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다른 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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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21.07.26 14:06
최근연재일 :
2021.12.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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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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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블랙맘바

악에 의해 홀로 된 이들의 정통 하일드보드 액션




DUMMY

소회장의 펜트하우스


“브이가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되었나? 무사한가?”


기실장은 고개를 떨군 채로 답을 하지 못했다.

소회장도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못 이기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도착할 때 까지는 의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택시기사에게 회유와 반 협박까지 해서 이곳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의식을 놓지 않았나 봅니다”


“지금 어디있나?”


“닥터 조가 보고 있습니다. 가족에게는 그래도 온전한 모습으로 돌려보내야 될 것 같아서...”


“택시기사는?”


“제가 직접 만났습니다. 브이가 국가 특수기밀 요원이기 때문에 절대로 입밖에 내면 안된다고 다짐을 해두었습니다. 다행히 본인도 자신이 드러나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놈들이 일대 CCTV를 다 뒤져서라도 그 기사를 찾아낼 걸세. 당분간 일을 그만두고 가족들하고 지낼 곳을 마련해줘”


“알겠습니다. 황세연한테 붙여놓은 위치추적 장치는 다행히 아직까지 신호가 잡히고 있습니다”


기실장이 개발한 위치추적장치는 세연의 피부속에 이식되어 있었고 자체적으로 신호를 발신하기보다 이쪽에서 신호를 보냈을 때 수신만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감지장치로 찾아낼 수 없었다.


“어딘가? 잡혀있는 곳이”


“양평쪽인데 놈들의 안가인 것 같습니다. 워낙 인가가 떨어져 있고 인근에 건축물 등기해놓은 곳이 몇 군데 안되어서 위치는 금방 찾아냈습니다”


“납치한 놈들이 누군지에 대한 단서는 알아냈는가?”


“브이의 렌즈에 장착된 카메라로 전송된 영상을 분석해봤는데, 맨 앞의 사내 빼고 나머지는 다 국내에 신분이 없습니다. 싸울 때의 몸짓이나 외모상의 특징을 대조해보니 아마 조선족 폭력조직원들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잡혀도 문제가 안되는 놈들을 쓴다는 것이군. 아마 황세연 학생이 잡혀있는 곳에도 놈들이 있을 것 같은데, 결국 류강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


“다른 요원들을 보냈다가 또 다른 인질이 잡히는 것보다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황세연이 고생은 하겠지만 아는 것이 없어서 당장 죽이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류강은 아직 계곡을 통과중인가?”


기실장은 잠시 생각하면서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류강도 함정속으로 들어갔다고 봅니다. 길이 하나가 되면서 다른 길도 없었고. 오직 자신의 능력으로 깨고 나오길 바래야지요”


“류강이 보내준 데이터는 다 정리가 되었고?”


“내국인들은 상당수 정보를 맞추었습니다. 다만 이들 중 다수가 실종처리되었고 그 과정에서 신영그룹에서 회유한 자들이 정상적인 사망으로 행정처리를 해놓았다고 봐야 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찌라시 취급을 받거나 고인을 모독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놈들은 어떻게든 이 정보의 진실성을 부정할 것이고 그동안 제보자의 신원이 밝혀진다고 봐야 합니다”


“흠... 일단 정리된 정보파일은 최대한 여러 군데에 카피본을 분산시켜 놓도록 하게. 우리가 어떻게 되어도 진실은 밝혀져야 해”


“알겠습니다”



봉오동 계곡 초입 소로(小路)


산길은 일관성이 없었다.

어차피 사람이 자주 다닐 일도 없었고, 오히려 산짐승들이 더 많이 다녔다고 봐도 되기 때문에 굽이쳐 돌다가도 중간 중간 막혀있어서 아무리 산악모드로 달린다고 해도 모터사이클로 가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


직선거리로 5.8킬로미터 정도.

하지만 류강에게는 그 짧다면 짧은 길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퍼즐이나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길은 좁아졌어도 꽤 잘 이어졌다고 생각되는 길을 찾은 것이 10여분 전.

소음을 줄이기 위해 저속으로 달리면서도 꽤 한참 들어왔다고 생각되는 지점을 지날 때, 류강의 육감에는 상당히 강한 위험신호가 울려왔다.


‘뭐지? 이 깊은 산속에’


주변 아무 곳에도 인적이라고 볼 수 없는 곳.

어떤 위험이 닥쳐 왔길래 이 뚜렷한 위기신호를 느끼는 것일까?

