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센션 필드(Ascention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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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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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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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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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 코드네임 : 프로페서

DUMMY

“찾아내! 아직 이 근처에 있을 거야!”

“망할 자식! 누군지는 몰라도 가만두지 않겠어!”


공식전이라는 콘텐츠를 앞세워 세계적으로 흥행중인 밀리터리 슈터 가상현실 게임. 워스트 필드.


그곳의 유저들은 각자의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세력을 형성하여 게임 내에서의 패권을 두고 끝없이 다투고 있었다.


그것은 현재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찾고 있는 이들, 구시대 중국 지역을 중심으로 뭉친 군림자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막 공식전에 들어가려고 모인 유저들 중 고레벨의 유저 3명이 삽시간에 저격을 맞아 사망처리 당해 사라졌다.

설마 군림자의 세력권인 도시 한복판에서 대놓고 저격을 해올 줄은 몰랐던 그들은, 곧 저격자를 찾기 위해 건물의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


“어디야!? 놈을 찾아내!”

“여긴 아닌 거 같은데!?”


그들이 한창 두리번거리고 있는 옥상의 아래쪽, 상가 건물의 2층에 있는 카페 건물의 창가 자리.

디바이스를 꺼내 음악을 크게 켜놓은 채 찻잔에 빨대를 꽂아 수상한 헬멧의 구멍에 끼워 차를 호로록 빨아올리는 기이한 인물이 앉아 있었다.


코드네임 프로페서.

분쟁구역에서 활약하는 수수께끼로 똘똘 뭉친 청부업자.

흔히 말하는 PVP전문 플레이어.


공식전을 통해 대규모 PVP가 활성화 되어 있는 이 게임에서 드물게 필드에서의 단독 PVP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저였다.


차를 충분히 홀짝거린 그는 여유로운 몸짓으로 테이블 아래 허벅지 위에 올려둔 저격총을 쳐다보지도 않고 능숙하게 분해했다.


총열, 총몸, 개머리판 등으로 분해된 총의 부품들을 옆 좌석에 미리 펼쳐놓은 서류가방에 가지런히 밀어 넣은 그는 곧바로 가방을 탁 닫은 채 다시 차를 홀짝거리는 데 열중했다.


찻잔을 거의 다 비워갈 무렵, 그의 디바이스로부터 홀로그램 화면이 올라왔다.

‘Voice Only’라는 아이콘과 함께 의뢰자의 변조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잘 마무리 되었나?]

“곧 알게 될 일. 마음이 급하시군.”

[하하하. 높으신 분들은 항시 노파심에 젖어 있거든···.]

“처리는 했다. 리스폰은 되겠지만.”

[알고 있네. 3명을 1회 사살. 그런 의뢰였었지.]

“그렇지.”

[그러면 의뢰금 입금을 서두르도록 하지. 다음에도 잘 부탁함세.]


말없이 통신을 끊어버린 프로페서는 조용히 디바이스를 건드려 자신의 게임 내 계좌 잔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띄웠다.


5분 쯤 지나고 나서 스르륵 올라가는 숫자가 그의 헬멧에 비춰지고, 그의 헬멧 안쪽에서 안광이 번뜩였다.


시간이 지나 군림자의 유저들은 결국 이를 갈면서 공식전을 위해 출발해야만 했고, 나머지 유저들은 도시의 옥상을 이 잡듯 뒤졌음에도 암살자가 나타나지 않자 반쯤 포기했다.


빈 찻잔을 테이블 한 켠으로 밀어놓은 그가 천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제 그가 길가를 돌아다녀도 크게 의심받거나 눈에 띄지 않을 터.


옆자리에 놓아둔 총이 든 가방을 집어 들고 계산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세계 3차 대전.

