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속 고인물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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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뽀러뤼
그림/삽화
고냥확
작품등록일 :
2021.07.07 20:26
최근연재일 :
2023.04.19 20:28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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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36
추천수 :
2,362
글자수 :
749,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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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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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외전- 멸망한 세계(1)

DUMMY

어두운 골목.


-철컥.


“돈을 주지 않고 도망쳤다는 건.”


서늘한 총구가 머리가 다 벗겨진 중년의 이마에 들이 밀어졌다.


“이렇게 되리라고 알고 있었다는 거겠지.”


짙은 쓰레기 냄새.

그리고 은은하게 퍼져오는 싸구려 마약의 향.


“제, 제발··· 도, 돈은 내가 어, 어떻게든 구해볼 테니!! 하, 한번만.”


“미안하지만.”


-까락.


실린더가 천천히 돌아간다.


“용병들에게는 다음은 없어.”


“아, 아으.”


중년의 표정이 공포에 일그러졌다.


“아아, 아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지만.


━타앙!!!


총구에서 튀어 나간 총알보다는 빠를 수 없었다.


“하여튼.”


제로(zero)


블랙 컴퍼니에 등록된 최초의 용병.


“후우.”


짙은 한숨을 내쉬며 제로는 사내의 품을 뒤적였다.


의뢰를 맡기고 도망친 자에게 뭐가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꿩보다는 닭이었다.


“개털이네.”


인상을 찡그리며 코트에 권총을 집어넣었다.


그의 시체를 뒤적여 찾은 거라고는 가족사진으로 보이는 사진 한 장과 조금의 금전 뿐이었다.


혹시 몰라 팬티까지 벗겨 확인해 봤지만 결과는 동일.


“······.”


제로는 코트 안쪽 주머니에 가족 사진을 넣었다.


얼굴은 외워뒀으니 그의 가족을 만난다면 그들을 추궁해 돈을 뜯어낼 것이다.


잔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은 원래 그런 곳이다.


선한 자는 죽고, 영악하고 남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불필요한 친절은 죽음을 부른다.


그것은 용병으로 살아가면서 제로가 익힌 수많은 경험들의 편린이었다.


“다음 의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블랙 컴퍼니에서 제공해주는 의뢰 앱을 뒤적여봤지만 쓸만한 의뢰는 보이지 않았다.


“난감하군.”


쯧, 혀를 차며 길을 걸었다.


핸드폰이 있는 건 극히 소수 인원이기에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의뢰를 수행할 게 없다니.


이럴 경우는 보통 직접 돌아다니면서 구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그리고 의뢰를 구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는.


‘이곳밖에 없지.’


세계 각국에 있는 거대한 마을, 통칭 ‘재개발 지구’(Redevelopment Zone)


과거의 문명을 되찾기 위해, 악마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마을중 하나다.


‘이쯤인가.’


제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성벽.


아니, 정확히는 쓰레기의 벽.


쓰레기를 엮으면서 만든 조악하기 그지없는 한심한 벽이었지만, 악마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무엇을 못하겠는가.


-툭툭.


제로는 성벽처럼 보이는 곳에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성벽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성벽 위로 성인 남성 여러 명이 제로를 향해 돌멩이를 던지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돌멩이, 라.’


제로는 가늘게 눈을 떴다.


아무리 멸망한 세계라도 총기는 보급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성벽에는 그 정도의 재력도 없다는 건가?


‘잘못 걸렸나.’


물론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아까운 게 현실이었다.


“제로다. 의뢰를 찾기 위해서 왔다.”


“···제로?”


제로의 이름이 한번 언급되자 하늘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끼이이이이이익.


“들어오게, 귀인을 모시는군.”


“귀인은 무슨.”


제로는 피식 웃으며 동시에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허름하군, 밭은 갈려 있는 걸 보니 농사로 버티고 있는 건가?’


‘최근에 비는 내리지 않았어. 그렇다면 식수 또한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농사의 종류가 한정적이야. 해봤자 감자 농사가 전부로군.’


빠르게 생각을 마친 뒤 앞에 있던 남자를 따라 걸었다.


“마침 블랙 컴퍼니에 의뢰를 남기려고 했는데, 하하! 아주 운이 좋았군.”


“그런가.”


제로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계속해서 걸었다.


상대방이 호의적으로 나온다 한들, 그걸 호구마냥 하하하 떠들며 걸을 생각은 없었다.


“이곳에 족장이 있다. 안에 들어가 보겠나?”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는데.”


“···조심성이 많군.”


“이런 시대인 걸 잘 알지 않나.”


제로가 어깨를 으쓱하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2분 정도 흘렀나.


“자, 네가··· 제로인가.”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 노인이 지팡이를 덜덜 떨며 밖으로 기어 나왔다.


“반갑네.”


제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끌끌끌··· 눈이 안 좋아서, 말이야··· 쿨럭! 하아··· 말 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군.”


“족장님, 제가 말하겠습니다.”


“아니야, 우리 마을이 걸려 있는데···.”


