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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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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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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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9쪽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파바바박!


그러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마 환진 속에 숨어 있다가 암습을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크흐윽!”


비명 소리와 함께 그 빙벽 속에서, 온몸이 분홍색 털로 뒤덮인 악마를 닮은 요인이 피를 뿜으며 튀어나왔다.


그리고 선인을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다가,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더니 점점 작은 먼지로 변해서 소멸해 버렸다.


······이렇게 요물들 수십 마리를 제거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어느덧 앞에 기화요초가 만발한 뜰이 나왔다.


그 뒤에는 웅장한 성채(城砦)와 여러 건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이제 겨우 환술진을 통과한 것이다.



뜰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괴상한 요수와 요인들이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았다. 아마 요계왕이 산다는 이 성을 지키는 호위(護衛)들인 모양이다.


그중에서 키가 삼십 척에 가깝고 머리에는 커다란 황금색의 뿔이 하나 돋아난 요인이, 불쑥 앞으로 나서서 거칠게 물었다.


“어디서 못 보던 선인 나부랭이가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들어왔는가?”


“그대들이 다른 요인들을 억압하고 혹사(酷使)를 시킨다는 무리들인가?”


“이곳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힘이 없으니 당하는 것이지. 너도 이곳에 들어온 이상 마음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강제로 억압한 자들을 풀어 주지 않으면 너희들의 영혼까지도 모두 소멸(消滅)시켜 버리겠다. 어찌할 것인가?”


“히히히! 이 영감탱이가 감히 우리를 소멸시키겠다네. 여봐라! 모두 달려들어 뜨거운 맛을 보여 줘라. 전원 공격!”


그 명령에 따라 사방에서 온갖 요수와 요인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태을 선인이 법술의 진언을 외우며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그러자 영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황금색 뿔을 가진 요인의 뒤에 번뜩 나타난다.


그와 동시에 신통으로 거대한 손을 만들어 요인을 움켜쥐자, 요인은 끝내 견디지 못하고 ‘펑!’ 하고 터지면서 먼지로 화해 소멸해 버렸다.


······이러기를 수십 차례.


마침내 앞을 가로막던 요수(妖獸)와 요인(妖人)은, 모두 선인의 손 아래 먼지로 화해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기화이초(奇花異草)가 만발한 뜰을 지나는데, 갑자기 화초들이 뱀으로 바뀌더니 사납게 공격해 왔다.


선인의 발을 휘감고 나아가지 못하게 하며, 붉은 입을 벌리고 긴 독니를 드러내어 물려고 덤벼드는데······.


선인이 침착하게 오른손에 수인을 맺고 진언을 외우자, 갑자기 밝은 빛의 방패막이 전신에서 터져 나왔다.


“비켜라! 이 요망한 것들!”


파바바밧!


뱀의 무리는 선인의 손짓 한 번에 모두 갈갈이 찢기며 비산(飛散)했다가, 한 줌의 먼지로 화해 사라져 버렸다.


마침내 본 건물의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모두 수많은 뼈를 붙이고 쌓아서 만든 으스스한 건물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드넓은 거실이 나오고, 인간의 욕망을 극도로 자극하는 풍경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요인족의 수많은 미남 미녀들이 반 나신으로 뒤엉켜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대부분 이십 대 전후의 젊은이들이······.


그 사이에 커다란 뱀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서, 긴 혀를 날름거리며 징그럽게 그들을 핥고 있었다.


입에서는 마치 욕망이라는 전차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흐릿한 연무 같은 것을 내뿜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흥분하여 교성을 내지르면, 절정(絶頂)에 이른 남녀를 다리부터 천천히 녹이면서 커다란 입으로 삼키는 모습이 아주 끔찍했다.


욕망에 눈이 먼 그들은 하반신이 뱀의 입에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흥에 겨워서 사지를 떨어 대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쯧쯧쯧! 아주 가관이구나.”


