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하이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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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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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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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도시 카스티야, 블랙마켓8

DUMMY

마법서라는 단어에 체프리의 표정이 돌변했다. 눈이 뜨였다. 하지만 금방 자신이 거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기야 살아있는 것도 감사해야 할 지 몰랐다. 하지만 마법서가 있으면 조금은 더 나아갈 수 있다. 더 이상 수련은 진척이 없었다. 마력만 있다 해서 마법을 쓸 수 없다.


누돌프도 마법서라는 말에 체프리의 표정을 보았다. 왠지 씁쓸한 표정이었다.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위급 마법서가 얼마나 할지 상상 할 수 없었다.


고위급 마법서의 존재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은 티시아노도 마찬가지였다. 고위급 마법서라면 백마법이고 흑마법이고 일반적으로 구하기는 커녕 보기도 힘들었다. 블랙마켓에는 많은 것이 나온다 알고 있었다. 고위급 마법서까지 나올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법서에 관한 얘기는 용병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잠시 스쳐가는 주제였다. 용병은 오로지 술이었다.


비어있는 자리에 그레이가 앉았다.


"여어. 노르딕. 오랜 만이군. 데니세하고는 좀 전에 아주 격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하하하. 그랬나. 그래 어떻게 잘 지냈나?"


"나야 항상 그렇지. 이번에는 무슨 일인가?"


"우리도 항상 같지. 길잡이라네."


"추방자의 도시까지 가나?"


"그렇지."


"이사람들인가?"


그레이가 못 보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 여전히 눈썰미는 여전하네."


"눈썰미라고 할 게 뭐 있나. 용병같지 않은 사람은 이들 뿐이네. 둘은 잿빛수도원이고. 셋은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고. 그런 것 까지 내가 신경써서 뭐 하겠나. 오랜 만에 봤는데 술도 한잔 안 주나."


"그래야지. 자네야 여기 저기 돌아다니잖아. 요새 별 다른 소문은 없나?"


노르딕이 술을 따르며 물었다.


"별 다른 소문이라. 암암리에 떠도는 소문이 있지."


"무슨 소문?"


소문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


"신탁이 내려온다는 소문이네."


"신탁이 또 내려온다고."


신탁이라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하지만 티시아노는 달랐다.


'신탁이라고. 내가 카라얀에 없는 데. 지금 신탁이라고.'


제라시오와 카미로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티시아노의 일행의 표정과 상관없이 말은 계속 이어졌다.


"무슨 내용이라고 하든가?"


"원래 그런 것 까지 알 수는 없지. 그런 걸 알면 내가 신이게. 그런데 원래 신탁이라는 게 날짜를 정하고 내려왔었나?"


"그렇지 않지."


티시아노의 대답이었다.


"그런데 소문은 어디서 들었나?"


"모르는구만. 지금 카라얀에 파다해. 물론 세르반에서 그렇지. 점점 지방으로 가면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런 소문이 언제부터 났나?"


다시 티시아노의 질문이었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아. 한 일주일이나 되었나?"


"오래 되지 않았어. 그나 저나 신탁이 자주 내려오기는 하네."


"카라얀 입장에서는 좋은 것 아닌가?"


"꼭 그렇지 만도 않지. 신탁이 내려올 때 마다 많은 희생이 일어나곤 했으니. 반가운 것 만도 아니지."


티시아노는 혼란스러웠다. 신의 대리자인 자신이 카라얀 밖에 있는 데 신탁이라니 이건 있을 수 없다. 정확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카스티야에서는 정보를 알기 힘들다. 그렇지만 알아야 한다.


"우리 먼저 올라가지. 좀 더 들고 올라가게."


"그래. 내일 보자고. 푹 쉬게."


"오늘도 고마웠네."


티시아노 일행이 올라간 후에도 술자리는 계속 되었다. 마지막에 그레이, 데니세, 노르딕 만이 남았다.


"그래. 노르딕하고 데니세는 내일 경매에 참가할건가?"


"물론이지. 도대체 뭐가 나오는지 구경은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데. 나야 그냥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그러는 그레이는?"


"나는 구할 물건이 있어서. 참석해야지.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 심상치 않은 무리가 많이 보여."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동안 카스티야를 그렇게 드나들었어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나이들면 민감해진다고 그러던데."


"예끼. 내가 나이를 얼마나 먹었다고 그래."


