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7,358
추천수 :
7,052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9.09 10:10
조회
1,266
추천
8
글자
19쪽

143화. 살모야차(殺母夜叉)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령대의 기마대가 제복을 입고 행진을 하면, 그 뒤에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재주를 부리면서 뒤따르며 흥을 돋우었다.


한곳에서는 부족별로 노래나 춤, 재주부리기 등 여러 가지 놀이를 한다. 그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어떤 사람들은 커다란 용이나 사자, 호랑이 등의 인형을 만들고, 그 안에 여러 사람이 들어가서 마치 살아 있는 동물처럼 멋지게 움직인다.


그들이 중심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줄줄이 따라가며 눈을 뗄 줄 몰랐다.


천인족의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멋진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


그러자 현밀룬도 데리고 온 부하들과 함께 축제를 구경하는데, 갑자기 어디에서 커다란 굉음(轟音)이 들려왔다.


팡!


팡! 파바방 팡!


화들짝 놀라서 하늘을 쳐다보니, 비거 수십 대가 떼 지어 날아간다. 그러면서 꼬리 부분에서 색색의 신호탄을 터뜨려, 오색의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러자 하늘이 금방 무지개처럼 색색으로 물든다. 그 모습에 함께한 일행들은 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딴 세상 같은 행사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아마 돌아가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요지경(瑤池鏡) 같은 세상을 보고 왔음을 두고두고 자랑할 것이 뻔하다.


이렇게 모두 축제를 구경하고 또 준비하는 사람들은 정신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사흘간의 축제(祝祭)도 마침내 막을 내리고······.


모든 부족민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 들뜬 축제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아서, 어디를 가나 모여서 축제와 환시성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러는 가운데 소인족의 사절단으로 온 현밀룬도 돌아갈 날이 다가왔다.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은데······.”


그렇다고 남의 나라에 무작정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낮에 한울께 작별의 인사를 드리고 밤에는 천사장과 작별 인사 겸 만찬이 있어서, 데려온 부하들 중에 상급자들 다섯과 함께 만찬에 참석하였다.


넓은 대전의 둘레에는 많은 음식들이 차려지고 천인족의 술과 소인족이 가져온 포도주가 즐비하게 놓였다.


각자 자신의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가져다 먹으며, 서로 술을 권하고 담소를 나눈다. 대족장들은 통역과 함께 참석하여 소인족과도 어울렸다.


몇 군데 서서 얘기하는 곳에는, 바닥에 계단식으로 나무틀을 놓았다. 그것은 소인족이 밟고 올라가서, 천인족과 같은 눈높이로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配慮)인 것!


위에서 누군가 자신을 굽어보며 얘기하면. 누구나 업신여긴다고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천인족은 포도주를 맛보며 즐거워하였고, 소인족은 천인족의 독한 술을 마시며 그 화끈한 맛에 감탄하였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자리가 있었다. 바로 천사장과 현밀룬이 술잔을 들고, 탁자에 앉아서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곳!


그들도 이제 제법 친밀해져서, 서로 부드럽게 대화가 오간다.


[먼 길을 오셔서 이렇게 축제에 참석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감사를 드려야지요.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혹시 도와드릴 것이 있으면 말씀을 하시지요.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그러면 염치 불구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월광등을 몇 개 주실 수 없으신지요? 제작법은 비법이니 안 되더라도, 등이라도 몇 개 얻어 가서 우리도 연구를 좀 하고 싶습니다만.”


[그렇지 않아도 월광등은 선물로 이십여 개를 포장해 두었으니, 다른 것을 생각해 보시지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송수관과 하수관을 어떻게 만든 것인지, 그리고 흙벽돌과 초식 동물의 대변으로 땔감을 만드는 것을 좀 배울 수 없을까요?


너무 여러 가지를 부탁드려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우리 종족에게도 너무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라 염치 불구하고 말씀드립니다.”


[아닙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천사장이, 주변에 음식도 나르고 빈 그릇들을 치우는 여자를 한 명 불러서 말을 전하게 했다.


“가서 쥬맥 부족장을 좀 불러오라고 문밖에 있는 경비 무사에게 전하여라.”


