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하이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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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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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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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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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시아노 다시 죽다 13

DUMMY

마수산맥에서 반테스로 가는 길


체스코는 타사누, 제라시오, 후크, 한스 등과 함께 마수산맥을 오고 있다. 체스코는 이동하는 내내 티시아노에 대한 배신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몸이 부들 부들 떨려왔다. 티시아노가 한 짓은 성직자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물론 자신도 사람을 죽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위해서 하는 짓은 아니었다. 체스코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개죽음이었다. 죽어간 사람들은 넓게 보면 제국민이었지만 좁게 보면 자신과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이었다.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한 다리를 걸치면 알 수 있는 사이였다. 체스코의 머릿속에는 온통 분노 하나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 마음을 동료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모두 체스코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체스코는 빨리 반테스로 가서 티시아노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뿐이었다. 마음과 달리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제라시오 때문이었다.


"체스코님. 마음을 가라앉히시는 게 좋습니다."


"제라시오님이라면 그럴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 전후 사정을 보면 체스코님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다만 아직 정확한 것을 알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얼마나 더 정확한 사정을 알아야 합니까. 죽음을 가장해서 다른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뭐가 있습니까. 나는 그것이 아무리 선한 일이라도 용납치 못합니다. 루의 뜻이 그렇다고 해도 나는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제라시오도 더 이상 티시아노에 대해 변명만을 할 수 없었다. 이전 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로 일행은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발걸음을 움직였다. 아직 나이가 어린 한스는 상황파악이 잘되지 않았다. 조용히 한스가 물었다.


"대체 무슨 얘기에요. 후크 아저씨."


후크는 한숨을 쉬었다. 한스에게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 지 난감했다. 후크는 슬쩍 제라시오를 바라보았다. 제라시오는 살짝 웃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게 있어. 나중에 설명해주마."


사실 후크도 전후사정을 보아서 유추를 할 뿐이지 정확히 어떤 사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검은 태양 용병단과 크레스와 네이트도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태양 용병단은 조금 먼저 움직이긴 했지만 별 차이는 없었다. 용병단은 티시아노의 죽음을 확인했으니 일은 끝이었다. 일이 끝났으니 잔금을 받아 뜨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걸리는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크레스는 계속 걸렸던 문제였다. 네이트야 단순한 놈이라 아무런 문제의식도 가지지 않았다.


"이거 일은 단순한데 너무 청부금액이 큰 거 아니야?"


"너는 너무 복잡해서 탈이야.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너는 너무 단순해서 탈이야."


"그래서 뭐 나쁜 거 있어."


"용병일 중에서 목숨을 안 거는 일 있어?"


"없지."


"항상 변수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야. 의외로 쉽다고 생각한 일이 꼬여서 목숨을 잃을 뻔 한 경우도 있었지. 다른 용병단에서는 실제로 몰살당하는 경우도 있었지."


크레스는 청부를 맡기 전에 네이트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청부금 5백골드에 비해서 의외로 의뢰는 단순했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문제야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반테스에 마르셀라와 용병 전력의 반을 남겨둔 것이다. 마르셀라가 일종의 오락거리를 생각해냈고 그것이 퍼브였다. 퍼브는 은신처이자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한쪽이 몰살 당하더라도 반은 남았다. 그런데 이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반테스가 문제가 되었다.


"뭐가 느낌이 쎄하지 않아."


"왜. 아무 일도 없었잖아. 아주 깔끔하게 끝났잖아."


"그게 문제야. 일이 너무 쉬워도 너무 쉬워."


"너는 항상 얘기하지만 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해.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의뢰인이 야스라 후작만 아니라면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우리가 언제 의뢰인을 가렸나."


"물론 아니지. 하지만 야스라 후작은 너무 위험해."


"돈만 많이 주면 최고 아닌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목숨을 잃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지."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그냥 그렇다고."


"싱거운 놈. 빨리 반테스로 가서 마르셀라와 단원들을 데리고 뜨면 그만이야. 그러면 한동안은 편하게 살 수 있어."


"설마 아무 일도 없겠지."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마. 빨리 가기나 하자고."


크레스와 네이트의 가장 큰 걱정은 반테스 남쪽 유민촌에 남겨 놓은 마르셀라와 용병들이었다. 아무 일도 없으면 다시 결합해서 마수산맥을 넘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뒤에 오는 체스코라는 인물이 걸리기는 했지만 당장에 부딪힐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체스코라는 수도승의 충격은 대단할 것이다. 거기다 눈사태로 인한 사상자도 상당했다. 언뜻 보아하니 병력들은 훈련되지 않았다. 용병단은 이동에 최적화 된 집단이다. 적어도 저들보다는 빨랐다. 하지만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산을 내려올 수록 시계가 점점 흐려졌다. 조금 있으면 낮이었고 시계가 좋아야 했다. 하지만 안개 때문에 전방이 잘 확인되지 않았다. 조심은 용병단의 가장 큰 철칙이었다. 크레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맞아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잘 보이지 않아."


"그러게. 안개인가. 반테스에는 낮에도 이렇게 안개가 끼었나."


"안개가 아닐 수도 있어. 혹시 모르니 내가 먼저 정찰을 하도록 하지."


