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5주동안의 변화
“서준이형!”
“어? 어! 현성아!!”
현성은 저스티스 파크에 첫 출근을 한 서준을 위해 미리 마중을 나갔다.
“잘 지냈어요?”
“어, 뭐··· 그냥 지냈지.”
그리고 현성을 따라 같이 나온 한 사람.
“민우야, 재훈아!”
“주석이형!!!”
바로 덕명고 후배들을 맞이하러 나온 송주석이었다.
“저스티스에 온 걸 환영한다.”
“와··· 여기서 보니까 진짜 반갑다···”
“앞으로 매일 보게 될 테니까, 열심히 한 번 해 보자.”
“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
조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트레이드 된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 투입했다. 트레이드 된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고, 기존 선수들도 체력 안배도 가능해진다.
1. 임유원 LF 좌투좌타
2. 박현성 C 우투우타
3. 전병선 RF 좌투좌타
4. 앤서니 프랫 DH 좌투좌타
5. 조재훈 CF 우투우타
6. 최서준 1B 우투우타
7. 유민권 3B 우투우타
8. 임상진 SS 우투좌타
9. 전민우 2B 좌투좌타.
6~9번 타선이 조금 안타까운 공격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기존의 2루수 강주환, 유격수 우경태, 중견수 길주학이 대타로도 나올 수 있으니 찬스를 살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공격은 평소처럼 병선이랑 내가 해결하고··· 문제는 투수 쪽인데 말이지···’
오늘 선발 등판 예정인 투수는 오랜만에 다시 등판하게 된 이훈승. 약 5주간의 트레이닝을 거친 후, 다시 등판하게 되었다.
‘충분히 열심히 했고, 공도 좋아 진 것 같았어. 대신 아직 완전히 올라왔다고 할 수는 없어서···’
현성은 이훈승이 훈련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봐 왔다. 양우혁이 훈승을 붙잡고 훈련을 시키자 다른 선수들도 따라 붙어서 같이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훈승만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양우혁의 계획을 그대로 따라왔다.
문제는 아직 이훈승이 완전체의 모습을 갖추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 만약 오늘 경기의 내용이 좋지 않다면, 최악의 경우 훈련을 포기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 본인이 선발 등판을 강하게 요청해서 감독님도 받아 들이긴 하셨지만, 흐음···’
현성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에도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경기는 시작되었다.
“””
이훈승이 맞대결을 펼칠 상대는 라이거즈의 토종 에이스 박창윤. 박창윤은 먼저 1회 초를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자신이 던지는 공의 위력을 증명했다.
곧바로 1회 말. 이훈승의 2024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 경기가 시작되었다.
‘구위나 구속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건 확인했지만, 실전에서는 어떨까···’
이훈승이 원래도 실전에 약한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 동안 실전 등판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우선 패스트볼. 한 번 보자.’
‘그래.’
이훈승은 바깥쪽 패스트볼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투구를 준비했다.
‘슬슬 코리안 캡틴의 태가 나는구만···’
운동의 효과로 벌어지기 시작한 어깨와 원래도 큰 편이었던 키가 합쳐져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 그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에 없었던 아우라는 이훈승의 오른팔을 통해 공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
“역시 박창윤 선수입니다. 라이거즈의 에이스 답게 저스티스의 타선을 맞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제는 라이거즈의 공격이 되겠네요. 오늘 선발 투수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죠?”
“네, 맞습니다. 저스티스의 선발진이 부실한 건 아니지만, 저스티스는 또 한 명의 투수를 선발 투수로 키울 생각인 것 같습니다. 시즌 초에 한 번 선발 등판 했었지만, 좋지 못 한 결과를 만들었던 이훈승 선수가 오늘의 선발 투수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훈승 선수는 그 때와는 좀 다른 모습이네요.”
“저스티스 조성진 감독님께 물었더니, 그동안 벌크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좋아진 모습을 보여줄 테니, 기대 하라고 하셨습니다.”
“하하하. 조성진 감독님이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은데요?”
“정말 기대해도 되는 공을 보여 줄지! 이훈승 선수, 초구 던집니다!”
-슈우욱-
-팡!-
“헙! 구속이··· 151km/h가 나왔습니다···”
“어··· 이훈승 선수의 직전 등판 기록이 있나요? 제 기억 속에는 구속이 143~5km/h 정도였던 것 같은데요···”
“아··· 기록이 있습니다. 평균 구속 143.8에 최고 구속 148이네요. 공 하나 만에 본인의 최고 구속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조성진 감독님이 기대하라는 말씀을 남기신 이유가 있는 것 같네요. 하하하.”
“””
“스뜨으라잌!! 아웃!!”
이훈승은 첫 타자를 공 삼구삼진으로 처리했다.
‘음··· 솔직히 더 기대하긴 했지만, 아직 성장하는 과정이니까.’
현성이 이전의 삶에서 직접 보았던 이훈승의 최고 구속은 103마일. km/h로 변환하면 165.7정도 된다. 151km/h와 비교하기엔 수준이 다른 수치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훈승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
‘아직 구속에 비해 구위가 조금 가볍기는 하지만, 어차피 구위는 더 좋아지겠지. 아무리 103마일이라고 해도, 구위가 가벼운 공을 가지고 메이저리그 1선발은 힘들었을 테니까.’
이제 현성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훈승이 한 훈련이 제대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오늘 경기를 통해서 훈승에게 알려주고, 그가 제대로 ‘코리안 캡틴’의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돕는 것.
‘훈승이 형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면, 나도 보너스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
“스뜨으라잌! 아웃!!”