그러자 여자가 부지런히 가서 경계를 서고 있는 무사에게 전하니, 한 식경 뒤에야 쥬맥이 당도하였다.


“어서 오게. 여기는 소인족에서 오신 신장 현밀룬이신데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하시니 알려 드리게.”


“예, 잘 알겠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때부터 현밀룬의 질문이 줄을 이었다.


쥬맥이 잘못하여 말하지 말아야 할 정보까지 얘기를 할 수 있으니, 천사장이 직접 선어로 통역을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천 년 이상을 살아온 노래기를 수천 마리나 잡아서, 그 단단한 껍질을 송수관과 하수관으로 사용했다는 얘기에, 현밀룬뿐만이 아니라 천사장까지도 깜짝 놀랐다. 모두 처음 듣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땔감과 흙벽돌은 찍는 틀과 현물(現物)까지 몇 개씩 선물로 넘겨주고, 만드는 방법까지도 자세히 알려 주었다. 그러자 참석한 소인족 모두가, 그곳에 모여들어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배웠다.


설명이 모두 끝나자 현밀룬은 쥬맥과 악수를 나누며, 정말 고맙고 기회가 되면 소인족에 꼭 한 번 방문해 달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포석인지 데리고 온 부하들을 모두 하나하나 소개시킨다.


그러면서 다음에 혹시 쥬맥을 만나면 꼭 인사를 드리고, 극진하게 모시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현밀룬에게서는 한 종족의 현자(賢者)다운 현명함이 묻어났다.


양족 간의 우의를 다지는 만찬은 이렇게 삼경 초(11시)까지 이어졌다.


만찬(晩餐)을 끝내고 돌아서는 현밀룬의 눈은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은 많고 마음은 급한데, 무엇부터 해야 하나? 우선 사람이 먼저겠지? 위아래를 설득시키는 것부터······.’



다음 날 아침.


환시성 입구까지 천사장과 안다 선인의 배웅을 받으며 귀환 길에 오른 현밀룬의 마음은 급했다.


어서 빨리 가서 부족들에게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을 설명하고 싶어서, 안달을 하며 급하게 발길을 재촉하는데······.


이렇게 소인족도 천인족으로부터 여러 가지 새로운 문물을 배우며, 문명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물론 앞으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 * * * *


한편, 여기는 비월족들의 남쪽 본거지 비샤 인근.


갑자기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이 점점 어둠에 물들고 검게 변해 간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리는 개기월식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숲속에서 은비월 중에 순결한 처녀들로 이루어진 비월들 수천 명이, 우르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들은 무사히 월식이 끝나기를 빌면서, 하늘에서 서로 손잡고 달처럼 둥글게 원을 그리며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하나의 달이 뜬 것 같은 모습!


그 아름다운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땅 위에서는 여기저기에 수많은 모닥불을 피우고, 빨리 어둠이 지나가기를 기원하는데······.


야차족 방향에서 거대한 검은 새 같은 괴물이 한 마리 천천히 다가왔다.


“끄르르르르!”


음산한 목소리를 흘리는데···, 그 크기가 비월들의 몇 배나 되어 보인다.


한쪽 날개 길이가 열일곱 자가 넘고, 몸통 길이도 열일곱 자 정도.


괴물은 악마 같은 긴 꼬리를 가졌고, 전신은 윤기 나는 검은 털이 짧게 자라 있었다. 그런데 얼굴은 야차족(夜叉族)보다도 더욱 악마처럼 보인다.


바로 야차족의 비승야차(飛昇夜叉)였다. 미라챠가 대모가 되어 키우고 있는, 살모야차(殺母夜叉)로도 불리는 그 괴물 말이다.


그가 어둠을 타고 하늘에서 지금 군무를 추고 있는 은비월 속으로 슬며시 스며들었다. 그러더니 잠시 뒤에 가차없이 비월들을 죽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순식간에 수십의 은비월 처녀들이 피를 흘리며 떨어져 내렸다.


달이 드러나 사방을 비추기 시작할 때는, 이미 백여 명의 은비월(銀飛月) 처녀들이 수난을 당한 뒤였다.


