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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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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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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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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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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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내성 안에는 건물들마저 대부분 붉은 화강암으로 지어져 있는데 그 웅장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유독 신전만은 하얀 백옥으로 지어져서 빛을 내뿜는 것처럼 신비한 자태를 뽐냈다.


가로세로가 백 장이 넘고 그 높이도 십칠 장에 가까운데, 내부에는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었다.


보기만 해도 저절로 천신께 머리가 숙여지는 모습에, 쥬미가 놀랐는지 아빠의 팔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아빠! 여기는 천신께서 사시는 곳인가 봐요. 사람이 사는 곳 같지 않아요. 너무 신비스럽고 숭고해서 저는 머리가 저절로 숙여져요.”


“그래, 맞단다. 여기는 천신을 모시는 곳이란다. 그러니 너도 잘 봐 두렴.”


그때 셋째 쥬상이 손을 잡고 조른다.


“아빠!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한번 산 위에 올라가 봐요. 너무 멋있어요.”


“그래, 한번 가 보자. 조심히들 따라오렴. 넘어지면 큰일 나요.”


가족이 일렬로 늘어서서 산 위로 오르는데, 사방이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번이 아니면 이렇게 내성 깊숙이 들어와 볼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쥬맥이 아직 어린 쥬상과 쥬망을 양쪽 팔에 끌어안고 산 위에 오르니, 눈앞에 거대한 정자(亭子)가 서 있다.


정자의 지붕에는 황갈색의 돌로 조각한 커다란 해타(海駝)의 석상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부리부리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그 해타상 아래에는 직경이 일 장에 높이가 십 장에 가까운 거대한 기둥 열두 개가, 둥글게 원을 그리듯이 서 있다. 마치 일 년 열두 달의 세월을 나누어 지키는 수문장처럼. 그리고,


그 정자 안에는 거대한 석탁과 그 둘레에 돌로 된 의자들도 놓여 있었고.


“와아~ 내가 먼저 앉아 봐야지!”


쥬온과 쥬미가 잽싸게 달려가서 서로 먼저 의자에 앉으려고 다투었다. 아이들이 여기저기를 쓰다듬고 있을 때, 쥬맥은 정자 안에서 둘레를 빙 둘러보았다.


산 위에서 바라보니 외성을 지을 곳은 물론 더 멀리까지도 모두 내려다보인다. 만약 환시성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작전기지로서는 이곳이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내성의 성벽 위에는 동서남북으로 네 곳에 대궐 같은 커다란 성루가 서 있다.


동쪽 성루의 지붕은 청색의 청룡 석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서쪽은 백색의 백호상, 남쪽은 붉은 주작상, 북쪽은 암녹색의 현무상.


모두 석상을 지붕 삼아 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각 방향으로 거대한 성문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지 않고서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성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


쥬맥은 자신도 함께 성을 쌓았지만 완공된 모습을 보니, 너무 아름답고 장대(長大)한 모습에 감개무량했다.


여기에 외성까지 다 쌓으면 얼마나 웅대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살아 생전에 꼭 이 환시성을 완공하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자~ 여기서 술 한잔들 하세요.”


내성 앞 광장에서는 벌써 여기저기서 판을 벌여 고기를 굽고 술을 마셨다.


백호대의 무사들 수천 명이 동원되어, 최근에 잡은 공룡고기를 구워 대접(待接)하면서 자신들도 함께 먹었다.


아주머니들이 술을 동이째 날라다가 사발로 퍼 주니, 그동안 힘들게 일했던 기술자나 인부들은 마냥 즐거워 했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먹고 마시고 놀면서도, 새삼스러운 듯이 고개를 돌려서 수 차례나 성벽(城壁)을 다시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이게 정말로 우리가 만든 성(城)인가?’ 하고 믿지 못하는 듯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마 내성만 다 구경하는 데에도 하루가 부족할 것 같았다.


쥬맥이 밖으로 나오자 여기저기에서 술잔이 쇄도(殺到)했다. 쥬맥도 오늘은 허리띠를 풀고 편하게 하루를 어울리며 즐길 참이다.


이렇게 환시성 축성지에서는 내성의 완공을 자축하는 축하연이, 부족민들만 참석한 가운데 소박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환시성의 내성(內城)이 완공되자 그 소문을 듣고 본 주거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구경을 하고 갔다. 물론 모두 감탄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보안 문제 때문에 완공한 다음 날부터 내성의 출입이 통제되어, 밖에서 외곽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를 포함하여 각 대족장과 부족장들은 내부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었는데······.


“고생들 했네. 정말 잘 쌓았어.”