"뭐. 나하고는 많이 차이나잖아."


"야. 데니세. 솔직히 말해서 너하고는 얼마 안 나."


"왜. 이러세요. 영감님. 옛날 같으면 벌써 묻혔어요."


"영감님!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영감이 뭐냐."


"적당히들 해라. 보기만 하면 싸워. 그러니 남들이 뭐라고 그러지."


"뭐라 그러는데?"


"그만하자. 그만해. 하여튼 그레이의 말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어떻게 하자고?"


"경매에 참가하지. 말은 해야봐야 소용없을 것 같고. 준비는 단단히 해야지."


"경매에 참가하려고 하면 준비할 게 뭐 있나. 애들도 못 들어가고, 무기도 못 가져가는데."


"혹시 모르니 비장의 수라도 감춰가라고."


"비장의 수? 그런 게 어딨어.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그레이. 너는 있나 보다."


"나는 몸으로 안 먹고 사나. 같은 처지에 왜 이래."


티시아노와 제라시오, 카미로는 방에서 심각한 대화 중이었다.


"주인님. 어디서 나온 소문일까요?"


"어디에서 나왔든 간에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일부러 흘렸든 그렇지 않든 간에요."


"그렇지. 둘 다 좋지 않아. 내가 세르반을 비운 지 시간이 많이 흘렀어. 그런데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신탁은 티시아노님 만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티시아노님을 사칭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누구지?"


"누구이든 간에 이건 반역입니다."


"반역이라? 그렇게 심각하게 가야 하나."


"그럼요. 누군가가 티시아노님을 밀어내고자 하는 음모입니다."


"하기야 나를 싫어하는 귀족이 좀 많아야지."


"좋아하는 귀족을 손꼽는게 빠를 겁니다."


"카미로님. 그렇게 꼭 짚어서 얘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뭐. 사실이 그런 걸."


"내일 경매는 참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구경거리를 그냥 지나가자고."


제라시오는 티시아노를 설득하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용병단이 같이 들어갈 수도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누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카미로나 제라시오 둘 중의 하나가 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만. 저보다는 카미로님이 나을 것 같습니다."


티시아노는 제라시오의 뜻을 이해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그리고 내일 누가 신전에 다녀오지."


"그런데 카스티야에 있는 신전이 있는 이유를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얘기인가?"


"우리가 아는 일반 신전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그럼?"


"일종의 정보를 수집하는 곳입니다. 신의 눈 지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안 가는게 낫지 않겠어."


"그래도 다녀 올 필요는 있겠지요. 정확히 알아 볼 필요는 있으니까요."


"그럼. 제라시오가 다녀와. 카미로보다는 낫겠지."


카미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나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아침식사도 하기 전에 선술집의 뒷마당은 요란스러웠다. 체스코와 늑대, 스테파니의 봉술 훈련과 후크와 한스의 도끼 훈련이었다.


티시아노는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 시간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뒷마당이었다. 잠도 오지 않아 무슨 일인가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몇명이 가벼운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 아는 이가 있었다. 체스코였다. 체스코가 여기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반테스에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반테스에 들렸을때도 만날까 하다가 괜히 번거로운 일이 생길까봐 그냥 왔다. 그런데 여기 있는 것이다.


체스코는 봉술 훈련 중 낯 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여기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많이 닮은 사람이겠거니 했다.


티시아노에 이어 데니세도 나타났다. 몸이 근질 근질한 까닭이었다. 어제 꽤하게 생긴 상대들이 나타났다. 노르딕과의 대련은 너무 뻔했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많이 대련을 했다. 잠시 훈련을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소녀와 소년의 실력도 몇살인지 알 수 없지만 나이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다.


"봉술이라. 카라얀에서 수도승이 쓴다고 들었지. 그런데 저 사람은 봉술의 고수처럼 보여."


데니세의 혼잣말을 들었는지 티시아노가 말했다.


"내가 아는 친구가 맞다면 그럴꺼야."


"당신이 아는 친구 누구?"


"만난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학교를 같이 다니긴 했는데..."


티시아노는 말끝을 흐렸다. 데니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훈련을 보았다.


훈련이 끝나자 데니세가 말했다.


"누구 그중에 아무나 나하고 붙자."


돌연 데니세의 말에 모두는 의아했다. 어제 본 블러드 로즈의 대장이었다.