뿐만 아니라 두 명을 납치하여 멀리 우르산맥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수백 명의 비월들이 무기를 들고 뒤를 쫓았지만, 날아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모두 발을 구르며 분개(憤慨)했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저것은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비승야차가 아닌가?”


이로써 비월족은 야차족에 비승야차가 태어난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열다섯 살이 되어 몸이 성체에 가까우니, 제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앞으로도 많은 수난이 예고되므로 비월족은 여러모로 궁리했다. 그래서 결국은 비승야차를 은밀히 제거하기 위한, ‘비살대(飛殺隊)’ 라는 특공대를 조직하게 되었다.


그들은 즉시 행동에 옮겨 비샤에서 오천 명의 비살대가 날아올라, 야아란으로 비승야차를 찾아 떠났다.


수십 명씩 조를 나누어 우르산맥 서쪽을 통해 야차족 영역으로 들어간 비살대.


그들은 모두가 잠든 새벽 무렵에, 야아란 인근에 있는 비얼산에 비밀 거점을 만들고 작전에 들어갔다.


한 번이라도 비승야차가 날아오르면, 그 본거지를 파악하여 일거에 들이쳐야 한다. 그 모든 준비를 갖추고 오천의 비살대가 면밀히 탐색(探索)을 시작했다.



미라챠는 지난 개기월식 때 양아들인 수라챠가, 비월족의 여자 둘을 잡아와서 희롱하며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나중에는 죽여서 먹이처럼 뜯어먹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니 마치 악마를 보는 것처럼 끔찍했다.


그러나 원래 본성이 포악하니, 자신이 나서서 어떻게 말릴 수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 이번 사건으로 비월족이 찾아와서 복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양아들인 수라챠를 나가지 못하게 하고, 인근에 무장한 야차족 전사 이만을 배치했다.


물론 자신도 항상 곁에 머물렀고······.


몇 년만 지나면 야차족의 왕이 될 사람을 지키는 것이 바로 자신의 책무다.


그렇게 자중하기를 며칠.


그러나 수라챠는 답답함을 참지 못했다. 결국 달이 없는 밤에, 다시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그 모습이 하늘과 땅을 경계로 희미한 지평선에 노출되었다. 비얼산에 잠복(潛伏)한 비살대가 그것을 놓칠 리가 있겠는가?


그들이 모두 무장을 하고, 일제히 날아올라 그 뒤를 쫓는데······.


어둠을 등지고 점점 수라챠에게 접근할 때, 날아가다가 방향을 틀던 수라챠가 그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뒤에 수많은 비월들이 쫓아오고 있음을!


그러나 흉포(凶暴)한 성질의 그는, 도망을 가기보다 공격을 택했다. 결정을 내리자 크게 원을 그리며 더 높이 날아오른 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으며 비살대를 공격하는 수라챠!


그러자 워낙 빠르고 덩치가 커서, 순식간에 수십 명의 비월이 비명을 내지르며 추락한다. 그래도 어떻게 혼자서, 무장한 오천 명의 비월들을 당하겠는가?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으니, 마침내 주거지로 잽싸게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번개처럼 날아가서 거대한 석조 건물 속으로 숨어들자, 비살대가 일제히 그 건물을 포위하고 숨통을 조인다.


수라챠는 안으로 황급히 뛰어들며, 급히 미라챠를 찾더니 사정을 알렸다.


“대모님! 큰일 났어요. 비월족이 여기까지 쫓아왔어요. 나 어떡해요?”


그 말에 미라챠는 곧 사정을 알아차렸다. 지금부터는 자신의 몫이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너는 전에 알려 준 대로 비밀 동굴 속에 숨어서 문을 잠궈라.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알았지? 어서 들어가.”


“알았어요. 몸조심하세요.”


말을 마친 수라챠가 안으로 급히 사라지자 미라챠가 뿔고동을 불었다.


뿌우우~ 뿌우우~ 뿌우우~


그러자 근처에서 대기하던 야차족 전사들 이만 명이 벌떼처럼 몰려온다. 그들이 다 몰려오기 전에 비승야차를 죽여야 한다. 비살대는 마음이 급했다.