무예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서부터 따라오기 시작한 발달된 육감은 특수부대원으로, 헤르메스의 일원으로 생사의 현장을 넘나들면서 더 증폭되었고, 류강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류강은 이미 열감지기를 통해 전방에 대한 1차 정찰을 시도했었고, 다행히 발열성 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전방에 혹시 비트가 있을지 살펴보았을 때에도 별다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양측방과 후방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이 살기와 위험신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 한군데 빠트린 곳이 있다’


전후좌우, 아래도 아니라면 위?

바로 머리 위였다.


직감적으로 류강이 몸을 낮추면서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얼굴근처까지 다가온 존재의 검은 눈과 마주쳤다.

미끄러우면서도 악어의 가죽과 비슷한 무늬를 가진 존재.

이미 벌린 입안에는 무저갱같은 짙은 암흑이 도사리고 있었다.

류강은 이 존재를 알고 있었다.


블랙맘바.


킹코브라의 70배에 달한다는 신경독과 심장독을 동시에 가진 가장 공격성이 강한 독사.

사람 10명을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독을 단번에 방출하고, 물린 지 20분 안에 코끼리도 사망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생물.

지금 류강과 만난 블랙맘바는 길이가 무려 4미터 이상 되어 보이는 대형이었다.


‘블랙맘바가 독을 멀리 내뿜는 능력이 있던가?’


류강은 혼돈스러웠다.

수직으로 마주보는 자세에서 섣불리 움직이면 시속 최대 20킬로미터로 움직일 수 있는 이 괴물이 자극을 받아 자신을 덥석 물거나 아니면 독을 내뿜을지 몰랐다.

다른 독사들과 달리 배가 불러도 앞에서 방해가 되는 생물들을 가차없이 물어버리는 성질 때문에 블랙맘바는 모든 생물에게 꼭 피해야 될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아프리카산 독사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놈들이 준비한 장치가 이거였군’


블랙맘바는 나뭇가지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류강은 젖혔던 고개를 조금씩 세우면서 몸을 앞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4미터에 달하는 기다란 몸을 끌고 부드럽게 류강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블랙맘바는 급할 것이 없었고 눈치를 볼 이유도 없었다.

그저 앞에 나타난 생물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만 있을 뿐이었다.


모터사이클의 속도를 높여 한 번에 빠져나가는 것도 확률이 낮은 시도였다.

엔진소리를 듣자마자 놀란 뱀이 류강의 목덜미를 물어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류강은 바쁘게 기억을 더듬어 코브라의 일종인 이 블랙맘바가 독을 내뿜는 종이었는지 생각해내려고 애썼다.


‘젠장, 그 흔한 인터넷 검색 한 번 못해보네’


블랙맘바는 어느새 류강의 머리 바로 위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어쩐지 열감지 장치에 반응하지 않더라니’


체온이 낮은 편인 블랙맘바가 감지되지 않았던 이유였다.


‘일단 피한다’


류강은 빠른 결론을 내렸다.

블랙맘바와 싸우거나 죽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소득이 없는 일이라고 본 것이다.

이 상황만 빠져나가면 조금 더 속도를 올려야겠다고 다짐까지 하면서 류강은 오른손가락을 슬며시 움직여 조종간 옆의 작은 버튼을 눌렀다.


‘피육’


만일 모터사이클이 급한 경사로나 벼랑으로 추락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실장은 기능 하나를 심어 놓았다.

후방에서 갈고리 달린, 탄성섬유로 된 줄이 발사되게 해놓은 것이다.

발사된 갈고리 달린 줄은 뒤로 5미터 이상 뻗어나가다가 지나온 나무등걸에 깊숙이 박혔다.


놀란 블랙맘바는 뻗어나간 줄을 순간적으로 물었다.

그리고 줄을 타고 뒤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류강은 블랙맘바가 모터사이클로부터 멀어지기를 기다려 그대로 달려 나갈 준비를 했다.

굽이굽이 있는 나무들 사이로 고속으로 달린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조금 전의 그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상체를 완전히 일으켜 핸들을 잡은 류강의 시야엔 전방과 측방 곳곳에 한껏 성이 난 듯한 블랙맘바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색깔도 청록색부터 거무스름한 색깔까지 다양하면서도 대부분 3미터 이상의 커다란 것들이었다.

대충 세어 봐도 5~6마리는 될 듯 했다.

블랙맘바들은 전방의 나뭇가지 위, 측방의 땅 위 할 것 없이 분산되어 있었고, 도저히 그곳을 그냥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해보였다.


“네가 파르한을 죽였나?”


앞쪽에서 불현 듯 나타난 사내는 190센티미터가 넘는 커다란 키에 구부정한 허리를 한 깡마른 60대의 남자였다.