"저요?"


한스가 나섰다.


"너. 죽고 싶니."


"아니요. 농담인데요."


도망가는 한스를 대신해 후크가 나섰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한번 붙자고."


"오호. 그래. 어제도 그러더만. 혼이 한번 나야 정신을 차리겠네."


후크가 말했다.


"정신을 누가 차릴지는 대 봐야 알지. 안 그래."


"오호. 그래. 한 번 붙어볼까."


"그래. 원하던 바야."


데니세는 칼을 뽑아들었다. 후크는 도끼를 치켜들었다. 둘이 뒷마당에 대치했다. 그거서도 잠깐이었다. 후크가 데니세 앞으로 뛰어 들었다. 도끼를 내리찍었다.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데니세가 칼을 두손으로 잡고 막았다. 데니세가 칼을 비틀어 도끼를 밀어내며 두걸음 뒷걸음질 쳤다. 물러서는 데니세의 옆구리를 향해 도끼가 다시 들어왔다. 데니세가 뒤로 살짝 물러서면서 칼을 오른쪽으로 휘둘렸다. 도끼에 가로막혔다. 데니세가 공세로 전환했다. 이번에는 왼쪽이었다. 막아내면 다시 칼은 빈틈을 찾아 날름거렸다. 후크는 간격을 좁히려고 애썼다. 하지만 한번 벌어진 간격은 다시 좁혀지지 않았다. 데니세가 칼의 길이 만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크는 점점 몰렸다. 한방을 노렸다. 공격이 빠르다 해도 단지 한 사람이다. 데니세가 이기고 있는 것 같아도 공격은 후크의 방어에 모두 막히고 있었다.


"그만. 그만."


노르딕이었다. 고함소리에 둘은 대련을 멈췄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보이지 않으면 사고를 친다니까."


"흐흐. 몸 좀 푼 것 가지고 사고라니. 영 섭섭한데."


"그랬나. 어쩔 수 없지. 아침식사나 하자고. 밥먹을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니 찾으러 왔잖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다음에 다시 제대로 붙어보자고."


"그럼. 어딜 도망가려고. 없어지면 내가 카라얀까지 쫓아 간다."


"아서라. 여기 블러드 로즈는 어떻게 하고."


이미 식당에는 아침식사가 한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식사는 뒷마당에 있던 인원들이 같이 해야 했다. 체스코는 대련이 끝난 후에도 식당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긴가 민가 했다. 볼 수록 아는 사람이 맞았다.


티시아노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가 체스코에게 말을 걸었다.


"여어. 체스코. 오랜 만이야."


당황한 체스코가 얼떨결에 평소의 호칭대로 말했다.


"아니. 성하."


성하라고 부르는 체스코의 입을 황급히 막았다.


"이봐. 조용히 하게. 아니. 예전처럼 이름을 부르면 안 되겠나."


"그래도 어떻게."


"명령이니까 그렇게 해주게."


"알겠습니다."


"어허. 그래도 그러네."


체념한 체스코가 말했다.


"그래. 티시아노. 도대체 여기는 어떤 일인가? 아무런 호위병력도 없이 말이야."


"왜.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나?"


"그럼. 티시아노. 너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놈들이 얼마나 많은 줄은 알고 있어?"


"그럼. 나를 죽이고 하는 놈인데 잘 알고 있지. 오랜 만에 보는 친구 사이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뭘. 너무 해. 네가 교황청 아니 세르반 아니지. 카라얀에 없는 걸 누가 알아?"


티시아노는 신탁의 소문을 떠올렸다.


"체스코. 너도 들었냐?"


"무슨 얘기? 아. 신탁."


"그래. 신탁."


"그런데 카라얀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지?"


"조금 오래 되었지."


체스코는 잠시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아?"


"안타깝게도 그게 맞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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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재회6 23.02.09 28 0 9쪽
207 재회5 23.02.08 29 0 10쪽
206 재회4 23.02.07 30 0 11쪽
205 재회3 23.02.06 31 0 9쪽
204 재회2 23.02.03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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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티시아노 다시 죽다 16 23.01.31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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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티시아노 다시 죽다 13 22.11.27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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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티시아노 다시 죽다 7 22.08.03 42 0 11쪽
191 티시아노 다시 죽다 6 22.08.02 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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