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의 학교 파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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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TV안테나
작품등록일 :
2021.06.1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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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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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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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문과 관리인.

DUMMY

2. 교문과 관리인.


흰 프릴이 예쁘게 돋보이는 메이드 차림의 학생부장 선생님 화가 자연스레 가라앉을 즈음, 나는 복잡한 주택가들 사이에서 널찍한 도로와 인도가 뻗어 있는 넓은 곳으로 빠져나왔다. 이어서 나와 선생님이 걸어가는 길가엔 터미널 앞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형식의 광장이 펼쳐졌다. 광장 전체를 아울러서 뭔가를 상징하듯 세워진 심플한 구조물들은 꽤나 멋있고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오오, 여긴 터미널에 있는 것보다 더 멋들어진 광장이네요, 선생님.”

그러자 학생부장 선생님이 입을 벌리고 감탄하는 나를 의식하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여긴, 광장이 아니고 교문입니다.”

“아, 교문...광장 치고는 특이한 이름이네요, 응???? 네에?! 교문이요?!”

그제야 나는 도로와 인도 근처에 세워진 구조물들이 기대 고등학교를 표현하는 마크이자, 상징물이었고 일부는 입구처럼 꾸며져 있음을 눈치채었다. 교문의 한쪽 끝에는 떡하니 기대고등학교라 새겨진 돌비석과 관리실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도 위치하고 있었다.

한국 제일의 명문 고등학교로, 학교 건물과 부지도 만만치 않게 크다곤 들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건 누가 봐도 고등학교 교문의 수준이 아니었다. 입구 저 멀리 들여다보이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건물만 봐도 다른 지역의 대학교마저 넘어설 기세였다.

이런 곳이, 바로 내가 다닐 학교란 말인가.

설마 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가슴 뛰는 날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 괜스레 이 학교라면 다른 어느 고등학교에선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을 겪을 거라는 믿음과 기대감이 마구 샘솟았다.

“.....”

나는 좀 전부터 떡하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쥐죽은 듯 학생부장 선생님을 따라 교문과 잘 어우러져 있는 관리실쪽으로 다가갔다.

“드르렁...쿨....쿨...”

널찍한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아담한 크기의 관리실에는 관리인 아저씨 한 분이 시원하게 책상에 엎드려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이글이글.

“헉...”

그런 모습과는 정반대로 학생부장 선생님의 눈동자가 일순간 뜨겁게 타올랐다. 하지만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던 선생님은 차분히 유리창에 노크를 한다.

똑똑똑.

“으허엉, 새우 볶음밥!”

괴상한 기상 소리와 같이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 아저씨는 멍한 얼굴로 우리와 눈을 마주쳐놓고도 조금은 태연하게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어어? 아이고, 선생님 오셨습니까? 아이, 참 부끄럽게도 그만 잠이 들어버렸네요.”

“....”

“으음, 근데 어째 뺀질이 학생은 잡았습니까?”

“....아니요, 김 리온 학생은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요즘 관리인께서 근무 시간 내 태도가 불성실한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이 시간엔 뭐 사람이 지나가기를 해야 관리를 하던 뭐든 할 텐데 사람은커녕 귀신도 없다 보니 실수로 졸았습니다. 아, 정말 미안합니다, 이거.”

관리인 아저씨는 이미 이런 일이 많이 겪은 탓인지 학생부장 선생님 앞에서도 껄껄하고 웃으며 넉살 좋게 굴기 시작했다. 물론 다르게 말하면 염치가 없다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요즘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도난사고가 잦으니까요.”

“아아, 그랬지요.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학교 본관에서도 꼬박꼬박 전화가 옵니다. 앞으론 무조건 주의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엎드려 잔 덕에 이마가 빨개진 상태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관리인 아저씨는 뭔가 믿음직스럽기보다, 조금 재미나고 편해 보이는 동네 아저씨 같았다. 그때 호쾌하게 웃던 관리인 아저씨의 시선이 자연스레 내 쪽으로 향했다.

“어어, 그러고 보니 옆의 학생은 처음 보는 학생 같은데요?”

“네, 이번에 2학년으로 전학 온 신 청호라는 전학생입니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나를 소개하는 식으로 대화가 넘어가자, 나는 습관대로 상체를 가볍게 숙여 인사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이에 관리인 아저씨가 조금은 놀란 모습으로 반문한다.

“이곳에 전학생이라고요?!!”

“....??”

관리인 아저씨의 갑작스럽게 놀란 모습 때문에 나는 숙인 상체에서 그대로 두 눈만 둥그렇게 뜨고 고개만 치켜세웠다. 관리인 아저씨의 리액션 수준은 가히 TV방송에 출현한 예능인처럼 훌륭한 수준이었다. 앉은 책상에서 반쯤 박차고 일어난 관리인 아저씨가 신기한 동물이나 볼거리라도 쳐다보듯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들여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전학생이..? 아, 그렇다면 이 학생은...”

생각지도 못 한 과한 반응에 조금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려는 찰나, 학생부장 선생님이 관리인 아저씨를 가볍게 막아섰다.

“그렇게 유난 떠실 필요 없습니다. 단순히 전학생일 뿐입니다.”

