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박차고 개발천재 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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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별이
작품등록일 :
2021.07.26 12:37
최근연재일 :
2021.08.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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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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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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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사악한 마녀

DUMMY

한강 변이 보이는 나래온 사옥의 전망대에서 홍도가 강바람을 즐기고 있다.


“찰스강에서 널 처음 봤을 때처럼 가슴이 떨리네. 홍도, 내 사랑.”


톰이 다가와 홍도 옆에 서서 난간에 몸을 기대며 홍도와 같은 곳을 바라봤다.

턱을 치켜들어 강바람을 만끽하는 홍도는 눈을 감은 채 고운 입술을 열었다.


“그때 넌 되게 순진해 보였지. 근데 그게 연기일 줄은···. 넌 타고난 연기자야, 톰 스펜서.”

“연기였다고? 그게 아니었다는 거, 너도 잘 알면서···.”


홍도는 대답 없이 담담한 미소를 띠며 흐르는 강물만 바라봤다.

서로 말은 없어도 편안한 시간이었다.

예전 보스턴 찰스강가에서도 그랬듯이.


“촬영은 내일 오후에 할 거야. 여태 그랬듯이 따로 대본 없이 진행할 거고. 잘 부탁해. 톰 스펜서.”


홍도는 배시시 웃음을 보여주곤 자리를 떠났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멀어져가는 홍도 뒷모습만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쩔쩔매는 톰이 서 있었다.


휴게 공간을 거쳐 개인실로 향하던 홍도에게 요즈음 강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는 효선이 다가와 조잘댔다.

원래 얌전한 아가씨였는데···.


“언니, 언니. 톰과 얘긴 잘 끝났어요?”

“응, 내일 촬영에 대해 잘 말해줬어. 프로니까 잘할 거야.”

“아이참, 톰이 언니 찾으려 한국에 들어온 거 몰라요? 언니와 톰 사이 오해가 생겨 언니가 사라진 거라면서요.”

“으이구, 강산이랑 약영이 또 헛소리했나 보네. 효선아, 나 내일 촬영 때문에 일찍 쉬워야겠어. 내일 보자.”


홍도는 생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다음 날.

전 세계로 실시간 송출되는 스트리밍 방송이 시작됐다.

확실히 중량감 있는 게스트가 등장하자 동시 시청자 수가 폭등했다.

진행은 세계 유수의 기업 총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 민서가 맡았다.

패널로는 나래온의 여신 홍도와 뜻밖에도 강산이 출연했다.


라이브 스트리밍 특성상 한국어로 진행되는 언어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처음으로 각 언어의 통역자와 뇌파를 이용한 자막 서비스를 기획했다.

통역자는 실시간으로 내용을 듣고 뇌파로 각 언어로 문자로 서비스했다.

영어판, 불어판, 독어판, 스페인어판 등등.


방송이 시작되자 전 세계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통역자가 듣고 느끼는 생생한 표현이 그대로 문자로 자막 처리했으니까.

간단한 인사말과 소감, 톰 스펜서의 근황, 영화 이야기, 음악 이야기가 이어졌고 간간이 깨알 같은 신기술 소개도 첨가해 시청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패널로 참가한 홍도가 랜덤으로 선택한 여러 나라의 생소한 시나 동화, 신문기사를 읽어 뇌파로 톰에게 전달하면 톰이 말 또는 글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이미지 통신 체험이 이어졌다.

벌써 비슷한 체험 영상이 많이 올라왔음에도 반응은 뜨거웠다.

조작이다, 매수했다는 반응도 현저히 줄었다.

톰은 억지스럽지 않은 리액션과 빛나는 웃음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미지 통신 체험 쇼가 막바지에 이를 때였다.


“지금부턴 이미지 통신으로 문자 대화하는 시간은 가져보겠습니다. 준비됐나요, 톰?”


-좋습니다. 준비됐어요!


톰은 생각으로 문자를 만들었다.

참가자 머리맡엔 각자의 홀로그램 스크린이 걸려있었다.

민서는 뜻밖의 질문을 톰에게 던졌다.


-여담입니다만, 여기 세 분은 서로 구면이시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톰?


톰이 살짝 당황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방송 전파를 탔다.


-오마이갓, 진실의 시간이군요. Mr, 강이 좋은 얘길 하지 않을 것 같지만 할 수 없네요. 네! 샤니는 보스턴 대학교 시절, 그러니까 단역배우 시절부터 친구였습니다.


강산이 생각을 담은 문자로 화답했다.


-사실입니다. 톰은 대부분의 여가를 내 집에서 보내곤 했지요. 약탈자처럼 쳐들어와 냉장고를 비우곤 했어요. 사실 지금도 공짜로 우리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중이죠.