“와이··· 씨···”
라이거즈의 2번 타자는 훈승의 바깥쪽 패스트볼에 삼진을 당한 후, 전광판을 보고는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으며 돌아갔다.
‘음.. 욕이 나올 만 하군.’
이훈승은 경기가 시작한 후, 스트라이크만 6개를 던졌다. 그 중 패스트볼은 5개를 던졌는데, 패스트볼의 구속이 문제였다.
151km/h
150km/h
152km/h
151km/h
153km/h
2번 타자에게는 151km/h의 패스트볼 이후, 구속을 133km/h까지 떨어트린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 해 냈다. 그리고 153km/h의 패스트볼로 마무리. 체인지업의 낙폭도 꽤 괜찮았던 걸 감안하면 욕이 나올 수 밖에.
그리고 아직은 빛을 보지 못 하고 있는 이훈승의 장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완급조절. 지금은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창 잘 나가던 때의 이훈승은 155km/h의 패스트볼과 153km/h의 체인지업을 던질 줄 아는 투수였다.
‘그게 말이 되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진짜 하는 걸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지. 내가 훈승이 형을 포기하지 못 한 결정적인 이유기도 하고.’
패스트볼의 구속이 155~166km/h까지. 체인지업은 145~153km/h, 커브는 132~141km/h. 155km/h의 패스트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153km/h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166의 하이 패스트볼로 삼진 아웃. 이훈승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패턴이었다.
당연히 상대하는 팀들도 이런 이훈승의 패턴을 파악하고 초구 패스트볼을 노려 대응하려고 했지만, 이훈승은 초구로 132km/h의 커브를 던져 카운트를 잡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만 던지는 투피치 투수라면 어떻게 하겠지만, 수준급의 커브까지 구사하는 이상 보고 치는 수 밖에 없었지. 그리고 이훈승의 완급 조절은 보고 치는 게 정~~~말 정말 힘들었고.’
현성은 경기가 끝난 이후, 훈승에게 완급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고 생각 했다.
“””
구종과 구질.
언뜻 들으면 같은 말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둘은 다른 뜻을 가진 단어들이다. 우선 구종. 구종은 흔히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이라고 부르는 공의 ‘종류’를 말한다. 이는 엄연히 공을 던지는 주체인 투수가 공을 던지는 방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공의 궤적이 어떻든 투수가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하면 그 구종은 그 투수의 패스트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질은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각 투수의 신체적 특징에 의해 보이는 궤적에 따라 구분되는 공의 종류를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공의 궤적’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타자는 투수가 던진 구종을 보고 치는 것이 아닌,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질을 보고 타격을 시도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석에 서 있는 타자에게 중요한 것은 구질.
반대로 투수에게 중요한 것은 타자에게 효과적인 변화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종이 된다..
그리고 완급 조절이라 함은 여기에 ‘구속’의 변화를 추가하는 행위가 된다. 같은 구질을 가진 같은 구종이라 할지라도 구속이 다르다면 그 공을 치는 타자의 입장에서는 대처법이 달라진다. 따라서 절대 같은 공이라고 볼 수 없겠지.
수준급의 구질을 만들어 내는 구종을 가진 투수가 있다. 그 투수가 완급 조절까지 가능해진다면, 타자의 입장에서는 치기 어려운 공이 1~2개 더 늘어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그 수준급의 구질을 만들어 내는 구종을 가진 투수라는 말이야?”
“네. 아직은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되겠죠.”
“뭐? 음··· 실력이 이대로만 늘어난다면 못 될 것도 없겠지만, 한계치라는 게 있을 거 아니야. 거기까지 가고 나서 해도 되는 거 아니야?”
훈승은 자신의 한계치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거기까지 간 이후에 다른 방법에 눈을 돌려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했다.
“에이··· 그럴려면 멀었어요.”
“네가 어떻게 알아?”
“감이죠. 감.”
훈승이 못 미더운 표정을 짓자 옆에서 양코치가 끼어들었다.
“왜? 완급 조절이 나쁜 건 아니잖아. 힘을 덜 들이고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난데, 롱런하려면 꼭 필요한 거 아니야?”
“그렇긴 해도···”
“형! 한 번 해 봐요. 오래오래 정상에서 야구 해야죠.”
“하하··· 듣기는 좋네. 그런데 난 지금도 만족 하는데···”
훈승은 오늘 7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아직 저스티스의 다른 선발 투수들처럼 제대로 된 자신의 주무기를 장착하지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한 성적. 문제는 본인이 여기서 벌써 만족한다는 것인데, 이훈승이 여기서 멈추는 것은 현성에게도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다.
‘역시 이전에 삶에서 봤던 이훈승이랑은 다르네··· 그 때는 올라가려는 의지도 누구보다 강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전의 삶에서 겪은 일과는 다른 상황이니, 똑 같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을 터.
“안됩니다! 훈승이 형, 형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을 목표로 하시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뭐? 갑자기 명예의 전당?”
“눈 딱 감고 올해까지만 지금처럼 해 봅시다. 완급조절까지 추가해서요. 이때까지 한 걸 생각 해 보면, 나쁠 건 없잖아요? 그렇죠, 코치님?”
“그렇지. 현성이 말 들어서 나쁠 건 없지.”
훈승의 변화를 보고 또 한 명의 추종자가 된 양우혁은 이전의 상황을 모르는 이훈승에게 더 이상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에?”
“에?라니! 얼른 가자!”
“네? 어딜요? 경기 끝났는데요?”
“몰라! 가!”
- 작가의말
저는 백신 맞은 후의 고통이 좀 천천히 오는 편인가봐요 ㅎㅎ
맞고 24시간이 지났는데 이제 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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