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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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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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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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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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전세 역전

DUMMY

범헌도 칼집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주동화에게 말했다.


"나는 이런 싸움이 되는 걸 바라지 않았어."

"나도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주동화가 대답하고 범헌에게 질풍을 날려 보냈다. 범헌은 바람을 쳐내지 못하고 그대로 맞았다.


"주동화 조심해! 그 애 사람을 기절시키는 기술이 있어!!"


그때 권채선이 밑에서 소리쳤다.


그 순간, 범헌이 눈빛을 번뜩이며 주동화를 응시했다.


그러자 주동화는 잠시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것을 본 범헌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어? 왜 안 통하지?"

"이 기술이구나. 권 요원한테 썼던 게."


최약체인데도 꽤 무서운 기술을 갖고 있었다. 원거리에서 의식을 잃게 하는 능력이라니.


범헌은 직접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도 신경을 공격했다. 주동화에겐 그것을 흉내를 낼 능력은 없었다.


인체는 복잡하게 설계된 체계이기 때문에, 직접 피부에 손을 대어 구조를 파악해 보아야 신경 조직에 영향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헌은 그 과정을 뛰어넘고 상대방의 신경을 컨트롤한 것이다. 분명히 위력적인 공격이었지만,


"하지만 우리 쪽에 반신이 있어서 말이야."


하단우의 치유 결계는 범헌이 신경을 공격하는 즉시 복구를 시켜 주었다.


기습에 실패한 범헌은 바로 주동화에게 붙잡혀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주동화는 어렵지 않게 범헌에게 결박 장치를 채웠고, 이것으로 두 명이 남았다.


범예와 싸우고 있는 하단우를 도와야 할지, 최민의를 상대하는 주작 쪽으로 날아가야 할지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서 임제온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주임님! 괜찮으세요?"

"멀쩡합니다."


치유 결계 덕분에 상처가 치료된 임제온은 곧바로 최민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에 주동화는 망설임 없이 하단우 쪽으로 날아올랐다.


범예와 하단우의 싸움은 쉽게 승패가 갈리지 않고 있었다.


체격과 힘, 검술은 범예가 한 수 위지만 하단우는 다양한 형태의 공격으로 맞섰다. 하단우의 무기는 장검이었다가 쌍칼이 되기도 하고, 갑자기 장창이나 표창으로 변하기도 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공격을 펼치는 하단우를, 범예는 흔들림 없는 검술로 받아내고 있었다.


빳빳한 천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듯 팽팽한 두 사람의 싸움에, 주동화가 끼어들면서 균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동화는 공터에 널브러진 폭탄들을 이용해 범예의 주위를 위협했고, 범예는 그것들을 피하느라 하단우의 공격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네 도움 같은 거 필요 없어."


하단우가 주동화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주동화는 빠져 줄 마음이 없었다.


"확실하게 이겨야 돼. 방심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몰라."


상대는 다른 차원에서 온 미지의 인간이다. 아까도 다 잡았던 것을 방심하던 순간 전세가 역전되었다.


2대 1이건 비겁하건 어쨌건, 총공격을 해서 범예를 붙잡는 것이 먼저였다.


권채선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이미 붙잡혀 포박당해 있는 범헌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특수 제작한 결박 장치지만 천국인들은 이것을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천국인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부상을 입혀야만 했다. 전투 불능 상황을 만들어야만 승기를 쥘 수가 있다는 뜻이다.


권채선은 범헌이 도망치려 하면 언제라도 총알을 쏴서 쓰러뜨릴 수 있도록 라이플을 들고 있었다.


한편 주작과 협공하기 위해 올라간 임제온은, 최민의의 투지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전신에서 불을 내뿜는 거대한 신수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싸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최민의는 계속해서 공기 중에서 물을 만들며 자신의 몸을 식히고, 주작을 향해 물을 이용한 공격을 했다.


그렇게 물을 사용해 주작의 불꽃을 사그라뜨리고, 그 틈을 타 주작에게 접근해 검으로 살갗을 베었다.


그러는 동안 최민의의 피부는 화상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그럼에도 최민의는 물러서지 않고 주작을 상대하고 있었다.


"대단한 무인이야."


임제온은 조용히 말했다.


