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다른 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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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21.07.26 14:06
최근연재일 :
2021.12.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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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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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면초가

악에 의해 홀로 된 이들의 정통 하일드보드 액션




DUMMY

봉오동 계꼭 정상부근 방공호 앞


레일건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레일건을 개발한 기실장도 실전에서 사용하는 것을 직접 보진 못했고, 콜롬비아에서 류강이 마약왕 히랄도의 부하들을 쓸어버릴 때 사용한 사진기록만 보았다.

그런데 오늘은 직접 눈앞에서 그 현장을 목도한 것이다.


목표는 총을 든 사수들이었다.

기관단총을 파지한 7~8명의 사수들은 빛살처럼 퍼지면서 그들을 덮쳐온 자탄의 세례에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 즉사했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고, 누가 봐도 생존확률은 확실히 제로인 상황이었다.

아무리 휴대용 미니 레일건이라고 하더라도 그 소수의 사람들에게 사용하기에는 분명히 오버스펙이었던 것이다.


레일건이 만들어낸 참상에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 방공호안에 있던 기실장보다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자탄에 쓸려버린 것을 직접 본 사련방주와 그의 부하들이었다.

풋내기들의 신흥조직이었던 사련방을 중국 최대의 폭력조직으로 키워내기까지 사련방주는 가학적으로 보일 정도의 폭력을 휘둘러 공포심을 자아내왔고, 도전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조직은 무참히 살해하는 것을 괘념치 않았던 것이 수도 없었지만 이처럼 사람들을 한꺼번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살점 덩어리로 만드는 것은 처음 보았다.


“우우욱”


참고 참았던 구토를 방주를 비롯한 여러 조직원들이 군데군데에서 하고 있었다.


“네 놈들도 사람인 모양이구나. 토악질이 나는 것을 보니”


류강은 레일건을 겨눈 채 서서히 사련방주 앞으로 걸어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주변의 부하들이 굳이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류강을 향해 총격을 퍼부었을 텐데, 레일건의 위력을 봐서인지 순식간에 방주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주저하고 있었다.


“약속 지키고 돌려보내 줬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돌아가면 나랑 굳이 다시 볼 일도 없었을 텐데”


사련방주의 두 눈에 분노가 피어올랐지만, 워낙 강력한 무기 앞에서 별다른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총들 다 버려. 아까 그 놈들처럼 되기 싫으면”


방주의 친위대 부하들이 슬슬 방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방주는 그런 부하들의 눈빛조차도 분통이 터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방주의 눈빛을 받은 부하들이 천천히 총기를 내려놓았고, 발로 밀어 류강쪽으로 보냈다.


“이제 뒤로 돌아서 그냥 내려가. 아까 타고 온 헬기만 두고 가면 돼”


“여긴 너무 깊은 산속이라 그건 줄 수 없어”


“그럼 우리보고 걸어 내려가란 말야? 너희들은 헬기 타고 재빨리 돌아가서 대부대를 잔뜩 끌고 복수하러 다시 오고?”


“......”


류강은 사련방주의 부하들이 발로 밀어 보낸 총기들을 하나하나 분해해서 부속들을 사방 깊은 숲속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기실장과 강정욱을 밖으로 나오게 했다.


“저 능선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헬기가 있습니다. 여기 올라오기 전에 제가 봤던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가서 먼저 타시고 시동 걸어 놓으세요. 조종 가능하시죠?”


“부속만 있으면 헬기 만들 수도 있네”


“좋습니다. 만약 제가 오기 전에 이 개자식이 허튼 수작을 하거나 도망치면 그냥 쏴 버리세요”


류강은 뺏은 무기 중에 남겨놓았던 권총 한 자루를 기실장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강정욱을 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야, 이 개자식아. 잘 들어. 여기서 섣불리 도망치다 쟤들한테 잡히면 뼈도 못추린다. 괜히 엉뚱한 생각 하지말고 잘 따라가. 그나마 살고 싶으면 한시라도 빨리 귀국하는 게 너한테 좋을 거야”


한숨을 쉰 강정욱은 기실장을 따라 헬기 착륙장쪽으로 올라갔다.


사련방주와 부하들을 다시 쓱 둘러본 류강은 레일건을 조끼안에 집어넣고 기관권총을 꺼내어 그들을 다시 위협했다.


