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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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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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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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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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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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48화. 동귀어진(同歸於盡)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덩치가 작은 반인족이 거인과 동귀어진을 하기 위해서는 폭뢰를 사용해야 했다. 도검으로는 불가능하니 말이다.


그래서 가장 첫 번째로 폭뢰를 취급하는 방법과 적절한 시간에 터뜨리는 방법을 교육받았다.


두 번째로 거인들의 어느 부위를 붙들고 자폭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등등.


그리고 그를 위한 기본적인 체력 훈련과 조직적인 전투 방법들을 짧은 시간 내에 모두 가르쳤다.


이렇게 반인족이 거인족의 만행에 분노하여 자살 특공대를 조직하고 교육시킬 때, 거인족도 여러 가지 문제로 긴급하게 천인대장 이상을 모아서 대책 회의를 하고 있었다.


1만 명씩의 전사를 맡은 조장격인 두 만인대장 치타오와 산드레. 그 둘이 천인대장들을 줄지어 앉혀 놓고 그 앞의 큰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설인족 출신의 조장 치타오가 수하들을 내려다보며 먼저 말을 꺼낸다.


“지금 우리 영토에는 거대한 태풍이 불어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되었다고 하오. 이제 식량과 보급품도 끊길 상황이니 함께 대책을 논의해 봅시다.”


그러자 돌목족 출신의 조장 산드레가 나서서 다른 문제들까지 제기했다.


“식량과 보급품만이 아니라 전사들의 충원도 끊길 것이오. 이제 우리는 적지에서 자생을 하여야 한단 말이외다.”


그러자 천인대장 한 명이 손을 들고 일어서더니 눈치를 보며 말한다.


“그러면 식량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전사들은 무엇을 먹고 싸웁니까? 이러다가 우리 스스로 자멸하는 것은 아닙니까?”


자멸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치타오가 벌컥 성을 내면서 사납게 소리쳤다.


“뭐야?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자멸이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적의 것을 빼앗아 먹어야지. 저 앞에 있는 적 20만 대군이 보이지도 않는가?”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천인대장이 벌떡 일어서더니, 문제가 있다는 듯이 나름대로 조리 있게 따졌다.


“적들이 먹는 식량과 우리가 먹는 식량은 차이가 있습니다. 반인족은 곡류와 채소가 많지만 우리는 육류가 많습니다. 그리고 많이 먹고요.

저들의 것을 빼앗아도 우리의 식량 조달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될 것 같네요. 차라리 일부를 주변으로 보내서 들짐승을 사냥하시지요.”


그러자 산드레가 고개를 흔들고 나서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듯이 쏘아붙인다.


“사냥이라니? 전투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사냥이 말이 되는가? 반인족도 반은 짐승이나 마찬가지이니 그냥 적들을 잡아먹든지.”


그러자 모두 놀란 표정을 짓는 가운데···, 한 천인대장이 나서서 반발을 하듯이 거칠게 말했다.


“그건 천인공노할 일입니다. 이번에 일반 부족민을 무참히 학살하는 것을 두고도 전사들 간에 말이 많습니다.

우리 거인들은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모두 부모 형제를 소중히 여기는 종족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적이라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하는 반발과, 그 죄로 태풍이 불었다는 소문이 은밀히 나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입니다.”


그러자 치타오가 또 발끈해서 이번에는 삿대질까지 해 가며 소리친다.


“네 이놈! 죽고 싶더냐? 부족민을 학살해서 태풍이 불었다는 헛소문은 혹시 네놈이 퍼뜨린 것 아니더냐?”


그러자 발언을 했던 천인대장이 황당하다는 듯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그런 소문을 들었다는 것뿐입니다.”


“이상한 말로 군기를 흐리는 놈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목을 쳐서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본보기를 보일 것이오. 그러니 모두 주의하시오”


험악한 얼굴과 서슬 퍼런 협박 같은 말에 모두 얼굴 표정이 굳었다.


결국 거인족의 회의는 식량 문제에 대해서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결국 내일부터 대전(對戰) 중인 반인족과 전투를 벌여서, 일단 그들의 식량이라도 빼앗아 군량으로 삼는다는 기본적인 내용만 협의한 뒤 끝나고 말았는데······.


실제로 전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협의가 없었다.


그것은 그동안 반인족과의 전쟁에서 일반 부족민 지역을 공략하면서, 큰 저지를 받지 않고 무인지경(無人之境)으로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일 전투도 지금까지처럼 의당 그럴 것이라는 안이한 사고가 그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일 게다.


이렇게 서로 전투를 준비하면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거인족과 반인족 정예들 간의 혈투를 향해서······.


