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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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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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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방문 - 재회

DUMMY

무성히 자란 커다란 나무의 잎사귀 사이로 검은 형체가 보였다.


희끄무레한 형체가 검은 형체 주위로 주변을 날아다녔다.


삼접과 진호였다.


무성히 자란 나뭇가지 중에 옆으로 곧게 뻗은 나뭇가지에 진호가 앉아 있었다.


솨아아아.

시원한 바람이 진호의 옷자락을 펄럭였다.

삼접은 바람을 타며 날개를 펼치고 날았다.


“꺄르르르르”

“와하하하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끄응차!”

“다들 올려!”

“영차!”

“이봐! 이거 어떻게 하지?”

“여기야! 이쪽으로 조심히 내려다 놓으라고.”

다른 한쪽에선 젊은 청년들은 나무를 들고 새로운 집을 만들고 있었다.


굵은 나무의 기둥에 등을 기댄 자세로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던 진호는 땀을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좋아.”

진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사람들의 활기차게 움직이는 생명력이 느껴졌다.

진의 세계가 다시 평온하게 흐르는 기운이 느껴졌다.

휴식을 취하는 진호의 얼굴은 평온했다.


다만 함께 있는 삼접은 상당히 불만에 차 있었다.

-······님. ····정말이지·······네?

-······진짜. ······이러실 거예요? ······호님.

삼접은 날개를 움직이며 눈을 감은 진호의 시야에 왔다 갔다 움직였다.

삼접은 답답한 듯 진호를 향해 계속 보채고 있었다.

-진호님. 지금 며칠 동안 여기에 있는 줄 아세요? 네?

“······.”

진호는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었다.


기진을 봉인한지 석 달이 흘렀다.

기진을 죽이지 않은 것으로 진을 지탱하는 다섯 명의 금천의 자리는 그대로 유지 되었다.

그 덕에 새로운 기진의 후계자를 찾지 않아도 되었다.

기진은 푸른 기둥에 봉인된 채로 영원히 진을 유지하는 형상이 되었다.


삼접은 진호를 향해 계속 조잘거렸다.

-우리도 놀러 다녀요. 네?

“접아. 너는 놀다 와. 나는 여기 있을게.”

가만히 눈을 감은 상태로 진호가 말했다.


-진호님! 저 혼자 무슨 재미로요!

“일구도 있고, 이호도 있잖아.”

눈을 감은 채 말하는 진호를 향해 삼접이 대답했다.


-말 없는 애랑 늙다리랑 무슨 재미로요!

“······.‘’


진호는 조용히 침묵했다.

삼접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뭐. 그건 그러네.’


일구는 기진과의 전투 이후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인지 낯가림 탓인지 구슬 안에서 웬만하면 스스로 나오지 않았다.

이호는 의진이 자리를 비운 연구실을 독차지 한 채 밖에 나오질 않았다.

아무래도 이호는 의진에게 배운 약초 지식을 가지고 무언가 연구하고 있었다.

무감각하고 차가운 성격의 의진이 이호에게 만큼은 상당히 친절했다.

늘 토끼와 흑표범을 부리던 녀석이라 이호의 모습에 호의를 가지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 덕분인지 의진의 연구실에 자주 드나들고 있었다.

“······흐음.”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 있는 진호의 모습에 더는 투정을 부릴 수 없었는지 삼접은 천천히 진호의 어깨 위로 날개를 접고 앉았다.


-어휴. 그럼 오늘까지만 쉬는 거예요! 내일은 저랑 놀러 다녀요! 네?

“그래. 그러자. 삼접아.”


진호는 감았던 눈을 뜨고 슬쩍 어깨에 있는 삼점을 바라보았다.


삼접은 포기한 듯 더듬이가 처진 채 중얼거렸다.


-다른 금천들은 다들 놀러 간다고 바쁘던데······.

“······놀러 간거 아냐.”


-······피이. 네.

“정말이야.”


진호는 귓가에 들리는 삼접의 아쉬운 투정 소리에 눈을 감은 채 두 달 전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기진이 봉인된 이후 한 달 동안 진의 금천들은 회복하기에 바빴다.

각자 자신들의 몸과 힘을 수복하는 것은 물론 삶의 터전이었던 현천산과 현지산의 금천들의 집과 산의 어그러진 기운을 안정시키고 남은 괴린들을 정화해야 했다.

그렇게 현천산과 현지산이 예전의 모습을 찾고 안정이 되자 이제 다른 지역의 흩어진 불안정한 것들을 정화해야 했다.


그 중 하나가 괴린이었다.

기진이 만든 수많은 괴린은 진의 세계 곳곳에 많이 남아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진과의 정신적 연결이 끊어짐으로 인해 더는 기진의 명령은 받지 않았다.

낮은 지능의 괴린은 그저 본능만이 남은 짐승과 다를 바 없었다.


자기보호와 식욕.

그리고 전투욕.


짐승이 된 괴린은 오히려 진에 사는 사람들에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몹시 위험했다.

그랬기에 진의 금천들은 자신들이 머물던 산을 벗어나 단 한 마리라도 남은 괴린을 전부 없애야 했다.


법진과 무진의 집.

식사를 마치고 네 명의 금천과 진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탁자에 모여 앉았다.


무진은 먼저 말을 건넸다.

“동생. 아무래도 우린 동천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남아있는 괴린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야겠어.”

“저도 같이 도울게요.”

진호는 무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것 함께 도와주고 싶었다.


