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0,995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12 13:05
조회
219
추천
4
글자
10쪽

탑 마스터

DUMMY

권채선은 리모컨 두 번째의 빨간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 전투기 다섯 기가 공터 상공에 모여들었다.


"우와... 저게 뭐야?"


주동화는 그 광경을 직접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엄청난 규모의 대형 전투기가 무려 다섯 기나 한꺼번에 뜬 것이다. 그리고 다섯 기 모두 P라는 알파벳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모여든 전투기들은 한결같이 프랑스 피스메이커 전투기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결국 프랑스 전투기는 땅으로 추락했고, 거기에서 지사장이 응급 탈출을 하여 빠져나왔다.


권채선은 옆에 내려놓았던 라이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지사장을 향해 발사했고, 그 자리에서 지사장은 즉사했다.


그리고는 아까 꺼냈던 리모컨의 가장 아래, 흰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권채선의 주위로 화면 열두 개가 허공에 출력되면서, 모두 다른 내용이 나타났다.


어떤 것은 비어 있는 화면도 있고, 어떤 것은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곧 모든 화면에 사람의 얼굴이 비치자, 권채선은 화면을 향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마스터 여러분. 권채선입니다."


권채선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마스터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이건 팍스 호출 넘버로 알고 있는데?"

"팍스는 어디에 있지?"


마스터들은 제각기 다른 언어로 당황스러움을 표현했다.


권채선은 마스터들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서부지사장이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죽었고요."


그러자 마스터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다수결로 팍스의 결정을 반대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몇몇 마스터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팍스의 정체도 모르는데, 한국 피스메이커 요구에 고분고분 따를 수만은 없어."

"맞아, 이건 팍스 넘버인데 팍스는 어디에 있지?"

"팍스의 얼굴을 보여 줘!"


마스터 12명 중에 일곱 명 정도가 반발을 했다.


반면 다섯 명의 마스터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 채로 있다.


그리고 마스터들이 한마디씩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권채선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만 입 다물고 나의 뜻을 따라라."


이에 불만을 토로하던 마스터들이 조용해졌다.


"피스메이커는 오직 나에 의한, 나를 위한 것이니."


권채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마스터들에게, 쭉 입을 다물고 굳은 표정으로 있던 마스터가 말했다.


"그녀가 팍스입니다. 당신들은 어째서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나요?"


권채선은 방금 발언한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피스메이커 창립부터 함께 뜻을 모았던 원로 마스터 중 한 명이다.


마스터들은 피스메이커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지위가 변동되므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12명의 마스터는 수시로 교체된다.


따라서 지금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12명의 마스터들 중에는, 권채선의 정체를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


때문에 권채선이 팍스임을 아는 원로 마스터 5명은 침묵을 지킨 것이고, 그것을 모르는 7명은 팍스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었다.


"말도 안 돼. 팍스가 저렇게 젊을 리가 없잖아!"

"저 여자의 얼굴은 겨우 30대라고!"


팍스를 반대하던 마스터들이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이에 권채선이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믿을 수 없으면, 그냥 내가 팍스를 계승했다고 생각해."


그리고는 리모컨의 뒷면을 보여 주었다. 팍스를 뜻하는 알파벳 P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전투기에 프린팅된 것과 같은 모양이다.


"이걸로 나는 지금처럼 마스터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팍스 전용 전투기를 호출 가능하고, 당신들은 상상도 하지 못 할 일도 할 수 있어."


그러자 마스터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럼 피스메이커 원칙에 따라 이번 협상은 내가 진행하도록 하겠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권채선은 화상 회의를 종료했다.


피스메이커는 그가 만든 조직이지만, 이 정도로 규모가 커지게 되니 이런 귀찮은 일들이 생긴다.


권채선이 피스메이커를 창설한 첫 번째 이유는, 한반도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였다.


한국전쟁이 종전이 아닌 휴전인 상황에서 언제든 다시 전쟁이 발발할 수 있었고,


또 전쟁을 겪을 경우 한반도는 재기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휴전 직후, 전 세계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군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그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급하게 명함을 팠는데, 거기에 피스메이커라는 이름이 처음 사용되었다.


그의 물밑 작업으로 인해 잠시 미소 간 과학 전쟁이 불붙게 되기는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피스메이커의 개입으로 냉전 시대는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종료되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지켜낸 조국인데, 갑자기 다른 차원의 외계인이 쳐들어와서 종속국이 되라고 한다.


한국전쟁 이전에 식민 통치를 겪은 권채선에게는 절대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또다시 식민지가 되게 내버려 두진 않아."


어쨌든 팍스라는 것을 밝혔으니 마스터들은 그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계획한 대로 협상은 한국 대통령이 진행하고, 천국과는 종속국 계약 체결이 아닌 무역 협정을 목표로 한다.


그때 옆에서 임제온이 말했다.


"보스가 팍스라는 걸 진작 밝혔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요."


이에 권채선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이 애는 맞는 소리를 해서 사람 성질을 긁는 재주가 있다.


"그동안 왜 팍스라는 걸 숨긴 거예요?"

"귀찮아서. 무슨 일만 생기면 불러대니까."