톰은 해맑게 웃어대며 말을 이었다.


-그곳엔 항상 맛있는 음식이 있었으니까요. 그 시절 집에서 조리해 먹는 친구는 몇 안 됐는데 맛도 끝내줬거든요.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이 바로 홍도죠.”


홍도는 당황한 웃음으로 응답했다.

톰의 고백은 이어졌다.


-솔직히 말한다면 샤니를 만난 건 홍도를 알게 된 이후였어요. 두 사람은 룸메이트였거든요.


홍도가 좀 더 당황한 얼굴이 돼 전파를 탔다.

톰은 무엇인가 매혹된 얼굴로 얘기를 이어갔다.

물론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고 머리맡에 둔 홀로그램 스크린에 표시됐다.


-단역배우였던 시절 연기에 관해 고민이 많았던 때였죠. 찰스강 변을 거닐다가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이국적이면서도 선이 고왔던 여자였죠. 저는 단숨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 자식 작정을 하고 왔구먼.’


웬만한 일엔 눈 하나 끔뻑이지 않는 강산도 조금 당황할 수밖에.

최고 주가를 올리는 대스타가 숨겨왔던 사랑 얘기를 터트리고 있다.

대중의 반응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홍도는 좌불안석인 모양이었다.

홍도의 어색한 미소를 보며 싱긋대는 톰은 품 안에서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보스의 풍모로 술잔을 기울이는 강산과 무언가 집어먹곤 얼굴을 잔뜩 찌푸린 톰과 프라이팬을 든 홍도와 멀리 시체처럼 고꾸라진 6㎜ 삭발 머리가 한 샷에 담겼다.


-이 사진은 제가 처음 매운 문어를 먹던 날입니다. 지금은 매운 음식을 잘 먹습니다만, 이날은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카메라가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클로즈업했다.


-매워 보이네요.


민서가 빙긋이 웃으며 응수했다.

이미 두 패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홍도는 언제나 제게 영감을 줍니다. 맑은 영적 기운도 불어넣어 주고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실례되는 질문일지 모르겠습니다만, 톰. 이미 여러 매체에선 당신이 유력한 귀족 가문과 장래를 약속했다는 소문이 보도됐습니다. 대중들은 이미 그렇게 믿고 있고요. 지금 하신 얘기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어 보이는군요.

-거짓입니다. 저급한 마케팅이었죠. 저는 윌리엄 경의 사생아입니다. 그분을 뵌 적이 딱 두 번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영국으로 저를 데려갔을 때와 성년이 돼 영국을 떠날 때였죠. 낳아주신 분이기에 존중합니다만, 제 인생에 그다지 비중 있는 분은 아닙니다.


톰은 대중이 가졌던 백작가의 귀한 도련님의 환상을 깨고 있었다.

백작가의 재능있는 서자에서 불우한 가정환경을 지닌 가여운 사생아로 변신하고 있었다.


-톰, 그만해! 어디까지 말할 셈이야.


홀로그램 스크린에 표시되는 메시지가 아닌 톰의 뇌로 직접 홍도의 생각이 전달됐다.

톰도 직접 홍도와 대화하기에 나섰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싶었어. 네가 떠나고 나서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이제라도···.

-바보야. 그런 상투적인 마케팅 따위를 이해 못 해서 널 떠난 것이 아니야. 내가 떠나지 않았으면 넌 네 첫 영화를 망쳤을지도 몰라. 그게 두려웠어.

-그게 무슨 소리야!

-콜로라도 촬영지에서 보스턴까지··· 때만 되면 찾아오는 너 때문이었지. 네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연기에 넌 집중하지 못했어. 그래서 잠시만 이별하려 한 거야. 바보야.


화면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민서나 강산도 두 사람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으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의 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두 남녀는 지금 치열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


“으흠, 홍도 누나에게 악평이 많네. 나래온의 여신에서 하루아침에 왕자를 납치한 사악한 마녀가 됐어.”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였다는 SNS도 많아.”


약영과 효선은 어제 벌어진 이미지 통신 홍보를 빙자한 두 남녀의 애정 행각에 관한 대중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두 연인이 나눈 무언의 고백은 전 세계 시청자의 뇌리에 강력히 박혔다.


“빌어먹을 자식, 내 쇼를 망쳐놨어. 당장에 저 자식을 그냥···.”


강산은 괜히 점심때가 다 되도록 코빼기도 비추지 않은 두 남녀에게 괜한 심통을 부렸다.


“그리고 회사가 무슨 러브호텔도 아니고···.”


약영이 설계한 모노레일을 따라 홍도의 방과 워크홀릭 부부의 방으로 식사가 담긴 박스가 도착하는 걸 보고 강산은 씩씩거렸다.


