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속 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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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거북
작품등록일 :
2021.07.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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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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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제일 오래된 보디가드

DUMMY

처음 그 요괴가 웹툰에서 등장하였을 때, 나는 작가가 원고를 그리다 만 줄 알았다.


유명한 배우를 닮은 잘생긴 이목구비와

시원시원한 기럭지.


문제는 그것들이 다 한 짝씩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눈코입도 한 개씩, 팔다리도 한 개씩.


‘ 감돌이 ’라고 하는 이 녀석은 몸을 반쪽밖에 가지지 못한 요괴였다.


또한, 그런 기이한 신체 외에도 녀석은 웬만한 장정의 4배에 달하는 괴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원작에서 전우치는 자신의 반쪽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아 전국을 떠돌고 있던 감돌이와 우연히 마주친다.


그리고 둘은 또 우연히 같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듯이.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두 사내.


마침내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서로 다시 제 갈 길을 가야 할 때,

전우치는 항상 자기 몸에 대해 결핍감을 느끼며 살아온 감돌이에게

‘ 너는 이미 완벽한 녀석이야. 가슴을 펴고 살아가. ’라는 대사를 던진다.


그 후, 한마디 인사도 없이 서로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둘의 모습이 명장면이었는데.


이 내용이 아직 초반부의 이야기임에도 내가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


그건 감돌이 에피소드가 내가 웹툰에서 가장 좋아하던 부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도헌의 아지랑이에서 들린 소리를 더 믿고 싶지 않았다.


“ 반쪽 타령을 하는 요괴는 하나밖에 없지 않소? 그 그리다 만 것같이 생긴 녀석. 내 예전에 봤을 때부터 수상하다 생각했지. ”

“ 감돌이 말씀입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그 꺼림칙한 녀석이 기어이 화를 불러 왔군요. ”


뭐지?

둘이 말하는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웹툰으로 내가 알고 있는 감돌이는 분명, 기이한 모습은 하고 있어도 정의롭고 의리 있는 성격으로 평판이 좋은 요괴였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진작부터 싹수가 노랬던 문제아처럼 비난받고 있다.


마치 원작의 흑야단같이··.


“ 잠깐만, 아직 경찰의 질문이 끝나지 않은 것 같소. 다들 여기 아지랑이를 다시 봐 보시오. ”


- - -


“ 그럼 납치당할 때의 기억은 전혀 없으시다는 건가요? ”


“ 네. 그날 미용실 의자에 앉아서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게 다예요.

그때 얼핏 무슨 실험실 같은 공간을 본 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만 곧바로 뒤에서 뭐가 눈을 가려서 그 이후론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


“ 그렇군요. 그리고 어떻게 돌아오셨는지도 기억이 안 나신다는 얘기신 거죠?

정신을 차리니 다시 미용실 의자 위에 돌아와 있으셨다고? ”


“ 그러니까요. 이틀이나 지났다는 게 저도 정말 믿을 수가 없다니까요.

솔직히 그냥 꿈을 꾼 것 같아요. 어디 다친 데도 없고. ”


- - -


“ 서두릅시다. 어서 저 여성분이 있었다는 미용실로 가봐야지 않겠소. 내 감돌이 이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


인상을 쓰는 도헌의 이마 위로 핏줄이 선명히 돋아났다.


“ 잠깐만. 가도 소용없어. 이쪽에서 이미 확인해 봤거든. ”


내 어깨 위에 앉아있던 종이 새를 통해 양화가 말을 걸어 왔다.


“ 방금 그쪽 덩치 아저씨 도술을 통해서 나도 대충 상황을 다 파악했어.

주변에 있던 내 정보원들을 시켜서 영상 속 여자가 말한 미용실을 벌써 조사해 봤지.

아무것도 없어. 아니, 너무 많아. ”


양화의 말에 의하면, 감돌이로 추정되는 요괴는 미용실뿐만 아니라 경주 온 전역에 자신의 흔적을 뿌려 놓았다고 했다.


그동안은 도깨비시장의 모든 정보 상인들이 힘을 합쳐도 발자국 하나 찾지 못할 정도였는데 말이다.


이 사실이 말하는 건,


“ 우리가 자기를 쫓고 있는 걸 눈치챘구나. 사방에 흔적을 남겨서 추적을 교란하려 하고 있어. ”

“ 그래. 보기보다 영리한 놈이야. 내가 최대한 빨리 녀석의 은신처로 향하는 단서를 찾아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


대체 감돌이 이 녀석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야.


“ 잠깐 다들 이걸 좀 보게나. 지귀 님이 또 어디론가 이동 중이시네. ”


아지랑이 위로 투영된 지귀의 시야가 재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병실을 빠져나가고,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와서···.


멍멍!


병원 입구 쪽을 향해 짖기 시작하는 마루.