언뜻 보기에도 동양인과 인도인의 혼혈정도 되어 보이는 외모, 그리고 비교적 표준영어를 쓰는 것, 마지막으로 코브라들을 다루는 것으로 보아 인도태생으로 짐작되었다.


“너도 중국인들의 의뢰를 받고 왔나?”


혼혈남자는 이마를 찡그리면서 얘기했다.


“아니, 정확히 그렇진 않아. 그들이 의뢰한 일을 가끔 하긴 했어도 이번 일은 아냐. 그보다 파르한의 죽음에 대한 대응이라고나 할까?”


“파르한이라는 자가 아까 내손에 죽은 태국인들의 보스같은데, 너도 그 조직인가?”


혼혈남자는 기다란 손가락을 내저으며 답했다.


“아니, 나하고 파르한은 나이를 떠나서 친구관계다. 어릴 적부터 저 귀염둥이들하고만 살아온 나를 다른 친구들하고 똑같이 존중해주고 높여준 귀한 친구였지. 그런 친구를 죽여버린 놈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중국 놈들이 정보를 주긴 했지만 그렇지 않았어도 했어야 할 일이라네”


“뭐, 정 그렇다면... 나도 도전을 피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혼혈남자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면서 휘파람으로 신호를 보내자, 블랙맘바들이 더 성이 난 모습으로 류강에게 접근해왔다.

사실 류강은 이 독사들보다 혼혈남자의 전투능력이 보고 싶었다.

단순히 이런 험한 일에 맹수들을 조련하는 역할로만 등장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을 에워싼 이 치명적인 생물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아야겠지만 말이다.



서울지검 강력부 김서우 검사실


김서우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며칠 전 만난 신영의 후계자 강정욱이란 놈은 분명 여당 실세인 도국현 의원과 자신의 관계를 잘 알면서도 은밀한 만남을 원하는 의사를 보였다.

차기 대통령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실세의 위세에도 아랑곳없이 진짜 실세는 보면 안다라는 허풍이 가득한 말까지 떠벌렸다.

시간이 아까우니 본론만 얘기하자는 재촉을 두 번이나 하고나서야 정욱은 느물대면서 요구조건을 꺼냈다.


이번 신영빌딩에서 장기밀매사업을 하던 조직이 증발한 사건을 해결하는데 전폭적인 협력을 해달라는 것과 서울지방경찰청의 박정기 과장을 제거하는 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 김서우에게는 신음소리가 날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국내 최대 폭력조직도 증거 한 톨 발견하지 못한 사건에 빠져들면서 정보를 흘려주고 사건을 조작하다가 아차 하면 늪에 빠질 위험이 너무 높았다.

그리고 박정기 과장은 자신의 눈에도 가시였지만, 경찰 구성원들의 신망이 너무 높아서 자칫 하다가는 전 경찰의 수사력이 집중될 경우 꼬투리를 잡힐 가능성이 많았다.


단호하게 그렇게 할 수 없다라는 대답을 해야 한다고 다짐한 김서우와 그 정도 수준의 대답을 예상한 강정욱에게 정작 튀어나온 김서우의 말은 뜻밖이었다.


“대신 뭘 해줄 수 있어요?”


김서우는 어차피 자신과 강정욱은 사랑 같은 순진한 감정이 스며들 종자는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 싸구려 감정에 치우치는 것보다 차라리 상대방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주고 또 얻어낼 것을 확실하게 받아내는 것이 체질에 맞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날 밤 김서우는 도국현이 알았으면 파자마 바람으로 달려올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강정욱이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모든 것을 보상할만한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강정욱에게서 걸려온 첫 번째 요구전화는 처음부터 난관을 예고했다.


“신영빌딩에서 살아나간 생존자를 잡았습니다. 그 생존자를 빼내고 숨겨준 놈들 꼬리만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어찌어찌해서 생존자를 꾀어내서 잡았는데 같이 있던 놈이 택시를 타고 도망가버렸습니다.

우리도 그 택시기사가 누구인지까지는 알아냈는데, 기사가 사라졌어요. 기사 수배 좀 때려주시고 그 택시가 어디로 갔는지 행선지 좀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정욱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스폰서를 둔 검사는 그때부터 을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며 애써 자위한 김서우는 전화기를 들었다.


“현상수배 요청드립니다. 대상자는...”


작가의말

이번호 부터는 류강이 중국을 탈출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가장 어려운 위기를 겪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0 모아두상
    작성일
    21.12.08 14:30
    No. 1

    한명 구했으면 잘 처신하게 주변부터 정리해야지
    몇명을 위험에 빠지게 만드는거지??

    인력이 남아 도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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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사냥(1) 21.12.07 23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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