그는 오늘 주작이라는 동물이 현존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하늘을 활공하는 불꽃의 신수를 보고 두 눈을 의심한 것도 사실이지만,


주작을 보고 놀란 것보다, 그 주작과 싸우는 다른 차원에서 온 무인에게 더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저 거대한 불새가 최민의가 아닌 그를 공격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임제온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제 끝을 내야 될 것 같군."


그러면서 임제온은 단검을 꺼내 최민의의 뒤쪽으로 접근했다.


주작을 상대하느라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던 최민의는, 임제온이 던진 단검에 어깨를 찔리며 검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주작이 불꽃을 뿜어내는 것을 피하지 못한 채, 온몸을 덮친 화염에 치명상을 입고 추락했다.


불꽃에 휩싸여 떨어지는 최민의를 보며 범예의 시선이 흔들렸다.


하단우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범예의 손목을 공격해 검을 쳐냈다. 범예의 손에서 떨어진 검은 하단우의 손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양손에 검을 쥐게 된 하단우는, 범예에게로 쏜살같이 날아가 휘둘러댔다.


무기를 잃은 범예는 하단우가 퍼붓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피해서 도망 다니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단우의 검이 범예의 팔을 몇 번이나 베어내렸다. 범예는 핏물이 흥건한 소매를 붙잡고 쫓겨 다녔다.


자기장을 뚫고 도망치기 위해 몇 번이나 고속 상승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하단우의 속도에 막혔다.


무거운 장검 두 자루를 무슨 젓가락 들듯이 잡고 싸우는 하단우를 보며 주동화는 되도록 심기를 거스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단우가 범예의 주의를 완전히 끌고 있는 동안, 주동화는 모든 바람을 범예 쪽으로 끌어모아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꽂았다.


‘쾅-!’


지면이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범예가 추락했다.


쓰러진 범예는 몸을 다시 일으키지 못했고, 주동화는 서둘러 결박 장치를 다시 채웠다.


범예는 고통스러워하며 결박을 풀고 도망칠 힘도, 제 몸의 상처를 치유할 힘도 없어 보였다.


최민의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다.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두 사람의 상태가 이럴진대, 범헌은 감히 공격할 의지도 잃은 것 같았다.


이렇게 천국인 세 명을 겨우 다시 붙잡았다.


눈속임 장막 때문에 다 죽을 뻔했는데, 하단우 덕분에 무사히 승리한 것이다.


하단우와 주동화가 지상으로 내려오자, 권채선이 다가오면서 하단우에게 말했다.


"아가씨 덕분에 이겼네. 고마워."


그러자 하단우는 권채선을 힐끗 쳐다보고서 말했다.


"친한 척하지 마세요."

"에이, 왜 그래~ 나 하병원 단골인데."

"저도 알아요. 몇 번이나 무리한 치료를 요구하는 것도 봤고."


피스메이커 요원들은 작전 중에 수시로 큰 부상을 수시로 입는다.


몇 번으로 나누어 대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상처는 예삿일이고, 소생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몸이 망가져 오기도 한다.


그런 상처는 의학이 아닌 반신의 요력으로 치료해야 했다. 그렇게 하명호 박사는 죽어가던 피스메이커 요원을 몇 명이나 살려냈다.


"우리는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병원을 이용하는 거야."

"그래요 뭐. 그건 할아버지와 아빠가 결정한 일이니까.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죠."

"못 본 사이에 철이 들었네."


권채선이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단골 병원 의사 선생님의 외동딸 성격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명호의 아버지인 하기석이 병원장일 때부터 하병원을 이용하고 있었으니, 종종 하단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가문 대대로 의사 집안이라 딸아이도 의대에 갔다고 하길래, 하명호 다음엔 하단우에게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단우는 하기석이나 하명호처럼 인간에 호의적이지 않았고, 아니, 적대적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의사는 안 한다며 인턴도 안 하고 노바에볼루션에 들어가지 않았나.


그런 하단우의 성격에 ‘인간 따위가 뭘 안다고 지껄여.’ 같은 투로 욕을 퍼부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온건한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근데, 진짜 의사 안 할 거야? 단골 병원 바꾸기 싫은데."


권채선이 아쉬운 마음으로 물었다. 하단우는 대꾸하지 않고 눈을 피했다.


