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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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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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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대구 북구에 위치한 매천 농수산물 도매시장.

금호강 북쪽에 있는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지만 대구가 봉쇄된 이후로 인구가 급감.

결국 간간이 찾아오는 헌터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헌터용 시장이 되어버렸다.


성진은 통장에 있던 500만원을 모두 털어 장비를 구입했다.

은으로 만든 철퇴와 방어구들이었다.

원래 순은은 무르지만 강철과 비슷한 강도를 지니도록 마력 강화 처리를 한 물건들이었다.


‘무기를 다뤄본 적이 없으니···. 그나마 둔기가 편하겠지.’


회귀 전, 학관에서 검법을 잠깐 배우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겉핥기 수준이었다.

목숨이 걸린 실전에서 써먹기에는 차라리 다루기 쉬운 둔기가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팔다리에 은제 각반을 차고 철퇴를 쥔 성진은 근처에 있는 팔달역으로 향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마법적인 결계와 콘크리트 장벽으로 봉쇄했지만 팔달역을 비롯해 몇몇 구역을 통해서는 여전히 출입할 수 있다.

정부는 나머지도 틀어막는 대신 탐사와 마석 채집을 위해 헌터들을 들여보내는 통로로 쓰고 있었다.


“헌터이십니까? 자격증 제출해 주시길 바랍니다.”


팔달 역 앞에 서있던 서글서글한 인상의 군인이 성진을 보고 다가왔다.

자격증을 확인한 군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등록일이 일주일 전? 괜찮겠습니까? 대구는 인터넷에 나오는 거랑은 전혀 다릅니다.”

“아, 괜찮습니다.”


인터넷에서 대구는 위험과 어울리지 않게 무료 쇼핑센터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주민들이 떠나면서 남겨진 물건들을 마음대로 챙길 수 있다는 거다.

크게 보면 수해지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절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몬스터 사냥보다 이런 부수입을 노리는 저랭크 헌터들을 가리키기는 고물꾼이란 멸칭이 있을 정도였다.


“외곽 지대는 몰라도 안쪽은 위험할 텐데···. 대합실에서 파티원을 구하기도 하는데 꼭 팀 짜길 추천드립니다. 수익이 좀 줄어도 같이 움직이는 게 훨씬 안전할 겁니다.”

“네. 생각해 볼게요.”

“그럼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에 성진은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팀을 구할 생각은 없었지만.


‘괜히 일만 더 복잡해지겠지.’


사령왕의 반지가 발견된 곳은 노아장로교회라는 작은 교회.

비교적 안전한 외곽지대보다 더 안쪽에 들어가야 했는데 고물꾼 같은 어중이떠중이들은 짐만 된다.

또 무사히 찾아내더라도 분배를 두고 잡음이 생길 우려가 컸다.


‘그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지.’


헌터 매니저로 일하면서 헌터들이 수익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고 있는 성진은 굳이 일을 번거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길잡이 한 명은 필요하려나.’


거리뷰부터 위성지도까지 철저히 확인했지만 모두 10년 전 자료다.

현지 헌터가 아니고서야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다.


“공단 기계 회수팀 인원 모집합니다! 짐꾼, 근접직 우대!”

“어이 김씨! 언데드 마석 채굴 가지?”


팔달역 대합실에는 여러 헌터들이 모여 떠들썩했다.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그들을 둘러보던 성진은 한가해 보이는 중년 헌터를 붙잡았다.


“실례합니다. 길잡이를 구하려고 하는데요.”

“아? 파티 만들려고? 바깥사람이 만든 파티는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을 건데. 그냥 이미 있는 파티에 들어가는 게 훨씬 나아.”

“아뇨.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장소가 있어서요.”

“개인 활동이면 길잡이도 안 하려고 할 텐데···. 뭐 저쪽에 피켓 든 사람들 있지? 거기서 알아봐.”

“감사합니다.”


성진은 중년 헌터가 알려준 대로 구석으로 향했다.

벽에 기대어 앉은 이들은 저마다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하는 일이나 스킬이 간단하게 써져 있었다.


“혼자? 안 합니다.”

“어디요? 만평 사거리? 거기 주택가 앞이잖아요. 안 되겠는데요.”

“너무 위험합니다. 죄송하지만 거절할 게요.”


그러나 성진이 말을 걸자 너무 위험하다며 다들 난색을 표했다.