태을 선인이 혀를 차며 들어서는데도 뒤엉킨 남녀는 별 반응(反應)이 없었다. 그런데 큰 뱀들이 눈을 빛내며 똬리를 풀더니, 수십 마리가 선인의 앞을 막아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입에서 거세게 불을 토하며, 동시에 우르르 선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불이 몸에 이르기 전에 선인이 보법을 밟으며 잽싸게 움직이더니, 흐릿하게 사라졌다가 불쑥 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러면서 금빛 나는 오른 손바닥을 들어, 마법으로 번개처럼 뱀의 머리를 내리친다.


“금룡계인(金龍契印)!


그러자 선인의 손바닥에서 금빛 용이 빠져나오더니, 뱀의 머리를 뚫고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위아래로 금룡의 형상이 뚜렷하게 남았고······.


그러자 곧바로 그 금룡의 계인에서 앞뒤로 금빛 불길이 일었다. 그러면서 오징어 타는 듯한 냄새를 풍기며, 거칠게 속으로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크아악!”


거대한 뱀이 머리를 흔들어서 불길을 떨쳐 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들어 종국에는 머리의 위아래로 금룡 형상의 큰 구멍이 뻥 뚫리고 말았다.


그러자 뱀의 생명이 다한 듯 혀를 날름거리며, 점점 동작이 둔해진다.


“씨이이이잇!”


마치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서서히 기운을 잃고 옆으로 쓰러지더니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쿠웅!


한 마리가 쓰러지자 다른 뱀들이 주춤하더니 다시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일제히 선인을 향해서 날카로운 독니를 수리검처럼 날린다.


씨잇!


그러자 하얀 독니가 푸른 독기를 띠고, 빙글빙글 돌면서 선인을 향해 짓쳐들었다.


그런데 그때···, 선인은 하얀 방어막의 빛을 두른 채, 그 자리에서 사뿐사뿐 선무(仙舞)를 추기 시작했다.


아니 꼭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인데 손을 내저을 때마다 푸른 기운이 점점 거세게 일어나더니, 나중에는 회오리 바람처럼 주변을 휘감고 돌았다.


긴 시간 같지만 실로 눈 깜짝할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회오리가 날아드는 독니들을 휘감고 오르더니···, 양쪽으로 내젓는 손짓에 따라 다시 뱀들을 향하여 번개처럼 되쏘아졌다.


그러자 뱀들이 당황해서 피하려고 하였지만 그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 모두 자신이 뱉어 낸 독니에 머리를 맞더니, 머리에 구멍이 뻥뻥 뚫리면서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이놈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그럼 이것도 받아 보아라.”


뱀들이 모두 사라지자 이번엔 선인이 두 손을 앞으로 내저으며 법술로 공격했다.


“천지영기로 삿된 욕념을 멸하노니 욕망이여 사라져라. 욕념살!”


진언과 함께 빛살처럼 영기가 퍼지며 영역을 이루자, 그와 동시에 뒤엉켜 있던 남녀 요인들이 머리를 흔들며 모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들의 모습을 살펴보더니, 너무 황당(荒唐)하고 창피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사방에 내팽개친 옷가지를 주워서 부끄러운 곳을 감추고,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을 간다.


"쯧쯧쯧! 그래도 부끄러운 줄은 아는 모양이군."


선인이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아마 요물의 섭혼술에 걸려서 자신들도 모르게 그런 욕망을 표출했으리라.


그러자 순식간에 드넓은 거실이 텅 비어 버렸다. 그때 이 층으로 오르는 넓은 계단을 밟으며 누군가 내려서는데, 머리가 세 개요 손이 여섯이라!


바로 흉측하게 생긴 삼두육비(三頭六臂)의 괴인이었다.


“하하하! 흑흑흑! 흐으음!”


머리마다 각기 다른 색의 뿔이 하나씩 솟아 있는데, 한 얼굴은 웃고 있고 한 얼굴은 울고 있으며, 또 한 얼굴은 욕망에 젖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욕망에 젖은 얼굴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두 팔에 안고 있는 요인(妖人)족 여자를 바라보며 전신을 훑고 있었고······.


그때 그 괴인의 좌우로 작은 분홍색 뿔이 한두 개씩 머리에 돋아난, 수십 명의 젊은 요인족 여자들이 나타났다.