노인은 제로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지팡이를 들어 저 멀리 있는 산을 가리켰다.


“최근, 저기 있는 산에서··· 악마가 계속 오가고 있다네.”


“등급은?”


“그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모르겠군··· 하지만 정확한 건 두 명이 죽었어.”


노인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무덤으로 추정되는 흙더미가 두 개 있었다.


“전략적으로 큰 손실이야··· 마을의 몇 없는 젊은이들 중 하나인데···.”


쓸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많은 걸 바라지는 않네, 산에 있는 악마를 죽여주게.”


“보수는?”

“보수, 라··· 뭐 별거 없긴 하지만···.”


터벅,


터벅.


노인이 발걸음을 돌려 집안으로 들어갔다.


“······.”


제로는 바닥이나 벽면 등 수없이 관찰을 한 뒤 노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걸, 주겠네.”


“···호오.”


제로의 입에서 흥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노인이 가리킨 것은 천막과 신문지에 둘둘 싸여진 정체불명의 물건이었다.


물론, 일반인들이야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총이군.”


제로는 용병이다.


아무리 정체를 꼼꼼히 숨겼다 한들, 그것이 뭔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제로는 멍청하지 않았다.


“끌끌··· 우리 마을에 유일한 총이지··· 뭐, 총알이 없어서 애물딴지지만···.”


노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제로를 바라봤다.


“자네 같은 용병들에게는 아주 좋은 보상이 아닌가?”


“···뭐.”


당연한 소리지.


등 뒤에 메고 있는 커다란 가방에도 스나이퍼가 들려 있지만, 이는 분해해서 따로 보관하면 될 일.


상황에 맞게 총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수락하지.”


“흐흐흫··· 잘 부탁하네.”


노인이 굽어진 허리를 더욱 숙이며 말했다.


“우리, 마을의 재건을 위해서 라네··· 꼭··· 꼭 부탁하네.”


처량한 모습.


비참하고, 처참해 보였지만.


“그래.”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은 그런 세계다.


어린아이라도.


중년이라도.


그리고.


이빨 다 빠진 노인이라도.


살아가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부탁하며, 남들과 협력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는.


그런 세계다.


“흔적은 악마의 뿔이면 충분하겠지.”


제로는 등을 돌렸다.


악마가 마을을 습격하든 뭘 하든 제로의 알 바가 아니었지만.


“일주일만 기다리도록.”


보수가 걸려 있다면 움직인다.


그것이 용병이 할 일인 건 확실했다.


작가의말

어쩌다 보니 바로 썼네요.

차기작도 써야 하는데... 음, 내일의 제가 열심히 하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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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캐릭터 일러스트 모음 +13 21.11.21 492 0 -
149 외전- 멸망한 세계(3) +4 23.04.19 58 1 7쪽
148 외전- 멸망한 세계(2) 23.04.09 43 1 9쪽
» 외전- 멸망한 세계(1) 23.04.01 60 1 7쪽
146 외전- 요리대회(5) +2 23.04.01 46 1 6쪽
145 외전- 요리대회(4) +2 23.03.26 52 1 8쪽
144 외전- 요리대회(3) +2 23.03.18 50 1 9쪽
143 외전- 요리대회(2) +2 23.03.14 58 1 7쪽
142 외전- 요리대회(1) +3 23.03.12 82 1 6쪽
141 후기 +6 21.11.21 378 4 5쪽
140 139화 다들 고맙다 +4 21.11.21 382 8 17쪽
139 138화 조금 밝게 끝내보자 +3 21.11.21 286 9 10쪽
138 137화 말은 필요 없다 +4 21.11.20 277 8 12쪽
137 136화 확실하냐? +2 21.11.19 265 8 11쪽
136 135화 그거면 됐다 +4 21.11.18 245 7 11쪽
135 134화 만나서 반갑다 +4 21.11.17 259 8 12쪽
134 133화 난 안 죽어 +2 21.11.16 277 8 11쪽
133 132화 이기는 편 내 편 +2 21.11.15 274 8 12쪽
132 131화 나도 몰라 +3 21.11.14 259 8 11쪽
131 130화 나를 막아라 +5 21.11.13 265 8 11쪽
130 129화 하지 마 +6 21.11.12 267 8 10쪽
129 128화 내가 너무 늙었나 +4 21.11.11 275 8 11쪽
128 127화 ,,,시끄러 +4 21.11.10 270 8 12쪽
127 126화 죽어서도 나를 방해 하는구나 +5 21.11.09 285 8 11쪽
126 125화 말투 바꼈다? +4 21.11.08 280 8 11쪽
125 124화 웃기지 마 +4 21.11.07 269 8 11쪽
124 123화 ,,,좋은데? +5 21.11.06 265 8 11쪽
123 122화 진작 그렇게 말했어야지 +4 21.11.05 279 8 11쪽
122 121화 이제는 나도 모른다 +4 21.11.04 269 8 11쪽
121 120화 드디어 시작한다!! +3 21.11.03 27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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