“정말 멋집니다. 수고하셨어요.”


모두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돌아간 반면, 보돈타 대족장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느니 물자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느니 온통 불평투성이다.


그러나 온갖 잡소리에도 태을 선인은 쳐다보지도,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다음 날부터 태을 선인과 쥬맥은 외성을 쌓는 일에 전념(專念)하였다.


외성(外城)은 자그마치 오십 리 한 변을 사방으로 쌓아야 하니, 성의 총길이가 이백 리에 이르는 그야말로 대역사였다.


더구나 그 안의 각종 주거지 건설과, 성 둘레에는 폭 사십 장에 깊이 삼십 장의 해자를 파서 하천의 물로 채워야 한다.


거인족의 접근을 막아야 할 만큼 거대한 성을 쌓아야 하니, 내성의 완공도 대단하지만 그것은 남은 일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성 쌓기에 집중하자 가는지 모르게 어느덧 이 년이 흘러갔다. 쥬맥도 벌써 나이가 마흔다섯이나 되었고······.


천인족도 인구가 급격히 불어나자 벌써 칠십만 명이 다 되어서, 본 주거지만으로는 이미 수용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2개 부족이 다시 환시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이주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환시에도 십오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살게 되면서 상가와 여러 시설들이 문을 여니, 제법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와~ 생각보다 멋진데······.”


“이주하기 잘했어요. 너무 편해요.”


사전에 이미 시설을 완비해 둔 터라 이주하기 전에는 불안을 느끼던 사람들도 와서는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특히 송수 시설과 배수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매우 청결한 환경을 가장 으뜸으로 꼽았다.


어느 집이나 바로 집 앞에 맑은 물이 철철 흐르니 물을 길으러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한 번 사용한 물은 절대 송수로에 버리지 못하게 하고 모두 땅속으로 흐르는 하수로를 사용하게 하니, 물이 너무 맑았고 악취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지키지 않던 일부 사람들도 그 물이 오염되면 자신이 그 물을 먹고 마시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지켰다.


어떤 집은 송수로에 작은 관을 묻어서 물을 집에까지 끌어들여,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는 집까지 생겨났고.


아직 외성이 완공되지 않아서 주술진으로 주거지를 보호하고, 그 주변에는 각 부족 소속의 무사들을 배치하여 부족민을 보호하게 했다.


외부 경작지까지도 보초를 세워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니, 부족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만일을 위해서 백호대가 일만오천 명으로 늘어났다. 천령대도 일만 명이 이동하여 근처에 진지를 구축하고 축성지를 보호했다.


그러는 와중에 쥬맥은 다섯째 자식을 보게 되었는데, 아내를 닮은 딸의 이름을 ‘쥬린’이라고 지었다.


벌써 삼남이녀의 부모가 되었으나, 천인족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자녀수가 적은 편이었다.


최소한 일곱에서 아홉은 낳아야 보통 축에 들었으니 말이다.


많은 집은 열두 명까지 자녀를 둔 집도 있었다. 그러니 쥬맥네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고, 아내 미루는 벌써 힘들다고 한숨을 내쉰다.


한편, 천사장은 종족의 인구가 불어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아리별에서 살던 때와 비슷하게 선인들의 관리 체제(管理體制)를 개편하였다.


일반적으로는 모두를 그냥 선인이라고 불렀으나, 크게 선인(仙人)과 현자(賢者), 성자(聖者), 수도자(修道者) 집단으로 세분하여 업무를 달리했다.


가장 기본을 이루는 것은 수도자 집단인데, 선인의 자질이 있어서 영체(靈體)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여 기초부터 가르쳤다.


그 대상은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다양했다. 이 수도자 집단에서 학문(學問)이나 무술(武術)에 자질이 있는 수도자를 선발하여 현자라 했다.


현자로 분류된 수도자에게는 학문과 무술을 연구하고, 종족의 여러 대상을 교육하는 업무를 맡겼다.


학문과 무술을 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개인별 특성에 따라서 한쪽 업무만 수행하는 현자도 있었다.


그리고 종교 생활과 의료 등에 자질이 있는 수도자는 성자로 삼았는데···.


성자로 분류된 수도자는 종교 관련 교육과 전시(戰時)의 의료 지원을 주관하고, 신전을 관리하며 신의 가호(加護)를 내리는 일을 맡았다.


현자나 성자로 선택되지 않은 수도자들은 화폐(貨幣)와 종족의 경제 활동(經濟活動)을 관장하며, 자신이 원하는 학문을 연구할 수 있었다.