다행히 핵을 위시로 한 핵전쟁은 없었지만, 핵을 제외하고서도 대규모 화력병기로 무장한 인류간의 세계규모의 전쟁은 참혹한 상처를 남겼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국가의 기능이 피폐해지자 그 자리를 가로챈 것이 300개의 명문 재벌가로 이루어진 ‘붉은 방패 이사회’.


그들은 자신들의 막대한 재력과 경영능력을 앞세워 세계의 재건과 평화를 빌미로 사람들에게서 권력을 약속받았다.


이사회는 막대한 권력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자들을 억압했지만, 시민들은 그들을 용인했다.

그들이 가져다주는 안정된 세계와 풍요가 너무도 달콤했기에.


그렇기에 6년 전 벌어진 ‘푸른 창’을 자처한 혁명집단의 봉기에도 시민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그저 출입문과 창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외면했을 뿐.


헬멧의 남자는 문득 느껴지는 통증에 자신의 오른팔을 만지작거리면서 길을 서둘렀다.

오늘은 별도로 처리해야 할 일거리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도 아주 비밀스럽고 위험한 일거리가.


군림자의 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도시 2곳을 지나 도착한 곳.

캐나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유저들의 세력인 드루이드 유니온의 도시였다.

“흐음···.”


버릇처럼 건물 옥상 쪽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이내 결정한 듯 걸음을 옮겼다.

가끔 그의 헬멧을 곁눈질하는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그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보는 이는 흔치 않을 터.


그와 면식이 있는 유저들은 대부분 각 세력에서도 중견급 이상의 유저들이었다.

그 이하의 유저들은 그가 어디서 뭘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보통이니까.


30분 후.

3층 건물의 옥상에서 가방을 내려놓은 그가 입을 열었다.

“어센션 프로토콜 6-6-6-6, 델타, 에스코트, 알파, 델타···. 시스템 기동.”


붉은빛 디스플레이가 그의 시야에 떠오르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기동을 승인했다.


[시동키를 지정해 주십시오.]


그에게만 들려오는 시스템 음성의 안내를 따라, 저격총의 탄창을 꺼내 가장 위에 끼워진 소총탄을 꺼내 집어 들었다.

“시동키. 지정.”


총탄의 탄두가 붉은 색으로 점멸하기 시작하자 다시 탄창의 맨 위에 끼운 그는 곧바로 저격총의 조립에 들어갔다.


특별히 가방 구석에 있던 소음기까지 착실하게 장착한 그는 옆에 놓아둔 탄창을 끼워 넣고 장전손잡이를 당겨 예의 탄을 장전했다.

“표적을 탐색한다.”


건물 난간에 걸터앉은 채 아래쪽을 훑었다.

그가 찾는 유저가 슬슬 이 대로의 한쪽에 주차된 바이크를 타기 위해 나타날 터였다.


“오늘도 즐거운 정찰을 나가보실까!”

자신이 노려지고 있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그 유저는 상점 건물에서 나타났다.

매일 하는 도시 주변 정찰 겸 드라이빙을 즐기기 위해 주차해 둔 바이크를 가지러 가는 중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개인장비와 달리, 바이크를 비롯한 각종 기갑장비는 대체로 중견급 이상의 세력에서나 운용이 가능한 고가의 장비였지만, 드루이드 유니온은 특히 바이크를 애용하는 유저가 많았다.


“표적을 발견.”

안광을 번뜩인 프로페서의 총구가 곧바로 그를 향해 겨누어졌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바이크 앞에 서서 주차대의 잠금장치를 디바이스로 조작하고 있는 그 순간,


“어···?!”

억눌린 신음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무너지고, 프로페서는 즉시 총을 거두어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앞의 디스플레이에서는 각종 해킹 프로그램의 로딩 스크린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좋아. 즉시 이탈한다.”


총을 다시 가방에 넣고 자리를 떠나는 그의 헬멧 화면 한쪽에는 의미심장한 글귀가 출력되고 있었다.


[프로젝트 어센션 1단계 진행중.]


다음 날이 밝았다.

