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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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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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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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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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_파라의 추격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30화>


파라의 추격


* * * * *





지동일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서둘러 뛰어온 것 같았다.


“지 형사님.”


“경하 씨, 서둘러. 파라의 경고가 떴어. 경하 씨를 찾는.”


“오늘은 휴일인데 갑자기 저를 찾아요? 왜요? 우리가 이곳에 온 걸 알아요?”


“아직 모르는 것 같아. 하지만 우리의 신호가 너무 멀리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서둘러 돌아가야 해. 파라로부터 경고를 받으면 곤란한 거 알지?”


파라로부터의 경고는 두려운 것이었다. 경하는 특별관리 대상이다 보니 그런 것들은 언제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경하와 지동일은 서둘러 파라다이스 산책코스로 귀환했다. 엑스트라는 추운 겨울이었는데 산책코스로 돌아오자 봄날이었다.


“봄날이에요.”


경하가 웃었다.


“겁이 없는 것 같아. 이 정도면 긴장해서 어떡하죠? 이렇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 태연한데?”


“하하, 어쩔 수 없죠. 우린 이미 ... 다녀왔고. 지금은 안전하게 산책코스에 있으니 다행이니 거죠.”


경하는 엑스트라란 단어를 말하지 않았다. 말을 꺼내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일이었다.


“우린 지금 은밀한 데이트에 성공하지 못해서 산책코스에서 숨차게 운동 중이었다고 말하도록 해.”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마음이 통하는 거지? 역시 우린 인연이야.”


“인연이라니, 무슨 옛 시대의 어휘를 꺼내고 있어요? 은근 올드하시다니까요.”


“올드? 내가 복고적인 매력이 있지.”


“지 형사님은 그런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에요.”


“인정이야?”


“인정!”


“드디어 내가 경하 씨에게 인정을 받는 건가?”


“하여튼 못 말려요. 지금 상황은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어쩔 수 없이 우기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해준 것인데. 언어적 배려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은 우리 바비에게 좀 배우세요. 바비도 할 줄 아는 걸 왜 지동일 형사님은 모를까요? 배려와 공감이라는 감성지수의 학습을 좀 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하하, 알았어. 나를 그렇게 걱정까지 해주다니.”


“악, 정말. 이 상황이 걱정과 어떻게 연결돼요? 지동일 씨의 뇌에 있는 뉴런의 연결고리를 점검받아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심각하다니까요.”


“알았어. 유머를 구분 못하는 경하 씨도 만만치 않으니까 우리 그냥 넘어 갑시다. 알았지?”


“오늘은 제가 신세를 졌으니까 그냥 넘어갈게요.”


“경하 씨, 그런데 우리 지금 심각한 거 잠시 잊었나 봐. 파라의 경고가 있었어. 경하 씨의 일상이 조금 더 감시를 받을지 몰라.”


“맞다. 경고. 감시의 레벨이 올라갈까요? 참, 그런데 왜 저만요? 지동일 씨도 지금 같은 상황 아닌가요?”


“다시 말하지만 난 특별관리 대상이 아니잖아. 내가 아니라 경하 씨가 관리 받고 있는 상황이고 난 그런 경하 씨를 점검하라는 지시를 받는 상황. 하지만 난 그런 임무를 살짝 생략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럼 장혁 씨도, 안지훈 씨도, 지동일 씨도 모두 저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네요. 난 대체 누굴 믿어야 하죠? 지동일 씨를 믿어도 되나요?”


“이건 무슨 말이지? 지금 나와 함께 거기에 다녀온 것이 아니었어?”


지동일이 발끈했다.


“알아요. 제가 답답해서 그냥 해본 소리였어요.”


경하는 빨강 목도리를 풀었다. 이제 가방에 넣어야 했다.


“아쉬운 걸. 경하 씨 그 빨강 목도리 넘 잘 어울렸는데. 다음에 다시 가게 되면 목도리 또 챙겨와. 예뻐.”


지동일이 빨강 목도리가 예쁘다고 말했다. 경하는 잠깐 동안 자신의 몸을 포근하게 감싸준 목도리를 다시 쓰다듬어 보았다. 부드러운 촉감이 마음까지 감싸주는 것 같았다.


파라다이스에서 이런 따뜻한 포근함은 느낄 일이 없었다. 이부자리에서 느끼는 부드러움과는 다른 촉감이었다. 바비가 말하는 인간의 마음이 담긴 촉감이었다.


경하는 빨강 목도리를 가방에 넣었다. 자신을 감싸주었던 목도리는 잠시 가방 안에서 쉬어야 했다.


둘은 산책코스 D구역의 입구까지 나왔다. 제법 긴 거리였다. 서둘러 나왔기에 둘 다 땀이 흘렀다.