속옷에 안이 훤히 비치는 얇은 분홍빛 망사 옷을 걸친 채 사뿐사뿐 걷는데, 그 자태만으로도 능히 욕망에 부채질을 하는 듯했다.


여인들은 모두 삼두육비의 괴인을 따라오고 있었는데, 그 눈빛들이 남자를 홀리는 요사스러운 기운을 품고 있었다.


마침내 선인의 근처에 다다른 삼두육비의 괴인(怪人). 그가 세 얼굴 중에 욕망에 젖은 얼굴을 내밀며,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선인을 향해 꾸짖듯 물었다.


“어떤 놈이 감히 본 요계왕의 흥을 깨느냐? 바로 네놈이렸다!”


“그래, 그대가 이 성의 주인인가?”


“보아하니 선인 나부랭이 같은데, 네놈이 여기는 어찌 들어왔느냐?”


“어찌 들어오긴? 많은 사람을 욕망(欲望)의 노예로 만들고, 요인들을 혹사시키는 너를 멸하러 왔지.”


“뭐라? 나를 멸해? 건방진, 그럼 네놈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볼까?”


그러면서 비웃는 얼굴로 안고 있던 요녀를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요녀들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모두 한꺼번에 덤벼서 저 녀석을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려라!”


그러자 요녀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히며 극진하게 요계왕의 명령을 받든다.


“왕명을 따르겠나이다.”


그와 동시에 모두 선인을 향해 돌아섰다.


“모두 저 녀석을 쳐라!”


우두머리로 보이는 요녀의 지시에 나머지가 우르르 계단을 달려 내려오더니 선인을 빙 둘러쌌다.


그녀들의 뱀 같은 분홍빛 눈동자에는, 모두 욕념이 잔뜩 어려 있었다. 요상스러운 자태로 주위를 돌며 눈 둘 곳을 모르게 현혹시키더니, 곧바로 공격을 시작한다.


“쳐라!”


그 소리와 함께 입고 있던 망사 옷을 훌훌 벗어서 휘두르는데···,


거기에 강기가 주입되어 뻣뻣한 칼처럼 변하니, 그 강하기가 도검과 마찬가지였다.


핑! 피피핑! 피핑!


주변을 둘러싼 요녀들의 망사 옷에서 강기들이 튀어나와, 선인을 향해 파도처럼 몰려드는데······.


그것을 침착하게 바라보던 선인이, 이번엔 온몸에 하얀 방어막을 두르고 다시 한 번 진언을 외우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 방어막 위로 푸른 막이 하나가 더 생기면서, 이중의 호신막을 형성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마도식을 마치며, 오른손으로 왼손 팔뚝에서 긴 채찍 형태로 된 진기(眞氣)의 끈을 끌어낸다.


붉게 불타오르는 긴 진기의 끈은 그 길이가 이 장에 가까운데, 매우 익히기 어려운 십일성 마법의 비기(秘技)였다.


긴 밧줄 같은 끈을 타고 불타듯 번지는 영기의 빛에 너무도 눈이 부시다.


그러자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며, 손짓까지 하는 괴인!


“아니, 저 녀석이 어떻게 그 어려운 단혼사(斷魂絲)를 제련했단 말인가?”


결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그때는 이미 요녀들이 망사를 휘두르며 선인의 주위로 접근하여, 파상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 강기들이 푸른 호신막에 부딪쳐 튕겨 나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선인이, 마침내 단혼사를 사방으로 힘껏 휘두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단혼사가 악마의 입김처럼 붉은 불길을 내뿜으며, 눈부신 빛살같이 요녀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팟! 파바바바밧!


그 채찍에 부딪친 요녀들은 닿는 곳이 모두 잘려 나가며 먼지로 화해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터져 나오는 참혹한 비명들!


“으아아아악!”


“아으윽!”


사방이 요녀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그들은 바닥을 뒹굴다가 다시 선인의 채찍에 맞아서 먼지로 화해 사라져 갔다.


그래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요녀들!


그들이 이번엔 입에서 무언가를 내쏘는데, 마치 개구리처럼 끈적하고 긴 혀였다.


