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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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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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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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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6) 조짐 - 불균형

DUMMY

한 달이 지났다.


투툭.

투두툭.


“으. 으으······.”

창가를 두드리는 소리에 진호는 눈을 떴다.


‘응? 비가 오는 건가?’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대각선에 있는 창가를 바라보자.

작은 빗방울은 점차 조금씩 양을 늘리며 창문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건. 모래인데? 이 높이에?’


게다가 바람에 날려오는 작은 모래와 나뭇잎이 창문을 두들겼다.

‘흐음. 뭔가 심상찮은데?’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하늘은 검은 먹구름에 어두웠다.


‘오늘은 애들이랑 아무래도 밖에 나가긴 글렀네.’


진아와 진아 엄마의 완곡한 부탁으로 부담 없이 쉬게 되었지만 진호역시 계속 놀고 있기엔 너무 미안했다.

두 모녀가 어려운 일들은 진호가 나서서 도와주기도하고 진아가 일이 없을 때 마을 아이들과 함께 놀거나 느긋한 생활을 보냈다.


완승으로 마음 편히 쉬라는 말에 진아가 일이 없을 때 함께 마을을 산책하거나 대화했다.

마을 사람들과도 친해져 간혹 식사 초대를 받거나 함께 약초를 캐기도 했다.


“하아. 어젠 정말이지.”

어제는 링링이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다가왔다.


-거기서 잘 지내고 있나? 동생? 이쁜 처자도 있던거 같던데, 좋은 인연 놓치지 말고 꼬셔봐~! 조만간 놀러 갈께!

이전부터 링링을 통해 국숫집에서 지내는 것을 알고 있는 무진으로부터 전언이었다.


“하아.”

무슨 생각인지 훤히 보이는 전언에 진호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우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할 판에 꼬시긴 뭘 꼬셔. 형님도 참.’

형님답다는 생각을 하며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진호가 마을로 와서 지내는 것은 다른 금천들에게도 알려져 있었다.


아이들에게 함께 근처 강가에 가기로 약속을 며칠 전부터 했다.

그날이 오늘이었다.


후투투투투툭.

휘이이이이잉.

창가에 보이는 밖의 모습은 오늘 바깥 약속은 취소를 말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냥 쉬어야겠네.”


진호는 책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책상 위에는 이미 진아가 가져다 놓은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놓여 있었다.

간단한 토스트와 과일, 샐러드였다.


‘잘 먹겠습니다. 진아 어머님.’

진호는 쟁반위에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점심과 저녁은 서로 시간이 맞으면 함께 했지만, 아침은 진아 엄마와 진아가 아침부터 일찍 식당 준비에 바빴다.

그래서 아침은 항상 미리 준비해서 진아 엄마가 진호가 아직 잠들고 있을 때 책상위에 두고 갔다.


진호도 처음엔 아침에 챙겨서 가져다주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어느덧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탁.

“잘 먹었다.”

진호는 마지막 과일을 입에 넣으며 포크를 내려놓았다.


똑똑.

문밖에 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저 진아예요. 일어났어요?”

“응. 밥도 다 먹었어. 무슨 일이야?”

진호는 문을 열며 진아를 바라보았다.

진아의 표정이 이상했다.

“비가·····.”

“그래. 안 그래도 밖을 보니깐 날씨가 안 좋더라.”


진아도 아침에 날씨가 안 좋은 것을 보고 아쉬운 마음이었나 보다.

안 그래도 애들하고 같이 놀러 가기로 하고 진아도 기대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니, 밖에 날씨가요.”

“알아. 날씨가 안 좋아서 아무래도 오늘은 애들하고 놀러 가기 어려울 것 같던데. 애들 섭섭하겠지?”

진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고개를 획 돌려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요! 밖이 좀 이상해요.”

“음?”

진호는 창가로 다가가 보았다.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

다만 막 일어났을 때와 다르게 하늘은 더 어두워져 있었다.

“밖에 비가 오는 거?”

“그게 아니라! 비가, 비가······!”