“오랜만에 자연근육이 몸살을 좀 하겠어. 난 괜찮은데 경하 씨의 근육이 괜찮을지 모르겠어. 회복실에 들렀다 가야 되는 거 아냐? 같이 가줘?”


“아니에요. 저도 오랜만에 자연근육을 느껴봐야죠. 흔한 경험이 아니니까요. 자연인으로의 느낌? 우린 자연 속에 다녀왔으니까.”


“이런 이런. 경하 씨가 그런 말을? 지금 괜찮아?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지동일 씨를 위해 저도 한 번쯤은 이렇게?”


“놀랐어. 평소 하던 대로 해. 갑작스러운 일은 적응 어려워.”


지동일이 웃었다.


“그럼 평소처럼 까칠하게?”


“본인이 나에게 까칠하게 대한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 하하, 다행이야. 지금 걱정하는 중인데 경하 씨가 작은 농담을 해주니 마음이 놓여.”


“오늘 고마워요. 다음에 또 같이 가주면 좋겠어요.”


“물론,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사랑하는 경하 씨와 함께 하는 데이트를?”


“그래요, 데이트.”


“인정? 와, 정말? 좋아! 오늘은 인정모드가 실력 발휘하는 날인가 봐. 좋아. 아주 좋아!”


“또 오버하신다. 이건 공감의 대답이라는 거예요. 역시 아직 공감의 의미는 학습이 필요해요.”


“난 말하는 것도 돌직구지만 받는 것도 돌직구라는 걸 알아줘. 언제나 곧이곧대로 알아듣는다고요, 경하 님.”


지동일의 심각한 듯한 얼굴에 경하는 은근히 신뢰가 갔다. 너무 놀란 마음과 함께 하는 시간이란 그런 신뢰를 주는 것인지 모른다.


경하는 집으로 돌아왔다. 경하가 들어서자마자 바비는 요란스럽게 호들갑을 피웠다. 반가운 마음의 회전에 바람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바비, 조금만, 조금만 진정해. 나도 반가워. 우리 바비.”


<우리 바비란 말 너무 좋아요. 감동이에요. 경하 씨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칭찬보다도 기분이 좋아요. 우리 바비.>


바비는 또 빙그르르 돌았다. 그러면서 경하가 놀랄 것 같은 표정이 되자 회전을 멈추었다.


<난 경하 씨를 보면 마음이 들떠요. 마치 소녀와 같아요.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해 줘요.>


“당연하지. 난 바비의 사랑을 이해하지. 그리고 고마워. 내 마음을 늘 사랑해 주는 나의 바비.”


<정말 좋아요. 경하 씨가 날 사랑해줘서.>


“언제나 널 사랑해.”


경하는 바비를 안았다. 자작나무를 안듯이. 느낌은 달랐지만 경하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옹한 것은 같은 마음이었다.


<경하 님, 잘 다녀왔어요? 예뻐 보여요. 생기가 돌아요. 자연근육이 2% 증가했어요. 얼마나 힘든 산책을 하신 거예요? 단기간에 2%라니 놀라운 수치예요. 그런데 다른 수치들도 모두 좋아 보여요. 생체리듬이 최상이에요. 대체 어떤 운동을 해서 이렇게 컨디션이 좋아진 거예요?>


“컨디션?”


경하는 몸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나비처럼 팔을 펼치고 몸을 도는 경하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몸이 날아갈 듯한 가벼움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인지 더없이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정말 가벼워.”


<산책이 경하 씨에게 맞나 봐요. 다음에도 산책코스 D존을 조금 더 활용해 보시길 바라요. 지금 컨디션은 제가 측정한 이래 최상급이에요. 경하 씨 컨디션이 좋아서 저도 좋아요.>


바비가 다시 빙그르르 돌았다.


자작나무 숲에서 자신의 몸을 스쳤던 빛들이 경하를 치유한다고 했었다. 경하는 자작나무가 경하의 몸을 가볍게 해줬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지동일은 대체 어디까지 관계된 걸까? 모든 걸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지동일의 정체는 무얼까?’


경하는 지동일을 믿어도 되는 것인지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금세 지동일이 자신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이 떠올라 피싯, 웃음이 나왔다.


지동일은 매순간 경하를 웃기려고 했었다. 산책코스에서 작은 개울을 건널 때 손을 내밀어줬던 순간, 빨강 목도리가 예쁘다고 했던 순간은 조금 설레던 순간이었다.


“이런 이런...”


지동일은 이런 이런, 이 말을 자주 썼는데 경하도 순간 그런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이거 뭐람? 내가 지동일을 따라서?”


경하는 고개를 저었다.