피스메이커를 창립하고 거의 30년 가까이 혼자 힘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피스메이커에는 그가 개입하지 않는 일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조금도 자유가 없었다.


"나도 내 할 일은 하고 살아야 할 것 아니야."

"어쨌든 저한테는 좋은 일이에요. 지켜야 하는 비밀 하나가 사라졌네요."


임제온은 당연히 권채선이 팍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지금껏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고, 덕분에 권채선은 꽤 오랫동안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임제온은 믿을 만한 부하였다. 임제온의 충성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린 자신을 학대하는 비정규군에게조차 충성했던 아이였다. 마치 주인을 따르는 사냥개처럼.


그래서 틸엘 사옥에서 주동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불이행한 것은 의외의 일이었지만.


말을 듣지 않고 도망쳤던 개는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왔다.


권채선은 임제온에게 말했다.


"이제 모두가 내가 팍스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팍스의 권한으로 네 수배를 풀어줄게."


이에 임제온의 눈이 동그래졌다.


"예? 저는 피스메이커를 배신했습니다. 배신자는 즉시 사살인데요."

"그걸 알면서 내 눈앞에 나타났어?"

"죽이셔도 됩니다."


정말 죽여도 상관없다는 표정에 권채선은 웃음이 나왔다.


"넌 어차피, 피스메이커 소속이 아니어도 나를 쫓아다닐 거잖아."

"그건 그렇죠."

"죽어서도 쫓아다닐 거지?"

"가능하다면요."

"그럴 거면 그냥 피스메이커에 있어. 떠돌아다니지 말고."

"하지만..."


곤란한 표정을 짓는 임제온에게, 권채선은 임제온을 처음 만나던 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따뜻한 데서 따뜻한 밥 먹어야지. 제온아."


그리고 권채선은 주동화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천국인을 상대하는 와중에 갑자기 쓸데없는 일이 생겼다.


대형 전투기 다섯 기가 추가되어 상공에 대기 중이고, 프랑스에서 날아온 한 기는 땅에 추락했으며, 외국인 사상자만 수십 명이다.


가까운 곳에 대통령과 공군부대도 있으니 벌써 뉴스 속보로 뜨고도 남았을 것이다. 시민들의 SNS는 또 어떻게 해결하나.


이 대형 난리를 수습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일단 권채선은 피스메이커 대외팀에 처리를 지시해 놓았다.


권채선과 임제온이 돌아오자 주동화가 가장 먼저 물은 것은,


"주임님 이름이 임이섭이 아니고 임제온이에요?"


그러자 임제온이 대답했다.


"네, 임이섭은 틸엘 연구원으로 위장할 때 가짜로 만든 이름이에요."

"왜 진작 본명을 안 알려주셨어요?"

"불편하지 않으니까요. 편한 대로 부르세요."


임제온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투였다. 하지만 본명이 있는데 가명으로 부를 이유가 없다.


어차피 주동화는 임제온을 부를 때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주임님이라고 부르니 고치기가 불편하지도 않을 것 같았고 말이다.


그리고 주동화는 권채선에게도 궁금한 것이 있었다.


"검은 마스크가 임 주임님인 거 언제 아셨어요?"


이에 권채선이 기가 막혀 하며 말했다.


"당연히 보자마자 알았지."

"아..."

"차라리 귀신을 속여라. 내가 모를 것 같디?"

"주임님이 속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권채선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임제온을 쳐다보았다.


임제온은 조용히 시선을 피했고, 주동화는 그 모습을 보며 쿡쿡대며 웃었다.


그 때, 손발이 묶인 채 앉아 있던 범예가 말했다.


"어떻게, 얘기는 다 끝났어?"


범예의 목소리는 붙잡힌 포로치고는 지나치게 평온했다. 주동화는 그것에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갑자기 자기들끼리 싸우다니. 이거 너무..."


범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맙잖아."


범예가 말을 끝맺은 순간, 주동화에게 무전이 왔다.


‘연구..님! 갑자.. 시..에서 사라지셨...니다...’


레이젯 무인기 조종사의 당황한 목소리였다.


뒤이어 권채선의 무전기에서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부..님, 현.. 위치 파악... 불가..합..다.’


이에 주동화와 권채선은 동시에 하늘 위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전투기는 모두 있던 곳에 그대로 있었다.


무인기 세 기와, 권채선이 나중에 부른 다섯 기의 대형 전투기. 여덟 기가 모두 보였다.


하지만 전투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당황해하는 두 사람에게 범예가 웃으며 말했다.


"너희끼리 싸우는 동안 작업을 좀 해 봤어."

"설마... 눈속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4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완결) 21.10.06 287 6 13쪽
103 살신 21.10.05 200 3 11쪽
102 이대로 끝인가 21.10.04 184 3 13쪽
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3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5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97 옥토 21.09.29 186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7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2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6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89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5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3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3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1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8 4 11쪽
84 개방 21.09.16 225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5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3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7 4 10쪽
» 탑 마스터 21.09.12 220 4 10쪽
79 제온 21.09.11 236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19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0 4 12쪽
75 재회 21.09.07 235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