집진은 눈가를 접으며 말했다.

“진호님. 이 정도는 저희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래도 한 손이라도 더 거들면······.”

집진의 얼굴에 드러나는 단호한 표정에 진호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알아요. 진호님이 말하고 싶은 의미는 충분히 느껴져요. 지금은 저희와 같이 괴린을 처리하는 것 보다. 진호님을 우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해요.”


“흠······.”

진호는 가만히 집진의 말을 경청했다.


“저희가 괴린들을 처치하는 것도 있지만 진호님을 우로 돌아가셔야 진과 우의 균형이 완벽해져요.”

“······.”


맞는 말이었다.

선명을 받았다고 해도 어쨌든 진호는 우의 금천이었다.


의진이 서늘한 표정으로 차갑게 조소를 던졌다.

“그래. 급한 불 껐으니 이제 진에게 있어서 다음 위험요소인 우의 금천은 하루라도 빨리 안전하게 돌려보내야겠지.”

의진의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딱딱하게 변했다.

집진은 불편을 표정을 애써 억누르며 의진을 바라보았다.

“의진님. 말이 과해요.”

“내가 틀린 말 했나? 그렇다고 진호가 이곳에서 지내면 또다시 진과 우의 균형이 어긋날 텐데, 그럼 진호가 우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그만두세요.”

“난 기진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너희들의 행동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아.”

“······의진님.”

“기진을 막을 땐 힘이 모자라서 도와달라고 하더니 이젠 잡것들 없애는 건 충분한가 보군. 집진.”

“······의진님!.”

집진은 의진의 비아냥 거리는 말투에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탁.

“둘 다 그만 해요.”

찻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은 법진은 집진과 의진을 바라보았다.

“······.”

“······.”

둘은 침묵한 채로 고개를 돌렸다.


“자, 자! 저 자식 원래 좀 말이 싸가지 없으니까. 마음에 두지 마. 동생.”

무진은 자신이 말하겠다는 눈빛을 법진에게 보냈다.

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진은 진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나야 동생이랑 오래오래 있으면 좋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좀 복잡해. 물론 우로 돌아가는 방법도 같이 알아볼 거야.”

진호는 무진의 말에 수긍했다.

“그렇죠.”

“선명을 받았지만, 현재로선 진에는 괴린의 존재와 우의 금천이 진에 있다는 이 두 가지가 세계가 느끼는 부담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어. 우린 두 가지 위험요소 중 한 가지라도 서둘러 없애서 우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봐.”

진호는 무진의 말을 이해했다.

“제가 돌아가는 것을 찾는 것보다 괴린을 없애는 것이 더 확실하겠죠.”

“맞아. 우린 흩어져서 괴린은 물론 기진이 숨겨놓은 것들을 찾아서 없앨 거야. 어쨌든 괴린의 존재는 기진의 어그러짐의 증거와도 같아. 그리고 괴린이 남아있으면 또다시 진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커지고 말이야.”

“흠······.”

진호는 조용히 말이 없었다.


법진은 진호를 불렀다.

“진호야.”

“네. 누나.”

부드러운 표정으로 올곧은 눈을 한 법진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우린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진에서 크게 어그러짐이 없는 한 네가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구나.”

“누나.”

법진은 따스한 눈으로 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나머지 괴린의 일들은 우리에게 맡겨주겠니? 그동안 이곳에서 네가 이곳에서 편히 지냈으면 해.”

“알겠어요. 누나.”

마음을 다해오는 그 모습에 진호는 받아들였다.


네 명의 금천은 각각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자신이 맡은 방향의 괴린들을 처치하고 그 땅을 안정화 시킨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다들 잘 해내고 있겠지.


“와하하하하하!”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눈을 감고 반쯤 비스듬히 누워 있는 진호는 귀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와하하하하하!”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여러 명의 아이가 서로 놀이에 빠져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넘겨줘!”

“아니야! 여기야! 여기!”

“어서 잡아! 하하하하”

“진아! 여기야!”


진아?

진아!

감았던 눈을 뜨고 비스듬히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국숫집 꼬맹이가 떠올랐다.

무너질 듯 울던 눈물을 고사리 같은 제 손으로 닦아내고 씩씩하게 웃던 소녀였다.

그 모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진호의 시선에 보이는 남자아이는 굴러가는 나무를 주워 주위 친구들에게 던지고 받으며 놀고 있었다.


‘그 아이가 아니구나.’


이젠 꼬맹이가 아닐 테지.

진호가 진아의 이름에 반응하듯 삼접도 그 이름을 듣고 말했다.


-진아 많이 컸겠죠? 진호님 우리 진아 보러 가요. 네?


진호는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무가 가볍게 흔들렸다.


“가자. 접아”


-네!

진호의 의미를 알아챈 삼접은 기쁜 듯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파아앗.

삼접은 자신의 날개를 크게 펄럭이며 순식간에 몸을 크게 키웠다.


-진호님 얼른 타세요!

“그런데 접아. 너 가는 길은 알아?”


진호의 물음에 평소라면 툴툴거렸을 삼접이 기분 좋은지 더듬이를 쫑긋 세우며 말했다.


-물론이죠! 안 잊었다고요! 호호호.

“그래! 알았어.”

신이 난 삼접은 크게 날개를 펼치며 진호를 등에 태운 채로 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꽈악.

진호는 설레는 마음으로 삼접의 더듬이를 잡았다.

고개를 숙이자 아래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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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방문 - 모녀 21.07.07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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