“딩동!”


<경하 씨, 장혁 씨 방문입니다. 아마도 오늘의 산책 관련 방문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들어오시라고 해줘.”


경하는 특별 관리대상이었다. 파라의 경고가 있었다. 장혁이 방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어서 오세요.”


경하는 조금 가볍게 인사하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키지 않아야 했다.


“휴일의 방문에 사과를 드립니다. 하지만.”


“네, 오늘 제가 산책코스에서 신호가 좀 끊겼다고 들었습니다.”


“생체리듬에 대해선 바비에게 금방 전송받았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셨는지 자연근육이 많이 늘으셨다고.”


“네, 네. 제가 운동을 너무 열심히 했나 봐요. 지동일 씨와 함께 갔는데 지동일 씨가 워낙 배려가 없잖아요. 지동일 씨가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하는 바람에 그거 따라 하느라고 고생을 좀 했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곳까지 가셨나 봅니다.”


“운동에 빠지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이해를 바래요.”


“산책코스 D존의 출입을 금지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렇게 자연근육이 좋아지고 전반적 컨디션이 좋아진 것은 좋은 결과이니 D존의 출입을 금하는 조치보다는 제가 함께 동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저와 함께 동행하시길 바랍니다.”


‘뭐래? 지금 자기랑 함께 산책코스를 가자는 거야? 업무로? 뭐지?’


경하가 놀란 표정을 짓자 장혁은 자신의 말이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 것처럼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오해를 하시면 안 됩니다.”


“풋, 오해라니요.”


경하는 냉혈한 장혁이 이런 순간에 당황하자 웃음이 나왔다. 전혀 의외의 모습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버를 했나 봅니다. 전 경하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경관이다 보니 산책코스를 함께 가자고 한 것입니다.”


“하하, 괜찮아요. 장혁 형사님과 D존을 함께 가보면 좋을 것도 같아요. 장혁 형사님은 자연근육이 100%라면서요?”


“그럴 리가요. 자연근육이 높긴 하지만 일부는 시스템에 의한 케어 근육입니다. 경하 씨가 그렇게 믿고 있다니 의외입니다. 저에게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하하하.”


경하는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냉혈한 장혁과 이런 류의 대화는 전혀 뜻밖이었다.


“앗, 또 죄송합니다. 제가 사적인 이야기로 누군가와 대화한 적이 없어서 조금 당황했나 봅니다. 자연근육과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웃어서 죄송해요. 하지만 장혁 형사님이 어렵기만 했는데 이런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제가 고맙습니다. 다음에 꼭 산책코스 D존을 함께 정복해 봐요.”


장혁은 경하의 말에 기뻐하는 표정을 잠시 지었지만 자신이 개인적 대화로 공적인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다시 표정 없는 얼굴이 되었다. 원래의 장혁 얼굴이었다.


“경하 씨, 파라로부터 경하 씨의 관리 레벨을 상향 조정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외출이 있을 경우, 제게 이야기를 꼭 해주시기 바랍니다.”


“외출이 있으면 장혁 씨와 함께 해야 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파라의 특별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런 거였구나. 장혁은 내가 외출할 때마다 동행해야 하는 일에 대해 말하려고 했었던 거였어. 산책코스를 운운한 것은 그런 의미였어.’


잠시지만 장혁이 냉혈한은 아닐 거란 생각을 한 것은 전혀 틀린 생각이었다. 데이트가 있더라도 그것조차 자신의 임무 수행을 위해 이용할 인간이었던 것이었다.


경하는 장혁을 보고 웃었던 순간이 어이없었다. 원래 그런 인간이었는데 착각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ABT인 바비조차 냉혈한이라고 정의내린 인간이었다. 장혁은 틀림없는 냉혈한이 맞았다.


장혁이 돌아가고 경하는 자신이 파라로부터 더 강력한 감시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작나무 왕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시 달려가 위로를 받고 싶었다.


“드르르르”


<안지훈 씨의 영통입니다.>


‘이럴 수가. 이번엔 안지훈의 감시인가? 아, 제발 날 좀 내버려 둬.“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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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_1219구역(2) +2 21.09.10 228 10 12쪽
45 45화_1219구역(1) +2 21.09.09 238 10 12쪽
44 44화_비밀통로(3) +1 21.09.08 238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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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_약점의 이점 +1 21.09.04 251 13 13쪽
40 40화_경하의 명령어 +1 21.09.03 252 12 11쪽
39 39화_만약에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1 21.09.02 275 13 10쪽
38 38화_나의 바비를 어떻게 하지 +2 21.09.01 290 13 13쪽
37 37화_의외의 조력자 +2 21.08.31 299 13 11쪽
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8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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