“명심해. 나도 여기서 더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 그냥 가는 거야. 여태까지 나한테 한 짓 보면 다 죽여도 시원치 않으니까, 이 뒤로 괜히 사람보낸다는가 하는 일 없으리라 믿어. 다시 보게 되는 날이 네 뼈가 묻히는 날이라는 걸 잊지마”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련방주와 부하들을 산길 아래쪽으로 내려 보낸 류강은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헬기 착륙장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장 안전한 것은 사련방주 일당을 다 죽여버리는 것이겠지만, 탄약도 다 소진된 상태라 엄두도 나지 않았고, 만약 성공한다해도 중국을 벗어나는 데 문제라도 생긴 다면 나머지 두 사람을 끌고 탈출하는 것이 정말 어려울 듯 싶었다.


‘나중에 시간되면 꼭 다시 와서 손봐주마’


자신과 같은 나라의 사람들을 숱하게 죽이고 장기를 떼어 팔아먹은 놈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비록 직접적인 자신의 원수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일단 안 이상 그냥 놔두는 것은 또 다른 사람들이 평생 복수심에 자신의 생을 덧없이 태워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직접 손에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을 들려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 나쁜 놈들이 얼마만큼 큰 벌을 받았는지는 나중에 꼭 알려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사련방주와 함께 자리를 벗어난 부하들은 앞을 다퉈 산길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방주보다 빨리 내려가서 방주가 타고 가야할 교통편을 마련해놓는 것도 목적 중 하나였고,

계곡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다른 조직원들을 통해 류강의 일행을 공격할 방법을 찾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물론 확률은 낮았다.

류강일행이 헬기를 타고 고속비행으로 이동해버리면 종적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높았다.



그런데, 방주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산길을 내려가던 친위대장 등위는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방주님, 잠깐만 기다려보십시오”


“왜? 뭔데?”


화를 주체할 수 없던 방주 리우는 못마땅한 얼굴을 하면서도 등위가 평소 신중하고 복안이 많은 타입인 것을 알기 때문에 발걸음을 멈추며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등위의 얘기를 듣고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곡 정상 헬기 착륙장


헬기의 로터가 조금씩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류강은 ‘타타탕’하는 총소리를 들었다.


‘기습?’


몸이 편치 않았지만 나는 듯이 속력을 높인 류강은 헬기 앞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헬기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은 사련방 조직원으로 보이는 헬기 조종사였고, 헬기에 올라탄 기실장이 빨리 오라며 손짓을 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겁니까?”


“보니까 조종사가 무장한 것이 보였지. 그래서 강정욱이를 내가 끌고 오는 것처럼 위장을 좀 했어. 조종사가 보기에는 내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인질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헷갈렸을 거야. 덕분에 바로 앞에 올 때까지 갈팡질팡 하더라구. 그 다음엔 알겠지만”


“총쏘는 거 괜찮으셨어요?”


“자네가 갖고 있는 그 기관권총을 처음 사람한테 쏴본 것이 나라는 걸 잊었나?”


기실장은 총기사고로 가족을 잃은 복수를 하기 위해 새로 개발한 기관권총을 들고 단독으로 갱들한테 쳐들어가 총격전을 벌이면서 자신도 생명이 위태로웠던 경험을 했었다.


“그렇군요. 이제 빨리 출발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자네. 그 기관권총에 실탄이 다 떨어진 것 같던데?”


“눈치채셨습니까?”


“내가 개발자인데 그걸 몰랐을라구. 총신이 덜렁거리는 것을 보고 놈들이 알아챌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지”


기실장이 개발한 기관권총은 작은 몸체에 비해 많은 양의 실탄을 장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가능한 한 부품의 소재를 가볍게 하고 무게를 최대한 줄이다 보니 총알이 소진되면 턱없이 가벼워지면서 조금만 손잡이를 가볍게 잡아도 방아쇠울을 축으로 총이 쉽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 단점이었다.

만약 논썰미가 좋은 전문가라면 그 차이를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류강에게도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놈들이 끝까지 내려가는 걸 확인했어야 했나? 아니면 위험하더라도 놈들을 몽땅 제거하는 게 맞았을까?’


