에 눌린 것 같아서 기분 나빴지만 최대한 표정을 굳히고 말을 이었다.


"그럼 건강이 안 좋으신 전하나 저하가 무리를 하셔야 한다는 말입니까?"

"아벨튼 재상은 어디있소?"

"그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은퇴했습니다."

"은퇴 시킨거겠지."


후작의 말에 백작은 다시 한번 비릿한 미소를 띄웠다.

후작의 눈썹이 꿈틀했다.


"글쎄요."


백작은 좋을대로 생각하란 듯이 대답했다.

후작은 이를 빠득 갈았다. 여기 더 있다간 정신병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도 해야 할 말이 있기에 도망칠 순 없었다.


"좋소. 하나만 확실시 되면 물러나지. 오늘은 내가 낸 안건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오."

"노예 제도 폐지를 말입니까? 그걸 누가 찬성하겠습니까?"


오르고 백작은 주변을 쓱 훑어 보았다.

후작과 함께 왕당파를 이끄는 몇몇 귀족들이 굳은 표정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보냈지만 소수.

백작은 코웃음 치며 그들을 무시했다.


"과반도 되지 않는군요."

"전하와 저하의 의견은?"

"그분들께 이런 일로 심려를 끼칠수는 없습니다."

"왕국의 미래에 관한 일이오. 귀족 몇몇의 의사보다 중요할텐데."

"지금은 뭐, 보시다시피?"


백작은 다시 한번 비웃었고 후작은 표정을 굳혔다.


"제국마저 폐지한 제도를 너희가 왜 반대 한단 말인가!"

"여기는 왕국입니다. 그렇게 제국이 좋으시다면 제국으로 가시지요."


후작은 인내의 끈이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후작은 백작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백작은 화들짝 놀라서 경비를 부르려 했다.

그 순간.


"큰일입니다!"


밖에서 전령이 뛰어 들었다.

백작에게 분노를 불태우던 후작 조차도 걸음을 멈추고 전령을 돌아봤다.

전령은 뛸듯이 들어와 엎어지며 외쳤다.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후작은 분노가 사르르 녹는 것을 느꼈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회의장을 둘러봤다.

귀족들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백작을 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한참이 지나도 백작이 말이 없자 후작은 다시 백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백작은 전령을 보며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여기가 누구 영지라고?"


켈링턴은 불타는 성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다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일든 자작의 영지라 그랬소."

"아, 일든 자작?"

"그렇소. 근데 일든 자작이 누구요?"

"거머리 같은 놈이지."

"거머리?"

"왕국에 도움은 안되면서 고혈만 빨아먹는 놈인데 오르고 백작한테 워낙에 해먹이는게 많아서 아직도 살아 있는 놈이야. 여기서 농민 반란도 몇번 일어났을걸?"


켈링턴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전형적인 개새끼로구만."

"강아지 한테 사과해."

"거머리는 욕해도 되오?"

"..."


내가 할말이 없어 불타는 성만 바라보고 있자 위엘이 저 멀리서 다가왔다.


"쟤한테 가서 뭔 일이냐고 물어봐."


그 말에 켈링턴은 날 삐뚜름하게 보면서 입을 열었다.


"왜 그러는거요 도대체. 나쁜 양반은 아니더구만."

"넌 몰라도 돼."


켈링턴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위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서로 뭐라뭐라 이야기 하더니 위엘은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갔고 켈링턴은 나에게 다가왔다.


"뭐래?"

"일든 자작 일가족을 잡았다 하오. 근데 반란에 합류했던 농민들의 분노가 워낙 커서 부인과 아들 둘은 죽었고 딸만 하나 살았는데... 곧 죽을거 같다 하오."

"그러냐?"

"괜찮소?"

"죗값 치루는 거지 뭐."

"다른 귀족들이 결사항전할텐데?"

"상관 없어. 어차피 이제 귀족들 힘만으로는 못 막아. 수도방위군단이 움직여야 한다고."


내 말에 켈링턴은 불타는 자작의 성을 한번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강 정리하고 수도로 가자. 너무 많이 털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고통이니까."

"알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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