새벽 6시에 자연스레 일어난 남자는 자신이 누워 있던 캡슐에서 걸어 나오며 기지개를 켰다.

“젠장맞을. 역시 캡슐에서 선잠은 허리에 안 좋군.”

기지개를 켜는 양 팔 중 오른팔이 매끈해 보이는 기계팔로 되어 있는 남자는, 이내 기잉 거리는 기계 관절 기동음을 내며 오른팔과 같이 기계로 대체되어 있는 양 다리를 움직여 부엌으로 향했다.


기계팔의 손가락을 튕기자 부엌 선반 한쪽에 달려 있던 화면이 켜지며 아침 뉴스를 띄워주었다.


[에···사고 소식입니다. 어제 새벽, 공식전 등으로 대 흥행 중인 슈터 VR게임인 ‘워스트 필드’에서 또다시 뇌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큭 하고 웃음지은 남자는 기계 팔을 뻗어 달걀을 2개 집었다.


“이걸로 벌써 몇 명이더라.”

문득 후라이팬을 집으려던 자신의 손을 응시하던 그의 눈 중 오른쪽은 금속판이 덮인 의안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그는 부엌 창가로 저 멀리 보이는 빌딩들을 노려보면서 후라이팬을 힘차게 쥐었다.

“그렇다고 멈출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사고 원인은 파악 중에 있습니다만, 게임 내의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건물 옥상에서 날아든 탄환에 저격을 당한 것 같다는···.]


계란 프라이와 베이컨을 곁들인 샌드위치가 담긴 접시를 자그마한 식탁에 내려놓을 무렵, 부엌의 화면에서 방송화면이 사라지고 음성 통화 아이콘이 나타났다.


[프로페서. 지금 연락 괜찮겠나?]

“언제는 그런 거 따져가면서 찾아오셨던가. 그래서, 무슨 일이지?”

[하하하. 미안하네. 원래대로라면 제대로 게임 내에서 접선을 해야 할 테지만, 급한 일이 생겼거든.]


목소리는 그와 자주 거래하는 남자였는지 웃음소리를 내다가 이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비용은 맞춰 줄 테니 잘 좀 부탁하지···그래서, 언제 쯤 다시 접속할 생각이지?]

“아침식사는 반드시 현실에서 먹는 걸로 정하고 있으니까. 그 외에 용무를 좀 보고 나면 오전 10시쯤.”

[알았네. 혹시 모르니 상세 내용은 게임 내에서 이야기하지.]


통신이 끊어짐과 동시에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샌드위치를 입에 밀어 넣었다.

“공식전 시즌이라 그런가, 더럽게 바빠지는군.”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또다시 창가를 바라보았다.

멀리 보이는 마천루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을, 그가 증오해 마지않는 자들이 숨어 있을 건물이 보이기라도 하는 듯이.

“기다리고 있으라고. 조금씩···아주 조금씩 다가가고 있으니까. 당신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부서진 창날을 탄환으로 바꿔서, 말이야···.”


+프롤로그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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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 - 페이스 투 페이스 (1) 21.09.27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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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 오픈 시즌 (2) +2 21.09.18 19 1 11쪽
45 44화 - 오픈 시즌 (1) +1 21.09.17 17 1 11쪽
44 43화 - 쥐덫 작전 (2) 21.09.16 15 0 10쪽
43 42화 - 쥐덫 작전 (1) 21.09.14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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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 사기꾼의 말로 (3) 21.09.12 20 0 10쪽
40 39화 - 사기꾼의 말로 (2) 21.09.10 27 0 10쪽
39 38화 - 사기꾼의 말로 (1) 21.09.09 18 0 10쪽
38 37화 - 워 독 유닛 21.09.08 18 0 11쪽
37 36화 - 레이저 라인, 종전 21.09.06 21 0 14쪽
36 35화 - 캡틴 스카투스 (4) 21.09.04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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