하지만 사련방 조직원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결국 레일건은 한 번 사용으로 무용지물이 되었고, 기관권총도 총알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류강의 한계에 달한 체력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그 때, 류강이 머리를 젖힘과 동시에 단검이 류강을 스치면서 헬기 동체에 맞고 떨어졌다.


“이런 쥐새끼. 나를 속이고 그냥 빠져 나갈줄 알았지?”


어느새 사련방주 리우와 그의 조직원들이 살기등등한 기세로 헬기 착륙장까지 쫒아와있었다.


“눈치챘군. 다 곰같은 줄 알았는데”


리우의 친위대장 등위가 특수부대 출신이면서도 화기 전문가였던 탓이었다.

레일건은 워낙 소모전력이 많아서 더 쓸 수 있을까하는 의심은 처음부터 가졌고, 류강이 얘기하는 도중에 기관권총의 총구가 자꾸 비스듬히 아래로 쳐지는 것이 퇴각하는 도중에 기억이 난 것이다.

즉, 자신이었다면 나중 일을 그때 가서 생각하고 일단 그 자리에서 사련방 조직원들을 모두 쏴죽이는 게 후환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무사히 살려보낼까 하는 의구심이 결국 진실을 알아낸 것이다.


리우는 10여명이 넘는 조직원들과 함께 거리를 좁혀왔다.

리우의 실력이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었지만, 다른 조직원들도 아까 몰살당한 기관단총 사수들과 달리 친위대원들이라 평범한 기세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 번 속았다는 생각에 분해서인지 얼굴에 분기가 다들 탱천했다.


“세 놈 다 여기서 뼈를 발라주마”


“다들 그랬지”


“뭐라고?”


“다들 나한테 그런 얘기들 했다가 황천길 갔다고. 지름길로 쫓아가면 그놈들보다 앞질러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아까 상대했던 놈들보다 우리가 더 약하기 때문에 그놈들한테 일을 맡긴 거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리우의 눈짓에 따라 친위대원들이 앞으로 성큼성큼 나오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예전 다른 조직원들처럼 칼에 쇠파이프에 도끼같은 흉기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들 맨손 격투기에 익숙한 것인지, 아니면 따로 숨겨둔 무기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었다.

더욱이 류강의 지금 컨디션은 당장 응급실에 가야할 정도라는 것이었다.


‘마지막 고비일까?’


천외천의 고수들과 싸우느라 여기 저기 중상을 입은 류강의 몸은 여기 저기 벌어진 상처 때문에 조금만 충격을 잘못 받아도 꽤 위험한 상황이 될 것임은 누가 보아도 확실했다.


처음 부딪쳐 온 자는 날렵하면서도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자였다.

쏜살같이 류강에게 몸을 붙여온 뒤, 바로 앞에서 번개같이 주먹을 머리 쪽으로 뻗어왔다.

이정도 쯤이야 하고 위빙으로 놈의 주먹을 피한 류강은 뭔가 턱에 따끔한 느낌을 받았다.

손으로 만져보니, 꽤 깊은 상처가 길게 나있었다.


언뜻 쳐다본 놈의 주먹에는 울버린의 클로처럼 뾰족한 날붙이들이 튀어나와 있었다.

주먹이 닿기 직전 삐져나온 날붙이를 미처 피하지 못하면서 자상이 생긴 것이다.


씁쓸한 마음으로 상처를 만지면서 놈의 다음 공격을 기다리던 류강에게 키가 크고 팔이 길면서 조끼를 입은 자가 달려들었다.


‘조끼안에 뭐가 있을까?’


류강의 예상대로 놈이 류강의 근접위치까지 다가와서 조끼안에서 꺼내 던진 것은 단검들이었다.

아무리 암기에 능하고 단검을 잘 던진다고 해도 현대사회에서 한꺼번에 세 개 이상의 단검을 던지는 것은 무예시범이나 디너 차력쇼에서 통할 수단이었다.

고수들과의 싸움에서 순간적으로 여러개의 단검을 던져 목표에 어디 한군데라도 치명상을 입힌다는 것은 오히려 한 개의 단검을 연속으로 빠르게 던지는 것보다 성공확률이 낮은 것이다.


그런데 놈이 던진 단검은 무려 여섯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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