한편 천국인들은 모두 붙잡았지만, 공터를 넓게 둘러싼 눈속임 장막이 문제였다. 저것을 없애야 이 셋을 어딘가로 이송하든 뭐든 할 수 있을 텐데.


"일단 저 눈속임 장막을 없애야 할 텐데요."


주동화의 말에 하단우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그냥 저 장막 만든 사람을 없애면 되지 않나?"

"없애면 안 된다니까."


주동화는 범예를 죽이려 드는 하단우를 말렸다. 그리고 범예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너도 그렇고 최민의도 그렇고 부상이 커. 전기장을 없애 주면 우리가 도와줄게."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믿지 않으면? 저대로 죽게 내버려 둘 거야?"

"죽긴 누가 죽어. 곧 천국에서 지원군이 올 것이다."

"지원군?"

"그래. 지금 우리 상태를 천국에서 다 확인하고 있거든."


범예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전의를 꺾지 않고 주동화를 노려보았다.


"우리가 전투 불능 상황이 되면 바로 지원군을 보내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서도, 범예는 최민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때, 시체처럼 쓰러져 있던 최민의가 몸을 일으켰다.


통증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일어난 최민의는, 범예에게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리고서 전신에 화상을 입은 몸으로, 범예와 범헌의 앞을 막아섰다.


이에 주동화와 하단우도 맞서기 위한 대응을 했고, 그때, 최민의가 범예에게 말했다.


"전하. 개방하겠습니다."

"안 돼!"


범예가 소리쳤다. 그러나 최민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개방 외에 선택지가 없습니다."

"기다려. 지원군이 올 거야. 그때까지만 버티자."

"지원군이 언제 올 줄 알고 기다립니까? 차원문이 언제 열릴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우리가 전투 불능 상황인 것을 천국에서 확인했을 거야. 머지 않아 지원군이 올 것이다."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발해성의 차원문을 열어도 여기까지 오는 데 두 시진은 소요됩니다."


최민의가 물러서지 않고 단호히 말했지만 범예는 망설이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개방을 하게 되면..."


개방. 주동화는 뜻을 알 수 없는 단어에 공격을 준비했고, 하단우는 최민의의 목에 검을 가져다댔다.


"허튼짓하지 마."


서슬 퍼런 칼날을 목에 댄 채, 최민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말했다.


"두 분 전하의 옥체를 보전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범예는 이를 악물고서 말했다.


"내가 반드시 멈춰 줄게."


범예의 대답에 최민의가 보일 듯 말 듯 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누.. 눈이?"


주동화는 최민의의 눈이 붉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최민의는 자신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는 하단우의 팔을 노려보았다.


"어?!"


그러자 하단우의 팔이 마비가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하단우는 당황하여 계속해서 팔을 움직이려고 했고, 그때 최민의가 하단우의 목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 순간,


"으아아아아아아!!"


하단우의 목에서부터 시작해 얼굴과 전신까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단우는 온몸이 검게 그을린 채 힘없이 쓰러졌고, 하단우가 정신을 잃자 하늘에 떠 있던 주작도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동화가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범예가 범헌의 결박 장치를 풀었다.


"범헌! 도망쳐!!"


그리고는 눈속임 장막에 한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 만한 구멍을 내었다.


"최대한 멀리 날아가!! 빨리!!"


그러자 범헌은 하늘 위로 솟아올랐고, 주동화가 막으려고 따라갔지만 범예가 온 힘을 다해서 끌어내렸다.


그렇게 범헌이 빠져나간 뒤, 범예는 다시 장막을 복구했다.


"왜 범헌을 내보낸 거지?!"


주동화가 범예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범예는 씨익 웃었다.


"지금 민의 눈에 뵈는 게 없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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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살신 21.10.05 200 3 11쪽
102 이대로 끝인가 21.10.04 184 3 13쪽
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3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5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97 옥토 21.09.29 186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7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2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6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89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5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3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3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1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8 4 11쪽
84 개방 21.09.16 225 4 11쪽
» 전세 역전 21.09.15 226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3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7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0 4 10쪽
79 제온 21.09.11 236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19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0 4 12쪽
75 재회 21.09.07 23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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