물론 어떤 업무를 맡더라도 기본적으로 도를 닦기 위한 수행을 병행한다.


어느 정도 현자나 성자, 수도자 그룹에서 수행을 쌓으면 비로소 선인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면 독자적으로 수행을 하며 살 수도 있었고, 천사장 산하에 소속되어 여러 가지 과제(課題)를 해결하며 수행을 병행(竝行)할 수도 있었다.


천사장 산하에 소속되면 여러 가지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에, 종족의 업무를 지원해야 하니 수행 시간에 방해를 받는 것이 단점이었다.


아리(峩理)별에 있을 때에는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선인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수행을 쌓으며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 산수(山修-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수도자나 선인들)라고 불렀는데 그 수가 무척 많았었다.


산속에서 홀로 수련한다 하여 산수(山修)라 칭하기도 하고, 흩어져서 개별적으로 수행하며 산다고 해서 산수(散修)라 부르기도 했다.


지구로 이주한 뒤에는 인구가 줄고 아직 산속에서 홀로 생활하는 것이 위험하여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것이다.


이런 수도자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살면서 평생을 선인 수행과 여러 가지 신통(神通)이나 비기를 익혔다. 우주만물(宇宙萬物)의 천지법칙(天地法則)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면서.


그러한 연구 결과는 천인족의 문물(文物)이 발전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우주 만물의 천지법칙을 연구하면 법력과 법술이 늘었고, 주술과 마법은 그에 따라 딸려 오는 부산물(副産物)이나 마찬가지였다.


흔히들 법술과 주술에 대해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법술은 신선들이 펼치는 술법을 선인들이 배워서 펼치는 것으로 주술보다는 상위 개념이다.


물론 법술에도 주술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주술만으로는 법술을 대체할 수가 없었다. 법술에는 자연지기를 통해서 천지영기를 받아들여 축기한 법력이 그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법력은 수행에 따라 자연기, 선기, 영기, 신기의 순으로 진화한다. 따라서 법술사는 주술이 가능하지만, 주술사는 법력을 쌓지 않고는 법술이 어렵다.


그리고 천지영기의 진화를 따지지 않고 하나로 묶어서 영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전에는 여자 수도자들도 많았으나, 지구에 이주한 뒤로 그 수가 많이 줄어서 지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수도 환경이 위험해지고 수시로 사람이 죽어 나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아마 수도 환경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선인에 대한 새로운 관리체제가 발표되자, 향수에 젖어 있는 어른들은 너도 나도 이렇게 얘기했다.


“이제야 제대로 나라의 기틀이 잡혀 가는군. 빨리 아리별 때와 같은 옛 성세를 회복해야 할 텐데······.”


그러면서 이제야 천인족이 어느 정도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쌍수(雙手)를 들고 환영하였다.


그리고 천령수 옆의 신전 건립에 박차를 가하니, 천령수와 함께 그 신비스러운 모습이 차츰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니 환시성과 함께 명소(名所)로 떠오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천인족의 역사에서 천령수가 살아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한, 천인족이 멸족(滅族)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럼 만약에 천령수가 사라진다면?


그날이 바로 천인족이 멸족하는 날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만큼 천인족은 천령수를 천신과 통하는 신령(神靈)스러운 존재로 여겨서, 오래도록 신성시(神聖視)해 온 것이다.



모두 바쁘게 돌아가는 어느 날.


보돈타 대족장이 천사장을 찾아왔다. 천사장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한울이 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대족장이 직접 찾아온 만큼 개인적인 친분은 접어 두고, 천사장이 집무실에서 예를 갖춰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보 대족장이 여기까지 직접 찾아오다니요.”


“일하시는 데 방해를 하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천사장님을 존경하여 차도 한잔 마시고, 여러 조언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괜찮은가요?”


“언제든 필요하면 찾아오시구려. 어서 이리 앉으시오.”


“그럼 염치 불구하고 앉겠습니다.”


“여봐라! 여기 차 좀 내어 오너라!”


차를 시키고 두 사람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으나, 평소에 그리 가깝지 않던 사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조금 서먹서먹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소원하였습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혹시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말이라도 고맙구려. 잘 도와준 덕분에 지금도 잘되고 있소.”


사실 보 대족장은 천사장과 가문끼리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천사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그 덕에 대족장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그러나 대족장이 되고 나서 야욕(野慾)을 드러내면서, 점차 천사장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남과 같은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천사장은 마음이 대쪽 같아서, 한울이 되고자 하는 보 대족장의 야욕에 편승(便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울이 되기 위해서는 투표권을 가진 사람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현 한울을 제외하고 대족장들과 천령대 총대장, 천사장과 대신녀, 한울의 수신호위장이 한울 선출을 위한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차기 한울이 되고자 하는 보 대족장의 입장에서는, 천사장의 한 표가 아쉬운 입장이 되어 버린 것!