#


밝아 오는 아침.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으니 부족민들의 주거지를 헐어서 진지를 구축한 거인족과 반인족 전사들 간에 피 튀기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두 진지 사이에는 아직도 집들이 많이 남아 있었으나, 서로 치고받는 공방 속에서 집들은 더 이상 보금자리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가슴 속에는 오직 복수심과 살심(殺心)만을 가득 품은 채 서로를 향해 도검을 겨누었다.


“반인족을 무찔러라! 전진하라!”


쿠앙쿠앙~ 쿠앙쿠앙~


“전진하라! 반인족을 죽여라!”


“위대한 거인들의 혼을 보여 주자!”


거인족이 징을 울리며 전쟁용 중장비들을 앞세우고 진군을 시작했는데······.


그나마 남아 있던 집들이 거대한 거차와 낭아거 등에 힘없이 부서져서 해일이 쓸고 간 폐허처럼 바닥에 깔렸다.


거인족은 전과 다름없이 거대한 거차 수백 대를 앞세워서 집을 짓뭉개며 반인족의 진지를 향해 전진했다.


그 뒤를 대력궁과 파차, 낭아거들이 뒤따르며 완전히 깔아뭉개면서······.


그때 반인족의 진지에서는 동귀어진을 할 자살 특공대 1만 명이 소리 없이 양쪽으로 나뉘어, 거인족을 측면과 후방에서 공격하기 위해 떠났다.


이를 알아채지 못하게 적의 시선을 교란시키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었고.


“거인족이 오고 있다. 투석기로 돌을 쏘아라!”


뿌우우우우~ 뿌우우우우~


“투석기를 쏘아라! 돌을 날려라!”


“발사!”


작전 지시와 뿔고동 소리에 따라 큰 돌들이 투석기로 적을 향해 쏘아졌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꽈앙! 꽈과광! 꽈앙!


어떤 돌은 거차에 막히고 어떤 돌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으며···, 어떤 돌은 거인들을 맞혀서 죽이거나 부상(負傷)을 입혔다.


그러나 생각만큼 큰 피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두 종족 전사 간의 거리가 활 공격 범위로 좁혀졌다.


“대력궁과 파천뢰를 쏘아라!”


쿠앙~ 쿠쿠앙~ 쿠앙~


“발사! 적진에 대력궁과 파천뢰를 날려라!”


그러자 수백 발의 대형 화살이 거인족에서 반인족을 향해 날아올랐다.


피우우우웅~ 쉬쉬쉬쉬쉿! 쉬쉿!


파박! 파바바바바박!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적진에 빗발치듯이 떨어져 내린다. 그러자···.


“으악~ 아악!”


고통스럽게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꼬리를 물었다. 거인족이 의기양양할 때 반인족에서도 반격이 이루어졌다.


“소천궁으로 독화살을 쏘아라!”


뿌우뿌우~ 뿌우뿌우~


“소천궁 발사! 독화살을 쏘아라!”


명령과 전달하는 뿔고동 소리, 다시 복창하여 명령하는 소리가 뒤섞여 전장은 한층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반인족 진지에서 수만 발의 화살이, 독이 묻어 번질거리는 빛을 발하며 전진하는 거인족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 화살촉 하나하나에 복수심과 필살의 신념이 실려서 말이다.


피잉~ 피비비비비빙~ 피잉~


작지만 멀리 날아가는 소천궁의 화살이 거인족 전사들 사이로 빗줄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대부분 거차나 방패에 맞았고, 일부 화살을 맞은 거인들은 독이 퍼지자 고성을 지르며 쓰러진다.


“끄아악! 독이다!”


반인족의 용독술은 고명하여 그사이에 또 다른 독을 만들어 낸 모양이다.


수백 명이 독화살에 맞아 쓰러졌지만, 이미 거리가 가까워서 이제 백병전으로 이어질 판이다. 반인족을 깔아뭉갤 생각에 거인족 전사들은 벌써부터 흥분(興奮)하여 눈동자가 벌겋다.


“모두 때려죽이자!”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고성을 지르고 발광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힘없는 부족민을 마음껏 학살하고 노약자를 죽이며, 생명의 죽음을 유희로 삼다 보니 광기에 물든 것인가?


그 광기를 발산하며 또 다른 학살을 자행하기 위해서 날뛰는 그들에게, 소리 없이 사신(死神)들이 측면과 후방에서 덮쳐들었다.


소리도 없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 사이에서 사신들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거인들 틈새로 뛰어들었고······.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꼬리를 잡고 돌려서 던지면 마치 날다람쥐처럼 날아가 거인족 전사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들의 몸에는 폭뢰가 설치되었는데···, 그래도 죽음이 무섭고 그냥 죽기가 서러운지 한마디씩 외친다.