“1대에서 4대까지는 적을 막고, 5대는 빨리 비승야차를 찾아라!”


비살대는 몰려드는 야챠족 전사들과 전투를 벌이며, 몇백 명은 건물을 에워쌌다. 나머지는 비승야차를 잡으려고 안으로 뛰어드는데, 미라챠가 입구를 가로막고 진입을 차단한다.


“이놈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통로처럼 길다란 입구에서 길고 날카로운 협봉검(狹鋒劍)을 휘두르며 막고 있으니, 누구도 무력으로는 미라챠를 당하지 못했다.


미라챠가 누구인가? 토납술로 몸을 단련해 온 지 어느덧 수십 년!


더구나 이미 임독 양맥이 타통되어서 대주천을 이룬 미라챠다. 이런 전투의 고수를 이곳에 온 비월족에 누가 있어 상대할 수 있겠는가?


공격할 때마다 번번이 비월족의 목이 잘리거나 사지가 잘려 나간다. 이렇게 비살대가 계속 싸워도 진입이 어렵자, 대장이 다른 수단을 강구(講究)했다.


“집 주위를 돌며 창이나 지붕을 찾아서 부수고 내부로 진입하라!”


“빨리 비승야차를 찾아라!”


틈새를 찾아서 이곳저곳을 부수고, 마침내 비월족이 집 안까지 진입했다. 그러나 열심히 수라챠를 찾았으나, 어디로 숨었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조장 한 명이 나서서 외쳤다.


“찾을 수 없으면 집에 불을 질러라!”


“불을 질러라!”


전달과 복창하는 고함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고, 마침내 집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러면서 매캐한 연기가 시야를 가리며, 주변까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고······.


‘불을 질렀으니 이놈이 빠져나오겠지.’


비살대는 불을 지른 뒤 집을 빠져나가, 비승야차가 뛰쳐나오면 죽이려고 집을 포위한 채 계속 야차족 전사들과 전투를 벌였다.


비승야차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불에는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견디지 못하고 하늘로 날아오르면 더욱 좋고 말이다.


똑같이 뼈와 살로 이루어진 육신인데 어떻게 거센 불길에 견디겠는가?


비록 미라챠가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쉽지 않았다. 비살대도 모두 장기간 토납술을 배운 전사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투에 특화된 특공대라서, 야차족 전사들만으로는 제압이 어려웠다.


불길은 점점 거세지고 비월족의 저항도 만만치 않으니, 걱정이 많아지는 미라챠!


더구나 비월족은 양날개의 끝에도 날카로운 무기들이 달려 있어서, 두 손으로 싸우다가 불시에 날개로 치면 당하기 쉬웠다.


수가 적은 비월족의 비살대도 쓰러지고 있었지만, 그 세 배 이상의 야차족 전사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이제 집에 불이 퍼져서 온통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거칠게 타오르는데······.


그런데도 비승야차는 어디로 꼭꼭 숨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멀리서 야차족 전사들 수만이 비호처럼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개미 군단처럼 새까맣게!


그들에게는 곧 왕이 될 사람이 공격을 받고 있으니, 야아란 근처에 배치된 모든 전사들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또 대전사(大戰士)가 된 미라챠의 명성이 한몫하고 있었다.


석조의 내부에 덧붙인 목재와 각종 가구 등 건물 내부의 모든 게 불탔는데도, 비승야차는 타서 죽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대군까지 몰려오자 비살대는 어쩔 수 없이 철수를 결정했다.


부하들을 무작정 희생시킬 수는 없는 일. 표적이 혹시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번에 오천 명의 비살대 대장으로 온 사신월(司晨月)이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철수한다. 후퇴하라!”


삘릴리~ 삘릴리~ 삘릴리~


“후퇴!”


그러자 뿔피리 소리에 비월들이 앞으로 치고 달려나가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미라챠가 그 모습을 보고 명령했다.


“적이 도망간다! 모두 활을 쏘아라. 활로 공격하라!”