무력으로 모두를 억누를 수 없는 한, 그 투표권(投票權)을 가진 사람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전에는 대족장의 수가 스무 명이 넘어서 그 표가 당락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족장이 세 명밖에 되지 않으니, 그 나머지 투표권을 가진 사람이 큰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이번에 선인분들의 관리체제를 개편하신 것은 매우 잘하신 것 같습니다. 모두 이제야 우리 종족이 정상 궤도에 오른 것 같다고 좋아하더군요.”


“허허허!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소.”


“그런데 지난번에 환시성 축성지에도 한 번 다녀오셨지요?”


“아~ 지난번에 한 번 틈을 내서 다녀왔는데, 내성을 아주 잘 지었더구려.”


“겉 모습은 그럴 듯한데 내구성이 어떤지는 나중에 봐야지요. 그런데 축성 속도가 들어가는 물자에 비해서 너무 지지부진합니다. 지금 우리 천인족의 자본을 대부분 빨아들이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그야 우리 종족이 당면한 숙원 사업이니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아무리 그렇다 쳐도 그것에만 매달리니 큰일인 게지요. 거기에다가 그곳을 방어하기 위해서 보낸 백호대는 노래기나 개구리를 잡으면서 사냥놀음이나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허허허! 그래요? 노래기와 개구리라? 무슨 사연이 있지 않겠소?”


“들리는 얘기로는 몸에 좋아서 몸보신을 하려고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잡으러 다닌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닙니까?


그뿐만 아니라 무사들은 지원하기 위해서 가 있는 여무사들의 꽁무니나 따라다닌다고 하니, 도대체 쥬맥 대장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그 여무사들은 보 대족장이 보낸 사람들 아닌가요? 남자 무사들을 보내지 그랬습니까?”


“종족의 일에 남녀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모두 발벗고 나서야지요. 경험을 쌓게 하려고 일부러 보냈는데, 백호대가 여자에게 눈이 멀어서 정분이나 쌓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는 중에 차가 나와서 둘이 뜨거운 차를 후루룩 마셔 가며 잠시 말이 끊겼다. 좋은 차인지 방안에 향그러운 차향이 퍼져 나간다.


“지난번에 반인족이 축성지를 침략했을 때 쥬맥 대장이 다 이긴 적을 그냥 놓아주었다고 합니다.


우리측 피해도 상당한데 겨우 고대코뿔소와 시리낙타 몇 마리를 보상으로 받고 이만 명에 가까운 적을 그냥 놓아주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러면 다음에 또다시 침범을 해 올 것입니다. 따끔하게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물러요. 다 비 대족장이 그리 키운 탓 아니겠습니까?”


“쥬맥은 산속에서 홀로 컸는데 누가 비 대족장이 키운 거랍니까?”


“들리는 일설에는 비 대족장이 비밀 무기로 키운 거라고 하더군요.”


“허허허! 이제는 온갖 낭설이 다 떠도는 모양이구려.”


“일은 야수르라는 참모장에게 대부분 맡겨 놓고, 자신은 무공을 높이기 위한 수련(修鍊)에만 매달린다니 참으로 큰일입니다.


관리력(管理力)도 안 되는 그런 사람이 무공만 높아지면 통제가 안 될 텐데······. 큰일 아닙니까? 어떻게든 빨리 손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축성(築城)을 하는 중요한 시기이니 좀더 두고 봅시다.”


“무슨 일이든 제가 발벗고 도와드릴 테니 예전처럼 저 좀 도와주십시오. 서로 가까운 가문이지 않습니까?”


“허허허! 뭐 그럽시다. 종족을 위한 옳은 일에는 서로 힘을 합해야지요. 암, 그렇고 말구요.”


“그럼 저는 그 말씀만 믿고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지요.”


“조심히 가시구려.”


돌아서서 가는 보 대족장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어리는 반면에, 보내는 천사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어린다.


마음속으로는 애통하다는 듯이······.


‘에구! 어리석은 보돈타야! 다 아는데 너만 스스로를 모르는구나. 아직도 권력에 눈이 멀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 하고 앞뒤 분간도 하지 못하니 참으로 큰일이로다. 에구, 불쌍한 것!’


혼잣말로 가만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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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2 7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0 6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48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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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49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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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55 6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0 7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0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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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5 6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5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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