“이놈들! 우리 엄마를 죽인 천벌을 받아라!”


“내 자식을 죽였으니 같이 죽자 이놈들아!”


“엄마! 내가 원수를 꼭 갚을게!”


너 나 할 것 없이 죽기 전에 비장(悲壯)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외치는데···. 모계 사회에서 엄마 손에 자란 탓인지 거의가 엄마를 부르고 있다.


거인족 전사들이 어리둥절하여 들러붙은 혹을 떼어 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데 폭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꽈앙! 꽝! 꽈과강!!


“으아악!”


“크악! 살려 줘!”


계속해서 터지는 폭뢰 소리에 거인들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묻혔다.


그렇게 한동안 폭뢰가 터지며 반인족과 거인족의 몸통이 터져 날아가고···. 또 그 파편에 주변의 거인족 전사들이 부상을 입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만 개의 폭뢰와 1만 명의 동귀어진 특공대가 다 쓰러지자 갑자기 전장에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폭뢰 터지는 소리가 너무 컸기에 잡다한 소리들이 묻힌 것이리라.


그러다가 부상당한 거인족들의 비명이 매캐한 화약 냄새와 함께 전장(戰場)을 휩쓸었다.


“끄으윽~ 살려 줘!”


“아악! 내 다리!”


같이 죽자는 이 한 번의 자살 특공대 공격으로 거인족 전사 9천 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3천 명이 전투가 어려운 부상을 입었다.


대부분 동료들의 뼛조각이 폭뢰가 폭발할 때 몸속으로 파고 들어서 말이다.


특공대의 폭뢰 공격이 끝나자 이번에는 남은 반인족 전사들이 갈갈이 찢긴 특공대의 시신을 눈물겨운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복수심에 불타는 눈으로 거인들을 노려본다.


자! 이제는 복수의 시간이다.


그들은 죽음을 불사(不辭)하고 벌떼처럼 우르르 거인들에게 달려들었다.


“모조리 죽여라!”


“이 원수들! 모두 죽여 주마!”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대부분을 잃었고 목숨 외에는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으니······.


“네 이놈! 너 죽고 나 죽자! 내 동료들의 피맺힌 원수를 갚아 주마!”


자살 특공대에 한번 뜨거운 맛을 보고 의기소침(意氣銷沈)해진 거인들이, 이번에는 벌떼처럼 달려드는 반인족 전사들을 보고 겁을 먹었는데······.


그들도 모두 폭뢰를 지고 같이 죽자고 덤비는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쳐라!”


뒤쫓던 수많은 반인족이 뛰어올라 한 명에게 수십 명이 벌떼처럼 달라붙었다. 찌르고 베고 물어뜯기까지 하니···, 마치 수많은 악귀 나찰이 들러붙어 살아 있는 것을 그대로 뜯어먹는 듯한 모습이다.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살아서 도망간 거인은 5천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거차나 대력궁, 파천뢰, 파차 등 모든 전투용 장비를 전장에 내팽개치고 겨우 몸만 빼내서 도망을 쳤다. 그렇게 기세당당하던 거인족 전사 2만 명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부상당해 쓰러져 있던 전사들까지 반인족에게 난도질을 당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들의 최후는 더욱 처참했다.


반인족이 부모 형제나 자식을 죽인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거인족 전사 2만 명은 비록 반인족의 일반 부족민을 100만 명이 넘게 학살했지만···, 그에 원한을 품은 동귀어진 특공대에 의해서 이렇게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1만5천 명이 제대로 전투다운 전투도 못 해 보고 목숨을 잃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리반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


여기는 4각족이 많이 모여 사는 샤반.


이곳에서도 리반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아직 리반에서의 패배가 이곳까지 전해지지 않은 것인지 거인족 3개 조가 반인족 30만 명과 대치한 가운데 전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곳의 거인족 3개 조 3만 명을 총괄하는 수장은 돌목족의 가리온이다.


가리온이 내일 전투를 앞두고 3명의 만인대장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는데, 대장들을 바라보며 서두를 꺼냈다.


“이제 내일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됩니다. 그동안 무력이 거의 없는 부족민과 싸운 탓으로 병력 손실이 미미했는데, 내일부터는


정규군 전사들과 싸우게 되니 인명 피해가 커질 것이오. 모두 조심해야 하오.”


그러자 만인대장을 맡고 있는 설인족의 돌리메가 나서서 말하는데, 자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투다.