뿌우뿌우~ 뿌우뿌우~


“활을 쏘아라!”


활을 가진 전사들이 우르르 활로 공격을 하는데···, 이미 비월들은 상당히 멀어져서 한 명도 잡지 못했다.


이번엔 불타는 집을 보고 발을 동동 구르며 명령(命令)을 내리는 미라챠!


“빨리 불을 꺼라! 저 안에 비승야차가 계신다! 빨리 빨리······.”


“불을 꺼라!”


큰 소리로 명령이 전달되고 모두 우르르 달려들어 불을 끄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물을 가져오고, 갈고리 같은 것으로 불길을 헤집어 해체를 하면서 불을 다 껐는데도 비승야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라챠가 여기저기 바닥을 헤집더니, 한쪽 구석에 넓은 돌판이 닫힌 곳을 두드리며 외쳤다.


“수라챠! 나야 대모. 어서 문 열어!”


그런데도 죽었는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안 되겠다. 모두 이 문을 부숴라!”


그러자 여러 명이 망치나 정 등을 가져다가 틈새에 박아 넣고 문을 부순다.


마침내 문이 부숴지고 내부가 드러났는데, 연기가 찬 석실 바닥에 덩치가 큰 수라챠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미라챠가 주위 전사들에게 독촉했다.


“빨리 비승야차를 밖으로 모셔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하고, 응급조치를 실시하라! 반드시 살려야 한다,”


그러자 전사들 십여 명이 달라붙어서 사지를 들고 밖으로 들어내더니 가슴을 누르는 등 응급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전사들이 고개를 흔들고 내려오는데, 미라챠가 상체를 일으켜 앉히더니 다른 무사들에게 쓰러지지 않게 옆에서 붙들게 했다.


그리고 명문혈(命門穴)에 두 손바닥을 대고 진기를 주입한 뒤, 손바닥으로 등짝을 강하게 내리쳤다.


퍽!


그러자 수라챠가 꿈틀하더니······.


“휴우~~”


하고 긴 한숨과 함께 숨을 쉬기 시작했다. 급히 찬물을 가져오게 하여 얼굴을 닦아 주고 입을 억지로 벌려서 몇 모금을 먹이자, 그제야 눈을 뜨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얼마나 기쁜지 미라챠가 달려들어서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놈아! 왜 이렇게 놀라게 하느냐? 나는 네가 꼭 죽은 줄 알았다.”


대모의 눈물을 보자 흉악한 수라챠도 마음은 있는지 미라챠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질금질금 흘렸다.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해요 대모님!”


그 모습을 주변에서 지켜보던 야차족 전사들이 모두 넙죽 엎드렸다.


“비승야차께서 무사하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 야차족의 홍복입니다.”


모두 감격하여 큰절을 올린다.


이번에 비승야차를 죽이려는 비월족의 습격으로 야차족 전사 팔천여 명이 죽고, 비월족은 비살대 이천오백여 명이 죽었다.


결국 비승야차는 죽이지도 못하고, 엉뚱한 사람만 여럿을 잡은 셈이 된 것!

143화 비월족 비살대 이동로 지도.png

143화. 비월족 비살대의 이동로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60월 30일 오전 10시 유료 전환(291화~300화) 참조 23.06.29 89 0 -
공지 유료분 291화~300화 무료 전환(5/17~6/30 10:00) 23.05.12 137 0 -
공지 [완결 공지] 본 작품은 300화로 완결되었습니다 22.10.27 757 0 -
290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22.10.17 1,098 8 19쪽
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2 7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0 6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48 7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0 7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1 6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2 6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5 6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5 7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49 6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3 6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7 6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49 7 19쪽
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55 6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0 7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0 6 18쪽
274 274화. 둘만의 시간 22.10.05 1,062 7 18쪽
273 273화. 아내를 위하여 22.10.05 1,081 7 19쪽
272 272화.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법 22.10.04 1,058 6 19쪽
271 271화. 세월을 잊은 도깨비들 22.10.04 1,055 6 20쪽
270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2 6 18쪽
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49 6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1 7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5 6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5 7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0 6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5 7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