최대한 보상을 높여도 C급 정도가 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위험하더라도 혼자서 갈 수밖에.’


성진이 포기하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요? 보니까 길잡이를 구하시는 것 같은데···.”


고개를 돌린 성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낡고 후줄근한 차림의 여자아이가 간절한 눈으로 성진을 올려보고 있었다.

이제 겨우 중학생 정도 되었을 것 같은 외모.


“미성년자는 됐다.”


아무리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지만 미성년자를 데리고 언데드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대구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 잠깐만요!”


단호한 성진의 거절에 소녀가 다급히 주머니를 뒤지더니 헌터 자격증을 꺼냈다.


“20살이라고···?”


무심코 받아든 성진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자격증과 소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나 헌터 자격증에는 이유나라는 이름과 함께 2000년생이라는 출생년도가 똑똑히 적혀 있었다.

아무리 봐도 도저히 성진과 같은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지만.


“저 진짜 20살이에요!”

“그래. 그래도 고용할 생각은 없어.”


성진이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위험한 대구 안에서도 정확히 안내할 수 있는 경험 많은 길잡이.

실제 나이가 20살이든 아니든 초짜로 보이는 이유나를 고용할 생각은 없었다.


“저는 대구 토박이에요! 대구 지리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요! 제발 맡겨주세요!”

“그렇게 말해도···.”


토박이라고 해봤자 게이트가 열렸던 시기를 계산하면 고작 10살 때 이야기다.


“왜 굳이 나랑 일하겠다는 거지?”

“어···.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아까 다른 사람들한테 말한 조건을 들었어요. 제가 돈이 급해서···.”


믿음직스럽지는 못하지만 길잡이를 고용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잠시 고민하던 성진은 미리 인쇄해두었던 지도를 꺼냈다.


“여기. 고속버스 터미널 옆에 있는 노아장로교회. 안내할 수 있겠어?”

“자, 잠시만요. 겨우 둘이서 가기에는 좀 위험한데···. 그렇다고 철도로 갈 수도 없고···.”


이유나는 머릿속에 가상의 경로를 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위험하긴 한데···. 아마 될 것 같아요.”

“된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안 된다고 했는데?”


성진의 눈에 불신이 어렸다.

다른 이들은 다 안 된다고 하는데 오히려 자신 있게 된다고 하니 더 믿기 힘들다.

그것을 알아차린 이유나가 지도를 꺼내 황급히 설명했다.


“아마 다른 분들은 보통 큰길을 이용하려고 해서 그럴 거예요. 그러면 보통 몇 블록 못가서 언데드 무리랑 마주치게 되거든요. 아무래도 파티가 없으면 뚫기 힘들죠.”

“너는 다르다고?”

“네. 저희는 이쪽으로 갈 거에요. 여기 건물을 통해서 가면 최대한 마주치지 않고 움직일 수 있어요.”


이유나는 지도 위에 늘어선 건물들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가상의 선을 그렸다.


“하지만 이쪽은 노아장로교회와 전혀 다른 방향인데?”

“여기. 여기서부터 하수구로 이동하는 거죠.”

“하수구···?”


무슨 영화도 아니고 하수구로 이동한단 말인가.

순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세상은 결국 여러 창작물이 뒤섞인 세계.

하수구로 이동하는 것쯤이야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을지도.


“그래서, 이건 확실한 건가?”

“어···.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이죠. 이렇게 가지 않으면 둘이서는 못 가요.”

“좋아. 아까 들었겠지만 계약 조건은 1천. 대신 아이템 분배는 없어. 지급 기한은 돌아와서 일주일 뒤고.”

“진짜 천 만원이에요?”

“대신 내가 죽으면 못 받지만.”

“그럼 절대 안 죽게 할 거에요!”


성진은 두 주먹을 쥐며 각오를 다지는 이유나에게 미리 준비해둔 계약서를 넘겼다.

서명을 마친 이유나는 곧바로 성진을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성진은 선로 위로 뛰어내린 이유나를 따라 걸었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모노레일로 만들어진 지상철이었기 때문에 철교 위에서 강 너머 대구를 바라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언데드가 안 보이는군.”


폭파된 팔달교 주변은 아무 인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공단 가득 언데드가 득실거리던 전생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모습.