학생부장 선생님은 아무런 감정의 기복조차 없는 차분한 얼굴로 아무것도 아니라며 대응했다. 학생부장 선생님이 나를 환하게 반겨주었을 때와는 조금 다른 아저씨의 반응에 나는 현 상황을 조금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문 고교라지만 전학을 왔다는 거로 그렇게나 놀랄 일인가?

“아이고, 하긴 학교에서 그렇게 결정했다는데 제가 뭘 참견할 순 없죠. 아무렴요.”

선생님의 단호함에 다시 또 넉살 좋게 대답하던 아저씨는 의자에 몸을 완전히 기대며 아무렇게나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일 마저 보시죠.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십시오, 선생님~!”

학생부장 선생님이 가볍게 목례를 하자, 장난기 섞인 경례로 인사를 대신하는 관리인 아저씨 곁을 지나 나와 학생부장 선생님은 그대로 교문을 통과했다. 살짝 뒤돌아보았을 때, 관리인 아저씨가 처음 잠들었던 그대로 다시 누워 있는 것 같았으나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

“저, 선생님 이 학교로 제가 전학 온 게 남들이 보기에는 좀 불편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 이곳은 대한민국 최상위중의 최상위 명문 고등학교. 단순히 전에 다니던 학교로부터의 전학을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본 나머지, 나는 어렵다고 정평이 난 입학시험이나, 각종 면접은 온데간데없이 비정상적 루트로 입학했다는 시선과 꼬리표에 대한 걱정을 간과하고 있었다. 나의 걱정 어린 질문에 살짝 앞서 걸어가던 학생부장 선생님의 보폭이 줄어든다.

“안타깝게도 어느 정도는 부정적인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겠지요. 더욱이 신 청호 학생은...”

“....”

“개교 이후, 사상 첫 전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네???”

사상 첫 전학생...?

학생부장 선생님의 말은 아무리 되새겨 보아도 금시초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기대 고등학교가 개교한 지는 10년도 넘었을 일인데, 전학생이 한 번도 없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전학을 희망한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는 말인가요?”

“그것보다는 학교 시행령에 따라 저희 학교는 그 어떤 경우의 전학도 허가하지 않습니다만, 놀랍게도 며칠 전부터 특수한 경우에 따른 일부 전학이 가능해졌습니다.”

하늘 꼭대기에서 수직으로 내리쬐던 햇빛이 이제는 그 자리를 조금 벗어났음에도 한순간의 더위가 온몸에서 느껴졌다. 그런 햇빛에 하얗게 비치는 선생님의 안경알을 나는 움츠러든 채 바라보았다.

“그럼, 그 특수한 경우란 건....”

“본교의 졸업생에 한해, 졸업 후 지정된 기간이 지나면 법적 등록된 친자식을 2학년으로 정식 입학 및 전학시키는 경우입니다.”

“그, 그럼....”

“네, 그리고 오늘이 바로 1회 졸업생 졸업 후 해당 기간이 지난날로 산정되는 날짜입니다.”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를 반긴다. 비지땀을 흘리면서 뻘뻘 대는 지금의 나를 씻겨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락한 바람이지만, 바람이 나의 몸에 퍼진 곤란함까지 씻겨주지는 못했다.

명문고와는 어떤 것 하나 관련도 없었던 나에게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전학, 그리고 본 학교에서 허가한 최초의 전학생이 되었지만, 나는 그저 부모의 도움으로 학교에 입학하게 된 학교 최초의 낙하산으로 전락한 셈이다.

“아....”

분명 후회는 없었지만, 어째서 이대로 바람에 실려 자유롭고 평화로운 어딘가로 날아가고 싶다는 망상을 하게 되었다.

바람에 의해 메이드 특유의 널찍한 치마를 살랑거리며 학생부장 선생님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햇빛에 비치고 있는 안경을 조금 치켜세우자, 그제야 안경 속에 숨겨진 눈동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유독 맑고 깨끗해 보이는 눈동자가 저 멀리 오후 하늘과 어우러져 그럴싸한 모습을 만들어내자, 선생님은 다시 입가에 작은 미소를 피웠다.

“다시 한번 저희 기대 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 청호 전학생.”

하지만 지금의 내 눈에 비친 선생님의 모습은 비정한 덫에 걸린 어린 새를 바라보는 아련한 여주인공과도 같았다.

따뜻한 바람이, 그럼에도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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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2. 밤하늘의 별. 21.06.19 22 0 49쪽
13 11. 괴담과 진실. 21.06.19 24 0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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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9. 천체관측부. 21.06.18 19 0 30쪽
10 8. No, 900. 21.06.17 13 0 41쪽
9 7. 푸른하늘과 혁명단. 21.06.17 18 0 28쪽
8 6. 반역자. 21.06.16 18 0 33쪽
7 5. 2학년 3반. 21.06.16 18 0 17쪽
6 4. 교무실. 21.06.15 16 0 7쪽
5 3. 새로운 학교. 21.06.15 15 0 7쪽
» 2.교문과 관리인. 21.06.14 16 0 9쪽
3 1. 남학생과 메이드. 21.06.14 17 0 10쪽
2 0. 보호수. 21.06.14 29 1 9쪽
1 프롤로그. 21.06.14 50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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