곧, 입구 앞을 메운 기자들 위로 불덩어리가 솟아올랐다.


마치 방향을 찾는 듯, 좌우로 일렁이더니 우리 쪽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기 시작하는 지귀.


“ 우리에게 오려는 걸까요? ”

“ 아닐 겁니다. 방금 병실에서 얘기를 들었을 테니 아마 미용실로 가지 않겠습니까? ”


“ 뭐, 미쳤어? 빨리 막아! 은밀하게 하나씩 조사하지 않으면 감돌이 녀석이 다시 숨어버릴 수도 있다고. 지귀를 미용실로 보내면 다 물거품이야! ”


어깨 위의 종이 새가 미친 듯이 파닥이며 양화의 말을 전했다.


“ 지귀 씨! 잠시만요. 멈춰요! ”

“ 지귀 님, 멈춰 주시오. 할 얘기가 있소! ”


자리에서 뛰어가며 손을 흔들어 봤지만, 그는 속도를 늦추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 젠장, 다들 힘으로라도 빨리 막아요! ”


도력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각자의 손과 지팡이.

하지만 타이밍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일 듯했다.


불덩어리는 여유롭게 우리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기에.


바로 그때.


옆에서 뭔가가 번개같이 위로 뛰어올랐다.


“ 마루···? ”


너무나 빠른 움직임에 뒤로 잔상까지 만들어낸 마루는 말 그대로 노란 번개와 같은 모습이었다.


크르릉!


공중에서 불덩어리의 꼬리 부분을 꽉 물고 버티는 녀석.


그로 인해 잠시 속도가 늦춰진 틈을 우리는 놓치지 않았다.


[ 인(引) ]


내 팔에서 뻗어 나간 푸른 사슬이 불을 감싸고, 도헌은 자신의 커다란 몸집을 날려 그 위를 덮었다.


그렇게 조금씩 기세를 잃고 지귀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불덩어리.


“ 지귀 씨, 대체 뭣 때문에 혼자 이렇게 서두···. ”

“ 제가 하겠습니다. ”


곧바로 이유를 따져 물으려던 내 앞을 월묘가 가로막았다.


저렇게 심각한 얼굴은 한 적이 있었던가?


“ 그분 때문에 그러시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그리 사실 겁니까. ”

“ ···알고 있었어? ”


“ 그게 아니면 제가 어떻게 단번에 경찰서로 찾아왔겠습니까. 어리석은 분 같으니. 제가 그만 놓아드리라고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지귀를 바라보는 월묘의 애처로운 눈 속에 내가 모르는 둘 사이의 깊은 인연이 느껴졌다.


“ 우치 자네, 지금 저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알고 있나? ”


옆에서 귓속말로 소곤대며 물어오는 도헌.

어디까지나 그에게만 귓속말이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다 들렸을 테다.


“ 민폐 끼치기 전에 먼저 다 말해 줬어야 했는데, 미안해. 시시한 얘기지만 다들 들어 줄래? ”


지귀가 우리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 + +


처음 지귀를 만났던 횡단보도 위.


우리는 커다란 승합차 뒤에 몸을 숨긴 채, 건너편의 경찰서를 바라보고 있다.


“ 저기 저 차인 거 같은데요? ”


때맞춰 경찰서로 들어오는 경찰차 한 대.


주차를 마친 차에서 경찰 두 명이 내렸다.


그중 우리의 시선이 꽂힌 건 조수석에서 내린 여경.


이렇게 떨어진 거리에서 희미하게 보일 뿐인데도 저 사람은 뭐랄까,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고풍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 그래서 저 고상하신 분은 대체 누구시길래 우리가 여태 아무 말도 안 하고 기다린 거요? 이제 아무나 뭔가 이유 좀 설명해 주면 안 되겠소? ”


우물쭈물 망설이던 지귀.

월묘가 지팡이로 옆구리를 한번 쿡 찌르자 마침내 입을 열었다.


“ 저 사람은 배수민 씨라고 해. ......선덕여왕의 환생이고. ”


도헌의 눈이 멈칫하다가 커지는 걸 나는 똑똑히 보았다.


“ 일단은 내가 아직 요괴가 되기 전의 얘기부터 시작해야겠지? ”


###


신라의 평민이었던 지귀.


어느 날 그는 일 때문에 현재의 경주인 이곳, 서라벌을 방문하게 되었다.


“ 지금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내가 뭐 때문에 그렇게 서두르고 있었는지도 확실하지 않아. ”


무언가 급한 일 때문에 골목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다, 그는 우연히 한 여자와 부딪히게 되었다.


“ 난 그 순간 내가 죽은 줄 알았어. 이승에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거든. ”


그 사람이 바로 선덕여왕이었다.