“워, 내가 알던 형이 맞나 모르겠네. 비독점적 다자 연애를 주장하는 형이 할 소리는 아닌데···.”


효선이 눈을 가늘게 뜨며 강산을 쳐다보자 강산은 슬슬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좋겠다. 저 두 사람···.”


강산이 사라지자 효선의 입에선 부러움이 담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강산 형과 잘 안돼?”

“그냥 여동생 취급받는 기분이랄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야. 그래도 너처럼 오래 붙어있는 여자도 처음이다. 너도 좀 정상은 아닌 듯.”

“그런가···. 근데 정말 오빠가 폴리아모리Polyamory야?”

“이론상 일부일처제보다 나은 형태라고 형은 생각하나 봐.”


폴리아모리는 세 사람 이상이 서로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사랑하는 형태, 오픈 릴레이션십을 말한다.


“흠. 역시 여동생으로 느끼는 것이 분명해.”

“근거는?”

“폴리아모리는 연애 전에 상대방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밝히는 걸로 알고 있어. 내겐 아무 얘기가 없었거든. 그러니 날 연애 상대로 느끼지 않는 거겠지.”

“밝혔다고 치면 넌 이해할 수 있고?”

“글쎄다. 강산 오빠 정도라면?”

“거봐. 너도 좀 이상해.”


동갑내기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댔다.


&


나래온은 미래 그룹과 접촉한 이후 발 빠르게 나래하나를 세워 신체 임플란트 개발에 착수했다.

또한 지주회사로 나래온 주식회사를 세워 나래온, 나래하나 두 유한책임회사를 자회사로 두었다.

약영이 개발한 사무 인공지능, 일명 메두사는 많은 업무를 처리됐지만, 인력 보충이 불가피했다.


민서의 특장점이 발휘됐다.

전 세계 다국적 인재가 나래온으로 밀려들었다.

세계 최초 이미지 통신이란 개념을 만든 회사를 선망하는 인재는 차고 넘쳤다.

일반 사무 인력은 최소화했고 대부분이 연구 영역이었다.

사무와 생산은 98% 이상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담당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늘어나자 폐교 부지를 리모델링한 사옥에 점점 모듈식 건물이 늘어났다.

회사 내 모든 업무는 이미지 통신으로 이뤄져 공간적 제약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꼭 필요한 연구시설이 아니고서는 특별히 자기 자리가 따로 있지도 않았다.

직원들은 미로처럼 꾸며진 모듈식 건물 사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로이 근무할 수 있었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기 전 대학을 졸업한 효선을 위한 축하 파티가 강산의 회사에서 열렸다.

강산을 비롯한 나래온의 임원은 물론이거니와 새로 입사한 다국적 인재와 교류를 가져온 효선은 비록 정식 직원은 아니었지만 한 공동체 소속원처럼 나래온에 녹아있었다.

약영은 이미 초저녁에 강산이 권하는 술에 고꾸라졌고 파티는 무르익고 있었다.


“오빠.”

“응?”

“나 떠나기로 했어요.”


효선이 뜬금없이 떠난다는 말로 강산을 놀라게 했다.


“어디로? 무슨 일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오빠와 여기 사람들과 만나면서 느낀 점이 많아요.”


나래온과 강산은 효선의 향상심을 자극했고 효선이 유학을 결심하는 동기가 됐다.


“전공을 살릴 계획이냐?”

“네.”

“그렇구나.”


강산은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빠.”

“응?”

“심각하게 고민해 봤는데··· 나도 폴리아모리 할래요.”

“···!”

“그러니까 내가 없어도 맘 편하게 연애해도 좋아요. 다만, 나도 가끔은 기억해 주고요. 그리고 오빠만큼 멋진 남자가 나타나면 나도 한번 만나보려고요. 우리가··· 연인 사이도 아닌데 이런 말 하려니 부끄럽네.”

“효선아···.”


효선은 강산의 가슴에 홍조 띤 얼굴을 묻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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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4 꿈길™
    작성일
    21.08.08 02:37
    No. 1

    강산 좋겠다.
    홍조 띈 얼굴 묻어본지가 언제인지.. 가물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삶의유희
    작성일
    21.08.08 09:30
    No. 2

    읽다 말았네요.
    사랑은 자신을 내려놔야(포기)할 때가 많죠.
    아닌 년놈들도 있지만 서로가 자신을 내려놓다 보면 좋아질 수도 때론 아닐 수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이런 저런 오해도 쌓이고 몇 달을 가기도 하죠.
    소설이라 100년이 지나도 사랑할 수 있겠지만 좀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이만 읽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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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미지 통화 시대 +2 21.07.28 579 22 11쪽
3 꿈을 포기하는 사람 +4 21.07.27 68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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