그 혀가 점점 가늘어지고, 서로 그물망처럼 얽히면서 그 안에 선인을 가두었다.


그리고 머리에 솟아난 뿔에서는 분홍색 뇌전이 번쩍거리더니, 선인을 향하여 번쩍하고 번개가 내리친다.


쿠르릉~~~


꽈앙!


그 번개에 선인의 푸른 호신막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는데······.


요녀들이 이때다 싶은지 일제히 망사 옷을 버리고, 왼팔에서 긴 검 형태의 강기(罡氣)를 뽑아냈다.


그리고 혀를 순식간에 감추더니, 선인을 향하여 우르르 날아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힘껏 찔러 넣는 강기검(罡氣劍)!!


그러자 생명에 위협을 느낀 선인이 채찍으로 바닥을 치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단혼사 채찍을 휘둘러, 몸 주변에 검막처럼 편막(鞭幕)을 쳤다. 그러자 요녀들의 강기검이 모두 그 편막에 맞고 튕겨 나간다.


퉁! 투두두두둥!


곧이어 반격을 가하는 선인!


이번엔 단혼사가 배로 늘어나며 붉은 불길이 푸른 불길로 바뀌더니, 요녀들을 향해서 사방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러자 삼두육비의 괴인이 그것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서, 수하들에게 황급히 소리친다.


“위험하다! 모두 피해!”


그러나 이미 단혼사가 주변을 수십 번 휘돈 뒤였다. 요녀들은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더니, 비명 소리 한 번 내지르지 못하고 먼지가 되어 허공(虛空)으로 사라져 버렸다. 물론 중간에 합류한 우두머리 요녀까지도!


푸스스스~


“아니, 저놈이 어떻게 단혼사를 십이성까지 대성했단 말인가?”


괴인은 믿기지 않는지 고개를 흔들더니,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선인의 앞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조금 겁을 먹은 듯한 굳은 얼굴로, 몸짓을 과장하며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살려서 보내 주겠다. 그러니 그만 돌아가라!”


그러자 싸늘하게 쏘아붙이는 선인.


“널 죽이기 위해서 네 부하들을 모두 죽였는데, 이제 와서 나를 살려서 보내 주겠다? 벌써 겁을 먹은 것인가?”


“나 요계왕에게 겁 따위는 없다. 정말 비참하게 죽고 싶은가?”


“하하하하! 말로만 하지 말고 자신이 있으면 어서 덤벼라!”


선인이 말을 마치고 다시 전신에 흰 방어막과 푸른 호신막을 두르며 단혼사를 손에 감아 쥐었다.


그러자 삼두육비의 괴인이 마치 두꺼비처럼 계단 위에서 펄쩍 뛰더니, 여섯 개의 손에 각각 다른 병장기를 빼 들고 태을 선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무기마다 검강(劍罡)이나 도강(刀罡), 창강(槍罡)이 맺혀 있는데, 그 날카로움이 살을 에는 듯하다.


동시에 두세 개의 팔이 공격을 해 오고, 빈틈이 생기면 머리에 있는 뿔이 각기 다른 색의 뇌전을 뿜어서 공격을 가했다. 그러다 보니 각 공격 간에 빈틈이 없었다.


“이놈! 어디 죽어 봐라!”


쉭! 쉬쉬쉬식! 쉬식!


번쩍! 파바밧 파밧! 꽈앙!


태을 선인이 한 치도 방심하지 않고 단혼사를 휘두르며 막는데···, 괴인의 실력(實力)도 보통이 아니었다.


쥬맥은 직접 싸움에 뛰어들 수가 없으니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저 마음속으로 태을 선인이 이기기만을 빌 뿐이다!


태을 선인은 밖에서부터 많은 싸움을 하며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이미 많은 법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반면에 괴인은 부하들을 내세우다가 자신은 처음 싸우는 것이니, 아직은 요기가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아니, 남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충만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쉽게 결판이 나지 않자 괴인이 당황할 때, 태을 선인이 뒤로 몇 걸음을 천천히 후퇴하면서 몸을 한 바퀴 빙글 돌렸다.