“아무리 그렇다 하나 이미 우리가 전투용 중장비를 가지고 들어왔으니, 조그만 덩치에 우리와 부딪치면 달걀로 바위를 때리는 것처럼 패배를 맛볼 것입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어깨까지 으쓱하는 것이 무척이나 자신이 있다는 몸짓이다. 지금까지의 쉬운 전투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만인대장인 무수온도 나서서 그의 말을 거들었다.


“맞습니다. 이참에 반인족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거차와 파천뢰 등의 중장비가 있으니 저들을 부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그러면서 자신 있게 주먹을 쥐고 손짓까지 해 보인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는데, 반인족의 정규군을 우습게 보는 만인대장들이 염려되는 가리온.


만인대장들의 섣부른 예단에 안심이 안 되는지 표정이 펴지지 않았고, 도리어 눈살을 찌푸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래도 전투인데 어떻게 진행을 할 것인지 세부 계획을 좀 논의해 봅시다. 전쟁이라는 것이 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지 않소. 절대로 적을 얕봐서는 안 됩니다. 만약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오.”


그 말에 또 다른 만인대장 치온타가 거들먹거리며 나서는데 아주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다.


“그동안 반인족과의 전투에서 거차를 앞세워 성벽의 역할을 하게 하고, 밀물처럼 밀고 들어가서 실패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거차를 앞세우고 평소처럼 뒤에서 대력궁과 파천뢰로 1차 박살을 낸 다음에, 백병전으로 쓸어버리면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주먹만 한 녀석들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겠습니까? 하루아침에 우리처럼 덩치가 커질 리도 없을 것이고 힘이 더 세질 리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자 다른 만인대장들도 이구동성으로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지금껏 그렇게 싸워 왔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잘될 겁니다.”


모여 있는 만인대장들 대부분이 이에 동조하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가리온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알겠소. 그런데 지금 식량이 바닥이라 빨리 적을 무찌르고 그들이 가진 식량을 빼앗아야 합니다. 여기에 힘써 주시오. 전투에 이긴다고 해도 식량이 바닥나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소.”


그러자 치온타가 두 조장과 눈을 맞추더니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그렇지 않아도 식량 문제에 대해서 협의를 해 봤는데, 이곳 4각족은 2각족과 달리 하체는 말이나 사슴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정 안되면 상체는 잘라 버리고 하체만 식량으로 사용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 놓고 총대장인 가리온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자 가리온이 깜짝 놀라며 힘껏 눈을 부라렸다.


“도대체 자네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위대한 거인들이 짐승들처럼 식인(食人)을 하자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만약 그렇게 되면 적들도 우리에게 똑같이 복수를 하려고 할 텐데, 그런 사람 같지도 않은 짓을 저지르자는 말인가?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그러자 말을 꺼낸 치온타가 기가 죽어서 한쪽으로 얼굴을 외면하면서······.


“굶어 죽느니 어쩔 수 없어서 해 본 소리입니다. 그 전에 적들의 식량을 탈취하면 큰 문제가 있겠습니까?”


눈치를 보며 슬며시 한 발 물러선다.


그러자 가리온도 내일 전투를 앞둔 마당이라 사기의 문제도 있고, 만인대장(萬人大將)들을 계속 밀어붙일 수만은 없으니 얼굴을 풀었다.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우선 적의 식량을 탈취하는 데에 전력을 기울여 주시오. 다른 문제는 그 이후에 협의합시다.”


이렇게 하여 만인대장 회의는 큰 소득 없이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


여기는 반인족 진영.


이들 반인족 수뇌부도 대전(對戰)을 앞두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30만 명의 반인족 전사를 총괄하는 수장은 4각족 울테르인데, 지금 얼굴 가득히 근심이 서린 표정으로 대장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에 거인족들의 만행으로 이곳 샤반에서만 자그마치 1백5십만 명에 가까운 일반 부족민이 죽어 나갔소.

지금까지 여러 전쟁을 치렀지만 이렇게 잔인한 전쟁은 처음이오. 이제 우리의 전력을 기울여서 더 이상 만행이 자행되지 않도록 막아야만 합니다.”


그러자 울테르의 얼굴을 보고 있던 4각족 대장 비발루가 나섰다.


“맞습니다.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저지해야 합니다. 안 되면 육탄 공격이라도 퍼부어야지요.”


그의 얼굴에 비장한 각오가 서렸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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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22.10.17 1,098 8 19쪽
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2 7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0 6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48 7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0 7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1 6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2 6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5 6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5 7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49 6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3 6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7 6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49 7 19쪽
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55 6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0 7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0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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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1 7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5 6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5 7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0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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