“언데드를 움직이는 마력, 그러니까 사기(死氣)? 그게 시내 쪽일수록 강하대요. 그래서 외곽 지역은 언데드가 잘 나타나지 않아요.”


그러면 나중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가?

잠시 원인을 추측하던 성진은 곧 관심을 거뒀다.

나중에 언데드들이 모여서 대구 봉쇄를 돌파하려고 하든 말든 지금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음? 저건···?”


고개를 돌리던 성진은 저 멀리 희미하게 움직이는 차량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위치를 보아하니 금호대교.

헌터 출입을 허가된 팔달역과 달리 정부가 전면 통제하고 있는 구역이다.


“아, 군인들이에요. 요새 자주 정찰하러 오거든요. 그래봐야 대구 탈환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 어쨌든 잘 됐네요. 언데드들도 저쪽으로 몰릴 테니 조금 더 편해지겠어요.”


성진의 시선을 눈치 챈 이유나가 별 것 아니라는 투로 설명했다.

그녀 말대로 이 시기 정부는 대구 탈환을 꿈꾸고 있었다.

때문에 희생을 감수하고 지속적인 정찰대를 보내 대구 게이트까지 통로를 확보하려 했다.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대구 탈환은 무기한 보류하게 되지만.


‘그러고 보니 사령왕의 반지를 찾은 게 군인이었지.’


언데드 무리에 쫓기던 정찰조가 교회에서 농성하다가 우연히 아티팩트를 찾은 게 대구 광풍의 시작이었다.

최근 정찰 작전이 잦았다는 걸 보니 생각보다 그 시기가 가까운 모양이었다.


말 없이 다시 걷기를 잠시.

폐허가 된 역에 도착한 이유나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부터 공단역이에요. 선로가 끊어져서 이제 지상으로 이동해야 돼요.”


두 사람은 망가진 전동차가 서있는 승강장 위로 올라섰다.

군인들이 관리하던 팔달역과 달리 공단역은 황폐해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계단을 내려와 용접된 철문을 붙잡은 이유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당부했다.


“여기서부터는 몬스터랑 마주칠 수 있어요. 지금부터 제 말에는 무조건 따라주세요.”

“물론 그래야지.”


성진은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문가 말에 따라야 하는 법.

애초에 멋대로 할 거였으면 굳이 돈까지 들여가며 길잡이를 고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쪽으로!”


속삭이듯이 외친 이유나가 철문을 열고 재빨리 역밖으로 빠져나갔다.

미리 말한대로 그녀는 도로를 걷는 대신 건물 내부를 가로지르는 식으로 움직였다.


‘확실히 전문가라고 할 만 한데.’


이유나를 뒤따르던 성진은 처음 생각과 달리 새삼 감탄했다.

두 사람은 벽에 난 개구멍을 지나거나 쌓아올린 잔해를 딛고 벽을 넘는 식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거침없이 길을 안내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저 길을 알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유나가 직접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마지막 건물이에요. 이제 밖에 나가야 하는데, 잠시만요.”


성진을 멈추게 한 이유나는 깨진 창문 을 통해 밖을 살펴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밖에 스켈레톤들이 서있어요.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10마리 정도라서···. 낮이라서 약해졌겠지만, 괜찮겠어요?”

“스켈레톤 자체는 문제 없지만 10마리는 좀 모르겠는데.”


스켈레톤 자체는 좀비와 함께 언데드 최약체로 손꼽히는 몬스터.

지금의 성진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10마리는 너무 많았다.


“제가 백업 할 게요. 나머지는 붙잡고 있을 테니 유성진 씨가 한 마리씩 처리해주세요.”


말을 마친 이유나가 정신을 집중한 순간.

그녀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수많은 이유나가 나타났다.


“분신인가?”

“일종의 환영이에요. 시선은 끌 수 있지만 공격력은 없어요.”

“그럼 빨리 처리해야겠군."

“갈게요!”


이유나의 모습을 한 분신들이 우르르 밖으로 빠져나갔다.

얼어붙은 것처럼 서있던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분신을 공격했지만 날렵한 분신을 맞추지는 못했다.


스켈레톤들이 한 눈이 팔린 사이.

성진이 재빨리 창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아압!”


스킬은 강화되었지만 실전을 겪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기합을 지르자 분신을 공격하던 스켈레톤의 텅 빈 눈구멍이 성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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