그러자 몸으로부터 마력의 실들이 수만 가닥이나 풀려나오며, 주변에 그물망을 치더니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삼두육비의 괴인이 그 모습을 보고 뜻밖이라는 듯이 또 깜짝 놀랐다.


“으으~ 마법의 진수를 깨우친 자만이 가능하다는 영천망(靈天網)을 치다니!”


그러면서 황급히 튀어 나가려고 하는데, 이미 촘촘한 망에 갇혀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자 재주를 한 번 넘더니, 분홍빛이 나는 거대한 늑대로 변신(變身)을 했다.


그리고 예기가 감도는 늑대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정없이 영천망을 내리그었다.


삭! 사사사삭!


그러나 영천망이라는 마력의 그물로 이미 괴인이 끌어다 쓰는 힘의 원천인 요기를 차단한 상태였다. 그러니 요기가 부족한 상태로는 그물망을 자를 수가 없는 상황!


그러자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늑대가 허공을 바라보며 길게 울부짖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구원을 요청하듯이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


그와 동시에 온몸의 털이 뻣뻣하게 일어서더니, 강침처럼 일제히 발사되어 선인과 영천망을 동시에 공격했다.


그러나 태을 선인은 침착했다. 온몸에 두른 호신막으로 공격을 막고, 단혼사를 번개처럼 휘둘러서 늑대의 머리를 내리친다.


파앗!


그러자 요기가 딸린 늑대는 결국 머리에 그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퍼버버벅!


“캐앵!”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풀썩 쓰러지더니, 점점 몸이 삼두육비의 괴물로 변했다. 그런데 다시 변화가 일어나더니, 이번에는 뽀얗고 살이 투실투실하게 오른 커다란 굼벵이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변한 게 아니라 이제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원래는 커다란 굼벵이였다는 것!


“허허허, 이거 뭐야?”


태을 선인이 허탈하게 웃으며 그 모습을 보더니, 발로 툭툭 굼벵이를 차면서 너무도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수만 년 묵은 요령(妖靈)이 강한 요기(妖氣)를 흡수하여, 굼벵이 요수(妖獸)로 화한 것이군. 세상에 굼벵이가 요계왕(妖界王)을 자처하다니, 허 참!”


다시 단혼사를 휘감아 굼벵이 요수를 사납게 내리치자, 전신이 난도질 되어 끊어지면서 먼지로 화해 사라졌다.


분홍빛 찬란한 요령단(妖靈丹)마저 산산이 부서져서,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흩날렸고······.


굼벵이와 싸우느라 법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선인의 얼굴빛이 창백했다. 얼른 주변을 살피더니 더 이상 위험한 요소가 없자, 그 자리에 바로 좌정하고 앉아서 한참을 운기했다.


다행히 다른 적이 나타나지 않아서 운기를 무사히 마치자, 그제서야 영체의 얼굴빛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기력이 전만 못한지 낮은 목소리로 희미하게 떠 있는 쥬맥의 의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법력을 많이 소진하여 이만 돌아가야겠다. 기회가 있으면 다시 오자구나.”


그러면서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 문을 열어 성을 나서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오니 기화이초가 피어 있던 뜰은 황량한 땅으로 변하였고, 해골과 백골로 쌓아 올린 높다란 성벽은 가루로 변하여 와르르 무너졌다.


어느 틈에 왔는지 밖에는 경작을 하던 수많은 요인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들은 철벽같던 성이 무너지고, 그 안에서 태을 선인이 걸어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와~ 만세! 요계왕이 죽었다!”


“선인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껏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안으로 달려가더니, 분풀이를 하려는 것처럼 아직 남아 있는 건물의 잔재들을 무너뜨리고 부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려 처음에 들어왔던 대로를 따라서 밖으로 나오니, 입문(入門)했던 거대한 문이 다시 나타났다.


선인이 무사히 수행을 마치고 나오는 것을 확인한 천장이 얼굴에 웃음을 띠고 다가왔다.


얼굴을 보니 입문할 때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 바로 그 천장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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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271화. 세월을 잊은 도깨비들 22.10.04 1,055 6 20쪽
270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2 6 18쪽
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49 6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1 7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5 6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5 7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0 6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5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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