진아는 무언가 설명하기 애매한 표정으로 답답해했다.


그리고 그때.

사방에서 혼잡하게 일그러지는 기운이 느껴졌다.


‘뭐지?’

진아 말대로 무언가 이상했다.

물론 진아가 기운을 읽은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의해서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겠지만.

진호는 어긋나게 흘러가는 기운을 느꼈다.

이상을 감지한 진호는 먼저 1층으로 내려갔다.


“같이 가요. 오빠.”

진아는 서둘러 내려가는 진호를 뒤따랐다.


찰싹.

문을 열고 밖에 나가자 차가운 것이 뺨에 묻었다.

빗방울이었다.

“······.”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비다.

그런데 빗방울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며 공중에 돌아다니던 빗방울이 벽에 붙자 빗방울은 그제야 중력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렸다.


“·····뭐야? 이건!”

“제가 이상하다고 했죠!”

진아가 뒤에서 조그마하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번쩍.

사방이 갑자기 번쩍였다.

“하늘이 번쩍였어요!”

진아가 놀란 눈으로 외쳤다.


‘번개? 아니면 다른 무언가 인가······?’

진호는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바람은 세차게 움직이고, 떠 있던 빗방울들은 그대로 바람에 흔들리며 떠다니고 있었다.

진호는 긴장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번쩍.

다시 번쩍였다.

아니다.

이건 번개가 아니다.


번쩍.

또다시 번쩍였다.

확실했다.

번쩍일 때마다 뒤틀린 기운이 하늘 사이로 느껴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진호는 굳은 얼굴로 눈앞에 상황을 바라보았다.


톡. 톡.

쏴아아아아!

하늘에 떠다니고 있던 빗물이 자연의 흐름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비가 내린다.


공중에 떠다니던 물방울은 헛것을 본 것처럼 지금 눈앞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번쩍이지 않았다.

일그러진 기운들도 사라졌다.


“이제 괜찮은 거죠? 끝난·····거죠?”

진아는 떨리는 손으로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하늘에 번쩍이지도 않고 비도 제대로 내리니 이제 괜찮아.”

진호는 진아에게 최대한 안심할 수 있도록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분명 기진의 문제는 해결했을 터였다.


‘그렇다면. 설마?’

진호는 깊어진 눈빛으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아니길.


“진아야!”

진아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엄마가 식당을 향해 서둘러 오고 있었다.


“엄마!”

진아는 우산을 챙겨 다가오는 엄마에게 다가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진아와 엄마는 서로의 몸을 두 손으로 만지며 몸을 확인했다.


“진아? 괜찮니?”

“응! 난 괜찮아. 오빠랑 같이 있었는걸. 엄마는?”

“나도 괜찮아. 하늘이 이상해서 깜짝 놀랐어. 그래서 서둘러 가게로 왔지.”

진아는 불안해하는 엄마를 다독였다.


“마을 사람들은 괜찮은가요?”

진호는 걱정어린표정으로 진아 엄마에게 말했다.


“네 괜찮아요. 마을 사람들도 처음엔 다들 놀랐지만, 진호님이 계시는 것을 아니 점차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

“이 마을은 진호님이 지켜주시잖아요.”

그녀가 진호를 바라보는 신뢰가 느껴지는 눈빛에 진호는 착잡함을 느꼈다.

“······.”


“진아야. 오늘은 식당 문 닫자. 마을 사람들도 다들 각자 집에서 안전하게 쉬기로 했어.”

“응. 알았어. 엄마.”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진호는 낮에 있었던 일을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진호가 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낯익은 기운이 느껴졌다.


“진호님. 오랜만이죠? 저예요.”

열린 문 사이로 집진이 보였다.


‘역시······.’

진호는 역시나 올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고 방안으로 안내했다.


“들어오세요. 집진님.”

집진은 진호의 안내에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진아가 직접 문을 열지 않은 것을 보면.


“진아라고 했던가요. 착하고 친절한 아이던데 안내받지 않고 혼자 만나겠다고 했어요.”