“ 아니, 어떻게 여왕이 그런 곳에 있을 수가 있소. 궁에서 도망이라도 나왔단 말이오? ”


어느새 지귀 쪽으로 아예 허리를 굽힌 도헌이 침을 삼키며 물었다.


“ 물론 그럴 리가 없지. 그저 암행에 나오셨다, 잠시 길을 잃으신 것뿐이셨어. ”


부딪힌 둘은 서로 자신이 더 미안하다 사과하며 각자가 떨어뜨린 짐을 챙겨주었다.


날씨가 덥진 않냐, 이 책은 직접 읽으려고 사신 거냐 하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 그런 보따리까지 들고 있으셨기에 나는 그분이 왕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친절한 어느 댁 규수신 줄로만 알았지. ”


“ 잠깐만. 제일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지 않으셨습니까. 팔찌말입니다. 팔찌. ”


월묘가 이야기에 느닷없이 끼어들었다.

안 듣는척하더니 사실은 집중하고 있었나 보다.


“ 안 그래도 이제 말하려 했어. 그날 밤, 숙소로 돌아와 보니 팔에 차고 있던 팔찌가 내 것이 아닌 거야.

내 팔찌는 금색 실로 만든 것이었는데, 그건 실이 아닌 정말 금으로 만들어진 팔찌였어. ”


그때 지귀는 실수한 게 부끄러우면서도 그녀를 다시 만날 명분이 생긴 게 내심 기뻤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날 이후 그는 그저 일이 없을때면 하염없이 장터를 빙빙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 장터에 사람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모여있길래 무슨 일인가 했어. 그런데 그날이 바로 여왕님의 행차 날이었던 거야. ”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인파의 제일 뒤에 서 있었다.


마침내 여왕이 탄 가마가 그의 앞을 지나갈 때.


“ 수많은 사람의 뒤통수 틈에서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았어.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문득 떠오르던 그 얼굴을. ”


그리고 그 후의 기억은 잠시 끊겼다고 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자신은 호위병들에게 붙들린 채 무릎 꿇려있었다.


“ 네 이놈! 감히 여왕님의 행차 길에 소란을 피워! 네 놈이 정녕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게로구나. ”


“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

“ 나는 눈을 감고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었지. ”


그런데 왜인지 웅성거리던 주위가 조용해졌다.


“ 그대는 팔찌를 돌려주러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오? ”


낮게 울리는 따뜻하고도 다정한 목소리.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엔 여왕이 서 있었다.


“ 그것참 고마운 일이로구나! ”


그리 말하곤 자신을 향해 밝게 웃은 그녀는 천천히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이.


지귀는 신라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왕의 뒤를 따라 걸어간 그 짧은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 도착한 곳은 ‘영묘사’라는 절이었어. 지금은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기도 한. ”


불공을 올리던 여왕을 밖에서 기다리던 지귀는 긴장이 풀렸던 탓일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 후, 절에서 나온 여왕은 그런 그의 모습을 가엾이 여겨 자신이 잘못 가져간 그의 팔찌까지 그의 가슴에 얹어두고 떠났다.


“ 그렇게 잠에서 깬 내겐 사람의 몸으론 감당해내기 힘든 기쁨과 사랑의 감정이 폭발하여 불의 요괴가 되고 말았다는, 뭐 그런 싱거운 결말이야. ”


적어도 한 사람한테는 싱겁진 않은 거 같은데?


도헌은 옆에서 거의 탈수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오열하고 있었다.


“ 그렇게 요괴의 몸이 된 나는 그때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살아왔어.

지금까지 여왕이 사랑한 이 신라를, 그리고 여왕을 지키면서. ”


월묘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그래서 지귀 님이 이번 사건에 그리 죽기 살기로 덤비는 이유는 뭐란 말이요. 난 아직도 모르겠소. ”


선덕여왕을 수호하는 요괴가 필사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이유.


“ 조금 전에 봤던 여경, 선덕여왕님의 환생이라는 그분이 특별 주시 대상이군요? ”


그건 당연히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겠지.


작가의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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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p 3 조금 늦은 기념품 21.08.02 48 1 12쪽
7 Ep 2 세상에 나쁜 요괴는 없다 +2 21.07.31 65 2 12쪽
6 Ep 2 세상에 나쁜 요괴는 없다 +3 21.07.30 79 3 11쪽
5 Ep 2 세상에 나쁜 요괴는 없다 21.07.29 74 3 13쪽
4 Ep 1 완결길도 한 걸음부터 21.07.28 86 4 12쪽
3 Ep 1 완결길도 한 걸음부터 21.07.27 110 15 13쪽
2 Ep 1 완결길도 한 걸음부터 21.07.26 166 18 12쪽
1 Ep 0. 댓글을 달 때는 신중하게 +3 21.07.26 200 2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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