"그러는 게 좋겠지.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크레스가 마법을 이용해 공중으로 10미터를 떠올랐다. 평소 같으면 반테스가 한 눈에 들어와야 했지만 땅에서와 별 차이는 없었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짙은 안개로 100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반테스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겨울이었고 안개가 끼는 계절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짙은 안개가 끼었다는 것은 충분히 인위적인 것이었다.


"저게 뭐지?"


크레스는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었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방법은 없었다. 조금만 더 가보기로 했다. 지금 상태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크레스는 천천히 비행을 하면서 반테스 쪽으로 나아가면서 자세히 살폈다. 안개는 옅어지고 있었지만 대신에 비가 내렸다.


"이건 이 계절에 비라니. 날씨 참 변덕스럽군."


비에 안개라니 크레스는 점점 의심스러웠다. 마법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지금 정도의 기온이면 눈이 와야 정상인데."


크레스는 일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만약에 기후를 조정할 수 있는 마법이 사용되었다면 이건 재앙이었다. 그 마법사가 남아 있다면 더 큰 문제였다. 자신으로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었다. 검은 태양 용병단 모두가 싸운다고 해도 그건 몰살이었다.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어쩌면 생사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 크레스는 마력의 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반테스로 나아갔다. 반테스로 갈수록 비는 점점 거세졌다. 크레스는 멈추었다. 그리고 최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마력의 기운을 살폈다. 하지만 마력의 기운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크레스가 생각하는 기후 마법이라면 아무런 흔적이 없을 수 없었다. 마력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했다. 기후 마법 정도를 쓸 정도라면 상상할 수 없는 마력이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마력은 이상하리 만큼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력 대신에 다른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뭐지?"


신성력이었다.


"신성력. 흠. 루의 자식들이군."


크레스는 의견을 수정해야 했다.


"일개 성직자 나부랭이가 아니야. 사제나 수도승 정도는 아니군. 강한 놈들이야. 신성력이 주교급을 넘어서는군. 그런데 조금은 다르군."


크레스는 다시 고민을 해야 했다. 문제는 단지 신성력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신성력과 같이 느껴지는 기운이 있었다. 그것은 네이트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성기사군. 그것도 한 둘이 아니야. 성기사 정도는 되야 이 정도 신성려과 기세를 낼 수 있지. 거기다 일부러 감추지 않고 있군. 들어오지 말라는 건가."


신중을 기해 모든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마르셀라가 위험해. 이 정도 성기사가 모였다는 것은 필히 반테스의 몰살이야."


크레스는 성기사의 출현에 가장 중요한 정보를 잊었다. 기후 마법에 관한 것이었다. 크레스는 돌아가야 했다. 왔던 길을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당장에 멈추어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성기사단은 검은 태양 용병단으로 상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성기사단은 이름만 알려져 있지 아무 것도 알려져 있지 않은 조직이었다. 이번 20년 전쟁동안 참전하기는 했으나 그들은 전투에만 참여했지 그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않았다. 거기다 평상시에도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어 이들의 실체를 아는 이들은 멏 안되엇다. 이들은 교황이 죽거나 역모가 일어난 정도의 제국의 심각한 상황이 벌어져야 움직였다. 교황의 직속 조직이라 교황의 명령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였다. 네이트를 만나 상의를 해야했다. 상의를 해봐야 결론은 어차피 하나였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검은 태양 용병단과 만날 수 있었다.


"멈춰."


"무슨 일이야?"


"성기사단이야."


"갑자기 성기사단. 성기사도 아니고. 성기사단."


"그래. 성기사단."


"확실한 거야. 성기사단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군. 이게 가능한 일인가. 지금은 전쟁이 끝난 상태야.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모두 세르반으로 돌아갔다고 분명히 들었어."


"물론 그랬지. 성기사단은 여기에 없어야 해. 하지만 내가 판단한 바로는 분명히 성기사단은 여기에 있어."


네이트는 생각에 잠겼다.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네 말이 확실하다면 큰 문제군. 당장 마르셀라가 문제군."


"성기사단만 오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대체 목적이 뭐지?"


"목적이 뭐든 마르셀라가 위험해. 그놈들은 마법사는 이유를 불문하고 모두 죽일 거야. 단지 차이는 빨리 죽는가 늦게 죽는가 하는 차이 밖에 없어."


"그렇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대책을 마련해야 해."


검은 태양 용병단은 장시간 숙고에 들어갔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크레스와 네이트와 용병들은 그 자리에서 헤어졌다.


체스코 일행은 급할 것은 없었다. 체스코의 분노가 통제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을 빼면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단지 체스코의 마음만 바쁠 뿐이었다. 모든 것은 결론내어졌고 그냥 따르면 될 일이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체스코가 분을 못이기고 중얼거렸다. 후크가 지나치지 못하고 농담을 했다.


"뭐 별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체스코님이 친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 분이 한판 붙으시죠. 남자 대 남자로 붙으시죠. 계급장 떼고. 단 개인적으로."


"지금 농담해. 그럴 기분은 전혀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 합니까. 공식적으로 까발리시게요."


"그럴 수 없지. 미치겠군.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 자식을 용서하지 못하겠어."


"일단 개인적인 감정은 접어두시고 일단은 반테스로 가시죠."


"그래야겠지."


하지만 행보는 방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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