“······그랬군요.”

“진호님이 머무시는 곳인데 저도 인사는 해야죠.”

집진은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

진호는 의자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했다.

“여기 앉으세요.”

“고마워요.”

의자에 앉은 집진은 방을 둘러보았다.

“이곳 기운이 포근하고 좋네요. 잘 지내셨죠? 진호님.”

“네. 편하게 지냈어요.”

“다행이네요.”


진호는 집진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절 보러 온 이유는 아무래도 그것 때문이죠?”

“······.”

잠시 침묵을 이어가던 집진은 진호의 질문에 답하며 되물었다.

“네. 진호님도 느끼셨죠?”

“뒤틀린 기운이죠.”

진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오늘 오전에 하늘이 빛을 내더군요. 빗물이 공중에 떠 있더군요.”

기진은 진호의 말에 수긍하며 말을 꺼냈다.


“분명 기진이 가진 힘의 불균형과 진호님이 가진 힘의 불균형이 서로 다른 기질이기에 불균형 안에서 균형을 맞추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 기진은 기둥에 봉인되어 제자리를 찾았어요.”

“······.”


“그러자 진호님이 선명을 받기 전에 사용한 힘과 선명을 받고 난 후에 사용된 힘들이 진에서 불완전 기운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


진호의 침묵 속에 집진은 말을 덧붙였다.

“정확히는 진에 속하지 아니한 자가 힘을 사용하게 되면 생기는 부작용인 거죠.”

“제가 우로 돌아가면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었나요? 선명을 받기 전에 사용했던 힘들이 문제가 되는 거죠?”

“아시다시피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


‘하긴, 내가 이곳에 오는 것 자체도 처음 있는 일이니·····.’

진호는 그녀의 말에 수긍하며 다음에 이어질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진호님이 사용한 힘의 영향력이 남아 불완전하게 돌아다니며 진의 완전한 기운들과 부딪치는 거죠. 그걸 일그러짐이라고 해요.”

“······.”


“선명을 받기 전에 힘을 사용한 후 하고 우로 갔지만, 진에 불완전한 기운은 계속 돌아다녔어요. 다만 진호님이 존재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그 힘은 진의 흐름과 부딪치지 않게 투과된 상태인 거죠. 그래서 일그러짐이 사라져요.”

“······.”


“그러나 다시 진호님이 진에 존재함으로써 투과된 상태의 기운이 투과할 수 없는 상태로 변하면서 일그러짐이 다시 생기는 거죠.”

“······.”


“문제는 불완전한 기운이 작으면 문제가 없지만 커지면 문제가 되는 거죠.”

“그게 쌓여서 그런 일그러짐이라는 이상 현상이 생긴 건가요?”

“네.”

“결론은 제가 우로 돌아가면 그 일그러짐이라는 현상이 안 일어나는 거네요.”

“그렇죠.”


‘역시, 내가 원인인 건가?’

진호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럼 방법은요?”

“그건 아직 찾고 있는 중이예요.”

“······.”

집진은 덧붙여 말했다.

“방법을 찾으면 이곳으로 모이기로 했어요.”

“그렇군요.······네?”

집진의 말을 듣던 진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왜? 방법을 찾으면 내가 법진 누님 집으로 가면되는데 어째서?’


진호의 의아한 표정을 읽지 못한 집진은 이어 말했다.

“제가 쉴곳은 걱정 마세요. 진아에게 이미 옆방으로 안내받았어요.”

집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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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만남 - 작은 준우 21.07.09 33 0 11쪽
59 (59) 만남 – 우화등선 21.07.09 31 0 11쪽
58 (58) 조짐 - 숙박 21.07.08 38 0 12쪽
57 (57) 조짐 - 새로운 사실 21.07.08 34 0 12쪽
» (56) 조짐 - 불균형 21.07.08 34 0 11쪽
55 (55) 방문 -보은 21.07.07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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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방문 - 재회 21.07.07 36 0 11쪽
52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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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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